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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긴축·실적둔화 3중고 하반기 증시 악재-안전자산 선호…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 조절을
기사입력 2018.08.10 11: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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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상반기 국내 증시를 강하게 짓눌렀다. 지난 1월 장중 2600선을 돌파했던 코스피 지수는 7월 초 장중 2240선까지 내려앉았다. 남북정상회담과 미북정상회담 등으로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확대되면서 남북경협주가 급격한 증시 하락세를 막아섰지만 하반기 들어서 시장은 주도주를 잃은 채 표류하는 모양새다. 현재 코스피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에도 못 미치는 저평가 상태지만 외국인 수급 불안, 하루 평균 거래대금 급감 등이 발목을 잡으면서 주가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반기에도 미·중 무역갈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지기는 어렵다. 특히 6월 중순 이후 주요 국가들의 국가별 주가등락률을 보면 경상흑자 규모가 큰 국가들일수록 하락폭이 컸다. 중국 증시도 무역전쟁의 당사국으로 큰 타격을 입었지만 한국·베트남 등 주변 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증시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그만큼 무역갈등에 따른 우리 경제와 기업들의 취약성이 드러난 셈으로 한국 증시가 글로벌 시장 대비 상대적인 측면에서 강세를 보이기 어렵다는 관측이 부상하고 있다.

특히 하반기 미국이 기준금리를 두 차례 더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선진국 주요 중앙은행들도 긴축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어 국내 증시에 위험 요인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국이 신흥국으로부터의 급격한 자금 유출의 당사자가 되지는 않더라도, 안전자산 선호 심리 확대로 국내외 수급 환경이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적 모멘텀이 꺾였다는 점 역시 하반기 증시의 상승세를 기대하기 힘들게 하는 요소다. 반도체 섹터를 제외한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상반기 수준을 넘지 못하는 데다 반도체 역시 올해 3~4분기를 기점으로 실적이 둔화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주가가 통상 경기에 선행하는 측면이 강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적 요인이 하반기 증시를 억누를 가능성도 존재하는 상황이다. 다만 이미 한국증시의 밸류에이션이 실적 이상으로 낮아져 있다는 이유에서 하방은 어느 정도 닫혀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 불가피

하반기 증시 전망을 묻는 투자자들에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질문은 미·중 무역전쟁의 향방이다. 증권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미·중 무역전쟁의 유효기간에 대한 시각은 다소 엇갈리지만 하반기까지는 당분간 여파를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를 뒤흔드는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본다. 조 센터장은 “중국은 첨단기술 중심의 성장을 원하고, 미국은 이를 지금 막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과 미국의 경쟁은 불가피하다”며 “미·중을 둘러싼 무역전쟁은 향후 10~20년 지속될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미·중 무역전쟁의 이면에 정치적 이해관계가 깔려 있다는 점에서 올해 하반기 일시적 완화를 진단하기도 했다. 조 센터장은 “미국은 피해를 입은 상태에서 11월 중간선거를 치르기보다 전반전을 마무리하고 전리품을 얻어내면서 선거에 돌입하려고 할 것”이라며 “그 전에 미·중은 결국 서로 타협점을 모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예상했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역시 “중간선거 및 대선을 앞두고 미국이 반복적으로 관련 이슈를 제기하며 무역분쟁이 장기화할 수 있지만 전면적으로 격화되기보단 적당한 수준에서 협상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11월 미국 중간선거 전후로 불안감이 진정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다소 심각하게 사안을 인식하는 전문가 중 하나다. 김 센터장은 “미국의 의도는 중국의 첨단산업이 성장하는 것을 막아 장차 중국이 미국의 헤게모니에 도전할 수 있는 능력을 차단하는 것”이라며 “두 나라의 전략적인 이익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갈등은 장기화하고 해결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의회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 성공에 자극을 받았을 것”이라며 “현재 미국의 행동은 단순히 중간선거를 염두에 둔 행동이 아니라 첨단무기를 둘러싼 패권 다툼의 일환이며 확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향후 2~3년 정도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도 부담

하반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또 다른 위협 요소도 다가오고 있다. 올 들어 두 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한 미국은 올해 모두 4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글로벌 금융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달러화 강세와 만나면서 신흥국이 경제와 외환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확대되는 상황이다. 미국 경제가 좋은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는 것은 당연한데 신흥국이 미국을 따라 긴축할 수 있는 여건이 못 되다 보니 미국의 금리인상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관망세만 커져가는 모양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들은 미국의 금리인상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미국은 재정을 퍼부어가며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면서 금리인상에 더 속도를 내고 있다”며 “원래 금리인상은 경제성장이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인데, 지금 미국은 금리를 올려 경기를 진정시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재정정책으로 경제에 기름을 들이붓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미국의 행보는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1980년대 이후 금리인상은 재정적자 축소와 함께 이뤄졌지만 금리를 올리면서 재정을 팽창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시장 일각에서 제시됐던 ‘금리인상=미국경제 호조=글로벌 경제 호조’라는 공식에도 의문이 커져가고 있다.

