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신청

[년 월 제 호] 프린트 이메일 전송 리스트
세계 각국의 다양한 풍속 새해에 韓떡국, 中생선, 獨족발 먹는 이유
기사입력 2018.01.05 17:05:36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새해 소망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금을 통해 변치 않는 공통분모도 있다. 한 해 동안 건강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꿈이다. 그리고 이런 희망을 새해 음식에 담아 먹는데 그 이유가 단순한 재미에 얼핏 미신처럼 들리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고유의 민속적, 문화적 배경이 있다. 여러 나라의 새해 음식, 무엇을 먹으며 어떤 의미가 있을까.

먼저 중국은 우리가 음력 새해인 설날, 떡국을 먹는 것처럼 춘절에 만두를 먹지만, 그 외에도 빠지면 서운한 요리가 있다. 바로 생선이다. 춘절 식탁에 웬만하면 생선요리는 반드시 차리는데 지역마다 선호 생선이 조금씩 다르다.

상하이에선 조기를 많이 먹는다. 이유는 조기에서 금빛이 나는 데다 중국어 이름이 황화위(黃花魚)이기에 황금이 연상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새해 조기를 먹으면 황금이 들어온다는 의미가 있다. 민물생선 중심인 베이징은 잉어가 주류다. 중국인들이 잉어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리위(鯉魚)라는 한자 이름이 이익(利益)과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익을 많이 내고 이로운 일이 생기기를 소원한다는 뜻이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물고기를 먹는데 메기도 인기 생선 중 하나다. 메기는 녠위(鮎魚)라고 읽으니 한 해 동안 여유 있으라는 말(年餘)과 발음이 같고, 붕어는 지위(鯽魚)라고 하는데 길하다는 지(吉)와 발음이 같다. 새해에 먹는 연어(鰱魚)는 해를 연이어 여유가 있으라는 뜻(連年有餘)이고 병어(鯧魚)는 가문이나 집안이 번성하는 뜻의 창성(昌盛)과 발음이 같아 인기가 있다.

생선 이름에서 의미를 찾는 중국의 새해 소망이 재미를 넘어 지나치다 싶지만 춘절에 생선을 먹는 이유가 단순히 말장난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 중국 문화에서 물고기는 단순한 생선,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축복과 경사, 다산과 다복, 풍년과 풍요, 희망과 행운의 상징이다. 심지어 공자조차도 장남의 이름을 잉어라는 뜻인 공리(孔鯉)라고 지었을 정도다. 중국인은 물고기에 대해 왜 이렇게 환상을 품게 됐을까. 중국에는 분명 물고기 숭배문화가 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물고기를 신성시했던 토템신앙이 한 축을 차지한다. 단군신화를 토대로 보면 한민족이 곰의 후손이고, 그 배경에 곰 토템이 자리하고 있는 것처럼 중국인은 자신을 물고기 후손으로 여긴다. 중국인은 용의 자손이라고 주장하지만, 용은 물고기의 변형된 형태다. 잉어가 용문을 뛰어 넘어 용이 됐다는 등용문(登龍門)의 전설을 비롯해 중국 고전에 보이는 수많은 물고기 관련 고사들이 물고기 토템의 변형된 원형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중국인들이 새해 소망을 생선요리에 담는 배경이다. 유럽에서는 새해에 돼지요리를 먹는 나라가 적지 않다. 독일도 그중 하나로 새해에는 특별히 소시지와 햄, 혹은 슈바인스학세라는 족발을 먹는다. 이탈리아도 잠포네가 새해 음식이다. 족발 혹은 족발로 만든 소시지다. 새해 벽두부터 왜 하필이면 족발일까. 유럽, 특히 게르만 민족 계통의 국가에서는 돼지가 행운을 가져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흔히 돼지는 먹성이 좋고 새끼도 많이 낳기에 풍요와 번영, 다산의 상징으로 삼았고, 먹이를 찾을 때 주둥이로 앞을 헤치며 나가기에 중단 없는 전진을 기원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이상의 민속적인 배경이 있다. 돼지가 행운을 상징하게 된 것도 역시 고대 게르만 민족의 토템신앙에서 비롯된 풍속으로 본다. 독일을 비롯한 중부 유럽과 스칸디나비아 반도에는 돼지 토템이 널리 퍼져 있다. 그런 만큼 고대 게르만 민족은 자신들을 돼지의 자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야생 멧돼지를 신성한 동물로 여겼고 더불어 집돼지까지 부와 행운의 상징이 됐다. 새해 음식뿐만 아니라 새해에 아이들에게 돼지 저금통을 선물로 주는 풍속도 여기서 비롯됐다. 게르만 언어에서 발달한 영어와 독일어 숙어에서도 이런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영어 속담에 ‘클로버 풀밭의 돼지(Pig in Clover)’는 경제적으로 풍족함을 상징한다. 행운의 클로버와 행운의 돼지가 겹치면서 부를 상징하는 속담이 됐다. 독일어에서 ‘돼지를 품는다(Schwein Haben=to have a pig)’는 말도 행운이라는 뜻으로 통한다. 돼지를 풍요의 상징으로 삼았던 풍속에서 비롯된 속담이다.

