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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권의 뒤땅 담화] 폭등한 골프비… 실버 골퍼가 사라지고 있다
기사입력 2020.11.03 14: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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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이라뇨? 저희 골프장은 힘들어 죽겠습니다. 부킹은 넘쳐나는데 실제로 매출은 작년보다 마이너스입니다. 회원들만 몰려오니까요.”

잘 아는 골프장 사장과 통화하다 깜짝 놀랐다. 코로나 시대에 당연히 특수를 누리는 걸로 생각했는데 힘들다는 하소연이었다.

서울 근교 골프장인 이곳은 회원제 골프장인 데다 회원 수도 비교적 많은 편이다. 서울에서 가까워 늘 골퍼로 북적댄다.

그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골프장 부킹이 어려워지자 종종 다른 골프장을 이용하던 회원들이 이제 이곳만 이용하려 한다. 회원권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늘 그 골프장만 이용하지는 않는다.



비회원인 동반자의 부담이 대중골프장에 비해 워낙 커서 회원도 이들과 어울리려면 종종 대중골프장을 이용한다. 혼자만 회원 대우를 받기 위해 비싼 이용료를 지불하면서까지 비회원을 동원하는 건 매너가 아니다. 회원끼리만 늘 같은 골프장에서 골프를 하는 것도 지루하다.

부킹난에다 대중골프장 비용이 껑충 뛴 것도 회원이 회원제 골프장으로 몰리는 이유다. 회원제와 대중골프장의 이용료 차가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

회원끼리 골프를 하면 골프장으로선 매출을 올리기 어렵다. 여러 회원권 종류가 있지만 3만원에 못 미치는 세금만 내는 정도면 골프장으로선 특수는커녕 매출 감소를 안을 수밖에 없다.

수도권 회원제 골프장의 비회원권 주말 그린피는 25만원 안팎, 주중 그린피는 20만원 선이다. 대중골프장도 주말엔 20만~25만원, 주중 이용료는 14만~18만원이다.

특히 올 들어 9월부터 대중골프장의 그린피가 작년보다 4만원, 4인 캐디피와 카트비도 합해서 2만원 정도 올랐다. 골퍼들 부담이 한 번 골프를 할 때마다 5만~6만원 정도 커졌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골퍼들은 수도권 대중골프장에서 그린피, 캐디피, 카트비, 식사비를 합해 20만원 정도면 해결했다. 요즘은 한 번 골프에 최소 25만원은 잡아야 한다.

“골프장에 갑자기 퇴직한 실버 세대가 줄어드는 것 같아. 날만 잡으면 이유 불문 달려들던 사람들이 최근에는 이유를 대며 피하는 느낌이야.”

한 직장 선배가 전하는 말이다. 퇴직한 사람들이 그간 대중골프장을 큰 부담 없이 이용하다가 요즘 들어 부쩍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주중 한 번 골프로 매달 60만~80만원을 지불하다 100만원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엄두를 내긴 어렵다. 그래도 골프를 하려면 횟수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필자도 일주일엔 두 번 정도 필드를 나가다가 요즘은 상황을 봐가며 줄이고 있다. 그 시간에 스포츠센터에서 땀을 흘리거나 걷는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소장 서천범)의 ‘코로나 사태 이후 골프장 이용료 현황’에 따르면 주중 대중골프장 평균 이용료는 총 19만4000원이다. 2018년 대비 12.5%, 토요일은 24만2000원으로 8.8% 올랐다.

이는 전국 단위 평균으로 수도권 이용료 증가 폭은 이보다 훨씬 크다. 식비와 교통비까지 합하면 한 번 골프에 소요되는 비용은 5만원 정도 더해야 한다.

회원제 골프장 인상률보다 2배 높아 대중골프장이 세금감면 혜택을 악용한다는 원성이 거세다. 중과세율을 적용받는 회원제 골프장에도 세금감면 혜택을 줘서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이래서 나온다.

이용료가 오르면서 골프장 레스토랑은 한산하다. 골프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골퍼들이 극도로 꺼리기 때문이다. 필자가 자주 찾는 춘천권의 D골프장 아침 해장국은 1만7000원이다.

대중골프장인데도 커피 9000원, 생맥주 한 잔 1만2000원, 막걸리 1만4000원으로 시중보다 3~5배 비싸다. 회원제는 이보다 더 하다.

