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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악재 브라질 채권 긴급점검 경제지표 개선됐지만 높은 환변동 위험 주의
기사입력 2017.07.21 14: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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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이 또다시 정치적 리스크에 흔들리고 있다.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의 불법자금 스캔들에 ‘탄핵론’이 고개를 들면서 헤알화 가치가 급락한 것이다. 올 들어 국내에서만 2조원어치가 넘게 팔린 브라질 채권의 투자자들은 2013년과 2015년의 ‘반토막 악몽’을 떠올리며 불안감에 떨고 있다.

그러나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라는 것이 국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브라질 경제의 펀더멘털이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해졌기 때문에 충격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브라질의 정치가 보다 투명해져 브라질의 발전을 이끌 것이라는 낙관론도 제기됐다.



▶브라질 채권 투자열풍 올 들어 2조3000억 넘게 팔려

럭스멘이 국내 주요 증권사 자료를 종합한 결과, 7개 증권사가 올해 1~5월 중개 형식으로 판매한 브라질 채권 규모는 2조3133억원으로, 지난 한 해 중개한 8688억원의 2.7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다섯 달 동안 몰려든 투자 금액이 지난해 연간 투자 금액의 세 곱절에 가까웠다는 얘기다. 국내 판매중인 여러 신흥국 채권들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판매량이다. 집계 대상은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7개사다.

올해 브라질 채권 투자 열풍이 분 것은 지난해 채권 수익률이 연간 72%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예전엔 수천만원 단위로만 거래를 하던 금융회사들이 투자 최소 단위를 수십만원 단위로 낮춘 점도 투자자 저변을 넓히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현재 미래에셋대우의 브라질 채권 최소투자금액은 달러화 기준으로 500달러, 브라질 헤알화 기준으로는 1100헤알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최소투자금액으로 1만헤알화(369만200원)를 제시하고 있고, NH투자증권은 2만헤알화(738만400원)가 기준이다. 삼성증권은 5만헤알화(1845만 1000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원화기준으로 1000만원이다.

브라질 채권은 신흥국 특성상 10년 만기 국채의 표면금리가 연 10%대에 이르는 데다 헤알화 환율이 오르면 추가로 환차익도 얻을 수 있다. 특히 절세효과가 쏠쏠하다. 지난 2013년 브라질 정부가 토빈세를 폐지함으로써 이자소득과 매매차익, 환차익에 대해 한도 없이 비과세 혜택을 적용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금에 민감한 고액자산가들이 브라질 국채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다.



▶브라질 대통령 뇌물스캔들 직격탄

하지만 지난달 18일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의 뇌물 스캔들이 터지고 사퇴 압박 정국이 전개되면서 잘나가던 브라질 채권에 ‘찬물’이 끼얹었다. 이날 하루에만 주가가 8.8% 급락했고, 헤알화 가치와 국채값도 폭락했다. 이후 헤알화 가치와 국채값은 다소 회복했지만 정정불안 발생 이전보다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국내에 유통된 브라질 채권은 평가손실이 커지긴 했으나 대체로 만기가 임박하지 않아 현시점에서 고객이 매도하지 않는 한 손실이 현실화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브라질의 정정불안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그로 인한 ‘개혁의 지체’를 더 우려하고 문제시하고 있다. 테메르 정부는 그동안 재정균형을 위해 지난해 고강도 긴축 조치를 마련한 데 이어 올해는 연금 개혁과 노동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러한 개혁의 움직임이 브라질 경제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봤고 이에 브라질의 주식과 채권에 대한 ‘스트롱 바이(Strong Buy)’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하지만 예상 밖의 이슈로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이와 관련 브라질 연방선거법원은 지난 9일 2014년 대선 결과를 무효 처리해야 할 것인지를 놓고 재판을 열었으며, 재판관 7인 중 4명은 반대, 3명은 찬성 의견을 냈다. 재판 결과에 따라 테메르 대통령은 파면을 면하게 됐다. 임기를 채울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그러나 여론조사 지지율이 저조하다는 점은 테메르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다. 테메르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부정적’이라는 답변이 74.8%로 압도적(긍정적 6.4%, 보통 17.1%)이었다.

신환종 NH투자증권 글로벌 크레딧 팀장은 “테메르 대통령의 문제로 정치적 배경이 더욱 복잡해졌다”며 “테메르 대통령이 임기는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연금 개혁 등을 밀어붙일 힘은 잃었기 때문에 개혁이 차기 정권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당장 팔지 말고 채권 이자수익을 챙겨라”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 5월 말 통화정책회의(COPOM)에서 기준금리를 11.25%에서 10.25%로 100bp 인하했다.

새로운 기준금리는 지난 2013년 11월의 10.00%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올해 들어 4번째 금리 인하(올해 초 기준금리 13.75% 대비해 350bp 낮음)다.

