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부엌에도 들어오지 못하게 키웠던 우리네 어머니들이 보면 기절할지도 모르겠다. 여자보다 곱게 화장한 남자들이 자연스러운 세상이다.
요즘 주위에서 화장한 남자를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화장으로 얼굴 톤을 보정했거나 눈에 띄는 잡티를 가린 정도의 가벼운 스킨 메이크업을 하고 눈썹은 단정히 정리한 모양새의 남자들이다. 화장뿐만이 아니다. 간단한 보톡스나 필러 시술 등 성형수술을 받는 수도 급격히 늘었다. 에스테틱을 찾아 정기적으로 피부 관리를 받고, 헤어스타일에 크게 신경을 쓰는 등 외모를 가꾸는 데 아낌없이 비용을 지불하는 남자들 또한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패션과 미용에 큰 관심을 두는 이들을 일컬어 ‘그루밍족(grooming)’이라고 부른다.
남성 화장품 시장 규모 확대
남자들이 외모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외모가 곧 경쟁력’이라는 외모지상주의가 사회적으로 팽배했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자신의 비즈니스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혹은 마음에 드는 이성의 호감을 끌기 위해 외모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또한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면서 남성들은 점점 여성이 원하는 스타일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과거에는 근육질의 선이 굵은 남자들이 인기를 끌었다면 요즘은 잡티 없는 뽀얀 피부에 여성스러운 선을 가진 일명 ‘꽃미남’ 스타일을 선호한다. 이런 변화는 남자들이 생각하는 ‘미남’의 기준 역시 바꿔놓았다.
2006년 4700억원에 불과했던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의 규모는 2009년 6800억원으로 증가했다. 매년 평균 15% 성장률을 기록하며 2010년에는 그 규모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00년 중반까지 남성 화장품은 스킨과 로션 정도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에센스를 비롯해 아이크림, BB크림을 비롯한 각종 메이크업 제품 등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남성 화장품 라인도 여성 화장품처럼 그 영역이 확대되고 점점 세분화 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화장하는 남자에 대한 사회적 시각이 그리 달갑지 않아 오프라인 매장에서 화장품을 구입하는 수보다는 온라인 구매자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류현정 실장의 말이다. “남성 메이크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스런 피부 표현입니다. 얼굴에 BB크림을 얇게 바르기만 해도 한층 화사하고 젠틀한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습니다. 전에는 숱이 많은 풍성한 눈썹이 남성스러움을 나타낸다고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여성들처럼 눈썹 라인을 가지런히 정리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지나치게 숱이 없다면 헤어와 비슷한 컬러의 아이 브로우를 사용해 눈썹 사이사이를 자연스럽게 그려 주세요. 눈썹 정리만으로도 세련되고 또렷한 인상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다크써클 가려만 줘도 인상 밝아져
류 실장은 상대방에게 거부감을 주는 과도한 메이크업은 곤란하지만 본인을 어필할 수 있고 메이크업으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면 남자들도 메이크업을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너무 완벽한 피부 표현을 하려고 하면 안 됩니다. 남자들은 피부 특성상 여자들에 비해 잡티가 많은데, 모든 것을 가리려고 하면 메이크업이 두꺼워져 부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잡티 보다는 다크써클을 가리는 데 신경 쓰는 게 좋습니다. 본인의 피부보다 한층 밝은 색의 컨실러를 이용해 다크써클을 가려주기만 해도 전체적으로 인상이 밝아지거든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미의 기준도 변하기 마련이다. 이제는 남자도 여자만큼이나 부지런히 가꾸고 꾸미는 시대다. 비누 하나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씻던 시절은 지났다. 남자들도 자신의 피부 타입에 맞는 클렌징을 사용하고, 잠들기 전에는 눈가에 꼼꼼히 아이크림을 바르며 외출 시에는 꼼꼼히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시대가 온 것이다. 화장하는 남자, 더 이상 꼴불견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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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