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신청

[년 월 제 호] 프린트 이메일 전송 리스트
역대급 부동산규제 ‘8·2 대책’ 잠자던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부활 재건축·재개발·갭투자 묶으려는 초강수
기사입력 2017.09.20 15:46:51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부동산 가격 잡아 주면 제가 피자 한 판씩 쏘겠습니다.”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말을 꺼낼 때만 해도 바로 다음 주에 초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나올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마침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휴가가 예정돼 있기도 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부동산 대책 마련을 위해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 담당자들이 합숙에 돌입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주말이 끝난 31일, 국토부 대변인실은 “내달 2일 부동산 대책 발표가 있을 예정이니 그때까지 관련 보도를 자제해 달라”는 협조요청 문자를 출입기자들에게 보냈다. 대책 발표 당일에는 김현미 장관이 휴가를 반납하고 기자들 앞에 서서 직접 브리핑을 했다. 건국 이래 초고강도의 부동산 대책으로 평가받는 8·2 부동산대책의 출현이었다.

8·2 대책 수립 과정을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는 지난해 11·3 대책과 올해 6·19 대책의 연장선상에서 꾸준히 준비해 온 대책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일각에서는 6·19 대책의 약발이 예상보다 너무 약해 정부 위상이 흔들리자 대통령이 ‘피자 발언’을 통해 경고를 날렸고, 발등에 불 떨어진 공무원들이 며칠간 밤을 새며 급조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8·2 대책은 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1년 넘게 이어져오던 국지적 과열은 확실히 잠잠해졌다. 하지만 무리한 규제로 선량한 실수요자가 피해를 본다는 비판도 나온다. 8·2 대책이 실패한 참여정부 부동산정책의 데자뷔가 될지 문재인 정부의 치적이 될지는 향후 부동산시장의 흐름에 달려 있다.

8·2부동산대책 당정 협의회에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왼쪽)이 정책 설명을 하고 있다.



▶투기 잡기 위해 가능한 모든 규제 총동원

8·2 대책에서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지금까지 축적한 부동산 관련 정책 중 규제로 분류되는 정책이 거의 총망라됐다. 특히 참여정부 시절 17차례에 걸쳐 나눠 발표했던 크고 작은 정책들을 한번에 쏟아냈다.

가장 먼저, 5년 넘게 한 건도 지정되지 않았던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이 부활했다.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 모두 과열 우려가 심한 지역을 지정해 맞춤형 규제를 적용하는 제도다. 각각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가 주관한다. 투기과열지구는 청약, 거래, 세금, 대출 등을 전방위적으로 규제하는 반면 투기지역은 세금과 대출 위주로 규제한다.

투기과열지구로는 서울 전역과 과천, 세종이 지정됐으며 투기지역으로는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와 용산, 성동, 노원, 마포, 양천, 영등포, 강서 등 최근 과열이 두드러진 11개 구가 지정됐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분양권의 전매가 소유권이전등기 시까지 제한된다. 사실상 분양권 전매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또 재건축 조합원의 지위양도가 불가능해진다. 낡은 재건축아파트가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이유는 오직 하나다. 재건축 후 새 아파트를 저렴한 가격에 여러 채 분양받을 수 있는 조합원 지위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조합이 설립된 후 재건축아파트를 매수하더라도 조합원 지위는 양도받지 못한다.

재건축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는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인해 적용되는 규제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한방으로 꼽힌다. 재건축 조합원 지위양도가 금지되면 재건축이 연기되고 중장기적으로 새 아파트 공급에 차질을 빚어 궁극적으로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 이 같은 위험 때문에 앞서 11·3, 6·19 대책에서도 투기과열지구 지정 가능성이 거론되다가 끝내 빠졌다.

정부는 재개발 조합원의 분양권 전매도 소유권이전등기 시까지 제한키로 했다. 아파트를 헐고 새로 짓는 재건축에 비해 기반시설부터 새롭게 정비하는 재개발은 사업 진행속도가 더디기 때문에 비교적 규제를 덜 받았다. 때문에 재건축 규제가 강화되면 재개발로 자금이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곤 했다. 조합원 지위는 양도가 가능하지만 조합원으로서 분양받기로 한 주택의 동·호수가 정해지고 난 후에는 해당 분양권의 전매를 막은 것이다.

정부는 또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의 고분양가를 견제하기 위해 민간택지의 분양가상한제 적용요건도 완화할 방침이다. 현재는 직전 3개월 기준 주택가격 상승률이 10% 이상이거나 거래량이 전년대비 3배 이상이거나, 청약경쟁률이 평균 20 대 1 이상인 경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 가능하지만 요건이 까다로워 아직 한 곳도 적용된 곳이 없다. 이 밖에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에서는 담보인정비율(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일제히 40%로 낮아졌고 주택담보대출을 1건 이상 보유한 세대에서 추가로 대출받을 경우 30%까지 낮아진다. 기존 청약조정지역 LTV가 60%였으니 5억짜리 집을 산다고 가정할 때 대출 가능금액이 3억원에서 2억원으로 낮아지는 것이다. 또 다주택자가 내년 4월 1일 이후 조정지역 내 주택을 양도할 때 양도소득세가 중과되고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을 못 받게 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해야 한다.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요건은 기존 ‘2년 보유’에서 ‘2년 보유 및 실거주’로 강화됐다. 갭투자를 막기 위해 투기과열지구 내에서 3억원 이상 주택 거래 시 자금조달계획 및 입주계획 신고가 의무화된다.