최근 경기도 곤지암 인근 L골프장에서 골프 후 점심을 클럽하우스 레스토랑에서 하게 됐는데 손님이 달랑 한 테이블이었다. 주방 포함 종업원 10여 명이 우두커니 손님만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이른 시간에 아침을 해결하지 못한 사람만 일부 레스토랑을 이용하고 대부분 자체 해결하는 것도 짙어지는 골프장 신풍속도다. 출발에 앞서 식사를 각자 해결하고 골프를 끝내고 한 끼만 같이 한다.

그것도 골프장 아닌 인근 맛집에서 저렴하게 해결한다. 요즘 두 끼를 함께하는 경우를 보기 드물다. 미처 식사를 해결하지 못한 사람들은 빵이나 간단한 간식을 준비한다. 골프 도중에 바나나, 초콜릿, 커피 등으로도 해결한다. 골프장은 이런 행위를 금하지만 불법이 아니다.



최근 한 골퍼가 공정거래위원회에 간식반입 금지조치를 문의해 골프장의 거래상 지위 권한 남용이란 답변을 받았다. 대놓고 음식을 차리거나 술판을 벌이면 몰라도 이 정도는 양해할 사항이란 것.

“이런 행위가 정 견디기 힘들다면 골프장이 합리적인 가격에 맛있게 음식을 만들면 되죠. 맛만 보장되고 시중보다 1.2배 정도라면 충분히 이용할 용의가 있어요.”

지난주 나와 동반한 골퍼가 한 말이다. 고객이 찾지 않자 요즘 대부분 골프장의 그늘집은 문을 닫았고 레스토랑은 갈수록 한산해진다.

골프장 레스토랑에서 식사 후에 커피 한 컵씩만 들어도 각자 1만원 추가되고 전반을 마치고 치킨과 맥주를 시키면 5만원 돈이 들어간다.

불가피한 사정이 아닌 데도 먹거나 마시고 싶다고 혼자서 식음료를 덜컥 집어 들면 민폐다. 요령껏 식음료를 준비하는 골퍼도 흔하다.

골프장에선 그린피와 카트비, 캐디피만 계산하고 다른 지출은 피하는 추세다. 개인 시식은 본인 부담을 원칙으로 한다. 자기가 혼자 먹고 나서 전체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도 민폐다.

심지어 경기 도중 버디를 잡을 때 캐디에게 팁을 주고 싶다면 판돈이 아닌 개인 호주머니에서 나오게 한다. 판돈은 경기가 끝난 후에 잃은 사람을 배려하기 위해서다.

로 핸디캐퍼인 한 친구는 버디를 잡았다고 여태 캐디에게 팁 주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린에서 철저하게 본인이 마크하고 라인을 읽는 그는 캐디에게 팁을 줄 이유를 모르겠다고 한다.

자영업자인 그는 적은 금액도 기분 내키는 대로 뿌리고 싶지 않다며 캐디가 아닌 차라리 실의에 빠진 동반자에게 주는 게 낫다고 말했다.

부킹난에다 이용료 부담까지 늘어나자 수도권에서 먼 홍천이나 횡성, 충청권까지 원정골프를 가는데 카풀은 요즘 거의 필수다. 톨게이트와 연료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운전자에게는 골프 경비에서 일정 부담을 덜어준다.

요즘엔 인터넷 부킹도 시작과 함께 종료된다. 보통 3주 전 인터넷상 부킹이 열리는데 클릭 순간 바로 마감된다. 얼마 전에는 다른 회원과 동시에 클릭했는데 둘 다 실패했다.

골프장 연부킹도 잡기 어렵다. 정례 부킹을 하면 할인해 주는데 요즘 워낙 부킹하려는 사람이 많아 골프장이 꺼리는 추세다.



포천권 P골프장에 연부킹을 해놓은 지인은 최근 해약 통보를 받았다. 골프장 측이 식음료 반입금지 조치를 위반한 이유를 내밀었는데 이는 빌미에 불과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무기명 법인 회원권도 돈을 반환하며 해지하는 골프장도 있다.
4명이 세금만 내는 이 회원권은 분양 당시 골프장 공사대금을 충당하는 데 도움됐지만 이젠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제 돈을 다 내는 개인 고객이 매출 증대에 유리하다.

코로나 시대 골프장들의 고객경시가 결국 골프장에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정현권 골프칼럼니스트, 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2호 (2020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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