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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펀드 저가 매수 기회 러시아·브라질·베트남 호재 환 리스크·몰빵 투자 주의해야
기사입력 2018.03.09 09: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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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증시 한파로 휘청거렸던 글로벌 증시에 다시 온기가 돌고 있다. 최근 투자자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글로벌 증시 급락세가 밸류에이션 고평가를 누그러 뜨리며 오히려 호재가 됐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이 ‘소나기는 피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차익 실현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고공행진을 펼쳐 온 신흥국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들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시장대비 높은 성과를 자랑하며 투자심리를 자극한다.

특히 달러 약세와 유가 상승, 신흥국 경기 개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올해 들어 신흥국 해외주식형 펀드 관련 상품에 대한 주목도가 커지고 있다. 일부 신흥국 펀드 상품의 경우 시장 관심이 집중되면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 소프트클로징(신규·추가 가입 중지)을 선언하기도 했다. 다만 자산운용업계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등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에서 신흥국 증시가 더 큰 타격을 입었던 경험을 반추해 신흥국 개별 시장의 규모와 유동성, 정책의 신뢰도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글로벌 증시 한파에도 불구하고 주요 신흥국 펀드는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2월 14일 기준으로 직전 3개월간 베트남 펀드는 18.17%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였고, 브라질 펀드(9.15%)와 남미 신흥국 펀드(6.11%)도 상대적으로 고성과를 자랑했다. 미국발 증시 한파가 본격적으로 밀어닥친 직전 1개월 동안 해외 주식형 펀드들이 줄줄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가운데서도 베트남과 브라질, 동남아 펀드는 유일하게 플러스 흐름을 이어갔다.



▶베트남 펀드 인기는 올해도 유효

2017년은 베트남 펀드의 한 해였다. 안정적인 성장성과 경기, 증시에 우호적인 정책, 상대적인 환율 안정성이 뒷받침되면서 베트남 증시는 거침없이 날아올랐다. 지난해 연초 679.80으로 시작했던 베트남 VN지수는 연말 1012.65로 마치면서 1년 만에 332.85포인트(48.9%)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21.7%)의 두 배를 상회하는 수치다. 11년 만에 베트남 증시가 1000에 다시 올라서면서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2000년대 초 호황을 누렸던 중국을 보는 듯하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전문가들은 베트남 증시의 괄목할 만한 성장이 올해도 유효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선진국 이벤트에 대한 감내 체력을 지속적으로 증명한 만큼 해외 기업 유입과 수출확대, 물가 안정과 정부 인프라 투자 등 대내 모멘텀이 증시의 견조한 상승세를 견인할 것이란 관측에서다.

이승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베트남 증시의 랠리는 현재 진행형이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계속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정책 기대감이 경제 성장과 주요 업종 업황 및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는 만큼 금융, 부동산, 소비재, 소재 등 관련 대형주가 증시를 견인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제로인에 따르면 올해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 1조2473억원이 순유입된 가운데 베트남 펀드에서만 4926억원의 투자금이 들어왔다. 미국 증시 한파가 밀어닥친 2월에도 베트남 펀드는 5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순유입되며 강한 매수세를 보이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 역시 베트남 증시 호황에 들썩이고 있다. 베트남 현지 법인의 전문 인력을 늘리고 국내 리서치 부서와 협업을 강화하는 한편 온라인 주식중개 서비스 확대 등을 통한 투자자 유치에도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3월 베트남 최대 증권사 호찌민증권과 제휴를 맺고 현지 리서치 네트워크를 강화했고, 한국투자증권은 2월 초 베트남 현지법인에 380억원 규모의 증자를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시장 선점 효과를 극대화했다.



▶원자재價 상승에 기지개 켜는 ‘러·브 펀드’

베트남 펀드가 2017년 한 해 동안 꾸준한 성과를 내왔다면 러시아와 브라질 펀드(러브펀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최근 3개월 수익률이 브라질 펀드는 9.15%, 러시아 펀드는 3.05%다. 전체 해외 주식형 펀드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이 0.47%인 점을 감안하면 시장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1년 수익률 기준으로 러브펀드가 해외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던 점을 고려하면 제대로 된 반전에 성공한 셈이다. 최근 1개월을 기준으로도 브라질 펀드는 1.43%, 러시아 펀드는 -2.39%의 수익률로 시장대비 선방했다는 평가다. KB브라질펀드가 3개월 기준 12.91%의 수익률을 올렸고, 미래에셋연금브라질업종대표펀드와 미래에셋브라질업종대표 펀드가 10%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거뒀다.

신한BNPP더드림러시아펀드와 키움러시아익스플로러펀드 역시 4% 내외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러브펀드의 수익률 반전은 유가와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 반등과 함께 시작됐다. 러시아 경제에서 원유와 천연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브라질 경제에서는 철강제품을 만드는 원재료인 철광석과 원유 등 원자재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은 1톤당 60달러 선 안팎에서 박스권을 형성하다 지난해 11월 들어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11월 초 59.26달러를 기록한 철광석 가격은 올해 1월 중순 78.33달러까지 치솟다가 잠시 조정을 거친 뒤 다시 상승 중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함께 브라질 상파울루 증시의 보베스파(BOVESPA) 지수는 올해 1월 말 85530.84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러시아 RTS 지수 역시 1313.44을 기록하며 최근 3년 이래 최고치를 새로 썼다.

