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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열음 “데뷔 6년차, 이제야 비로소 나를 찾았죠”
기사입력 2019.02.07 15:40:51 | 최종수정 2019.02.07 15: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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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열음(23·본명 이현주)이 이 겨울, 또 하나의 열매를 맺었다. 2013년 데뷔 후 줄곧 어둡거나 진지한 인물로 분해 대중을 만나온 그가 처음으로 선보인 ‘세상 밝은’ 캐릭터 한진미를 통해서다. 소속사(열음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선물해 준 예명처럼, 이열음의 열매는 여전히 풋풋하고 몽글몽글하지만 속은 알차게, 제대로 영글었다.

이열음은 최근 종영한 MBC <대장금이 보고있다>(연출 선혜윤)에서 한진미 역을 열연했다. <대장금이 보고있다>는 오로지 먹는 게 낙이고 먹기 위해 사는 삼남매의 로맨스, 먹부림(여러 가지 맛있는 음식을 보여주고 뽐내는 것. ‘멋부림’을 먹는 음식에 빗대어 만든 신조어)을 그린 작품. ‘대장금의 후손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라는 독특하고 유쾌한 상상으로부터 시작된 예능 드라마로 시청자에 신선함을 안겼다.



▶<대장금이 보고 있다> 한진미 역으로 열연

극중 한진미는 대장금의 28대손으로, 미식가 오빠 한산해(신동욱 분)와 절대손맛을 자랑하는 쌍둥이 동생 한정식(김현준 분)을 둔 절대후각의 소유자.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이 인상적인 인물이다. 데뷔 후 줄곧 정극에서 진지한 역할 위주로 활약했던 이열음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스무살 되던 해 선혜윤PD님이 ‘성인이 되기를 기다렸다’고 하시면서 예능 감독님으로서 미팅을 하고 불러주시니까 너무 신기하고 감사했죠. 하지만 처음 시작할 땐 너무 무서웠어요. 기존에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이기도 했고요. 그동안 어둡고 아픔 있는 캐릭터를 했었기 때문에 책임감은 생겼는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싶었죠.”

이열음은 <대장금이 보고있다>에 대해 “기분 좋게 경험하고 끝난 작품”이라며 눈을 반짝였다. 예능드라마라는 틀을 깬 장르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밝은 캐릭터도, 파트너와의 러브라인까지 모든 것이 이열음에겐 ‘신세계’였다.

“제대로 된 러브라인도 해보고, 내가 몰랐던 나를 발견한 것 같기도 해요. 한없이 밝은 캐릭터에 대한 두려움을 한 단계 깰 수 있게 됐죠. 망가지는 장면에서 어떻게 망가져도 다 이해해주시고 예쁘게 담아주셔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얼떨결에 부딪치게 됐는데, 잘 편집하고 포장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주로 정극에서 활약했던 이열음으로선 <대장금이 보고있다>의 촬영기법 자체도 신선했다. 이열음은 “보통 드라마는 카메라를 세워놓고 움직이지 않는 선에서 연기를 하는데 거기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진미의 움직임이 많은 게 너무 불안했어요. 그런데 예능 촬영팀이라 어디를 가든 아무리 많이 움직여도 ‘언제 찍었지’ 싶을 정도로 다 따라오시더라고요. 또 대사의 의미를 다 생각하고 카메라 구도를 알아서 다 찍어주셨어요”라며 놀라워했다.

“처음에는 ‘벌써 다 찍으셨다고?’ 싶을 정도였죠. 예능 촬영 하듯이, 방송에 넣을 장면을 다 확보했다고 하시니 따로 여러 번 연기할 필요도 없었어요. 오히려 연기할 때 ‘여러 번 찍는 것보다 한 번에 다 쏟아 부어달라’고 하셨죠. 웃기려고 여러 번 하다 보면 안 웃겨진다고 하셔서요. 실제로 그렇더라고요. 신기한 촬영이었죠.”

극중 한진미가 시종일관 망가지는 장면은 <대장금이 보고있다>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 포인트였다. 특히 절대후각의 소유자답게 코를 벌름거리는 장면이 종종 연출됐고, 좋아하는 사람 앞에선 코피가 몇 번이나 터졌다. 재미있는 장면의 연속인 만큼 실제 촬영 현장도 즐거웠다고.

