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은 바지와 신발 사이의 지나칠 수 없는 스타일링의 경계선이자 자칫 심심한 스타일에 포인트를 줄 수 있는 한 가닥 희망이다. 남자가 양말까지 사랑할 때 비즈니스맨의 성공 스타일링은 비로소 완벽해진다.
정말로 잘 차려입은 오피스맨 두 사람이 있다. 한 명은 깔끔한 화이트 셔츠에 체크 니트를 레이어링했고, 도트 문양이 들어간 상큼한 연보라 넥타이로 포인트를 주었다. 또 한 남자는 윤기 흐르는 캐시미어 슈트에 하늘색 셔츠를 입고 셔츠 안쪽에는 에르메스 로고가 슬쩍 보이는 머플러를 맸다.
누가 봐도 완벽한 룩을 보여주고 있는 두 사람. 하지만 이들이 구두를 벗었을 때 새하얀 양말이 튀어나오거나 지금의 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양말이 불쑥 튀어나온다면 과연 어떤 느낌일까.
양말이 주목받게 된 이유
누군가는 말한다. 양말도 스타일을 보여주는 아이템이라고. 정말 맞는 말이다. 그리고 최근엔 양말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양말은 팬츠 밑단의 변화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맺고 있다. 최근 많은 컬렉션과 남성복 시장에 밑단을 조금 잘라낸 크롭트 스타일과 바지 밑단을 말아 올린 롤업 스타일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짧아진 바지의 밑단 아래, 바로 양말이 스타일의 포인트로 떠오른 것이다.
사실 서양의 클래식 옷차림에는 발목 부분의 맨 살을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 예의라고 알려져 있다. 꼭 예의를 떠나서 다리를 꼬거나 그냥 앉은 자세에서 바지 밑단과 발목 사이로 맨살이 드러나면 아무리 비싼 슈트를 입어도 모든 옷차림이 저렴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맨살뿐만이 아니다. 다리털이라도 삐져나오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충격이다.
기본적으로 슈트 차림에는 목이 긴 양말을 신는 것이 안전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슈트가 가지고 있는 품격을 간직하기 위해서다.
또 양말을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스타일이 있다. 한여름 샌들 안에 양말을 신는 남자들 얘기다. 이런 남자들은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꼴불견 스타일 상위 5위 안에 늘 포함된다. 놀라운 사실은 고대시대부터 샌들 속 양말 스타일링이 유행했다는 것이다.
최근 캐나다 일간 <내셔널포스트>에 따르면 영국의 고고학자들은 로마 병사들이 앞이 터진 샌들을 신을 때 모직 양말을 함께 착용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영국 북부지방 인근의 로마군 요새 터에서 인간의 다리 모양으로 보이는 발에 삼나무 잎 모양의 모직 양말이 신겨져 있는 유물이 발견된 것이다. 이 신문은 “고고학적인 증거물이 아내들의 잔소리에도 샌들을 신을 때 하얀색 운동용 양말을 신는 북미지역 남자들로부터 환영받고 있다”고 전했다. 샌들 속 양말 스타일링에 이런 역사적인 히스토리가 있을 줄이야.
양말 선택은 컬러가 핵심이다
좋은 구두를 고를 줄 아는 안목을 지닌 남자들도 유독 취약한 부분이 양말 선택이다. 상황과 분위기에 맞는 양말을 고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점심 식사를 위해 부득이하게 신발을 벗는 음식점에 가면 남자들의 센스는 금방 탄로 난다. 짙은 회색 양복에 흰색 발목 양발을 신은 김 부장, 언제나 검정 양말만 고집하는 밋밋한 이 과장.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신입사원의 산뜻한 스트라이프 패턴의 양말이다.
그렇다면 어떤 양말을 어떻게 신으라는 말인가. 초보 단계부터 하나씩 짚고 넘어가보도록 하자.
양말 코디의 초보자라면 포인트로 시선을 끌기보단 무난한 양말이 제격이다. 가장 쉬운 것은 바지와 신발 색상과 비슷한 톤온톤 컬러의 양말을 신는 것이 좋다. 블랙과 그레이 혹은 베이지와 옐로 등은 안전하면서 센스 있는 양말 스타일링을 연출하게 도와준다.
조금 더 세련된 원 포인트 스타일링에 도전하려면 양말의 컬러가 과감해지는 것도 용서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 양말은 세련된 스타일을 완성하는 데 결정적인 아이템이 된다. 원래 정장용 양말은 바지색 혹은 구두색에 맞추되 좀 더 진한색으로 신는 것이 일반적이다. 회색 슈트에 진한 회색이나 검은색 양말을 신으면 세련되고 다리도 길어 보인다. 영국 신사들은 간혹 빨간색을 신기도 했다. 비비드한 컬러의 양말은 원 포인트 스타일링에 제격이다. 컬러가 부담스럽다면 패턴이 있는 양말도 괜찮다. 이때 주의할 점은 양말을 제외한 다른 소품들의 색상이다. 튀는 컬러의 양말을 신었다면 넥타이, 신발, 가방 등의 색상은 무난한 것을 고르는 것이 포인트 스타일링의 완성도를 높이는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자유로운 패셔니스타들의 양말 스타일링이다. 굳이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감성 표현 수단으로 양말을 매치한다면 어떤 소재 혹은 어떤 컬러든 그 역시 멋져 보일 것이다.
요즘 성공한 비즈니스맨이라면 시간과 장소, 목적에 맞춰 의상을 선택하는 데 절대 인색한 법이 없다. 옷뿐 아니라 액세서리나 소품을 적극 활용하는 센스도 발휘할 줄 안다. 여기에다 패셔너블한 양말까지 매치할 수 있는 당신이라면 이미 패션의 고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