테메르 대통령의 불법자금 연루설로 개혁 모멘텀이 약화돼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낮아졌으나 개선된 경제지표를 바탕으로 인하 기조는 지속되고 있다. 신환종 NH투자증권 글로벌 크레딧 팀장은 “올해 기준금리는 9%까지, 시장금리는 다시 10% 이하로 진입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채권 가격은 꾸준히 상승할 것이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브라질이 정치적 위기에 따른 자금이탈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그 기조는 유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공론이다. 1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경상수지 흑자, 4% 미만으로 하락한 인플레이션 등 주요 지표들이 개선된 까닭이다. 원자재 가격이 반등하면서 3월 경상수지 및 무역수지 흑자는 각각 14억달러, 71억달러를 기록했고 인플레이션은 4월 4.4%에서 5월 3.8%로, 중앙은행의 관리 범위 내로 하락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당장은 환매를 하지 말고 이자수익을 챙기며 상황을 지켜보라”고 권고한다.

‘충격’에 따른 손실이 발생하긴 했지만 단기적인 현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 팀장은 “연 10%에 달하는 이자수익을 3년 이상 챙기면서 장기적으로 브라질 경제 성장을 기다리는 것이 더 낫다”며 “당분간 환율이 반등하기는 어렵겠지만 워낙 금리 매력이 높은 채권이기 때문에 당장 던져 버리기보다는 갖고 있는 것이 이익”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 투자자들은 구조개혁과 관련된 정치적 변화를 지켜보면서 자산가격의 조정을 분할매수 기회로 활용할 것을 권유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핌코를 포함한 자산운용사들은 테메르 대통령의 부패 스캔들이 불거진 이후에도 계속해서 브라질 채권 매입을 권고, 매수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낙관론의 배경은 정정 불안과는 무관하게 조만간 경제 개혁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다. 실제로 정치 리스크가 불거진 뒤 브라질 채권시장은 수차례 조정을 맞았지만 급락은 단기 현상으로 마무리됐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추가 상승을 점치고 있다.

런던 소재 애쉬모어의 얀 덴 리서치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브라질 채권은 과거보다 투자 매력이 높다”고 평가했다.

정치권 스캔들에도 투자자들이 아랑곳하지 않고 브라질 채권에 몰려드는 것은 경제 개혁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테메르 대통령이 추진 중인 정책들은 결국 시행될 것이고 그 같은 조치들은 브라질 금융의 펀더멘털을 탄탄하게 다져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브라질 채권의 금리 매력이 투자자들을 유인하고 있다며 조정이 있을 때마다 뭉칫돈이 밀려들고 있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전했다. 핌코도 브라질 자산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리스크 프리미엄 측면에서 헤알화와 브라질 채권이 신흥국 자산들 가운데 가장 높은 투자 매력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지니 프리다 핌코 전략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고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 수요가 정치권 리스크를 누르는 형국”이라며 “여기에 차기 대통령에 개혁적인 인물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도 브라질 자산에 자금이 몰리는 배경”이라고 전했다.



▶높은 환변동성 리스크…헤알화 변동 주목해야

브라질의 성역 없는 부패 수사로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면서 전문가들은 당분간 헤알화 가치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원/헤알화 환율이 300원대 초중반에 머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2013년이나 2015년의 위기가 반복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도 “환율의 추가 급락은 여전히 주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경고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 이벤트에도 환율 위험은 여전히 상존해 있다”며 “브라질 채권의 경우 고금리라는 투자 메리트에도 불구하고 환율 급등락에 따른 부담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브라질 국채가 100% 환노출 상품인 탓에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브라질 국채를 환헤지하기 위해선 연 3% 이상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환헤지 상품도 없다. 헤알화의 변동성은 세계 최고 수준인 탓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브라질 채권 투자는 헤알화 투자나 마찬가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공 연구원은 “특히 브라질은 수년간 환율 변동성이 급등하는 흐름들이 주기적으로 반복됐다는 점에서 환율 불안을 투자 결정 시에 기대수익률에 반영해야 한다”며 “낮아진 기대수익률에 대한 부담이 큰 투자자(위험 선호가 낮은 투자자)의 경우 환율이나 채권가격 개선 요인이 발생할 경우 매도 기회로, 상대적으로 위험 선호가 큰 투자자들이라도 상당한 시차를 두고 분할 매수 차원의 접근을 권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2011년 1헤알에 650원이었던 원/헤알화 환율은 2015년 9월 284원까지 하락했다.
국내에는 이때 투자했다가 환 손실을 입어 ‘반토막’이 난 투자자들이 아직도 그때의 ‘악몽’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꼬박꼬박 이자를 챙겼더라도 환율 때문에 전체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투자자들이 상당수다. 정의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면 원자재 수출국인 브라질이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원/헤알화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효혜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2호 (2017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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