김 연구원은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면 경상수지 적자도 확대되는데, 지금은 경제성장률이 높아져도 경상수지는 악화되지 않고 있다”며 “성장의 과실이 미국 내에 머물고 해외로 전이되는 효과가 작다는 뜻으로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이는 미국 경제가 좋아서 그런 것이니, 글로벌 경제에 호재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을 이번에는 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대부분의 나라가 미국과 달리 금리를 올리지 않고 버티고 있는데, 글로벌 유동성의 축소와 외국인 자본유출 때문에 역시 경기침체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재정을 퍼붓고 있어 금리인상이 쉽사리 끝날 것 같지는 않고, 버티고 있는 나라들 중에서 체력이 약한 나라에서 경제위기가 발생할 위험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 역시 급격한 자금 유출의 당사국이 되지는 않더라도 국내 증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진다. 조용준 센터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만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어 달러가 다른 통화 대비 상대적으로 빠르게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로 인한 신흥국 통화 약세와 미국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 등이 하반기 국내 증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기현 센터장 역시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 경제권 대부분이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을 진행하고 있어 유동성 부담이 나타날 수 있다”며 “경기 회복 사이클에 대한 기대가 뒷받침된다면 화폐 유통 속도 회복에 따라 실질적 부담이 발생하지는 않을 수 있겠지만 심리 측면에선 여전히 부담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적 모멘텀도 시큰둥

문제는 상장 기업들의 실적이다. 반도체 기업을 제외한 상장기업의 올해 영업이익이 작년대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반도체 업종마저 성장세가 크게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출 둔화와 함께 생산요소의 가격상승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비금융 상장기업의 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5.0%, 9.7%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영업이익 증가율은 2015~2017년 대비 하락해 이익 개선 모멘텀이 약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반도체 업종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지난해 106%에서 올해 28%로 수직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반도체를 제외한 상장기업의 올해 영업 이익은 전년대비 2%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김수진 우리금융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석유화학, 철강 등 소재와 에너지 업종은 영업이익이 고점에서 감소하고 건설, 기계, 조선 등 산업재는 수주가 늘어나지만 원재료비 상승의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며 “가동률이 부진한 자동차와 디스플레이는 높은 고정비 수준에 간접비 부담까지 가중돼 실적 개선이 지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가율 상승은 주요 업종의 영업 이익 축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가는 2017년 대비 30% 이상 높은 수준이 예상되며, 산업용 원자재 가격과 운송비, 인건비 등도 줄줄이 상승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최근 2~3년간 늘어난 설비투자로 글로벌 생산능력과 공급이 증가해 높아진 원가 부담을 제품 가격에 충분히 반영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제품가격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소비재와 원재료비에 민감도가 낮은 헬스케어 업종의 영업이익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수출 모멘텀 약화는 기업 이익 모멘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스피에 가장 영향을 많이 주는 지표 중 하나가 일평균 수출액인데, 해당 지표는 2017년 이후 둔화되고 있다. 5월에 잠깐 개선되긴 했지만 절대 금액 측면에서도 2017년 10월 최고치를 넘지 못하고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이후 나타난 한국 주식시장의 하락은 기업들의 실적과 수출의 절대 수준에 비해 과도하다. 일부 회복 또는 반등 시도가 예상된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올해 초에 기록했던 KOSPI 고점을 크게 상회하는 상승 랠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국 주식시장 고점에 대한 기대치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주요 증권사들도 밴드 하향 조정

증시를 둘러싼 국내외 투자환경 악화에 국내 주요 증권사들도 하반기 들어 코스피 예상 등락범위(밴드) 상단을 2800선으로 내리거나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이 돈줄을 조이고 있는 데다 보호무역주의 확산, 신흥국 위기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올해 증시가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수정하는 것이다. 연초 3000을 전후로 내다봤던 것을 감안하면 국내 증시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확 높아진 셈이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 가운데는 삼성증권이 2400∼3100이었던 코스피 예상 밴드를 이미 2300∼2800으로, 한국투자증권은 2350∼2900이던 예상 밴드를 2300∼2800으로 각각 낮춰 잡았다. NH투자증권(2350∼2850→2350∼2750), 메리츠종금증권(2400∼2900→2400∼2800) 등도 최근 코스피 예상 밴드의 상단을 하향 조정했다. 이 밖에 대신증권(2500∼3000→2350∼2750), 키움증권(상단 2919→2887), 하나금융투자(2350∼2900→2350∼2850), 케이프투자증권(2400∼3200→2400∼2930) 등도 전망치를 내렸다.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의 전반적인 모멘텀이 약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막연히 지수 상승세에 기대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업종과 종목별로 철저한 각개격파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가격과 함께 수출 증가율이 함께 개선되는 업종을 선택하고, 업황이 부진한 종목 내에서도 가격 경쟁력이 높은 업체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허재환 연구원은 “유제품과 담배 등 소비재와 의료 및 화장품 등은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가격과 함께 수출 증가율이 개선되고 있는 품목”이라며 “중국 소비와 관련성 높은 품목들로 수출 증가율은 올해 들어 오히려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철강, 석유, 기계 관련 산업에서도 업종 자체보다는 업종 내 가격 결정력이 높은 업체들을 추려 투자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준호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5호 (2018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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