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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 특파원의 일본열도 통신] ‘아마존 쇼크’에 휘청거리는 일본 유통업 의류·신선식품·헬스케어 시장 지각변동
기사입력 2018.03.09 11:4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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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에선 절대 팔지 않을 겁니다.”

유니클로를 생산하는 패스트 리테일링의 야나이 타다시 회장은 요즘 기회가 될 때마다 아마존을 언급한다.

칭찬을 하는 것은 아니다. 아마존 얘길할 때엔 목소리에 기합이 잔뜩 들어가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개성이 없다. 가치를 공유하지 못하겠다 등을 전면에 내세워 비판한다. 야나이 회장만이 아니다. 커밍아웃을 하듯 아마존 불가를 외치는 패션업체 경영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야나이 회장을 비롯해 패션업체들이 내세우는 아마존 불가의 이유는 “개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아마존에서는 브랜드의 가치가 제대로 드러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아마존에 납품하는 순간 브랜드의 이미지가 추락할 것이란 염려다.

야나이 회장은 유니클로를 처음 시작했을 당시 패션업계의 경직된 사고로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훈장처럼 말한다. ‘패션 편의점’을 만들겠다는 자신의 목표를 인정하지 않던 패션계를 자신이 장악했다는 자신감이다. 그러나 혁신을 말하며 등장한 아마존 앞에서 야나이 회장은 과거 자신을 비웃던 패션계의 대사를 반복하고 있다. 아마존의 공세가 그만큼 매섭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글로벌 유통 공룡 아마존이 일본 산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아마존이 영역을 넓혀가면서 해당 산업에선 사업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새해 벽두부터 아마존과 일전을 준비하고 있는 곳은 일본 패션 업계다. 아마존은 이미 작년 가을께 사이타마에 이어 오사카까지 초대형 의류 물류 창고를 만들었다. 올봄엔 상품 촬영 등을 위한 스튜디오도 도쿄 시내 한복판에 문을 연다. 축구장 한 개보다 조금 더 넓은 7500㎡(약 2268평)로 미국, 영국 등 다른 아마존 패션 스튜디오보다 더 크다. 연간 100만 건의 촬영이 가능하다는 게 아마존의 설명이다.

공을 들이는 이유는 자명하다.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패션 시장 규모는 지난 2013년 15조5783억엔 규모(약 156조원)였던 것이 2016년엔 13조9954억엔으로 3년 새 10%가량 줄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온라인 판매 시장은 1조1637억엔에서 1조5297억엔으로 31%나 커졌다.

증가했다지만 여전히 전체 시장 내 비중은 11%도 안 되는 수준이라 스타트업들의 춘추전국 시대였다.

이 시장에 거대 글로벌 기업이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기존 업체들은 말 그래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소비자 입장에선 즐거운 변화지만 기업들 입장에선 죽을 맛이다. 연매출 2000억엔이 넘는 온라인 패션몰 1위인 조조타운에서는 치수 측정용 수트를 무료 배송하고 있다. 입으면 수트에 장착된 센서들로 사이즈를 재주는 식이다.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 사이즈 측정이 어렵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현재 전체 일본 매출 중 온라인 비중이 7%에 그치고 있는 유니클로에서는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또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태그를 스캔하면 자동 결제가 되는 시스템 등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대책은 쏟아지고 있지만 똑 부러지는 대응책은 아직 없다.

패션에 앞서 아마존의 공세에 직면했던 산업은 유기농 신선식품 배달 시장이다.

아마존이 지난 4월 ‘아마존 프레시’라는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경쟁이 시작됐다. 당시엔 일본 유통업체들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러다 아마존이 미국에서 고급 식료품 체인인 홀푸즈마켓을 137억달러(약 15조원)에 사들이는 등 식품 사업을 확장하면서 사정이 바뀌었다.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판단한 일본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관련 서비스 확충에 나섰다.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대형마트 이토요카도의 모회사인 세븐아이홀딩스는 작년 말 대형 통신판매 업체인 아스쿨과 공동으로 ‘IY프레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작년 7월 유기농 식품 온라인판매 최대 업체인 오이식스는 카탈로그 기반 2위 업체인 ‘대지(다이치)를 지키는 모임’과 합병했다. 각각 14만 명과 10만 명의 회원을 가진 두 회사는 합병을 통해 아마존과의 협상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아마존 진출의 이유는 역시나 시장이 커지고 있어서다. 일본 야노경제연구소의 전망에 따르면 2015년 3조3768억엔이던 식품배달 서비스 시장은 오는 2020년에는 3조9734억엔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돈으로 치자면 5년 새 6조원가량 규모가 커지는 셈이다.

여유를 부리던 유통업계에서도 난리다. 아마존 이펙트가 지난해 일본 히트상품 1위에 오를 정도로 거세게 몰아치면서 부랴부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온라인 업체와 오프라인 업체가 제휴에 나서는 식이다. 소프트뱅크와 야후는 일본 대형마트업체인 이온과 제휴를 추진 중이다. 일본 포털시장 점유율 1위인 야후는 한국의 네이버 쇼핑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약 65만 개의 매장이 있지만 대기업과의 협상력이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또 오프라인 매장이 없다. 이 두 가지를 이온을 통해서 채울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라쿠텐이 월마트와 제휴를 발표했다. 월마트가 소유한 세이유와 함께 온라인슈퍼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서는 “이러한 노력들이 과연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놨다.

아마존이 다음 타깃으로 잡은 헬스케어 시장은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 같다.

1월 말 아마존은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와 미국 최대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와 손잡고 “직원들의 의료비용을 낮추기 위해 이윤에 얽매이지 않는 헬스케어 법인을 공동 설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1차적으로 3사 임직원 120만 명을 대상으로 의료보험 상품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3대 공룡이 직원들에 만족하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다. 이들의 발표가 나온 후에 미국 헬스케어 업체들의 주가가 급락한 것도 이를 방증한다. 미국과 달리 일본은 국민건강보험 체계가 워낙 잘돼 있어 직접 보험으로 들어오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아마존의 홀푸드 인수가 일본 신선식품 업계와 관련 업계의 지각변동을 불러왔듯이 이번엔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다.

헬스케어 후엔 또 다른 산업이 아마존 이펙트에 맞서게 될 것이다.

아마존이 모든 분야에서 승리할 리는 없다. 그러나 아마존과의 일전은 기존 업계에 매우 가혹한 변화를 요구할 것이다. 일본 기업들이 아마존 이펙트에 긴장하는 이유다.
한국은 아직 아마존의 태풍에 노출되지 않다 보니 여유로운 표정을 짓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아마존은 이미 해외직구 등을 통해 소비자의 생활 속으로 파고들었다. 넋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0호 (2018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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