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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서의 뉴 애브노멀 시대 경제] 부동산 투기 vs 투자
기사입력 2017.09.01 10:4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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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8·2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내놓았다. 강도가 상당히 세다. 그동안 한 번이라도 들어 보았던 정책은 모두 포함되었다. 그래서 이번 대책을 부동산 규제 종합선물세트라 칭하기도 한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도 시장이 안정화되지 않을 경우 더 강한 대책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보유세와 분양가상한제, 다주택자 임대사업자 의무 등록 등이 그것이다. 이른바 ‘부동산과의 전쟁 시즌 2’가 개막된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정책이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의견이 나뉜다.

공급 위주의 정책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주장과 금리인상으로 인한 자산 가격 하락 추세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사실 부동산은 우리나라에서 재산 증식의 가장 확실한 수단이었다. 오늘날 소위 흙수저 출신 금수저는 일부 전문직업인이나 창업자를 제외하면 대부분 부동산을 통해 부를 축적한 경우다. 심지어 초등학생의 장래희망이 건물주인 나라이다. 이 같은 부동산 불패신화가 저상장이 일반화된 뉴 애브노멀 시대에도 과연 지속될 수 있을까?



▶투자와 투기의 차이

전문가들은 몇 가지 기준을 두고 부동산 투자와 투기를 구분한다. 실수요자, 관리 가능한 경제적 부담력, 이용 및 관리할 의사, 예측 가능한 이익, 합리적 시장가격, 보유기간, 커뮤니티에 대한 공헌 여부 등이 그것이다. 즉 가능한 대출상환 능력하에서 어느 정도의 이익을 창출할 것을 기대하며 실제 일정기간 이상 활용할 목적으로 부동산을 취득한다면 그것은 투자행위가 되며 그렇지 않은 경우 투기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예측 가능한 이익이나 시장가격은 어떻게 산출하는가? 관리 가능한 대출범위는 어느 정도이며 얼마 동안 보유하거나 활용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기간인가? 객관적 기준이 모호하다. 하지만 정부 정책을 곱씹어보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다주택자 범위, DTI·LTV 비율, 2년 거주, 투기 또는 투기과열지구 요건, 양도세율 등이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는 객관적 기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일부 계층들은 부동산 투자를 하고 있는데 투기꾼으로 몰아간다고 분개하고 있다. 또한 여유자금을 부동산 말고 어디에 투자하냐고 반문한다. 이들의 행위가 앞에서 논의한 투자와 투기 구분상 어디에 해당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재테크 수단으로서의 부동산

부동산은 재테크 수단으로서 정말 훌륭한 자산일까? 과거 역사적 수익률만 놓고 보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가장 대표적인 재테크 수단인 부동산과 주식을 비교해 보자. 1986년부터 (부동산 통계를 공식적으로 집계한 연도) 올 7월까지 31년간 서울 아파트 매매지수는 4.99배 증가한 반면 종합주가지수는 14.98배 상승했다. 주식이 부동산에 비해 3배 이상의 수익을 창출한 셈이다. 이를 월 단위로 계산하면 주식의 월 평균수익률은 1.03%인데 반해 부동산은 0.44%이다. 부동산 투자자들이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위험을 고려한 수익률을 산출해 보면 결과는 달라진다. 투자 시 수익률과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 바로 위험이다. 투자 세계에서 위험은 가격의 변동 정도를 나타내는 표준편차를 통해 측정된다. 월 수익률의 표준편차의 경우 주식은 8.09%인 반면 부동산은 1.47%에 불과하다. 웬만하면 부동산은 하락하지 않는다는 부동산 불패 신화가 맞아 떨어지는 순간이다. 따라서 위험 조정 수익률(수익률/위험)은 부동산 0.30, 주식은 0.13으로 부동산이 압승하게 된다. 더구나 부동산 수익률에서 임대소득이 제외되어 있다. 물론 주식도 배당소득이 있기는 하지만 임대소득률에 비하면 대단히 낮다. 또한 기간을 1986년 이전으로 확장하면 부동산을 통한 수익률은 더 높아진다. 부동산은 개발 경제 시대의 총아였기 때문이다. 특히 강남 등 특정 지역의 상승률은 서울지역 평균을 압도한다. 강남 재건축의 바로미터인 은마아파트의 경우 지난 1980년 구 31평의 분양가가 은행융자 포함 2097만원이었다. 대책 발표 이전인 지난 7월 동일 평형 아파트가 13억5000만원에 다수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40여 년간 수익률은 65배에 달한다. 부동산에 목메는 이유이다. 이에 따라 2016년 말 현재 우리의 가계 자산 구성비율은 부동산 76%, 금융자산 24%로 부동산이 압도적으로 높다. 부동산 35%, 금융자산 65%인 미국의 가계 자산 구성비율과 정반대이다. 부동산 버블 붕괴로 수십 년째 고통받고 있는 일본도 부동산 44%, 금융자산 56%로 금융자산 비율이 더 높다. 영국·독일·프랑스 등 유럽지역 국가들은 과거에 비해 부동산 비율이 증가하고는 있지만 아직 우리만큼은 아니다.



