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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액 10조·운용사 100개 ‘헤지펀드 전성시대’ 뜨고 지는 펀드들
기사입력 2017.08.11 14:4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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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에만 3조원이 넘는 뭉칫돈이 몰리고 누적 설정액이 최근 10조원을 훌쩍 넘어서는 등 헤지펀드의 인기가 뜨겁다. 헤지펀드가 비단 박스권 국면에서뿐만 아니라 상승장에서도 중위험·중수익 추구 상품으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로 출범 7년 차를 맞은 국내 헤지펀드 시장의 급성장에는 재작년 말 ‘헤지펀드 전문 운용사’ 제도 도입이 기폭제 역할을 했다. 투자자문사로 이름을 날렸던 쟁쟁한 실력자들이 100개 이상 헤지펀드 시장으로 뛰어들면서 상품 경쟁력이 강화된 것이다. 바야흐로 국내 헤지펀드 시장에 ‘춘추전국시대’가 열리고 있다. 어떤 전략의 헤지펀드가 뜨고 지는지, 헤지펀드 운용사를 이끄는 주역들은 누구인지 매일경제 럭스멘이 꼼꼼히 따져봤다.



▶하이브리드파 vs 채권파 vs 롱온리파 각축

헤지펀드 도입 초기 주가가 오를 만한 종목을 매수하고 내릴 만한 종목을 공매도하는 ‘롱숏’ 일색이던 운용사들의 투자전략은 점차 다양화하는 추세다. 어느새 헤지펀드 1세대였던 롱숏파는 지고 여러 전략을 혼합한 ‘하이브리드’파가 주류를 이룬다. 최근엔 채권 자산 위주로 운용하는 ‘채권’파와 주식 상승에 베팅하는 ‘롱온리(Long-Only)’파까지 가세해 자웅을 겨루는 양상이다.

금융위원회와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헤지펀드를 운용할 수 있는 전문사모 자산운용사는 총 105개로 집계됐다. 2015년 말 헤지펀드를 운용할 수 있는 전문사모 운용사 설립요건이 자본금 60억원 이상에서 20억원 이상으로 완화된 이후 1년 반 만에 헤지펀드 전문운용사 수가 100개를 넘은 것이다.

헤지펀드에는 올 들어 6개월 만에 3조5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몰리면서 누적 설정액이 10조원을 돌파했다. 2011년 12월 국내 헤지펀드가 도입된 이후 정확히 5년 6개월 만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전체 헤지펀드 설정액은 10조1432억원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2015년 말까지는 헤지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최소한도가 5억원 이상이었지만, 이후부터는 1억원 이상으로 문턱이 낮아지면서 보다 많은 투자자가 헤지펀드의 문을 두드릴 수 있게 됐다. 헤지펀드 설정액이 빠르게 늘어나는 또 다른 이유다.

브레인자산운용, 대신자산운용 등 롱숏 전략으로 초기 헤지펀드 시장을 이끌었던 운용사들은 지금 존재감이 거의 사라졌다. 대신자산운용이 2013년 9월 출시한 ‘에버그린롱숏’ 헤지펀드는 수익률 부진과 자금 이탈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2월 결국 청산됐다. 브레인자산운용의 백두·태백·한라 등 롱숏 펀드 3총사도 지난 상반기말 기준 설정잔액이 2000억원으로 전성기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작년부터 주식 롱숏에 메자닌(주식과 채권 중간 성격의 CB·BW) 투자나 채권 차익거래 등 다양한 전략을 섞은 하이브리드파가 대세다. 연 5~10% 중위험·중수익을 안정적으로 추구하기에는 멀티스트래티지가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다. 삼성자산운용, 타임폴리오자산운용, 안다자산운용, 라임자산운용, 그로쓰힐자산운용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최근 자금몰이는 채권파가 주도하고 있다. 작년부터 헤지펀드 시장에 뛰어든 흥국자산운용과 교보증권은 올 들어 각각 1조원 이상 자금을 끌어모았다. 삼성자산운용도 최근 3000억원 규모의 채권형 상품인 ‘삼성다빈치’ 헤지펀드를 설정하면서 가세했다. 흥국과 삼성의 경우 장·단기 채권의 가격 차이를 활용하는 차익거래(아비트러지) 전략을 주로 쓴다. 교보증권 채권형 헤지펀드의 경우 3~6개월 사이의 짧은 기간 동안 연 2% 수준의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머니마켓펀드(MMF)나 환매조건부채권(RP)보다는 0.2~0.3%포인트 정도 수익률이 높아 기관의 단기투자 수요를 대체하고 있다는 평가다.

수익률은 디에스자산운용, 제이앤제이운용 등 롱온리 전략 헤지펀드들이 가장 앞선다. 이들은 헤지펀드가 흔히 쓰는 공매도 전략은 쓰지 않고 일반 펀드와 마찬가지로 주가 상승에만 베팅한다. 헤지펀드인 만큼 레버리지(차입)를 일부 일으켜 초과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디에스 福’ 헤지펀드는 올해 상반기 수익률이 31.3%로, 같은 기간 코스피200 수익률(18.2%)의 두 배 수준이다.

김태원 디에스자산운용 공동대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기전자(IT) 업종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보고 IT 업종 비중을 70% 이상으로 늘린 전략이 적중했다”면서 “IT 기업들의 실적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어 하반기에도 유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로 차별화를 시도하는 헤지펀드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베트남을 비롯한 아세안 지역을 노리는 헤지펀드가 많다. 헤지펀드가 아세안에 주목하는 이유는 아세안 지역 평균 연령이 30대 초반으로 저임금의 노동력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렸던 중국의 임금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임금이 더 낮은 아세안 지역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공장 이전이 가속화되고 있고, 이것이 아세안 지역이 성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것이다.

