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남성패션 키워드는 ‘뉴트로(NEWTRO)’ 새로움과 복고·실용적 아이템 인기 화려한 프린트, 다채로운 색의 향연
이윤재 기자
입력 : 2019.03.07 13:42:48
수정 : 2019.03.07 13:43:33
2019년 남성 패션은 개성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실용성을 더한 스타일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패션업계를 관통하는 트렌드 키워드인 ‘뉴트로(NEWTRO)’를 잘 보여주는 모습이다. 뉴트로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의 합성어로, 과거의 것을 현재의 감성에 맞게 재해석한 것을 의미한다. 편안하면서 멋스러운 아웃도어 점퍼·파카, 화려한 프린트, 파스텔부터 네온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색상의 등장이 이를 보여준다.
디스퀘어드2 19SS
▶자유분방한 레트로 스포티즘
올봄에는 스트리트 패션과 레트로 무드가 결합된 ‘레트로 스포티즘’ 스타일이 돋보인다. 이에 활용도가 높으면서 자유분방한 스타일의 아웃도어 파카, 점퍼, 트랙수트(운동복, 트레이닝복) 등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됐다.
신세계톰보이가 운영하는 남성복 브랜드 코모도(COMODO)는 ‘LIFE IS LIVE(현대인의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생생하게 표현하다)’를 컨셉트로, 개인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포멀 라인, 에센셜 라인, 쿨 라인, 시크 라인으로 세분화한 제품들을 선보였다. 이 중 트렌드를 발빠르게 반영한 ‘시크(Chic)’ 라인을 통해 파라슈트 점퍼(parachute jumper), 아웃도어 점퍼 등을 내놨다. 이 제품들은 가볍게 걸치는 것만으로 스타일리시한 멋을 더할 수 있다. 또 봄철 보온용 및 방풍용으로도 활용하기 좋다. 그레이·카키 등을 기본 색상으로, 밝은 색상의 이너와 함께 입으면 잘 어울린다.
디스퀘어드2(Dsquared2)는 도시 전사(戰士)·밀리터리 룩과 레트로 애슬래틱 웨어 등을 주요 콘셉트로 내세웠다. 여러 색상이 블록 형태로 디자인된 스포티한 스타일의 아우터가 대세다.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는 의도적인 오독(誤讀)을 주제로 옷을 입는 방식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시도를 했다. 밀리터리 재킷과 트렌치코트를 결합시킨 듯한 오렌지색 외투는 복고풍의 커다란 아웃 포켓과 허리 스트링이 눈에 띈다. 패션 피플의 개성을 한껏 뽐낼 수 있는 아이템이다.
코모도 19SS
▶클래식의 변주… 새로운 해석
올봄 남성복 시장의 주요 트렌드 중 하나는 바로 ‘클래식의 변주’다. 트렌치·헤링턴 재킷 등 남성들의 옷장 속에 한 벌쯤 반드시 있어야 할 아이템으로 분류되던 클래식 아이템들이 과감한 디테일과 컬러 조합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 남심을 사로잡는다. 특히 남성복 클래식의 상징과 같았던 트렌치코트의 변화가 눈에 띈다. 버버리(BURBERRY)와 고샤 루브친스키(Gosha Rubchinskiy)는 지난해 협업을 통해 마치 각각 다른 컬러의 트렌치코트를 이어 붙인 듯한 독특한 디자인의 트렌치코트를 선보인 바 있다. 또, 기존에는 좀처럼 사용되지 않았던 밝은 톤의 컬러를 접목해 디자인한 컨템포러리 무드의 트렌치코트도 올 봄 남성들의 패션을 한 층 화려하게 만든다.
또 하나의 간절기 대표 아이템인 헤링턴 재킷은 레트로 무드의 영향을 받아 재탄생했다. 헤링턴 재킷은 허리길이의 재킷으로 겉감은 보통 단색이고 안감은 타탄체크로 되어 있다. 골퍼들에게도 인기가 높아 일명 ‘스윙재킷’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제임스 딘, 그레고리 팩 등 세기의 배우들도 즐겨 입었던 클래식 아이템이다. 해링턴 재킷은 유행을 타지 않는 기본 디자인 및 낮은 톤의 컬러를 벗어나 캐주얼· 컨템포러리 룩 등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재탄생한다. 특히 버버리는 헤링턴 재킷에 화려한 시그니처 체크 패턴을 접목시켰으며, 프라다(Prada)는 1990년대 레트로 패션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패턴을 선보였다.
