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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는 중국 LNG 수요 운임상승에 조선株 꿈틀
기사입력 2018.04.04 15: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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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 있는 나비가 퍼덕인 날갯짓이 미국에 폭풍을 일으킨다.’

태풍으로 비화될 만한 거대 이벤트는 때로는 작은 사건에서 불거지는 법이다. 최근 한국을 강타한 최대 이슈 중 하나는 미세먼지다. 보기만 해도 목이 막히는 듯한 공기를 더 이상 마시고 싶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세계의 공장’ 중국을 거론하며 원망 섞인 푸념을 던져도 이게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황해를 넘어 꾸역꾸역 밀려드는 오염물질을 펜스를 쳐서 방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딱히 방법이 없다.

한국 사정이 이 정도인데 중국은 어떨까. 이대로는 살 수 없다는 중국 국민들 불만이 터져 나온 지 오래다. 드디어 중국 정부가 칼을 뽑아들었다. 강력한 환경오염 방지 정책을 내놨다. 일당 독재 시스템인 중국이니까 내놓을 수 있는 급진적인 정책을 거듭 밀어붙인다. 멀쩡히 쓰던 석탄 난로를 폐기하고 친환경 원료만 쓰라는 강경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친환경 원료의 대표 주자 중 하나가 LNG(액화석유가스)다. LNG는 화학적으로 유전에서 석유와 함께 나오는 프로판(C3H8)과 부탄(C4H10)을 주성분으로 한 가스를 상온에서 압축해 액체로 만든 연료다. 아파트 등 대형건물을 난방할 때나 공장용 등으로 주로 사용된다. 이 역시 화석연료이기 때문에 가스를 태울 때 환경오염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심각한 불완전 연소 문제를 발생시키는 석탄이나 질 낮은 기름과는 비할 바가 못 된다.

그래서 중국이 LNG 수입을 비약적으로 늘리고 있다. 한국은 일본에 이어 세계 2위 가스 수입국이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3위로 밀렸다. 중국이 2위를 차지한 것이다. 중국의 LNG 수요는 작년 50%나 늘어났다. LNG 시장에서 강력한 구매자가 등장한 것이다. 한번 LNG로 에너지 전반 체계를 바꾸고 있는 중국이 일회성 이벤트로 정책을 들고 나온 것은 아닐 것이다. 중국에서 쓰이는 LNG는 더 많아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중국 내륙 지방의 발전 속도가 빨라질수록 LNG 수요도 더 늘어날 수 있는 구조다.

LNG를 옮기려면 배가 있어야 한다. LNG 시장에 뛰어든 중국 때문에 LNG선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급증한 상황이다. LNG선은 한때 조선 강국 위용을 자랑했던 한국이 가장 잘 만든다. 자연스레 한국 조선사가 이득을 볼 수 있는 구조다.

이 같은 기대감에 암흑기를 겪었던 한국 조선사 주가는 올해 들어 상당히 반등했다. 재무구조가 취약해 유상증자 카드를 잇달아 꺼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주가가 올라갔다. 부활하는 LNG 사이클을 타고 수혜를 받을 거란 기대감이 유상증자라는 악재를 이겨낸 것이다.

지난해 말 주당 1만3900원으로 마감한 대우조선해양 주가는 3월 19일 현재 주당 2만6000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삼성중공업 주가는 지난해 말 주당 7330원으로 마감했다. 하지만 3월 중순에는 주당 8500원 안팎에서 거래된다.

현대중공업 주가는 지난해 말 주당 10만500원에 종가를 찍었다. 바로 직전 거래일인 2017년 12월 27일에는 유상증자 여파로 주가가 하한가 직전까지 밀리며 전일 대비 28.75% 하락한 주당 9만6900원에 마감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새해 첫날부터 주가가 6.97% 오르는 상승세를 보이더니 3일 만에 주가가 20% 넘게 급등하면서 3월 19일 기준 주당 14만원 안팎에서 거래가 체결되고 있다.