▶실수요자 피해 우려

예상보다 강력한 대책이 나오자 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국토부, 금융감독원, 지방자치단체 민원창구에는 바뀐 제도 관련 문의가 빗발쳤고 주요 지역 공인중개업소나 은행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정부가 공개한 대책 자료집 내에 명확하지 않은 표현이 많고 구체적인 시행 시기나 적용범위가 불분명한 탓에 빚어진 혼란이었다.

대책 곳곳에서 허점이 발견되자 실수요자의 피해 우려도 제기됐다. 당장 대책 발표 전 투기과열지구나 투기지역에서 집을 산 실수요자 중 대출을 신청하지 않은 사람은 당초 예상했던 것과 다른 LTV, DTI를 적용받게 됐다. 반대여론이 들끓었다. 금융당국은 7일 보완책을 발표하며 2일까지 대출을 신청하지 않았더라도 무주택자이면서 계약금을 납입한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기존 LTV, DTI를 적용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13일에는 두 번째 보완책을 내놓으며 LTV, DTI 특례를 적용받는 실수요자 서민의 기준을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원(생애최초 7000만원)에서 7000만원(생애최초 8000만원)으로 올렸다. 또 분양일정상 당첨자 확정은 2일 이전에 이뤄졌지만 계약이 2일 이후 이뤄진 신길센트럴자이, 상계역센트럴푸르지오 등 일부 아파트 당첨자도 적용대상에서 제외시켜 줬다. 하루가 멀다 하고 보완책을 내는 것이 스스로도 민망했는지 보도자료나 설명자료가 아닌 ‘자주 하는 질문 및 대답’(FAQ) 형태로 자료를 배포했다.

땜질식 보완책을 내놓는 것은 금융당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토부 역시 대책 발표로부터 일주일이 넘게 지난 이달 9일 Q&A 자료를 냈다. 그간 실수요자들이 궁금해하던 부분에 대해 내부적으로 법령 확인 등을 거쳐 만든 자료로 해석된다.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요건에 실거주 조항이 추가된 것에 대해서도 선량한 실수요자 피해가 크다는 비판이 거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문제가 있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으며 현재 입법예고 기간이라 문제 제기가 들어오면 검토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여론 추이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 및 시장 전문가들은 이렇게 대책 발표 직후부터 수시로 보완책이 나오는 것을 두고 “정부가 정치권의 요구에 맞춰 급하게 대책을 마련했고, 그 과정에서 디테일이 부족했음을 자인하는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정부 부동산투기 단속반



▶과열 재발 시 쓸 만한 카드는?

8·2 대책 이후 시장상황만 놓고 봤을 때 과열은 확실히 잠잠해졌다. 한국감정원이 집계하는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대책 발표 직후인 이달 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03%로 75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직전 주인 7월 31일은 0.33% 올랐었다. 과열의 진앙으로 지목되던 강남4구 역시 0.48% 상승에서 0.11% 하락세로 돌아섰다.

문제는 앞으로다. 정부는 부동산시장 과열의 원인으로 다주택자의 투기거래를 지목하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저금리에 따른 시중 유동자금이 과잉이다. 규제로 투기거래를 막을 수는 있지만 갈 곳 잃은 자금이 부동산으로 흘러드는 것을 막는 것은 정부의 영역 밖이다. 때문에 8·2 대책 이후 시장의 안정적 흐름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과열이 재발하지 않게끔 정부가 지속적으로 시장을 모니터링하고 수시로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아직 반년도 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8·2 대책은 스스로의 발목을 묶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한번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탓에 추후 과열이 재현된다고 해도 꺼내들 수 있는 카드가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남아있는 규제 중 그나마 강력한 것이 보유세 인상인데, 재산세 인상은 서민증세로 오해될 수 있기 때문에 서민정부를 표방하는 현 정권에서 꺼내기 어려운 카드다. 부자에게만 과세하는 종합부동산세가 대책이 될 수 있지만 집값이 예상 밖으로 가파르게 올라 과세대상이 늘어나면 마찬가지로 민심이 악화된다. 실제 참여정부는 12년 전 섣불리 종부세를 도입했다가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은 트라우마가 있다. 지금 정권의 정체성을 감안할 때 보유세는 의외로 건드리기 어려운 영역이다.

전문가들은 8·2 대책 후 정부와 시장의 숨바꼭질이 시작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정부가 시장을 통제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 시장을 이긴 정부는 없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시장의 의견이 엇갈리는 핵심은 서울 주택 공급부족에 대한 판단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서울 주택보급률은 96%고 올해 말이면 97.8%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향후 입주물량 역시 예년에 비해 많기 때문에 투기수요만 없으면 공급이 부족할 일은 없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반면 업계나 시장에서는 최근 주택시장의 실수요자로 떠오른 20~30대 에코세대가 살고 싶어 하는 양질의 집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재건축, 재개발을 막는 정책은 부작용이 클 것으로 우려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서울 내에서도 과열이 나타난 지역은 모두 교통이 좋고 재건축, 재개발로 인해 새 아파트 공급이 활발하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지나친 규제로 시장이 냉각되면 신규주택 공급과 거래가 줄어들고 몇 년 후에는 기존 아파트 가격만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순우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4호 (2017년 09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8·2대책 이후 다시 짜는 부동산 투자전략 집 팔라는 정부… 다주택자 출구전략 필요할까

초과이익환수제·분양가상한제…지금 강남재건축 투자 괜찮을까

서울 강남 부촌지도 바꾸는 개포·반포·잠실 재건축 속도 낸다

러시아펀드·브라질펀드 최근 수익률 회복세 롤러코스터 러브펀드 투자 괜찮을까

상장사 현금배당액 작년보다 3.5조원 증가 전망 사상최대 기업실적 ‘배당주’에 투자해볼까


경제용어사전 프린트 이메일 전송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