한편 편안한 스타일링에 적합한 아우터도 주목해야 할 트렌드로 꼽힌다. 지난해 새로운 형태의 간절기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었던 ‘셔켓(Shacket; 셔츠와 재킷을 접목한 디자인의 하이브리드 아우터)’은 실용성을 더한 ‘유틸리티 셔켓(Utility Shacket)’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름부터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더스터 코트(Duster Coat)’는 간절기 아이템으로 급부상했다. 셔츠나 티셔츠 위에 가볍게 착용이 가능한 더스터 코트는 넓은 ‘라펠(lapel : 코트 목깃과 함께 이어져 접힌 아래 부분)’과 엉덩이 밑으로 내려오는 길이가 특징이다. 겨울 코트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이지만 심플한 디자인과 면 혼방 등 가벼운 소재를 활용해 간절기 멋내기 아이템으로 적합하다.
패턴에서도 역시 클래식이 부활했다. 1970~1980년대 분위기의 레트로 영향으로 아가일 패턴이 인기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또한 전형적인 이미지의 아가일 패턴이 아닌 모던하고 세련된 감각으로 업그레이드된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포티하고 굵은 스트라이프도 주목할 만하다.
복고 열풍과 함께 넥타이도 남성의 패션을 완성하는 중요한 액세서리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두꺼운 넥타이가 뜨고 있다. 과거 두꺼운 타이는 포인트로 심플하게 매치하는 것이 주였다면, 최근에는 두꺼운 타이를 오히려 색깔이 있는 셔츠나 수트와 함께 매치하는 멋쟁이들이 늘고 있다.
폴 스미스 19SS
▶파스텔 등 다채로운 색상의 향연
패션 전문가들은 올봄을 남성복에서 색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시즌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올 봄·여름 시즌에는 블랙·네이비·그레이 등 기존 남성복에서 주류를 이뤘던 무채색 계열 대신 옐로·민트·오렌지 등 파스텔 계열 컬러가 재킷·팬츠 및 수트에까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감각적인 색상을 적용해 클래식 수트 스타일에 신선한 느낌을 더한 셋업 수트들이 인기를 끌 전망이다. 셋업 수트란 일반 정장과 달리 상하의를 따로 매치한 슈트로, 개성을 강조하는 스타일이다. ‘에르메네질도 제냐(Ermenegildo Zegna)’, ‘발렌티노(Valentino)’ 등 전통적 남성복 브랜드는 이번 시즌 리넨 혼방 소재의 자연스러운 소재에 화려한 컬러를 중화시켜 부담 없는 디자인의 셋업 수트를 선보였다.
이자벨마랑 19SS
▶더 대담하고 화려해진 프린트
올봄 멋쟁이 남성이라면 과감한 프린트가 들어간 옷에 도전할 만하다. 리스(REISS)는 이번 시즌 생동감 있고 재미있으면서 스타일리시한 프린트, 패턴의 셔츠를 선보였는데, 식물 프린트와 기하학적 패턴, 컬러블록이 어우러진 셔츠는 고급스러우면서 화려한 느낌을 준다.
폴 스미스(Paul Smith)의 봄·여름 시즌 컬렉션은 영국식 스타일과 아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서브컬처(subculture, 주류 문화의 상대 개념)의 역사에서 영감을 받았다. 밝고 몽환적인 파스텔 색조를 사용한 프린트가 수트· 아우터· 팬츠 등에 다양하게 적용됐다.
라르디니(LARDINI)는 이번 시즌 프랑스 남동부에 위치한 지중해 연안의 휴양지 리비에라(Riviera)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을 선보였다. 휴양지의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야자수, 자동차 프린트의 하와이안 셔츠, 스트라이프 패턴 셔츠 등은 활기를 느끼게 한다.
라르디니 19SS
▶남녀 경계 허물어진 젠더리스
패션계의 큰 흐름이 된 젠더리스는 더욱 과감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표적인 디자이너 남성복 브랜드인 준지(Junn. J)나 솔리드 옴므의 제품을 직접 구매해서 입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남성복을 선호하는 여성 패션 피플이 늘어나는 트렌드는 결국 준지가 여성복 시장에 진출하는 계기가 됐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섹슈얼리티(Sexuality)를 강조하거나, 여성복에만 사용되던 실루엣이나 플라워 패턴 등을 남성복에 등장시켜 남성복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아이템에 있어서도 미니 스커트를 연상시키는 쇼트 팬츠, 여성들의 잇백인 미니사이즈 숄더백이 남성 패션에 등장하고 있다.
국내 신진 디자이너 신규용·박지선이 이끄는 브랜드 블라인드니스(Blindness)는 런던 남성복 패션위크에서 젠더리스와 관련된 런웨이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컬렉션 테마는 ‘You are at once both the quite and the confusion of my heart’였으며 이를 통해 사랑의 감정을 표현했다. 혼란스럽고 구분될 수 없는 사랑의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젠더리스 스타일로 컬렉션을 선보였다. 프릴과 진주 등의 소재가 여성성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