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서 내년 서울·부산 재보궐 선거를 앞둔 여야 정치권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인사인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문 의혹으로 촉발된 내년 지방선거는 단순히 공석인 지자체장을 채운다는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국내 제1, 제2의 도시를 이끄는 수장을 뽑기도 하지만, 대선 1년 전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그 여파가 20대 대선까지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당(自黨)인사의 일탈로 치러지는 선거에서 애초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가 민심 역풍 우려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후보를 내겠다고 한 이유이기도 하다. 민주당의 내년 재보궐을 향한 움직임은 가히 총력전이다. 부산시장 선거 전략으로 의심되는 가덕도 신공항 추진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김해공항의 확장으로 결론이 난 영남권 신공항 추진을 정부가 뒤집자 즉각 가덕도 특별법 법안 발의를 추진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여당의 성추문 의혹에 대한 반사작용으로 야당이 상대적으로 선거에서 유리하지 않겠냐는 당초 시각을 묘하게 흔들고 있다. 당장 정부 여당의 가덕도 신공항 추진 움직임에 PK(부산·경남)가 텃밭인 국민의힘을 분열시키고 있다. 민주당이 이처럼 정책으로 선거 분위기를 띄우는 것은 내년 선거전이 ‘젠더대결’로 흐르는 것을 막기 위한 전략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인사의 성추문으로 촉발된 선거여서 ‘미투’가 선거의 쟁점이 돼버리면 아무래도 불리한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또 민주당이 전월세 폭등 등 각종 정책 실패에도 흔들리지 않는 지지율도 선거 분위기 반전에 한몫하고 있다. 실제 양당 간 격차가 많이 좁혀지긴 했지만 4·15 총선 이후 민주당 우위로 재편된 정치지형도는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있다.
지역별로 들어가도 마찬가지다.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이 조사(11월 17~19일)한 바에 따르면 서울에서는 민주당이 34%의 지지율을 보이며 20%를 얻은 국민의힘을 앞섰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부산지역에서는 여론조사 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부에서는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앞서는 결과도 있다.
물론 이 같은 구도는 언제라도 변할 수 있는 것이 선거여서 민주당이 계속 유리한 국면을 끌고 간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민주당이 내년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대한민국의 정치지형도가 진보 진영 우위로 고착화됐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서울시장
박영선·박주민? vs 유승민·안철수·오세훈·홍정욱?
현재 많은 후보군을 확보한 쪽은 보수 야당인 국민의힘이다. 전·현직 의원, 당 소속 구청장 등 자천타천 후보만도 10명이 넘는다.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당 안팎의 시선은 다소 복잡하다. 이들의 본선 경쟁력에는 물음표이기 때문이다. 최근 당 주변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말이 “쓸 만한 사람이 없네…”다.
그래서 보수 진영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주목하는 인물은 정작 따로 있다. 바로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다. 대권 주자로서의 중량감에다가 중도성향과 경제통이라는 이미지가 서울 탈환에 적격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유 전 의원의 이 같은 이미지는 여권 성향의 인사들도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의 마음은 대권을 향해 있다. 최근에는 아예 공식화를 해버렸다. 지난 11월 18일 여의도 국회 앞에 마련한 자신의 사무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유 전 의원은 “저는 그동안 대선 출마의지를 여러 차례 밝혀왔던 사람이고, 이런 노력을 공개적으로 시작한다”고 밝혔다. 사무실 이름도 ‘희망 22’다.
그러면서 자신을 둘러싼 서울시장 출마설과 관련해 “생각해 본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유 전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를 강력하게 바랐던 이들은 다소 실망할 수밖에 없는 상태.
하지만 그래도 미련을 못 버린 이들은 이날 유 전 의원이 “‘현재로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말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라는 말이 상황변화에 따라 출마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출마선언 이후 유 전 의원은 호텔의 빈 객실을 전세 물량으로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대책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등 경제통으로서의 이미지를 살린 행보를 하고 있다.