▶조선업종에 긍정적 보고서 나오기 시작

증권가에서도 긍정적인 보고서가 속속 나오고 있다. 조선업종에 대해 구조적인 운임 상승 사이클에 돌입하며 수주가 증가하는 ‘선순환 구도’에 접어들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선박 공급 축소에 따라 구조적인 운임 상승이 진행 중이다”라며 “운임이 올라가 해운사 수익이 올라가면 본격적인 발주 증가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지난 1월과 2월 두 달 동안 국내 대형 3사가 수주한 LNG 운반선만 총 19척에 달한다. 미뤄 왔던 발주가 속속 나오면서 조선주 전반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수익 개선 여부를 수치로 확인하고 주가가 오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주가가 ‘단기 과열’ 국면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는 게 사실이다. 재무제표 위주로 업황을 보수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신용평가사들이 대표적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3월 7일 국내 조선사들이 올해 매출 위축과 영업실적 악화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조선사들이 올해 들어 뚜렷한 수주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게 매출 증가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이라는 의견이다. 중저가 배를 수주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 고정비 부담 증가 추세를 살피면 영업실적 전망은 밝지 않다는 것이다.

한신평 측은 “지난해에도 선가 하락이 지속된 반면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부담은 늘었다”며 “여기에 원화 강세 국면까지 반영하면 올해 업황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설계 합리화와 제품 표준화 등으로 원가구조가 과거보다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추가로 비용을 더 떨굴 수 있는지 여부는 불확실하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한때 한국 조선산업을 크게 위협했던 중국이 생산을 줄이고 있어 경쟁강도는 다소 완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중국과의 기술 축소 우려는 여전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LNG 사이클이 조선업에만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LNG 운반선에 들어가는 여러 산업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대표적인 게 보랭재 산업이다. 보랭재는 LNG운반선용 극저온 단열재를 말한다. LNG를 아주 낮은 온도에서 운반해야 하기 때문에 LNG운반선에 꼭 들어가야 하는 핵심 부품 중 하나다. LNG 발주가 늘어나면 보랭재 수요도 늘기 때문에 이를 생산하는 업체 주가가 들썩이는 것이다.

보랭재 관련 업체로는 동성화인텍과 한국카본이 꼽힌다. 동성화인텍은 보랭재 시장에 1997년 진출해 국내 최초로 국산화에 성공한 기업이다. 이 분야 세계시장 점유율이 50%가 넘는다.

최진명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동성화인텍 매출은 LNG선 수주 소식과 비례해 증가하기 때문에 주가 움직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동성화인텍 주가는 지난해 말 주당 5050원으로 마감했지만 3월 19일 현재 주당 8000원 이상에서 거래된다. 3개월도 안 되는 시점에 주가가 60% 넘게 치솟은 셈이다. 한국카본 주가 역시 지난해 말 주당 5360원에서 19일 현재 주당 6700원 안팎에서 거래가 체결되고 있다. 동성화인텍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적잖은 주가 상승을 일궈낸 셈이다.

LNG 운반선이란 거대한 상품을 만드는 데 전후방 연관 산업이 보랭재에 그칠 리는 없다. LNG 관련 설비에 쓰이는 배관 이음새(피팅)를 만드는 태광 주가도 꿈틀거리고 있다. 지난해 말 주당 1만2050에 마감한 태광 주가는 19일 현재 1만3000원 안팎에서 거래가 이뤄진다. 태광은 LNG 산업이 뜰 것이라는 소문에 주가가 선반영된 측면이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본격 주가가 상승세에 돌입해 상대적으로 올해 주가 상승폭은 동성화인텍과 한국카본에 비해 미미한 편이다.

