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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코스터 멀미 나는 비트코인-해킹·규제 등 국내외 악재로 600만원까지 갔다 다시 껑충
기사입력 2018.03.09 09:3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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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은 가상화폐 투자자들에게 ‘잔혹한 1개월’이었다. 가상화폐 시장이 전달 대비 급격히 위축됐다. 대표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2월 평균 가격은 빗썸 기준 1000만원 선, 지난 1월 최고가였던 2580만원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제도권 편입 과정에서 불필요한 거품이 제거됐다는 긍정적인 시각과 애초에 과대평가된 시장이었다는 부정론이 맞서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은 최저점을 기록했던 지난 2월 7일엔 비트코인의 국내 가격이 700만원 아래까지 떨어졌다. 작년 11월 26일 최초 1000만원 돌파 이후 74일 만이다. 비트코인은 7일 오후 69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앞서 5일 전 1000만원 선이 깨진 지 5일 만에 30%가 더 하락해 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시장 붕괴라는 위기감이 감돌기도 했으나, 이후 매수세를 회복해 2월 중순 이후부터는 1200만원 선에서 소폭 등락을 거듭하며 횡보 그래프를 그렸다.

앞서 비트코인은 작년 11월 말 1000만원 돌파 후 2주도 지나지 않아 2000만원을 돌파하며 소위 가상화폐 광풍을 일으켰다. 정점을 이룬 지난 1월 7일엔 2550만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28일 만에 가격이 70% 가까이 급락한 셈이다.

글로벌 시세보다 훨씬 높은 국내 가상화폐 시세 차를 뜻하는 ‘김치 프리미엄’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작년 12월 한때 최고 60%까지 육박하던 김치 프리미엄은 이후 각종 정부 규제안이 발표되며 꾸준히 감소했다. 지난 2월 2일엔 마이너스 3%를 기록했다. 해외 가격보다 시세가 낮은 일명 ‘역(逆)김치 프리미엄’ 현상이다. 역김치 프리미엄이 나타난 건 비트코인이 국내에서 자리 잡은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이다.

가상화폐 시장의 급격한 위축은 국내·외 부정적 이슈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폭락의 방아쇠는 국내서 당겨졌다. 지난 1월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겠다. 법무부 안은 이미 마련돼 있다. 언제든 법안을 제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의 발언이 보도되자 가상화폐 시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거래 자체를 금지하면 보유 중인 가상화폐가 휴지 조각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투매를 이어간 것. 개당 2000만원대 후반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1600만원대로 주저앉았고 다른 가상화폐도 30~50% 폭락했다. 이후 정부는 2030세대의 반발에 일시적으로 입장을 철회하기도 했으나, 김 부총리가 라디오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가상화폐거래소 폐쇄는 여전히 살아 있는 옵션”이라고 밝히며 다시 시장을 얼어붙게 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30일 가상화폐 실명제가 도입되며 ‘거래소 폐쇄 공포’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신규자금 유입이 적어 가격 상승은 현재로선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여전히 거래량이 얼어붙어 지난해의 반토막 수준이다. 코인 가격 하락, 또 다른 규제안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신규 투자자의 진입 매력이 떨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빗썸은 지난 2월 9일부터 농협은행의 실명확인 입출금 번호(가상계좌) 발급을 모든 회원으로 확대했다. 빗썸이 농협은행과 함께 실명확인 가상계좌를 받고 있는 신한은행의 경우,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농협은행을 통해 거래하는 신규 투자자들에게도 원화를 입금할 수 있는 실명확인 가상계좌를 부여하겠다는 의미다. 코인원은 지난 1월 30일 거래 실명제가 시행된 당일부터 농협은행을 통해 신규 가입을 받았다. 하지만 신규 유입 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빗썸 거래량은 지난해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빗썸이 신규가입을 받기 시작한 지난 9일 24시간 거래대금은 약 1조6000억원대였다가, 14일 오전 10시 현재 거래대금은 1조원대로 더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연말 2조~3조원씩 거래되던 금액의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하락장의 원인을 국내서만 찾기는 어렵다. 실제로 같은 기간 가상화폐의 국제 시세도 함께 폭락했다. 국제 가상화폐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월 11일 새벽 개당 약 1만4820달러(약 1581만원)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이 17일 저녁에는 9935달러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리플은 2달러(약 2134원)에서 1달러로 반값이 됐다.

대표적 국외 악재는 테더 게이트다. 테더는 발굴할 수 없는 가상통화로 테더홀딩스의 발행을 통해서만 시중에 유통될 수 있다. 테더는 한 개당 가치가 1달러에 고정되는 특징이 있다. 가상통화 시장의 달러화인 셈이다. 테더홀딩스는 1테더가 발행될 때마다 1달러를 예치해 지급을 보증하는데 실제로 달러화 지급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 일고 있다. 테더가 거래되는 거래소 비트피넥스와 테더홀딩스가 사실상 같은 업체라는 점에서 시세 조작 의혹도 받고 있다. CFTC는 해당 업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일본 사상 초유의 가상화폐가 해킹되는 악재도 악영향을 끼쳤다. 약 5650억원 규모의 가상화폐 뉴이코노미무브먼트(NEM)가 유출되는 해킹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월 26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경 일본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체크에서 약 580억엔(약 5659억원) 규모의 NEM이 유출됐다. 이는 2014년 발생한 마운트곡스 거래소의 해킹을 웃도는 사상 최대의 가상화폐 해킹 사태다. 와다 고이치로 코인체크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물의를 일으켜 유감이다”라며 사과를 표했다. 또 “피해를 파악 중이고 보상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연이은 악재에 시장이 폭락하자 국내외에서는 각종 사회적 문제까지 터지고 있다. ‘비트코인 블루(우울증)’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국내선 가상화폐 비트코인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본 30대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고가 발생했다. 동작경찰서는 지난 1월 21일 오후 2시쯤 서울 동작구 양녕로의 한 자택에서 A(30)씨가 목을 매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의 가족은 A씨가 가상화폐 비트코인에 투자했다가 원금손실 등의 이유로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미국에서는 개인적인 가상화폐 투자 손실을 메우기 위해 회사 기금에 손을 댔다가 중형에 처해질 위기에 놓였다. 미 연방 검찰은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시카고 소재 ‘콘솔리데이티드 트레이딩’(Consolidated Trading·LLC)의 한국계 트레이더 김 모(24) 씨를 전신사기 혐의로 기소했다”며 미국의 대표적 금융도시 중 한 곳인 시카고에서 가상화폐 거래 관련해 형사 기소된 첫 번째 사례라고 밝혔다.