유 전 의원 다음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다. 오 전 시장도 유 전 의원 못지않게 중량감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서울시장을 이미 한 번 경험해 인지도도 높다. 아시아경제가 윈지코리아컨설팅에 의뢰해 지난 1~2일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장 야권 후보 적합도에서 오 전 시장은 17.6%로 얻어 1위를 차지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1%P 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하지만 오 전 시장의 눈도 대권을 향해 있다. 다만 그도 완전히 서울시장 출마설에 대해 선을 긋지는 않는다. 그는 MBN에 출연해 “가급적이면 당내 정말 좋은 대안이 나서주기를 바란다”면서 여운을 남겼다. 만일 그가 나온다면 2011년 무상급식 투표에 대한 재신임 성격도 있는 만큼 부담감도 만만치 않은 상태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도 따지고 보면 당시 오 전 시장의 무상급식을 둘러싼 정치적 승부수가 실패했기 때문에 초래된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시장 선거를 앞둔 야권의 가장 큰 화두는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것이다. 물론 동상이몽 속 쉽지는 않지만 이를 두고 야권 내 설전은 끊이지 않는다. 여기서 등장하는 또 다른 서울시장 유력 후보가 바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다. 안 대표 역시 서울시장 출마설에 대해 선을 긋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가능성을 열어놓는 분위기다. 이는 현 정치지형도상 야권이 분열되면 서울시장 선거는 해보나마나 한 것이나 다름없어 ‘범야권 단일 후보 선출 논의’는 항상 열려 있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아시아경제 조사에서 오 전 대표에 이어 야권 대표 선수 2위를 차지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역대 서울시장을 보면 대선 후보가 될 자질이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라면서 “이런 측면에서 차기 서울시장도 폭넓은 국민 인지도와 지지도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작동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선거는 ‘이변’이란 변수가 항상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약체로 평가받는 후보들이 다크호스로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이번에 치러지는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의 경우 성추행이란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에 미투 선거가 부각이 되면 의외의 결과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힘 여성 인사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이혜훈 전 의원,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이 출사표를 던졌으며, 나경원 전 의원과 조은희 서초구청장도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경제학자 출신인 이혜훈 전 의원은 “경제시장”을 표방하며 당내 경선에 뛰어들었다. 그는 “내년 서울 보선의 핵심 이슈는 집값과 전셋값이 될 것”이라면서 “집 걱정부터 덜어드리는 ‘경제시장’이 되겠다”고 밝혔다. 경제통 이미지를 살린 전략이다. KDI 출신인 이 전 의원은 유승민계로 분류된다. 17대에 국회에 입문해 3선을 지냈다.
판사 출신인 나경원 전 의원은 최근 <나경원의 증언>이란 책을 출간하고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그는 책에서 자신을 둘러싼 정치적 공격에 정면 대응을 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이다. 나 전 의원은 “정치인 나경원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연관 검색어가 나베”라며 “나의 성(姓)과 일본 아베 전 총리의 성 한 글자를 섞은 악의적 조어인데 오히려 일본에서는 반일정치인으로 낙인찍혀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스스로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해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원내대표를 지낸 나 전 의원도 17대 국회에 입문해 4선을 지냈다.
기자출신인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정부의 부동산 세금 정책에 반기를 들어 이목을 끌었다. 문재인 정부의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보유세가 늘어나자 구 자체적으로 세금을 깎아주겠다고 나선 바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 부시장을 지냈으며 서초구청장을 연임 중이다. 서울시내 25개 구청장 중 유일한 야당 당선자다.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은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처음으로 야당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인물이다. 분식집을 운영하다가 49세의 나이로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정치의 길로 들어섰다.
여성 서울시장 후보군에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도 주목해 볼 만하다. 지난 8월 정부의 임대차 3법을 비판한 국회 본회의 5분 발언으로 깜짝 스타가 됐다. “나는 임차인입니다”라고 시작한 발언 당시 정부의 정책에 대한 분노로 몸을 부들부들 떠는 모습이었지만 절제된 모습으로 내용을 조목조목 비판한 것이 대중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 관심을 샀다. 당내 윤 의원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엇갈리는 평이다. 8월 국회 본회의 발언 당시 서울시장 후보로 급부상했지만 지금은 다소 관심이 식은 상태다. 윤 의원도 KDI 출신으로 당내 신진 경제통으로 분류된다.
야권 후보 중 최근 눈에 띄는 새 인물이 있다. 바로 검사 출신의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반대목소리를 허용하지 않는 여당을 비판하고 탈당한 직후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군에 새롭게 합류했다. 일각에서 중도성향을 껴안을 수 있어 여권을 상대할 후보로 적임자라는 평이 있지만, 실기할 수 있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기려면 지지층을 껴안는 동시에 확장성을 보여야 하는데, 금 전 의원의 경우 집토끼를 잃어버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수 성향의 인사들 중에서는 금 전 의원에 대한 비토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야권 연대가 현실화 될 경우 안철수 대표와의 관계도 풀어야 할 숙제다. 금 전 의원은 한때 안 대표의 측근에 속했지만 2014년 두 사람은 정치적 결별을 택했다.
