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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되는 법률이야기] 디지털세 과세? ‘BEPS’ 먼저 따져봐야
기사입력 2020.11.03 14:5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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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국가들은 제조업 같이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 공장을 두거나 종업원을 고용하는 등 상당한 수준의 인적, 물적 설비를 필요로 하는 전통적인 사업을 전제로 조세 체계가 짜여 있다. 가령 A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 B국에 일정한 물리적인 장소를 설치하고 그곳에서 중요한 사업활동을 수행하는 경우에는 B국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서 B국이 과세권을 행사하지만, 만약 그러한 사업 장소 없이 B국에서 사업을 수행한다면 굳이 B국이 과세권을 행사하지 않고 본사가 있는 A국에서 과세하도록 한 것이다. 이처럼 B국에서 과세권을 행사하기 위한 요건 해당하는 물리적인 사업 장소를 ‘고정사업장(Permanent Establishment, 줄여서 PE)’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고정사업장을 사업소득의 과세기준으로 채택한 것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반이다. 당시에는 인력이 국가를 넘나드는 데 제약이 많았고, 기계장치나 설비가 자유롭게 이동할 만큼 기술이 발달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의 노동력을 이용하고 사업장을 유지할 필요가 컸다. 그런데 제도의 변경과 기술의 발전으로 인력과 설비의 국가 간 이동이 점차 자유로워지면서 과거의 전통적인 고정사업장 과세 제도로는 소득이 발생하는 국가에서 과세할 수 없는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나라에 인력이나 고정된 사업장소 없이도 사업활동이 가능하게 되었고, 이로써 ‘수익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원칙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 클라우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IT 기업들은 그 사업의 특성 자체가 그 나라에 물리적 사업장소나 인력을 두지 않고도 얼마든지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B국에서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음에도 고정사업장이 없다는 이유로 B국은 과세권을 전혀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고, 전통적인 제조업과 IT 사업 간의 과세형평성 문제, 국내 IT 업체와 글로벌 IT 업체 간의 과세형평성 문제 등을 야기하기에 이르렀다. 디지털세는 바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고정사업장 유무와 상관없이 매출을 발생시키는 글로벌 IT 기업들에 대해서 수익이 발생하는 국가에서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고안된 조세다.

▶BEPS-국제적인 조세회피 행위

BEPS는 ‘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의 앞머리를 따서 만든 약어다. 쉽게 말해 국제적인 조세회피 행위를 의미한다. 가령 계열회사들 간의 거래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정하여 세율이 높은 국가에 소재하고 있는 계열회사의 이익을 줄여 세율이 낮은 국가 소재 계열회사의 이익을 이전한다거나, 고정사업장을 인위적으로 회피한다거나 하는 등의 행태를 말한다.

이와 같은 다국적기업들의 국제적인 조세회피 행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가들 간에도 공조가 필요하다. 과거에도 이에 관한 논의는 있었지만, 금융위기로 촉발된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하여 경기부양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부은 국가들의 재정 부족과 디지털 경제 규모가 커짐에 따라 소득이 발생한 국가들의 과세권 잠식이 맞물리면서 그 필요성이 절실해졌고, 이는 2013년 멕시코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서의 BEPS 방지 필요성 선언을 시발점으로 하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도의 BEPS 방지를 위한 논의를 촉발하게 된 것이다.

이후 OECD에서는 수년간의 논의와 협의를 거쳐 2015년 10월에 BEPS 방지를 위한 15개의 세부과제(Action Plan)를 발표하였고, 그해 11월에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서 이를 승인했다. 위 15개의 세부과제 중에서 제일 먼저 등장하는 것이 바로 ‘디지털 경제(Action 1: Addressing the Tax Challenges of the Digital Economy)’로서, 여기서는 디지털 경제에서 법인세, 부가가치세가 과세되지 않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권고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과세당국의 디지털 경제 대응은

디지털 거래에 대한 과세 방안 마련에 관한 논의를 주도하는 곳은 OE CD, 보다 정확히는 EU 국가들, 그리고 인도(India) 정도를 들 수 있겠다. 디지털세 부과 가능 대상이 대부분 미국에 본사를 둔 IT 기업들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왜 EU 국가들이나 인도가 디지털세 도입에 적극적인지는 이해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EU 국가들만큼 적극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미국처럼 소극적이지도 않다. 쉽게 이야기하면 국제적인 추세에 발맞추어 따라가는 정도라고 하겠다.

EU 국가들과 달리 국내 IT 기업들이 국내 디지털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고(구글이 전 세계 인터넷 검색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네이버나 다음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개방경제를 지향하는 중규모 시장을 가진 입장에서 과세권 강화만을 고집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글로벌 IT 기업들이 우리나라에서 막대한 소득을 얻어 가면서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을 마냥 두고만 볼 수도 없기 때문에 일정한 수준에서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BEPS Action 1(디지털 경제)의 권고사항에 따라, 2018년 부가가치세법 개정을 통해 국외사업자가 인터넷을 통해 국내에 제공하는 앱·게임 및 클라우드컴퓨팅, 광고, 중개용역 등을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으로 규정하였고, 이에 따라 2019년 7월 1일부터는 국내에서 이들 용역을 제공하는 글로벌 IT 기업들은 부가가치세를 신고, 납부해야 한다.


어느덧 디지털 경제는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었고,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그 정도는 더욱 가속화되어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된 것 같다.

앞으로 디지털 경제와 관련하여 많은 사업기회가 창출될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 많은 기업이나 산업이 도태되어 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조세 제도가 새롭게 성장하는 산업에는 걸림돌이 되지 않고, 여건이 어려워진 산업 분야에서는 기술 발전에 맞추어 업종 전환이나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모색하는 데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박재찬 김&장 변호사]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2호 (2020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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