권재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대내외 경제 개선이 지속되고 유가 상승, 원자재 가격 개선으로 러시아와 브라질 등 신흥국들의 경제 펀더멘털이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꽁꽁 얼어붙은 차이나 펀드는 저가 매수 호기?

미국발 한파에도 다른 신흥국 증시가 선전을 이어간 반면 중국 증시는 글로벌 주요국 증시 중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며 그 여파를 고스란히 받았다.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는 지난해 6월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3100선 밑으로 추락하면서 그동안의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고, 홍콩 HSCEI(H지수)와 중국 본토 증시에 상장된 대형주에 투자하는 CSI300지수 역시 10%포인트 넘게 추락했다.

지수가 하락하면서 중국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 수익률도 악화하고 있다.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중국 투자 펀드의 지난 1개월 평균 수익률은 -4.92%를 기록하고 있다. 해외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 -3.89%를 밑도는 성적이다. 지난 1년간 수익률은 28.82%에 달할 정도로 고수익을 누렸지만 한 달 새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반전했다. 일부 상품의 경우 최근 1개월 사이 10%에 육박하는 손실을 기록하며 ‘곡소리’가 나고 있다. KB중국본토A주레버리지펀드는 1개월 수익률이 -9.82%에 달했고, 미래에셋인덱스로차이나H레버리지2.0펀드와, 삼성KODEX China H레버리지펀드도 수익률이 -8%를 밑돌았다. 미래에셋차이나심천100인덱스펀드, NH-AmundiAllset중국본토뉴이코노미펀드, H-Amundi차이나포르테펀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1개월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미국 증시발 변동성 쇼크로 중국 증시의 하락폭이 눈에 띄게 더 컸던 것은 중국 내부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신탁기금의 레버리지 비율을 200%에서 100%로 축소한데 이어 3월부터 A증시에 상장된 개별 주식의 자본금 대비 신용융자액 비율을 50%로 강화하면서 일부 주식에 대한 매도 압력이 커졌다는 견해다.

오히려 일각에선 이번 중국 증시의 조정 국면이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경제 펀더멘털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는 점이 해당 주장의 근거다. 최설화 한국투자연구원은 “이번 중국 증시 하락은 2015년 하반기와 2016년 연초 폭락장과는 달리 펀더멘털, 신용거래, 환율, 거래정지 등의 측면에서 견조하다”며 “1월 수출과 수입증가율은 모두 예상치를 상회했고 상하이와 홍콩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12개월 예상 주당순이익(EPS) 증가율도 꾸준히 개선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앞으로 나올 중국 증시 호재 요인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최 연구원은 “3월 양회(전국정치협상회의, 전국인민대표대회) 개최에 따른 정책 기대감과 대형주의 양호한 실적 대비 저평가 매력 등이 부각될 것”이라며 “6월과 9월 A주의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이머징마켓(EM) 지수 편입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신흥국 투자 ‘잔혹사’ 되풀이 않으려면 ‘몰빵투자’ 경계해야

증권업계에서는 경기 회복의 온기가 선진국에서 신흥국 쪽으로 확대되는 만큼 신흥국 펀드의 투자 매력이 높다고 평가한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 달러가 약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신흥국 관련 주식펀드로 자금 유입이 속도를 내고 있다”며 “글로벌 경기 회복 기조가 이어지면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는 것도 신흥국 주식펀드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올해 1분기까지 신흥국 펀드로 자금 유입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준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본부장 역시 “경기 회복 온기가 선진국에서 신흥국 쪽으로 넘어오는 국면이고, 회복 국면에서 국내총생산(GDP) 성장 등 경제 개선의 폭은 신흥국이 훨씬 클 전망”이라며 “지금 유동성이 일정 부분 정체되고 증가 폭이 줄어드니 고점에서 먼저 내려오려는 심리가 강하지만 지금 정도에서는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로 보는 것이 맞다”고 조언했다.

다만 대외 정치·경제 상황에 따라 급변할 수 있는 신흥국 증시의 특성을 감안하면 무작정 수익률만 믿고 투자하는 ‘몰빵투자’에는 주의가 요구된다. 중국과 베트남 주식 펀드 역시 2000년대 지수 폭락으로 큰 손실이 났던 잔혹한 경험을 투자자들은 상기할 필요가 있다. 2006년 베트남의 장기 성장 가능성과 저평가 매력에 주목해 국내 펀드 자금이 몰렸지만 VN지수 폭락 이후 큰 손실이 났다. 2007년 초 1170으로 사상 최고점을 찍었던 베트남 증시는 불과 2년 만에 234로 추락하며 쓴맛을 봤다.
같은 해 10월 6000선을 돌파하며 고공행진을 벌였던 중국 증시 역시 약 1년 만에 1900선대가 무너지며 3분의 1 토막이 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같은 대내외 변동성에 취약한 신흥국 펀드의 특성상 ‘분산투자’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한다. 박희봉 DB자산운용 상품전략본부장은 “신흥국의 경우 급작스럽게 정책의 방향을 바꾼다든지, 소급 적용을 하는 등 정책적 리스크가 존재한다”며 “시장 규모와 유동성, 정책의 신뢰도 등을 감안해야 하고,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서는 이머징 시장 내 분산 투자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준호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0호 (2018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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