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세금은 물론 투자환경에 큰 영향을 끼치는 세제개편안을 다시 꺼내볼 필요가 있다. 지난 7월 발표된 세제개편안은 국회 심의 과정을 거쳐 12월에 확정되고 심의 과정에서 일부 내용이 변경될 수도 있다. 세법개정안 심사는 올 12월 2일까지 이뤄져야 하는 내년도 예산안 확정에 맞춰 통과돼야 하지만 여야의 대치에 따라 다소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아직 몇 가지 사안을 두고 논의 중이지만 우리의 자산과 직접적인 연관이 되는 세금, 내년도 세금 관련 이슈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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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소득세 2년 유예로 가닥?
2020년 발표된 금융투자소득세, 일명 금투세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다. 금융투자소득이란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ELS 등 금융상품의 환매나 매매로 발생한 수익을 말한다. 금투세는 2020년 말에 발표된 세법개정안에서 2023년부터 도입하기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2년 유예를 두고 여야의 견해차가 크다.
정부는 2023년이던 금투세 시행 시기를 2025년으로 2년 미루되 증권거래세율은 0.23%에서 0.20%로 낮추고, 현재 개별 주식의 지분율이 1% 이상이거나 보유 금액이 10억원 이상으로 규정된 주식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은 100억원으로 올리는 기존 정부안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지난 11월 1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위에 언급한 내용을 담은 금투세 조건부 2년 유예안을 제시했다. 여야는 11월 21일부터 시작되는 기재위 조세소위원회에서 금투세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금융투자소득세는 금융투자소득을 손익통산한 다음, 특정 기준에 따른 일정 금액을 기본공제 후 합산한 과세표준에 대해 과세한다. 이때 금융투자소득상 손실은 5년까지 이월하여 통산할 수 있다. 세율은 3억원 이하는 지방소득세 포함 22%, 3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지방소득세 포함 27.5%다. 금융투자소득세가 도입되면, 기존에 배당소득으로 분류되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될 수도 있는 펀드나 ELS의 환매 소득은 금융투자 소득으로 분류 과세된다.
이는 금융소득종합과세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다. 반대로 이번 세법개정안에 따라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이 2년 유예된다면 2년의 기간 동안 이자·배당 소득이 높은 투자자는 금융소득종합과세에 따른 종합소득세 과세 및 건강보험료 증가에 대한 부담을 이어가게 된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외에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도 2년 유예되면 2025년부터 과세 시기가 바뀐다.
대주주 기준 ‘본인 계좌만 100억원’으로
대주주 여부와 상관없이 국내 상장 주식의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는 금융투자소득세의 도입이 유예된다면 국내 상장 주식은 2년 동안 현재와 같은 형태로 세금이 매겨진다. 이에 따르면 기존처럼 소액주주는 양도차익에 대해 비과세되고 세법상 대주주는 양도차익에 대해서 250만원 공제 후 11~33%로 과세할 것이다.
다만 세법상 대주주에 대한 기준은 바뀐다. 현재는 직전 사업연도 말 기준으로 지분율(코스피 1%, 코스닥 2%)과 시가총액(10억원) 요건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세법상 대주주가 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지분율 요건을 삭제하고 시가총액요건은 1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 대주주 요건이 대폭 완화된다.
또한 대주주 요건을 판단할 때 현재는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 직계존비속, 지배 법인이 가지고 있는 주식을 모두 포함하여 판단한다. 하지만 개정안에서는 가족을 포함하지 않고 오로지 본인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으로만 대주주 여부를 판단한다. 결과적으로 본인이 가지고 있는 주식이 사업연도 말 기준으로 100억원 미만이라면 내년부터는 대주주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예를 들어 2021년 말에 보유 주식이 10억원 이상에 해당하여 2022년 현재 대주주에 해당하는 사람이 있다면 직전 사업연도 말 기준 100억원 미만으로 맞춰 대주주 기준을 벗어난 후 매도하는 것이 세금 측면에서는 더 유리하다.
종부세 기본공제 6억→9억원 완화
이번 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시행된다면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증가한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가 많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종합부동산세 계산 시 다주택자란 조정대상지역의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하거나 지역 상관없이 3주택 이상을 보유한 자를 말한다.
현재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세율은 1.2~6% 초과 누진세율로 되어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세율을 대폭 낮춰 0.5~2.7%로 과세할 예정이다. 또한 1인당 6억원인 기본공제를 9억원으로 늘릴 예정이다. 그리고 1세대 1주택자가 단독으로 주택을 소유할 때 현재는 11억원을 공제받을 수 있는데 12억원으로 완화될 예정이다.
