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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승 특파원의 월스트리트 인사이트] 미중 후속 협상 앞에 가시밭길… 글로벌 경제 ‘살얼음판’ 화웨이 CFO 미국 인도 여부 등 미·중 갈등 곳곳에 지뢰밭
기사입력 2019.01.10 09:5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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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30일~12월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현재 세계의 역학구도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말 그대로 G20는 주요 20개국의 모임이지만 사실상 세계 1·2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동의 없이는 공동 성명조차 낼 수 없을 정도로 G2(미국과 중국) 입김에 좌지우지되고 있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요구로 ‘보호무역주의 반대’, 중국의 요구로 ‘불공정무역 반대’ 문구가 빠지면서 G20 정상회의 공동 성명이 채택됐다”고 전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고조로 인해 공동성명 채택이 불발될 가능성이 있었지만 서로 민감한 이슈를 제외하면서 합의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이번에 채택된 공동성명은 미중에 민감한 세계 무역 갈등 문제는 건드리지 않은 채 세계무역기구(WTO)의 개혁을 지지하는데 합의했다. 공동성명은 “세계무역과 투자는 성장, 생산성, 혁신, 일자리 창출과 개발을 위한 중요한 동력”이라며 “우리는 다자무역체제가 이 목적에 기여한 바를 인식한다”고 적시했다. 이어 “이 체제는 현재 그 목적을 달성하는 데 실패하고 있고, 개선의 여지가 있다”며 “우리는 WTO가 그 기능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개혁을 지지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G20 정상들이 G2의 민감한 이슈를 건드리지 않은 채 봉합하는 방식으로 공동성명 불발이라는 참사를 피하고 체면을 살렸지만 정작 전 세계 언론들은 공동성명보다 1일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간 업무 만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무역전쟁 이후 처음으로 대면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 회담 결과가 공동성명보다 갖는 ‘파워’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G20는 서방의 선진 7개 국가의 모임인 G7을 확대·개편한 세계경제협의기구로, 국제 금융위기의 재발을 방지하고 세계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1999년 발족했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정상급 회의로 격상됐다. 회원국은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이탈리아·캐나다(이상 G7) ▲러시아·한국·중국·아르헨티나·인도·터키·브라질·멕시코·호주·남아프리카공화국·사우디아라비아·인도네시아·유럽연합(EU) 의장국이다.

20개국 정상이 한곳에 모이지만 결국은 미국과 중국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새해 방미 예정 중국 류허 부총리

강경파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와 ‘케미’ 주목


실제로 12월 1일 미중 간 담판에서 ‘90일간 휴전’을 갖기로 합의하면서 전 세계는 ‘신냉전’을 피하게 됐다며 환호했다. 미중 간 담판 이후 열린 글로벌 주식시장은 일제히 상승세를 기록했을 정도다. 한마디로 G20가 논의한 여러 의제보다도 ‘G2 무역 담판’ 소식 하나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현실을 확인해준 셈이다. 문제는 이번 무역 담판이 ‘분쟁 불씨를 남긴 불안한 휴전’이기 때문에 미중 관계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중국 대표 정보기술(IT)회사인 화웨이의 런정페이 회장 딸이자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멍완저우 부회장이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지난 12월 1일 캐나다에서 체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글로벌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양국이 본격적인 후속 협상에 나서기도 전에 민감한 악재가 터지면서 가뜩이나 난항이 예상되는 양국 간 협상 지형이 더욱 복잡해졌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와 관련 지난 12월 1일 백악관 발표에 따르면 미국은 향후 90일 동안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또 미중이 앞으로 90일 동안 강제적인 기술 이전·지식재산권 보호·비관세장벽 등 문제에 대한 구조적인 변화를 위한 협상을 즉각 개시하되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중국산 수입품 2000억달러 규모에 대한 10%의 관세를 25%로 상향조정키로 했다. 한마디로 ‘조건부 휴전’으로, 쟁점 중 어느 하나라도 문제가 된다면 무역전쟁이 재개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강제적인 기술 이전·지식재산권·비관세장벽 등은 해결되기 어려운 과제들이다. 이러한 이슈들은 중국이 국가의 명운을 걸고 추진 중인 ‘중국제조 2025’ 프로젝트와 관련 있는 것으로, 중국으로선 양보하기 어려운 ‘핵심 가치’들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중국제조 2025’를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대체하거나 완화 또는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언제든지 상황이 변할 수 있다. 한마디로 미중 무역전쟁 사태 종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할 수 있다. 협상 전망과 관련해 ‘돌출 변수’로 떠오른 ‘멍완저우 사태’는 향후 미국 인도 이슈가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법원이 지난 12월 11일 멍완저우를 조건부로 석방하기로 했지만 그의 미국 인도를 위한 심리는 예정대로 진행될 계획이다. 그는 미국의 대이란제재를 위반할 목적으로 국제결제망에 접근할 수 있는 은행들을 속인 혐의를 받고 있다. WSJ는 “멍완저우가 미국으로 인도되면 수많은 범죄 혐의로 30년형을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또 새해 미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중 무역협상 중국측 대표 류허 부총리의 행보에도 전 세계 언론이 주목하고 있다. 당초 류 부총리는 30명으로 구성된 협상단을 이끌고 12월에 워싱턴DC를 방문할 것으로 전해졌지만 ‘멍완저우 체포 사태’ 등으로 인해 방미 일정이 늦춰진 것으로 관측된다. 일단 류 부총리의 방미가 무산되지 않고 늦춰진 것은 그나마 무역 협상 판을 깨지 않겠다는 양국 간 타협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서 또 다른 관심포인트는 새롭게 미국 측 협상 대표로 임명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류 부총리 간 ‘케미’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지난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반대하는 등 대표적인 대중(對中) 강경파로 “2019년 3월 1일이 단호한 최종시한”이라고 밝히는 등 중국을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월 11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필요시 시 주석을 다시 만날 것이라고 밝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나라에 좋은 일이라면 뭐든지 할 것”이라며 “역대 최대 무역 합의가 될 것이고, 국가안보에 좋다고 생각한다면, 필요시 분명히 개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간 후속 협상 ‘디테일’을 놓고 여러 차례 팽팽한 신경전이 예상된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그럴 때마다 금융시장이 큰 폭으로 출렁이는 등 글로벌 경제는 ‘살얼음판’을 걸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00호 (2019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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