홍정욱 전 의원도 서울시장 후보군에서 빼놓을 수 없다. 정계 은퇴 후 어떤 정치적 행보도 보이지 않고 있지만 대중의 관심은 여전히 뜨거운 상태다.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딸 마약 사건을 1년만에 언급하며 “삶의 위대함은 한 번도 넘어지지 않음에 있지 않고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섬에 있다”라고 적으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 밖에 현역인 4선의 박진 의원과 권영세 의원, 김용태·오신환 전 의원,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 등도 후보로 거론된다. 김동연 전 부총리도 하마평에 오르지만 등판 가능성은 낮다.
이에 반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는 비교적 윤곽이 뚜렷하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우상호·박주민 의원 등 이 세 사람이 당내 경선에서 붙을 확률이 높아 보인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거론되고 있으나 강하게 밀어붙이는 검찰개혁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상황을 더 주시해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이처럼 여당의 후보군이 야당처럼 난립하지 않는 것은 친문이란 당내 최대 계파로 인해 역학구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체급이 낮은 이들이 친문 우위의 구도를 돌파하기는 녹록지 않아 나서봐야 별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후보군에 중진의원들만 눈에 띄는 것은 그 때문이다.
현재 친문이 서울시장감으로 미는 인사는 박주민 의원이다. 이미 친문 후보로 낙점됐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당내 신진 세력인 박 의원이지만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의 지원을 받으면 그만큼 당내 싸움에서 유리하다. 이에 반해 박영선 장관과 우상호 의원은 비문 그룹에 속한다. 중진 비문들은 자신의 개인기로 친문을 넘어설 수 있는 역량이 있기 때문에 좌고우면하지 않고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현재 풍향계는 박영선 장관이 조금 우위에 있어 보인다.
아시아경제가 윈지코리아컨설팅에 의뢰해 지난 11월 1~2일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박영선 장관은 13.6%를 기록하며 박주민 의원(10.3%)을 앞섰다. 추미애 장관은 7.7%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박 장관의 경우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상당히 재평가를 받은 측면이 있다”면서 “이런 기류를 친문들도 의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최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자의 러닝메이트였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의 인연으로 한껏 몸값을 높였다. 자신의 남편과 해리스의 남편이 미국의 같은 로펌에서 근무한 사실이 알려졌는데, 간접적이긴 하지만 바이든 인맥 찾기가 화두인 현 정권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퍼졌다. MBC 기자 출신인 박 장관은 이번이 세 번째 서울시장 도전이다. 2번 다 당내 경선에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패했다.
친문이 민다는 재선의 박주민 의원은 변호사 출신이다. 1970년대 생으로 정치권서 비교적 젊다는 것이 장점이다. 진보 진영 내에서도 평이 좋은 축에 속한다. 이를 바탕으로 2018년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1위에 올랐다. 그는 당시 “세대교체론”을 내세웠는데,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면 진정한 당의 세대교체를 달성하게 된다.
4선의 우상호 의원은 현 당의 핵심인 586 운동권그룹에 속한다. 그 또한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이다. 때문에 당의 주축인 인사들과 원활한 교류가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당 원내대표도 지냈다. 지역구가 서울이라는 점도 보탬이 된다. 다만 연륜에 비해 낮은 인지도와 뚜렷한 트레이드 마크가 없는 것이 걸림돌이라는 분석이다. 이밖에 정청래 의원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도 출마가능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내린다.
▶부산시장
김영춘·김해영? vs 서병수·박형준·이언주?
부산시장 여야 후보군도 서울 시장의 흐름과 유사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쟁구도가 비교적 단순하지만 국민의힘 쪽은 후보가 난립하고 있다. 부산 지역이 국민의힘의 텃밭이어서 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에 유리하다는 판단에 여러 인물들이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서병수 의원, 박형준 전 국회사무총장, 이진복·이언주·유재중·박민식 전 의원 등이 출마 후보군에 오르내린다. 이 중 여론조사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내고 있는 이들은 서병수 의원, 박형준 전 국회사무총장, 이진복·이언주 전 의원 등 네 사람이다.
프라임경제와 싸이리서치가 지난 11월 14~15일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형준 전 총장이 16.3%를 얻어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1위에 올랐다. 그 다음으로 이언주 전 의원이 14.7%를 기록했고, 서병수 의원은 14.1%로 3위를 차지했다. 이진복 전 의원은 8.0%를 기록해 그 뒤를 이었다. 박민식 전 의원과 유재중 전 의원은 5% 미만의 지지율을 기록했다.(표본오차 95%에 신뢰수준 ±3.0%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난 9월 28일 아시아경제, 경남매일 등이 PNR-피플네트웍스 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부산시장 후보 여론조사에서 서병수 의원이 1위를 차지한 것을 감안하면 여론 추이가 다소 달라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의 우위도 장담할 수 없는 혼전 양상이라는 것이 지역 정가의 중론이다. 현재 부산시장 선거는 지역 맹주들의 대리전 성격도 띠고 있고, 후보 간 연대 가능성도 열려 있어 어떤 이변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부산 지역의 한 정치 평론가는 “여론조사 1위와 지역민심의 온도차는 분명히 있다”면서 “각 후보의 장단점이 뚜렷한 만큼 결과를 예단하기 힘들다”고 귀띔했다.