다만 종부세 완화에 대한 여야의 시각 차이도 극명하다. 여당과 정부는 납세자의 세 부담이 과도한 만큼 개편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실제 올해 주택분 종부세 고지 대상은 전년보다 29% 늘어난 120만 명으로, 2005년 종부세 도입 이후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을 돌파할 예정이다. 최근 집값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어 체감 부담은 더 크다. 하지만 민주당은 종부세 완화는 ‘부자 감세’라고 표현하며 이미 정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올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최저한도인 60%까지 낮아졌고,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완화 법안도 처리된 만큼 추가 혜택을 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업승계 과세특례 부담 경과
현재 세법상으로 가업승계와 관련하여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은 크게 가업상속공제와 가업승계 증여세 특례제도가 있다. 가업상속공제란 경영자가 생전에 10년 이상 영위한 중소기업 등을 상속인에게 승계하였으면 일부 금액을 공제하여 상속세 부담을 크게 경감시켜 주는 제도를 말한다. 가업승계 증여세 특례제도란 생전에 자녀에게 가업을 승계하기 위해 중소기업 등의 가업 주식을 증여하는 경우 일부 금액을 공제하고 특정 기준에 맞춰 저율로 증여세를 매기는 제도를 말한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가업승계와 관련된 대상과 혜택을 대폭 확대한다. 현재 대상은 중소기업이나 매출액 4000억원 미만의 중견기업인데, 중견기업의 기준을 매출액 1조원 미만까지로 확대하는 내용이 들어가있다. 또한 개정안에는 가업승계에 대한 사후 관리를 7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내용과 가업상속공제나 증여세 특례에 따른 공제를 받는 것 대신 상속세 또는 증여세 납부유예를 선택할 수 있는 내용도 들어가 있다.
연금계좌 세액 공제 최대 900만원
연금계좌(연금저축·IRP)의 세액 공제 한도가 확대되면서 단순화된다. 현재는 연금계좌 종류, 소득, 나이에 따라 세액 공제 한도가 다르다. 먼저 연금저축 가입자는 한 해 저축한 금액에서 최대 400만원까지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종합소득이 연간 1억원(근로소득만 있는 경우 총급여 1억2000만원)이 넘는 가입자는 세액 공제 한도가 연 300만원으로 줄어든다. IRP 가입자는 연금저축을 포함해서 한 해 최대 700만원까지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내년부터는 나이와 소득에 따른 세액 공제 금액 차이를 없애고, 50세 이상에만 적용되던 추가공제 혜택을 전체 가입자로 확대하기로 했다. 연금저축 가입자는 한 해 최대 600만원까지 세액 공제를 받으면서 저축할 수 있다. 그리고 연금저축과 IRP를 합산하면 한 해 저축금액에서 최대 900만원을 세액 공제받을 수 있다.
세액공제율 적용 기준도 바뀐다. 현재는 종합소득금액 4000만원(근로소득만 있는 경우 총급여 5500만원) 이하인 가입자에게는 16.5%, 이보다 소득이 많은 가입자에게는 13.2%의 세액공제율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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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년부터 개편안이 적용되면, 세액공제율이 바뀌는 종합소득 기준이 4000만원에서 4500만원으로 상향된다. 다만 근로소득만 있는 가입자는 지금과 같이 총급여 5500만원 전후로 세액공제율이 바뀐다.
이에 따라 연금저축 가입자가 내년에 600만원을 저축하면 가입자의 종합소득이 4500만원(근로소득만 있는 경우 총급여 5500만원) 이하면 낸 세금 중 99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고, 소득이 이보다 많으면 79만2000원을 환급받을 수 있다. 연금저축과 IRP를 합산해 900만원을 세액공제 받으면 가입자의 종합소득금액이 4500만원(근로소득만 있는 경우 총급여 5500만원) 이하면 148만5000원, 이보다 소득이 높으면 118만8000원의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다.
연금계좌에 낼 수 있는 금액도 늘어난다. 현재 연금저축과 IRP를 합산해서 한 해 연금계좌에 낼 수 있는 금액은 1800만원이다. 여기에 추가로 ISA 만기 자금을 낼 수 있다. 개편안에서는 이와 별도로 1주택 고령 가구가 가격이 더 낮은 주택으로 이사하는 경우 그 차액을 연금계좌에 낼 수 있도록 했다. 납부 한도는 1억원이다. 고령 가구는 부부 중 연장자가 60세 이상인 가구를 말한다. 납입금액에 대해 별도의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목돈을 연금계좌에 이체해 얻은 운용이익에 대해 낮은 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이 외에 연금소득에 대한 종합과세 기준도 달라진다. 현재는 세액 공제받고 저축한 원금과 운용수익을 재원으로 해서 받은 연금소득이 한 해 1200만원을 넘는 경우 해당 연금소득 전체를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과세된다.
하지만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가입자에게 선택권이 주어진다. 지금처럼 연금소득을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과세 할 수도 있고, 16.5% 세율로 분리과세할 수도 있다. 둘 중 어떤 방법이 유리한지는 이듬해 5월 종합소득세 신고기간에 따져보고 결정하면 된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7호 (2022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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