“망가지는 포인트가 너무 확실했어요. 현실남매 포인트도 있었고, 코피 흘리는 장면도 많았죠. 콧구멍 벌름거리는 장면의 경우, 코앞에서 찍을 때도 있고, 줌 인을 해서 찍은 것도 있는데, 생각보다 안 부끄러웠어요.(웃음) 너무 코에 집중해서 처음에는 민망했는데, 감독님이 ‘어머 코도 예쁘네’ 하고 어색함을 풀어주시니까 완전 내려놓고 망가질 수 있었죠.”

진미 역을 맡은 뒤부턴 음식 냄새도 잘 알아차리게 되더라고. 이열음은 “실제로 촬영 없는 날 친구들이랑 뭘 먹으러 가면 메뉴부터 재료까지 냄새가 다 느껴지더라. 친구들이 ‘메소드 연기냐’며 신기해하기도 했다”며 “캐릭터에 신경 쓰고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고 쑥스러워 했다.

실제 편의점 음식을 활용한 ‘먹방 촬영’도 <대장금이 보고있다>의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평소에도 편의점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었다는 이열음은 기억에 남는 편의점 ‘띵조합(명조합의 신조어)’으로 ‘불닭볶음면’을 꼽았다.

“제일 맛있었던 건 첫 회에 먹은 불닭볶음면이었어요. 촬영하면서 처음 먹은 편의점 음식이었고, 예상하지 못한 맛이었죠. 촬영 전엔 ‘그렇게 맛있을까? 너무 매워서 내가 먹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이것저것 다 섞었는데도 너무 맛있는 거였죠. 드라마 사무실에 가보면 편의점 음식이 엄청나게 쌓여있었는데, 작가분들이 직접 연구해서 조합해보고 쓰신 것들이라 믿고 먹게 됐죠.”

극중 맛에 미친 삼남매 산해-진미-정식의 호흡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열음은 “남자형제 생기는 게 꿈이었는데 다 이룬 것 같다”며 “오빠(신동욱)는 오빠로서의 조언을 잘 해주는 모습이었고, 정식이(김현준)는 무슨 말만 하면 약올리면서 장난으로 무시했는데, 연기하면서 더 재미있게 풀어갈 수 있었다”며 웃어 보였다.

민혁(이민혁)과의 러브라인 역시 진미의 스토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 연습생 친구로 시작된 두 사람의 러브라인은 사내 비밀연애 하는 많은 이들의 열렬한 지지 속 ‘현실연애’를 방불케 하는 케미로 그려졌다.

“민혁오빠는 비투비 민혁 그 자체였어요. 실제로 아이돌이니까 아이돌 연습생에 대해 잘 아시고, 모자 쓰고 몰래 만나고 해서 극중 민혁이 아닌 진짜 큐브 연습생 이민혁을 본 기분이었죠. 연기도 굉장히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하시더라고요. 저도 그냥 친구 생긴 것처럼 편하게 얘기했고, 러브라인도 되면서 설레면서 촬영했던 것 같아요. 진짜 연습생으로서 몰래 연애하는 기분이었어요.(웃음)”

진미와 민혁의 애정전선이 진행되면서 등장한 키스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촬영 스케줄상 민혁 오빠와의 신을 몰아서 찍는 경우가 많았는데, 처음에 친해지기 전에는 좀 어색하기도 하더라고요. 스킨십도 몰아서 해야 해서 걱정했는데 민혁오빠가 첫 장면부터 잘 리드해주셨어요. 어색하지 않게 대해주시고 장난도 걸어주시니까 걱정했던 것보단 재미있게, 무사히 잘 찍고 넘어간 것 같아요.”

이민혁이 소속된 비투비 팬들의 응원에 놀라기도 했다고. 그는 “사실 민혁오빠 팬들이 무서웠고, 스킨십이 나오기 전엔 걱정도 됐는데 굉장히 성숙한 팬이라고 느꼈어요. ‘둘이 예쁘다’는 응원도 해주셨고 ‘실제로 저러면 쟤네 데뷔 못 한다’고 하면서 작품으로 대해주시는 데서 놀라웠죠. 진미도 작품 속 진미로 대해주셔서 신기하고 감사했어요”고 말했다.



▶18살에 데뷔해 주로 학생역할 맡아

열여덟 살인 2013년, 드라마 <더 이상은 못 참아>로 데뷔해 <중학생A양> <고교처세왕> <이혼변호사는 연애 중> <가족을 지켜라> <마을 아치아라의 비밀> <몬스터> <애간장> <엄마의 세 번째 결혼> 등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는 이열음.