시카고 트리뷴에 따르면 김 씨는 작년 9월부터 11월 사이 200만달러(약 22억원)어치 이상의 회사 소유 비트코인과 라이트코인을 불법적으로 개인 계좌에 옮기고, 회사 측에 거짓말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씨가 개인적 투자 손실을 메우기 위해 회사 기금에 손을 댔고, 일부를 되갚는 방식으로 불법 행위를 은폐하려 했다”면서 콘솔리데이티드는 결과적으로 60만달러(약 6억5000만원) 상당의 손해를 봤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사회적 문제까지 발생하자 대한민국 정부는 다소 강경세에 제동을 걸고 누그러진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는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 폐쇄에 대해 “비중 있게 검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14일 가상화폐 규제와 관련한 국민청원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국민청원 답변자로 나선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거래소 폐쇄 여부에 대해 “얼마 전 총리께서 국회 본회의에서 ‘가상화폐 취급 업소 금지 문제는 여러 가능성 중의 하나지, 현재 정부가 가장 비중 있게 검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말씀드린 바 있다”고 밝혔다. 앞서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상화폐 투자에 대해 타당하지 않은 규제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지난달 27일까지 한 달 동안 28만8295명이 참여해 청원 답변 요건을 충족시켰다. 청와대는 20만 명의 추천을 받은 청원에 대해서 답변하고 있다.

홍 실장은 “가상화폐 취급업소의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행위에 대해서는 정부가 엄정 대응해 바로잡아 왔다”며 “약관에 거래자의 출금을 제한하는 규정이라든가 취급업소의 일방적 면책규정을 집어넣는 것과 같이 굉장히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요소가 있는 경우도 있었는데, 정부가 조사를 했고 개선 조치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거래소 보안을 강화할 필요성도 언급했다. 홍 실장은 “일본에서 최근 가상화폐 거래업소에 대한 해킹 사고로 인해 큰 피해가 발생했는데, 우리나라 가상화폐 취급업소도 보안이 굉장히 취약하다”며 “보안을 강화하는 조치를 정부가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상화폐 과세 방안에 대해선 정부 차원에서도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여러 부처에서 가상화폐에 관한 외국의 과세 사례, 세원 문제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상화폐거래소 빗썸 전광판에 표시된 비트코인 가격이 1000만원을 밑돌고 있다.

가상통화 규제로 블록체인 기술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선 “블록체인 기술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로, 올해 블록체인 관련 예산을 크게 늘렸고 상반기에 블록체인 산업발전 기본계획도 발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 각국의 정부는 가상화폐 시장에 경고등을 켜고 있다. 최근엔 글로벌 중앙은행 총재들이 가상통화를 위험한 투기자산으로 평가하고 자칫 금융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며 경고음을 높였다. 거액의 해킹사고가 난 일본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다음 달 주요 20개국 경제수장들이 모이는 회의에서도 규제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일본에서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13일 “가상통화는 기반이 되는 자산이 없으며, 투기 대상이 됐다”고 선을 그었다.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인 국제결제은행(BIS)의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앞서 6일 독일 괴테대 연설에서 비트코인을 버블과 폰지 사기, 환경재앙을 합친 데 비유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그는 앞으로 금융안정성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선제대응이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이와 관련 유럽중앙은행(ECB) 입 메르셰 이사도 8일 가상통화 관련 파생상품으로 관련 시장과 기존 금융체계 간 연결이 확대되고 있으며, 자칫 가상통화 시장이 무너지면 기존 금융체계에서 유동성이 마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ECB 마리오 드라기 총재도 5일 유럽의회 연설에서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매우 높은 투기적 자산으로, 적절한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가상통화 투자는 사적인 판단이라고 유보적인 태도였던 ECB 에발트 노보트니 정책위원도 법 규제가 필요하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옌스 바이트만 총재는 지난달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처리지연, 가치 불안정성으로 정상적인 지급수단으로 이용이 어렵고, 가격 변동성이 극심해 투기수단에 가깝다고 말했다.

가상통화 열기가 뜨거운 나이지리아 중앙은행장도 “가상통화 투자는 도박”이라고 규정했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나이지리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트코인 보유량이 세 번째로 많다. 중동지역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중앙은행 등이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가상통화 거래를 경고했다.


물론 호재도 있다. 미국이 당분간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를 내놓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롭 조이스 백악관 사이버보안조정관 겸 대통령 특별보좌관은 지난 2월 18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언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을 규제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오찬종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0호 (2018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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