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팔 셔츠는 스타일 에티켓 측면에서 봤을 때 상당히 무례한 아이템이다. 격식 있는 자리에선 절대 입지 말아야 할 아이템 1순위다.
반팔 셔츠에 대해 농담처럼 전해지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승진하기 싫으면 정장 입을 때 반팔 셔츠와 흰 양말을 신으라는 충고(?)다. 비즈니스맨 사이에선 아무리 더워도 반팔 셔츠를 입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셔츠는 원래 긴팔밖에 없다. 남자라면 격식 있는 자리에선 긴팔을 입어줘야 한다.
그러나 바야흐로 1년 중 가장 더운 계절이 왔다. 이 때문에 정장을 입고 직장생활하는 이들은 반팔 셔츠에 손이 가게 마련이다. 최근엔 ‘쿨비즈 룩’이 유행하며 반팔 셔츠를 선호하는 직장인 또한 늘고 있다. 허나 기억하자. 꼭 입어야겠다면 포인트를 살려야 한다.
반팔 셔츠의 미덕… 화려한 컬러와 패턴
S.T.듀퐁
먼저 셔츠의 기본부터 짚고 넘어가자. 와이셔츠는 화이트셔츠의 일본식 발음이 와전된 잘못된 말이다. 정확한 명칭은 드레스셔츠(Dress shirts), 줄여서 셔츠라고 표현한다. 정장의 기본이 되는 슈트엔 100% 면으로 만들어진 긴소매 드레스셔츠를 입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다. 셔츠는 원래 속옷의 의미를 갖고 있다. 속옷이기 때문에 좋은 식당에서는 상의를 벗지 말라는 에티켓이 생긴 것이다. 같은 이유로 셔츠 안에 러닝셔츠를 입는 것은 속옷을 두 번 입는 셈이니 피해야 한다.
반팔 셔츠는 패션 에티켓으로 따지면 예의에 어긋나는 복장이 맞다. 그러나 최근 ‘셔츠를 꼭 포멀(Formal)하게 입어야 하나?’라고 반문하는 남자들이 의외로 많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반팔 셔츠가 눈에 띄는 것도 바로 이러한 반문과 도전 정신(?) 때문이다.
좋은 셔츠를 찾는 남자라면 분명 고급스러운 슈트와 재킷을 옷장 안에 보관하고 있을 것이다. 슈트 안에서 속옷 기능을 하는 셔츠는 겉으로 드러나는 전체적인 실루엣을 다듬어 주는 역할을 한다. 좋은 셔츠일수록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클래식 슈트를 입는 이들은 반드시 최고의 셔츠를 찾는다. 그러나 무턱대고 비싼 셔츠를 사 모은다고 옷장의 구색이 제대로 갖춰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반팔 셔츠 선택에는 세심한 지식이 필요하다. 아무 셔츠나 입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헐렁한 셔츠 안에 속옷 다 비치는 부장님 패션이 왜 눈에 거슬리는 지 생각해보자.
반팔 셔츠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재다. 여름이기 때문에 땀 흡수나 청결은 스타일만큼이나 중요하다. 셔츠는 몸에 바로 맞닿는 옷이기 때문에 면 100% 소재라면 걱정이 없을 것 같다. 나이대가 40대 이후라면 통풍이 잘 되는 마 소재의 셔츠도 선택할 만하다.
