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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진훈 칼럼] 치킨은 정치財?
기사입력 2018.05.02 17: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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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간식 치킨값 인상이 국민이슈다. 국내 간판급 치킨 프랜차이즈인 교촌치킨이 5월부터 배달 주문 땐 건당 2000원씩 배달료를 받겠다고 발표한 게 도화선이 됐다. 발표 당일이 하필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심 선고일인 4월 6일이었다. 사실상의 치킨값 인상을 물타기 하려고 교촌 측에서 분주한 날을 잡은 것은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당일 네이버 다음 등 포털에서 댓글이 더 많이 달린 것은 배달료 기사였다. 일각에선 “배달료 2000원이 박근혜 24년형을 눌렀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당일에만 달린 1만여 개 댓글 가운데 대부분은 배달료 신설을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국민청원을 접수하는 청와대 게시판에서도 치킨값 인상은 여전히 핫이슈다. 4월 말 현재 ‘치킨값’에 관련된 국민청원만 15건 가까이 올라와 있다. 물론 상당수는 ‘배달료 징수는 꼼수인상이다. 치킨값 상한제를 도입하라. 원가를 공개하라’ 등 인상에 반대하는 내용들이다. 간혹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등이 올린 정반대 호소문도 눈에 띈다. ‘최저임금 인상 탓에 자영업자들이 줄도산할 판이다. 최고 16.5%(카드수수료 등 간접비 포함) 폭리를 취하는 음식 배달앱에 법정수수료 상한선을 도입하라’는 내용들이 주류다. 솔직히 요즘 식료품이나 생필품값은 안 오른 게 없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김밥값은 전년동기 대비 5.9% 상승했다. 짜장면(4%), 삼겹살·비빔밥(3.%), 칼국수(3.2%), 삼계탕(3.1%) 등도 줄줄이 인상됐다. 밀 등 원자재값 상승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최저임금 인상 영향이 커 보인다. 법정 최저임금이 올해부터 시간당 6470원에서 7530원으로 16.4%나 뛰었으니 당연한 결과다. CJ CGV를 필두로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은 영화관람료를 1000원씩 줄줄이 인상했다.

영화도 국민 소비재인데 가격인상에 대한 저항이 치킨만큼은 크지 않은 것 같다. 실제 청와대 게시판에도 영화관람료를 내려 달라는 청원은 4월 말 현재 3건 정도에 불과하다. 영화관람료는 최근 수년간 살금살금 올랐지만 치킨값은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가까이 못 올린 브랜드들이 많은데도 말이다. BBQ치킨이 지난해 5월 총대를 메고 9년 만에 2000원 인상을 단행했다가 한 달 만에 철수한 경험도 있다. 공정위가 가맹본부에 대해 직권조사에 나설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한 영향이 컸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일성으로 “을(乙)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며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와 전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프랜차이즈업의 대명사가 치킨점이다 보니 치킨값도 집값 못지않은 정부의 핵심 관리대상이 됐다. 치킨이 어쩌다 공공재를 넘어 정치재(財) 반열에 오른 셈이다. 물론 유권자 가운데 치킨 마니아들도 많을 테니 여의도에선 환영받을지 모른다.

하지만 치킨값 통제는 전형적인 갑을문제와는 꽤 거리가 있어 보인다. 피해가 오히려 가맹본부보다 최저임금 등 원가상승에 신음하는 가맹사업자, 즉 을(乙) 쪽에서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특히 배달료 급등이 만병의 근원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르릉 등 대행업체에 맡기면 치킨 한 마리를 배달하는 데 평균 3000원 정도 든다. 배달알바를 고용하면 건당 1000원 정도면 가능한 시절도 있었지만 이미 먼 옛날 얘기다. 그런 알바생들이 지금은 배달앱과 제휴한 전문 배달업체로 싹 옮겨가 버렸다. 주문물량이 훨씬 많고 건당 배달료도 더 비싼데 굳이 가맹점 알바로 묶여 일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결론은 정부가 원가상승이 어디서 발생했는지부터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가맹점주들이 주장하는 대로 신종 슈퍼갑(甲)으로 부상한 배달앱들의 폭리가 심하다면 수수료율 적정여부를 점검해 봐야 한다.
무엇보다 소비자들도 ‘배달료=공짜’라는 생각을 버려야 할 때가 점점 다가오는 것 같다. 배달앱들도 아직 큰 이익을 못 내는 걸 보면 각종 할인 등으로 혜택을 본 것은 역시 소비자들인 듯싶다. 선진국처럼 피자 배달직원에게 팁까지는 못 주더라도 눈비 오는 궂은 날에도 배달주문을 많이 한다면 방문 고객보다는 돈을 더 내는 게 시장논리에도 맞다.

[설진훈 LUXMEN 편집인·편집장]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2호 (2018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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