▶부동산은 공공재인가

재테크 수단으로 부동산이 다른 자산에 비해 월등히 훌륭하다면 부동산에 올인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한국은 자유민주주의를 토대로 한 자본주의 국가로 내가 내 돈으로 재테크를 하겠다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부동산을 포함한 토지는 사유 재산이지만 일종의 공공재적 성격도 가진다는 사실이다.

소유의 정당성은 자산 취득 시 다른 사람을 불리하게 하지 않아야 보장된다. 따라서 정당한 소유는 생산과 자발적 교환이 전제되어야만 가능하다. 그러나 부동산의 근간이 되는 토지는 생산되는 대상이 아니다. 그러므로 토지 등 제한된 자연자원에 대해서는 소유라는 개념을 적용하기 어렵다. 즉 자연자원에 대해서는 소유가 아닌 모든 이들이 균등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부동산이 공공재적 성격을 갖는 이유이다. 다만 토지의 경우 그 특성상 단독 사용이 더 적절할 수 있다. 주택 등 사적인 생활이 보장되어야 하는 공간은 공동으로 사용하기 어렵고, 농지의 경우 단독으로 사용할 때 생산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

또한 오랜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토지는 개인의 소유가 보장되어 왔다. 토지가 사적 재산도 될 수 있는 이유다. 이같이 부동산은 공공재적 성격을 띠고 있지만 특정인에게 사유화의 방법을 통해 우선 사용권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부동산이 공공성을 근간으로 한 소유권을 보장받는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먼저 모든 사람들에게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균등하게 배분하여야 한다. 또한 과도한 이익은 세금의 형태로 환수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지나친 우선권 사용을 통한 시장 교란행위는 금지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여러 가지 정책들을 통해 시장에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뉴애브노멀 시대의 부동산 시장

저상장이 고착화되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뉴애브노멀 시대에도 부동산은 과거와 같은 영예를 누릴 수 있을까? 강남 불패, 부동산 불패가 가능했던 이유는 개발경제 체제하에서 높은 경제성장률이 뒷받침해 주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개발도상국에서는 부동산이 주요 투자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성장률 3% 미만의 만성적 경제 불황 시대에 이것이 가능할까? 더구나 생산가능 인구가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는 현실에서 1인 가구 증가, 외국인 유입, 표준화된 아파트가 주류라는 미사 조건을 아무리 추가하더라도 부동산 시대가 지속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혹자는 런던·홍콩·뉴욕의 예를 들며 세계적 대도시의 경우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치솟고 있어 국내 부동산 가격은 오히려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일견 맞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는 세계 금융위기 이후 공급된 풍부한 유동성을 근간으로 만들어진 일시적 거품 성격이 짙다.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이들 지역의 부동산 가격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들 지역은 내국인뿐 아니라 해외 자산가들의 투자가 많아 하방 경직성이 존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오버슈팅이다. 특히 뉴애브노멀 시대에 이 같은 쏠림 현상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단기적 수익, 과도한 이익, 매점매석을 통한 부동산 투기는 시장교란으로 인한 경제적 효율성을 훼손하며 불로소득으로 인한 근로의욕 저하와 빈부격차를 초래한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상위 10%가 보유하는 부의 집중도가 대공황 이후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것의 중심에는 부동산 투기가 있다.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되기 위해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가 어느 정도 예상되는 대목이다.

대부분의 호수는 염분이 거의 없는 담수호이다. 이 담수호에 염수가 침입하게 되면 담수호의 물은 오염되어 식수원으로 활용할 수 없게 된다. 급진적이고 과도한 투기세력은 염수의 역할을 한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것은 만고의 진리이다. 과열된 경우 미래에 발생할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선행적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공공재적 성격을 감안하는 동시에 사적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 방향에서 정부의 효율적인 부동산 대응전략을 기대해 본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4호 (2017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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