반팔 셔츠 역시 드레스셔츠와 마찬가지로 빈틈없이 정확하게 사이즈를 맞춰 입어야 한다. 당연히 자신의 목둘레 사이즈는 반드시 기억해 둬야 한다. 다만 기성 셔츠를 구입할 때는 세탁 후 5~7% 수축되는 면의 특성을 감안해 목둘레에 조금 여유를 두는 것이 좋다. 맞춤 셔츠 브랜드라면 원단을 미리 세탁한 다음 제작하기 때문에 수축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최고의 맞춤 셔츠 브랜드는 프랑스의 샤베(Charvet)와 영국 새빌로의 헌츠먼(Huntsman)이다. 기성 셔츠 중에도 이탈리아의 보렐리(Borelli)와 프라이(Fray)는 최고의 품질을 자랑해 셔츠의 예술품으로 간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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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팔 셔츠의 가장 큰 미덕은 화려한 컬러와 패턴이다. 여름이란 계절적 요인을 감안한다면 좀 더 시원하고 화려한 컬러를 골라보자. 클래식 슈트에 어울리는 셔츠 색상은 기본적으로 화이트와 블루다. 비즈니스 캐주얼에 적합한 재킷 차림이라면 셔츠도 컬러풀하게 매치하는 것이 좋다. 반팔 셔츠의 경우 드레스셔츠와 달리 비비드 컬러나 과감한 패턴 등이 모두 용서된다. 파스텔 톤만 고집하는 비즈니스맨이라도 여름에는 짙은 블루 혹은 핑크 등 촌스럽지 않고 세련된 강한 컬러의 반팔 셔츠도 도전해 봄직하다.
또한 반팔 셔츠를 고를 때도 얼굴형에 맞는 모양과 각도의 셔츠 칼라(Shirt Collar)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순면으로 제작된 셔츠 칼라는 사람의 얼굴을 받쳐주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칼라의 너비나 크기가 전체적인 인상을 좌우한다. 목에서 느껴지는 착용감 또한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미국과 한국 남성은 극단적으로 좁은 각도의 셔츠를 선호하는데 여름에는 굳이 답답해 보이는 넓은 컬러보다 좁은 각도의 셔츠가 더 시원해 보인다.
셔츠 칼라는 각도뿐 아니라 깃 모양도 중요한 디테일이다. 얼굴형의 약점을 보완하는 칼라를 선택해야 좋은 셔츠를 구입했다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긴 얼굴에는 깃의 길이가 짧은 와이드 스프레드 칼라가 보완적이다. 목이 좀 길면 칼라 스탠드가 높은 셔츠를 입는 게 좋다. 그러므로 셔츠의 칼라는 입는 사람의 얼굴을 얼마나 균형 있게 받쳐주는지를 기준 삼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좋은 반팔 셔츠를 선택하려면 먼저 셔츠만 전문적으로 만드는 브랜드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브랜드이거나 슈트와 셔츠, 구두까지 통합적으로 취급하는 브랜드라 해서 모두 최고의 셔츠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반팔 셔츠 스타일링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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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팔 셔츠를 포멀하게 입으려면 꼭 슈트에만 받쳐 입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컬러 팬츠나 카디건, 타이 등을 활용하거나 셔츠 하나만 입어도 충분히 점잖은 느낌을 줄 수 있다.
여름이면 거의 모든 브랜드에서 출시되는 블루 데님셔츠는 화이트 컬러의 팬츠, 옥스퍼드 슈즈와 매치하면 깔끔남의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 실내 에어컨이 다소 부담스럽다면 화이트셔츠에 오렌지 톤의 비비드한 카디건을 매치해도 멋스러울 것이다. 그레이 셔츠와 올리브 그린 넥타이에 핑크 팬츠를 입으면 과하지 않으면서도 스타일리시해 보인다. 브라운 셔츠와 화이트 팬츠는 멋스럽고 블루 셔츠와 화이트 팬츠는 시원한 느낌이 든다. 너무 캐주얼한 게 싫다면 넥타이나 보타이를 매줘도 좋다. 여기에 옥스퍼드 슈즈를 신어주면 어떤 자리에서든 옷 못 입었다는 소리는 피할 수 있다.
옷차림이나 스타일링에 대한 대한민국 남자들의 관심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건 이미 기정 사실이다. 더 나아가 옷차림은 사람의 인상을 좌우하고 품격과 취향을 노출시키는 가장 확실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를테면 CEO가 입고 있는 슈트 브랜드, 셔츠와 타이의 조합, 구두와 양말의 상태는 그 회사의 이미지만큼이나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덥다는 핑계로 헐렁헐렁한 핏에 손을 번쩍 들면 틈새로 겨털까지 보이는 반팔 티셔츠를 입고 다닌 직장인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올 여름 제대로 된 반팔 셔츠 하나 구입해 보는 것도 좋겠다. 잘 고른 반팔 셔츠 덕분에 그동안 애먹었던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