투자자문사에서 헤지펀드 전문운용사로 가장 먼저 전환한 그로쓰힐자산운용이 아세안 5개국에 투자하는 헤지펀드를 조만간 내놓는다. 앞서 작년 8월 삼성자산운용이 공모형 아세안펀드와 인도펀드에 재간접으로 투자하는 형태의 헤지펀드를 내놓은 적은 있지만 아세안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헤지펀드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아세안 헤지펀드의 연평균 목표 수익률을 12%로 잡고 있다”면서 “아세안이 전 세계에서 가장 성장성이 높은 지역인 만큼 최소 2년 이상 중장기로 투자할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SKY 투자동아리 출신 운용역으로 맹활약

그렇다면 국내 헤지펀드 시장을 이끄는 주역들은 누구일까. 전문사모 운용사를 이끄는 주역 가운데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대학 투자동아리 출신이 많은 게 특징이다. 외고 출신의 최고경영자(CEO)와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상당수다. 여의도의 신(新) 주류로 불리는 이들은 지난 2004년부터 2007년 사이 국내 증권업계가 성장하고 펀드 가입자가 가장 빠르게 늘어나던 시기에 여의도에 입성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가장 활약이 두드러진 곳은 1999년 만들어진 서울대 가치투자 동아리 ‘스믹(SMIC·SNU Midas Investment Club)’이다. 스믹 출신으론 타임폴리오자산운용 황성환 대표가 대표적이다. 작년 5월 투자자문사에서 자산운용사로 전환한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헤지펀드 출시 한 달 만에 4000억원 가까운 뭉칫돈을 끌어모으면서 여의도에 파란을 일으켰다.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95학번인 황 대표는 대학 시절 주식투자 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각종 투자대회를 휩쓸었다. 대학 졸업 후 2004년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에 특별채용됐고, 이후 2008년 타임폴리오투자자문을 설립했다. 설립 첫해 미국발 금융위기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한 해도 손실을 기록한 적이 없고 연간 꼬박꼬박 10% 이상 수익을 내면서 서울 강남권 슈퍼리치들 사이에서 묵묵히 운용을 잘하는 실력자로 입소문이 났다.

지난해 9월 헤지펀드 시장에 뛰어든 머스트자산운용은 스믹 출신인 김두용(건축학), 구은미(수학교육학) 공동대표가 2006년 투자자문사로 시작했다. 같은 동아리 멤버에서 부부의 연까지 맺은 두 공동대표를 주축으로 운용역들 모두가 동아리 구성원들로 채워져 있다. 김 대표는 특히 비상장기업 인수합병 특수목적회사인 ‘스팩(SPAC)’ 투자에서 남다른 능력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2월 전문사모펀드 운용사로 등록한 라쿤자산운용의 홍진채 대표도 스믹 출신이다. 학부에선 전기공학을 전공했지만 학회 활동을 하며 자산운용업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지난 2007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 1기 공채로 입사해 펀드매니저가 됐다. 아직 헤지펀드 운용사로 전환하지는 않았지만 VIP투자자문 김민국·최준철 공동대표, 종합 자산운용사지만 사모펀드 분야에서 좀 더 이름을 날리고 있는 유경PSG자산운용의 강대권 CIO 등도 스믹 출신이다. 연세대와 고려대 투자 동아리 및 학회 출신 인맥도 스믹 못지않게 화려하다. 연세대의 경우 재무연구학회인 ‘YFL(Yonsei Financial Leaders)’ 출신들이 많다. 1998년 설립된 YFL은 스믹과 달리 교수(엄영호 연세대 경영대)의 지도 아래 파생과 채권 등 금융상품을 연구하기 위한 모임으로 시작된 것이 특징이다.

YFL의 대표 주자는 라임자산운용의 원종준 대표다. 원 대표는 대학 졸업 후 트러스톤자산운용과 브레인자산운용을 거쳐 지난 2012년 라임투자자문을 창업했다. 이후 2015년 12월 헤지펀드 전문운용사로 탈바꿈했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행동주의 헤지펀드를 선보여 주목받고 있다.

이 밖에 헤지펀드 전문 운용사는 아니지만 베어링자산운용의 김지영 주식부문장,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최두남 매니저, 삼성자산운용의 이성규 매니저, JP모건의 김정우 구조화상품담당 상무, 대신증권의 강현석 파생상품2본부장 등이 YFL 출신이다. 고려대는 ‘리스크(RISK·Real Investment Society of Korea)’와 ‘큐빅(KUVIC·Korea University Value Investment Community)’ 투자동아리 출신들이 활약하고 있다. 타이거자산운용 이재완 대표가 가장 대표적인 인물로 리스크 출신이다. 경영학과 학생으로 학부 때부터 주식투자를 해왔던 이 대표가 주축이 돼 지난 2005년 리스크를 만들었다. 당시 고려대 경영대 박사과정 재학생이던 에셋플러스투자자문의 최정용 대표도 리스크를 만든 주역이다. 이밖에 더퍼블릭투자자문의 정호성 대표와 김현준 이사는 큐빅 출신이다.
SKY 대학 투자동아리 출신과 더불어 외고 출신 인맥도 두드러진다. 안다자산운용 헤지펀드 본부장으로 이름을 날리다 지난 5월 GVA자산운용을 설립해 독립한 박지홍 대표, 쿼드자산운용의 한상균 CIO는 대원외고를 나왔다. 유경PSG자산운용의 강대권 CIO, 쿼터백자산운용의 조홍래 CIO는 대일외고 출신으로 사모펀드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최재원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3호 (2017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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