17대 국회로 정치에 입문한 박형준 전 사무총장은 의원시절 개혁성향으로 분류됐다. 이후 보수 진영의 책사로 활동하며 여러 선거에 관여했다. 지난 4·15 총선의 경우 선대위원장을 맡아 실질적으로 선거 전체를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이력이 현재 걸림돌이 되고 있다. 보수 진영의 참패에 대한 책임론이 항상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5선의 서병수 의원은 부산시장을 이미 한 번 역임했다. 그만큼 부산시정을 잘 안다는 장점이 있어 보궐선거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 적임자라는 평을 받고 있다. 전국 단위의 인지도도 있어 부산 시민들이 시장을 선택할 때 바탕이 되는 ‘깜이 되는 인물’이라는 점도 지역 정가에서는 매력적이다. 다만 지난 지방선거에서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게 한 번 패했다는 점과 시장 재임시절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것이 약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서 의원은 여당의 가덕도 신공항 추진 움직임에 “신공항 정치가 시작됐다”면서도 “이제는 종지부를 찍자”며 정부여당의 빠른 결론을 촉구하기도 했다. 지역 현안을 앞서 해결한다는 이미지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 출신인 이언주 전 의원은 4·15 총선을 통해 보수 진영의 강성 여전사로 거듭났다. 그는 이번 선거를 젠더 선거라고 규정하며, “여성을 위한 선거”로 부산을 공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의 약점은 지역의 낮은 인지도다. 부산 출신이지만 지역 연고가 없던 탓에 지난 총선 출마 당시 철새 소리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그 후 꾸준히 지역을 관리한 덕에 사정이 많이 나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S-oil 상무 출신임을 살려 경제전문가로서의 이력도 적극 내세우고 있다.
3선의 이진복 전 의원은 사실 가장 먼저 부산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8월 부산정상화포럼을 발족해 민심을 모아오고 있다. 40년 부산 토박이에다 동래구청장을 지내 지역 바닥민심을 잘 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는 탄핵에 책임진다는 뜻에서 불출마를 결정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산 민심의 지지는 전폭적이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다만 부산 정가의 맹주인 김무성 전 의원이 뒤에서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뒷심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민주당에서는 김영춘 국회사무총장과 김해영 전 최고위원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프라임경제와 싸이리서치가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김 사무총장은 민주당 부산시장 적합도에서 18.0%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김 전 최고위원(9.5%)이 이었다. 이밖에 변성완 행정부시장, 최지은 세계은행 선임 이코노미스트, 박인영 시의원 등도 후보군으로 오르내리지만 지역정가에서는 그리 변수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김영춘 총장의 경우 여당의 부산 대표 주자다. 지역 평판도 좋고 중량감이 있어 선거 때마다 출마 후보에 이름이 오르내린다. 2018년 지방선거 때도 당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그는 이와 관련해 최근 페이스북에 당시를 회상하며 “부산시장 선거에 뛰어들 채비를 했지만 해양수산부 간부들이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 승인을 받는 것을 도와달라고 했고, (이를 해결하느라) 시장 후보가 될 수 있는 버스는 떠나버렸다”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를 두고 이번 보궐선거는 놓치지 않겠다는 뜻을 다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다만 라임 사태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 커지고 있다. 골자는 김 총장이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로비를 받았다는 것인데, 김 총장은 이를 보도한 언론사와 김 전 회장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다. “전혀 근거 없는 허위 사실”이라는 것이다.
김해영 전 최고위원은 ‘민주당 쓴소리맨’으로 통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검찰 개혁 등 굵직한 현안 등에 있어 당의 주류와는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주목을 받았다. 강성 친문으로 재편된 민주당 역학구도에서 그나마 중도성향의 합리적 인물로 꼽힌다. 20대 당 최연소 의원으로 당선된 이력에서 엿볼 수 있듯이 젊은 층의 호감도가 높다. 다만 그가 친문의 비호감 리스트에 올라있는 것은 당내 경선에서 불리한 대목이다. 부산 지역 당 후보 결정에서도 친문의 영향력은 큰데, 공교롭게도 김 총장과 김 전 최고위원 모두 비문그룹에 속한다.
지역 내 민주당 측의 한 인사는 “지난 선거에서 오거돈 전 시장이 공천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친문그룹의 물밑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이들의 움직임은 계속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