LNG선에는 거센 폭발에도 버틸 수 있는 방폭등 설치 비중이 높은데 이를 생산하는 대양전기공업 주가도 단기 급등을 했다. 지난해 말 주당 1만2250원에 마감한 대양전기공업 주가는 19일 현재 주당 1만4000원 위에서 거래가 체결된다. 김우기 더블유자산운용 대표는 “중국에서 급등하는 LNG 수요라는 모멘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인프라스트럭처 산업 확대 이슈에서 수혜를 볼 수 있는 업종이 무엇인지에 대해 잘 생각해봐야 한다”며 “국내에서는 LNG 가치 사슬에 얽혀있는 산업재 분야가 가장 유망한 핵심 종목으로 떠오른 상태”라고 분석했다.

▶연관 산업재 업황 나아지는 분위기

LNG 운반선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국내 대표 보일러 업체인 경동나비엔 주가가 움직인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중국 정부에서 환경오염을 줄이려는 노력을 적극 경주하자, 같은 연료로 보다 효율적으로 난방을 할 수 있는 경동나비엔 수출이 늘 거란 믿음이 증시에 퍼져 나간 것이다. 이에 지난해 말 주당 5만1300원에 마감한 경동나비엔 주가는 19일 현재 주당 6만원을 훌쩍 넘긴 가격대에서 거래가 오가고 있다. 중국 국민들을 괴롭힌 환경오염 이슈가 여러 업종의 주가를 동시에 흔들며 상승그래프를 그리게 한 셈이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올해 LNG를 비롯한 산업재 주가는 유심히 지켜봐야 할 대표적인 업종”이라며 “한국에서 단기 전망이 좋아 보이는 산업군이 많지 않은데 산업재 영역은 업황이 나아질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로 꼽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지금 LNG 관련주에 베팅하는 것이 자칫 상투를 잡는 게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주가가 단기간 급하게 올랐기 때문에 굵직한 조정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케이프투자증권이 3월 16일 내놓은 보고서는 이 시점에서 한번 곱씹어 볼 만하다. 이날 최진명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의 투자의견을 매수(BUY)에서 중립(HOLD)으로 낮췄다. 목표주가는 2만7400원을 유지했다. 전날 대우조선해양 주가가 주당 2만6750원에 거래를 마감한 것을 고려하면 주가 상승이 더 이상 진행되기 힘들 것이란 분석을 내린 것이다.

케이프투자증권은 “대우조선해양은 내년까지 매출이 계속 하락할 것”이라며 “수주잔고 목표를 달성한다 하더라도 올해 안에 실적 반등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수주가 늘어나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지만 이것이 수익의 가파른 증가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하나금융투자는 3월 13일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3만5000원을 유지한 것은 정반대 행보로 읽힌다. 이 회사 박무현 연구원은 “올해 대우조선해양의 영업실적은 매출액 9조9549억원, 영업이익 3321억원, 영업이익률 3.3%가 될 것”이라며 “(주가가 오른 현 시점에서도) 주가는 더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매출실적에서 LNG선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훌쩍 넘는 상황에서 선가가 비싼 특수선인 야말, LNG선 건조량이 늘어나고 있다”며 “올해 영업이익은 (지난해에 이어) 흑자를 달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대우조선해양은 경쟁 조선소들과 비교해 가장 낮은 LNG선 건조 원가를 자랑한다는 게 박 연구원의 주장이다. LNG운반선 발주가 늘어날수록 대우조선해양이 수혜를 볼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는 “대우조선해양의 최근 LNG선 수주선가는 클락슨에서 발표되고 있는 선가지수보다 소폭 높은 수준이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주가가 바닥대비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곧바로 주식을 팔아 차익실현을 할 때는 아니라는 것이다.
더 들고 있어도 얼마든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LNG 보랭재를 비롯한 부품주 주가를 놓고서도 비슷한 주장이 각을 세울 수 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LNG 가치사슬에 있는 업종 실적이 지난해 대비 올해 대폭 개선될 거라는 데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며 “다만 관건은 한껏 오른 주가가 더 갈 수 있냐 여부인데, 1분기 실적 발표 직후 각 사가 내놓는 재무제표를 확인한 이후 예상만큼 실적이 올라온 업체 주가에 베팅할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홍장원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1호 (2018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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