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워치메이커인 바쉐론 콘스탄틴(Vachero n Constantin)은 파텍 필립, 오데마 피게와 함께 세계 3대 고급시계로 불린다. 시계 중 가장 오랜(256년)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1979년에 나온 ‘칼리스타’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시계(시가 35억원)로 기네스북에 등재돼 있다.
반세기를 다섯 차례나 넘어온 세계 최고 브랜드답게 바쉐론 콘스탄틴은 역사, 기술, 디자인 등 여러 면에서 다양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일례로 1893년에 나온 팬토그래프 기계는 현대 시계 기술 발전에 큰 공헌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당시 무브먼트를 사람 손으로 만들다 보니 불량품이 많이 나왔는데 정확한 계측기능을 지닌 팬토그래프가 만들어져 세밀한 부품의 연속적인 생산이 가능해졌다.
1955년 출시된 ‘패트리모니 엑스트라 플레이트’는 두께가 불과 1.64㎜밖에 되지 않아 가장 얇은 기계식 무브먼트라는 기록을 세웠다. 골드 주괴로 만든 후 130캐럿의 에메랄드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이 시계는 만드는 데만 꼬박 1년이 걸렸다.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 ‘칼리스타’의 맥을 잇는 시계가 ‘칼라 더치스’다. 이 제품은 다이아몬드 9캐럿이 162개, 11.63캐럿이 182개나 들어가 있다. 보석들은 바게트형, 직사각형, 트래피즈 등 다양하게 커팅돼 있다. 18K 화이트골드 케이스 위에 트래피즈컷 다이아몬드를 입힌 이 시계의 가격은 수십억원대를 호가한다. 시계라기보다는 시간을 볼 수 있는 보석 브레이슬릿(팔찌)에 가깝다.
가능하면 더욱 잘하라
세상에서 가장 비싼 시계로 기네스 북에 등재된 ‘칼리스타’ / 1972년에 선보인 비대칭형 디자인시계 ‘1972’
바쉐론 콘스탄틴은 1755년 당대 이름을 날리던 시계장인 장 마르크 바쉐론과 수완이 뛰어난 사업가 프랑수아 콘스탄틴이 의기투합해 만든 브랜드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이름을 딴 시계 브랜드로 수십 년 동안 유럽을 종횡무진하며 드넓은 시장을 개척했다. 여기에 또 한 명의 총명한 기술 감독 조지 아우구스트 레쇼가 합류하면서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4개의 화살촉을 붙여 놓은 듯한 말테 크로스를 상징적인 브랜드 로고로 사용하고 있다. 사실 말테 크로스는 메인 스프링을 감싸줌으로써 시계의 정확성을 높이는 용도로 사용되던 배럴 부분 커버의 명칭이었다.
본사는 1755년 이래 제네바 심장부인 릴(Lille) 지역에 위치해 있다. 최초의 부티크는 동지역 케드릴이란 곳에 세워졌다. 이곳 메종 2층에 박물관이 자리해 방문객이 브랜드의 현재와 과거가 긴밀하게 맞물려 있음을 몸소 느낄 수 있다. 특히 앤티크 시계 복구 작업과 같은 수공예술 작업을 직접 볼 수 있는 점이 흥미롭다. “가능하면 더욱 잘 하라. 그리고 그것은 항상 가능하다”란 모토 아래 시계 장인들이 정밀한 기능과 모험적이고 도전적인 디자인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스위스 내 300명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현재 4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상호보완적인 활동을 하는 두 개의 생산 파트가 돌아가는데 제네바의 플랑 레 조떼(Plan Les-Ouate)에 제조공장과 발레 드 주의 르 센티에 워크숍이 마련돼 있다.
플랑 레 조떼 지역은 현재의 제조공장이자 국제적인 브랜드 본사로 2004년 문을 열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컴플리케이션 모델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적합한 무브먼트를 장식한다. 이곳은 기계식 무브먼트를 조정해 케이스 안에 앉히고 점검하는 워크숍과 AS, 디자인 스튜디오까지 포함하고 있다. 또한 가장 까다롭고 엄격한 인증마크인 제네바 홀마크의 12가지 기준에 부합하도록 기계식 무브먼트의 마무리 처리에 혼신을 다한다.
르 센티에 지역의 워크숍에는 연구 개발 및 기계식 무브먼트 부품 생산이 집중적으로 진행된다. 무브먼트 연구 개발의 본거지로 기계식 무브먼트의 부품 조립과 장식이 이뤄진다. 고부가 가치를 지닌 뛰어난 시계를 한정 생산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연간 1만7000점 이하(고급시계 브랜드 중 최소)를 생산하며 높은 품질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쏟고 있다.
수공으로 마무리되는 시계의 심장
장마르크 바쉐론의 이름이 새겨진 최초의 시계로 추정되는 모델.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의 심장은 모두 수공으로 마무리된다. 각 무브먼트는 뛰어난 마무리를 거친다. 금속 표면이 체계적으로 수공 베벨 처리돼 장식된다. 손톱 절반 크기 부품의 두 면이 맞닿아 각지는 부분을 없애기 위해 모서리를 밀어 연결된 면을 만드는 베벨 작업만 10시간 정도 소요된다. 뚜르비용 막대는 처음에 평평한 판 모양의 재료로 시작한다.
이를 갈고 다듬어 좌우 대칭형 원뿔 기둥으로 만드는 라운딩 오프 기술 역시 수공으로 이뤄진다. 중앙으로 갈수록 일정하게 굵어지되 단면은 원이어야 한다. 이 작업의 소요시간도 10시간가량이다. 부품이 거치는 여러 차례의 공정 중 단 한 단계에서 하루 작업 시간 이상을 투자하는 것은 바쉐론 콘스탄틴으로서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바쉐론 콘스탄틴 256년 역사전’
2011년 6월24일부터 8월14일까지 싱가포르 국립박물관에서는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전이 열린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시계 제조의 유산을 공개한다. 일반인 대상의 첫 대규모 전시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유산-1755년부터 시작된 시계제조의 역사’라는 타이틀의 전시는 2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쌓인 창조성과 노하우를 선보일 예정이다.
캐비노티에로 알려진 18세기 시계 장인의 세계에 대한 여행으로 디자인된 이 전시회는 시간을 측정하는 기술의 진보와 예술적인 사조의 영향까지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두 명의 창업자 장 마크 바쉐론과 프랑수와 콘스탄틴이 주고받은 회사의 문서들, 시계 제작의 도구들 그리고 탁월한 캐비노티에(시계장인)인 지 어거스트 레쇼가 발명한 기계 등이 전시된다. 특히 1923년 만들어진 ‘Les Bergers d’Acadi’ 회중시계는 최고를 향한 지치지 않은 열망과 기술이 녹아있는 명작이다. 리 초 린 싱가포르 국립박물관장은 “이번 전시회는 시계 제조의 긴 역사와 기술적인 발전과 혁신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삶의 방식 안에 시간의 변화 또한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