<대장금이 보고있다>를 마친 소감을 묻자 “예전에 비해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작품과 캐릭터를 대하다 보니 하나하나 의미도 크고, 그만큼 아쉬움도 느껴진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연기를 조금 쉬어 보니 ‘내가 정말 연기를 좋아했구나’, ‘연기를 하지 않으면 공허하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몸은 힘들어도 즐겁고 바쁘게 일하면서 해왔던 게 감사하고 행복한 거구나 싶었죠. 열심히 해서, 이열음의 스물넷, 스물다섯 살의 모습을 많이 남기고 싶어요.”

<몬스터> 이후 1년 반 가량 뜻하지 않은 공백을 가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열음은 “아무래도 학생 역할을 많이 하다 보니 캐릭터 폭을 넓혀보기 위해 한동안은 미팅이나 오디션도 보지 않고 지냈어요. 그 사이 제가 이현정(이열음 본명)으로서도 어떻게 살아볼 수 있을지, 그런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생각하며 좋은 캐릭터, 좋은 작품을 기다렸죠. 자기개발 하는 시간도 가졌고요. 의도치 않게 쉬게 된 거지만 그 시간들이 오히려 저를 되돌아보게 하고, 배우 활동에 대한 절실함과 확신을 준 것 같아요. 더 늦게 알았다면, 그 사이에 했던 작품들에게 미안했을 것 같아요.”



▶데뷔 6년 만에 공백기 가지며 성숙하려 노력

그의 말처럼 공백기는 이열음이 한 발 성장하는 시간이었다. 데뷔 6년 만에 만난, 어쩌면 사춘기보다 더 지독한 질풍노도의 시간.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더 깊숙이 들여다봤단다.


“이전까지 저는 작품 속 캐릭터가 제 성격인 줄 알고 있었어요. ‘본인 성격과 캐릭터가 잘 맞는 것 같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런 것 같다고 해왔는데, 막상 작품 캐릭터들을 안 맡고 1년~1년 반을 지내니까, 제가 제 성격을 모르겠는 거죠. 사람들을 만났을 때, 웃어야 할지 웃지 않아야 할지도 모르겠고, 어색하게 대화하고, 눈도 잘 못 마주치고 그랬어요. ‘눈을 보고 얘기해야지’ 이런 이야기도 들었는데, 그게 어려웠어요. 나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고. 친구 사귀는 것도 어려웠어요. 이런 걸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눈을 마주치면서 이야기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이열음이 아닌 이현정으로서 느끼는 것들을 해보자 싶었죠.”

나 홀로 해외여행 등 혼자 하는 일들을 많이 경험했다는 이열음. 기억에 남는 순간은 고교 은사님으로부터 온 전화였다.

“제가 나온 여고 선생님께서 후배들에게 진로 강의를 해달라고 하셔서 교단에도 서봤죠. 주로 연예인 이야기를 하게 될 줄 알았는데,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후배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어떻게 하면 친구들이 인생의 좋은 결정을 할까 이야기해줬는데, 후배들이 줄 서서 꽃다발도 주더라고요. 그 시간을 통해 오히려 힐링을 받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자신을 돌아보며 연기에 대한 절실함을 더 갖게 됐다는 이열음. 그는 “예전엔 무조건 ‘잘할 수 있다’는 패기로 똘똘 뭉쳤던 것 같아요. 그런데 예전 작품을 보면 눈빛에는 아무 것도 없더라고요. 지금은 나를 믿고 맡겨주신 분들에 대한 책임감을 더 갖고 작품에 임하고 있어요”라며 눈을 반짝였다.

“저는 앞으로가 기대되고 설레요. 항상 되돌아보면 잘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 때 그 때 나름대로 고군분투를 했던 것 같아요. 여유가 없었어요. 무조건 급하게, 쫓기듯이, ‘잘 해야 하는데’ 하는 긴장만 하고 있던 것 같아요. 이제는 즐기면서 했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을 남겨놓을 준비가 된 것 같아요. 그런 기회, 그런 제 모습을 많이 남겨놓고 싶어요. 지나온 시간을 민망해하고, 한편으론 비웃어줄 수 있을 만큼 좋은 배우가 되겠습니다.”

[박세연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1호 (2019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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