우리는 새해 음식으로 삼겹살을 먹지 않지만 알게 모르게 돼지에게 소원을 빌고 돼지를 행운의 상징으로 삼는다. 돼지머리 고사가 대표적 사례다. 왜 하필 돼지머리를 놓고 고사를 지낼까. 우리 신화나 설화에서 돼지는 특별한 동물이었다. 하늘과 인간을 이어주는 소통의 매개체다. 역대 수도 중 돼지가 정해준 곳이 두 군데나 있고, 돼지가 점지해 준 임금도 두 명이나 된다. 첫째가 고구려 두 번째 수도인 국내성이다. 삼국사기에 기록이 나온다. 고구려 유리왕 21년, 서기 3년에 제사에 쓸 돼지가 달아났다. 쫓아가 돼지를 잡고 주변을 둘러보니 지형이 깊고 험한데 땅은 곡식 키우기에 알맞았다. 그리하여 왕이 서울을 졸본성에서 이곳으로 옮기니 지금 중국 즙안현이 국내성이다. 고구려 10대 왕인 산상왕은 아들이 없었다. 즉위 12년, 제사에 쓸 돼지가 남의 집으로 도망갔다 잡혔다. 그 집에 절세미인이 살고 있었다. 소식을 들은 왕이 여인의 집을 찾아가 합방해 아들을 낳았다. 왕이 기뻐하며 이름을 교체(郊彘)라고 지었다. 돼지라는 뜻인데 제 11대 동천왕의 이름이다.

고려사(高麗史)에 따르면 고려 수도 개성도 돼지가 정해 준 곳이다. 태조 왕건의 할아버지 작제건이 서해 용왕을 도와 주고 그 딸과 결혼했다. 장인인 용왕에게 신령한 돼지를 얻어 집으로 돌아갔는데 돼지가 집에 들어가기를 거부하고 송악산 기슭에 가 누웠다. 그러자 작제건이 그곳에 새 집을 지었는데 훗날 고려 왕궁터가 됐다. 고려가 도읍지를 개성에 정한 내력이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왕이 될 때도 돼지의 계시가 있었다. 조선 건국 전에 여러 조짐이 있었다. 어떤 사람이 이성계를 찾아와 진귀한 책을 바치며 그 속에 ‘이 씨 성을 가진 사람이 하늘에서 돼지를 타고 내려와 삼한의 영토를 바로 잡을 것’이라는 글이 실려 있다고 전했다. 조선왕조실록에 나오는 기록이다.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 우리 정사(正史)에서도 이렇게 돼지는 하늘의 뜻을 인간에게 전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니 새해 초, 돼지 꿈 꾸기를 빌어 볼 만하다.

일본은 새해 초, 오세치 요리를 먹는다. 검은 콩, 청어 알, 멸치조림, 어묵, 연근과 새우, 밤경단, 다시마까지 다양한 음식을 찬합에 담아 먹는다. 유래는 오곡을 지키는 신을 맞이한다는 의미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신을 맞이하는 음식인 만큼 당연히 건강과 재복을 비롯해 여러 가지 소망을 담았다. 노란 색 밤경단은 황금색인 만큼 먹으면서 재운이 깃들기를 빈다는 뜻이고, 새우는 허리가 구부러지고 수염이 길게 났으니 노인을 상징하기에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다. 멸치는 옛날에는 밭의 비료로 사용했기 때문에 풍작을 기원하는 의미가 있고, 연근은 구멍이 숭숭 나 있기에 구멍을 통해 미래를 볼 수 있어 지혜를 상징한다. 검은 콩을 먹는 이유는 콩이 일본어로 마메(まめ)인데 충실(忠実)하다는 말과 발음이 같아 일 년 동안 성실하게 살라는 뜻이 있다. 사물 하나하나에 신이 있다고 믿는 신의 나라, 잡신이 많은 일본답게 찬합에 담긴 오세치 요리에도 꽤나 다양한 소원을 담았다.

미국도 새해 콩밥을 먹으며 행운을 빈다. 한 번도 본 적 없다는 사람도 많겠는데 사실이다. 호핑 존(Hopping John)이라고 조지아를 비롯한 미국 남부 일부 지역에 국한된 풍속이다. 주로 동부 콩에 쌀과 채소를 섞어 요리한다. 새해 이 음식을 먹으면 행운이 깃든다는데 그 유래는 슬프기가 짝이 없다. 남북전쟁 때 북군이 초토화 작전을 펼쳤다. 남부를 철저하게 불태웠는데 유일하게 남겨 둔 것이 동부콩과 순무 이파리였다. 강낭콩과 완두콩은 빼앗고 동부콩만 남긴 이유는 당시 동부콩은 곡식이 아니라 동물 사료였기 때문이다.

순무 이파리도 사람이 먹지 못한다고 생각해 없애지 않았다.
폐허 속에 남겨진 남부 주민들은 흑인, 백인 가릴 것 없이 가축사료인 동부콩과 밭에 버려진 순무 이파리를 주워 먹으며 버텼다. 목숨을 살린 음식이었기에 이후 남부에서는 콩밥인 호핑 존을 먹으며 행운을 비는 풍속이 생겼다. 그러고 보면 진정한 행운은 꿈과 희망을 담아, 시련을 이겨 냈을 때 찾아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8호 (2018년 01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계절의 왕’ 봄이 반가운 컨버터블

갈팡질팡하는 증시, 미래에셋롱숏펀드 다시 뜨나

4~5인 가족을 위한 안성맞춤 Family Car

좀 더 커진 ‘MINI 클럽맨’ 타보니-골프백도 너끈한 패밀리카

[Watch Special] 男과 女


경제용어사전 프린트 이메일 전송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