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재확산의 조짐을 보이면서 국가 간 여행은 더욱 요원해지고 있다. 전대미문의 전염병을 막기 위해 시행되는 계속된 거리두기와 칩거를 요구하는 방역 정책은 세계적인 공통 분모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여행을 꿈꾼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여행을 통한 개인적 안식은 당분간 접어두는 게 상책일 듯싶다.
하지만 궁하면 통한다고 했듯이 코로나19 와중이라도 국경을 넘나드는 여행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IT 기술을 바탕으로 한 랜선 여행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출발지를 향해 떠나는 설렘은 없고 직접 체감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지금 시대에 적합한 여행법으로 삼아보면 어떨까. 최근 랜선 여행들은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현장 라이브로 진행하는 것들이 많아 어느 정도 생동감도 느낄 수 있다. 여행지를 갔더라도 둘러보지 못한 곳을 추억삼아 이용해도 좋을 것 같다. 이에 매경럭스멘은 트래블테크 기업인 마이리얼트립의 도움을 받아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랜선 여행지를 소개한다.
▶이탈리아 남부 휴양지
눈부신 태양과 에메랄드 빛 바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절경, 여유로움이 가득한 사람들…. 이탈리아 남부를 설명하는 수식어들이다. 이 말들에서 굳이 가보지 않아도 이탈리아 남부가 어떤 곳인지 느낌이 절로 온다.
이탈리아 남부 여행지로는 나폴리, 소렌토, 포지타노 등이 있다. 나폴리는 이탈리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로 세계 3대 미항 중 하나로 불린다. 소렌토와 포지타노는 나폴리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세계적인 휴양지다. 특히 포지타노는 로마제국 때부터 휴양지로 사용된 곳이다. 지금도 이탈리아 사람들은 즐겨 찾는다. 해안가를 배경으로 계단으로 이뤄진 마을은 감탄을 자아낸다.
남부 곳곳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 등 신화와 관련된 장소가 많아 이야깃거리도 풍부하다. 스타벅스의 로고로 유명한 사이렌의 유래도 이탈리아 남부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이렌은 노랫소리로 선원들을 유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이 활동했던 곳이 바로 이탈리아 남부 바다다. 평소 같으면 풍경에 취해 지나쳤을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여 보는 것도 여행의 재미를 배가시킬 것이다.
▶홍콩 야경
홍콩의 야경은 세계 여행객들 사이에서 말이 필요 없는 명물이다. 홍콩 야경이 주는 황홀경은 한 번 경험해 본 이들은 잊지 못한다. 야경 때문에 홍콩을 계속 찾는 이들도 많다. 홍콩 야경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심포니 오브 라이트’다. 매일 저녁 8시 하버 부근의 마천루에 형형색색의 조명을 쏘는 라이트쇼로 홍콩의 높은 마천루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빛으로 가득한 홍콩 야경
또 홍콩 야경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홍콩 섬과 주룽반도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스카이 테라스 전망대다. 홍콩 침사추이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과 명품 거리가 공존하는 1881 헤리티지&캔톤로드도 빼놓을 없다. 영화 <첨밀밀>에서 주인공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녔던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이밖에 영국 빅토리아 여왕시절 조성된 황후상 광장 등도 랜선 여행에서 만날 수 있다.
스페인 세고비아 대성당
▶스페인 세고비아
스페인에서 고대와 중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로마와 이슬람, 가톨릭의 시간들이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도시의 색채가 독특하다. 이곳의 대표 명소는 로마수도교다. 웅장한 규모감에 압도되고, 서기 1세기에 지어져 1909년 4월까지 실제 수로로 쓰였다는 사실에 한 번 더 놀라는 곳이다. 20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마을에 물을 공급한 고대 로마의 건축 기술에 감탄을 금할 길 없다. 여러 로맨틱 영화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로마시대 지어진 세고비아 수도교 앞 거리
또 이곳에서 주목할 것은 세고비아 알카사르다. 알카사르는 에스파냐어로 성(城)을 뜻하는데, 백설공주 성의 실존 모델로 알려진 곳이다. 동화 속처럼 예쁜 성이지만 여러 역사들이 함께 녹아있는 유서 깊은 곳이다. 에스파냐의 최전성기를 이끈 펠리페 2세의 결혼식장이었으며, 여걸 이사벨 여왕의 거처로 쓰였다. 또 한때 감옥으로 쓰이다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포병학교가 세워지기도 했다. 세고비아를 즐기는 법 중 이런 명소들을 돌아보는 것도 좋지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세고비아 구시가지 골목을 한가롭게 거니는 것도 지나칠 수 없는 여행법이다. 지금은 갈 수 없으니 일단 눈으로 마음으로 느껴보자.
프랑스 남부 코트다쥐르 해안 전경
▶프랑스 남부
프랑스 남부 지역의 대표 도시 프로방스, 이름 자체만으로도 낭만, 여유 등의 정취를 풍긴다.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어우러진 지역 분위기는 감성이 풍부한 예술가들의 주 무대였다. 고흐, 세잔, 샤갈 등이 남부 곳곳에 터를 잡으며 인류사에 남을 작품들을 남겼다. 고흐는 아를을 찾은 후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썼다. “천상에서나 볼 법한 푸른색과 노란색의 조합. 얼마나 매혹적인가.”
고흐의 대표작이 대부분 아를에서 나온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 같다. 그의 작품인 <포룸 광장의 카페 테라스>의 배경이 된 곳은 아직도 그림 속 그대로다. 아를이 고흐의 마을이라면 액상프로방스는 세잔의 마을이다. 곳곳에 그의 발자취가 남아 있다. 세잔이 작품들이 모여 있는 그라네 미술관을 포함해 그가 자주 오르던 생트 빅투아르 산, 세잔가의 저택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남프랑스의 성벽마을인 생 폴 드 방스는 샤갈의 마을이다. 샤갈은 이곳에서 지중해의 정취를 캔버스에 담았다. 샤갈은 이곳 마을 정상에 안장돼 있다. 곳곳에서 유명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데, 겉모습은 낡고 허름한 ‘라 콜콩브 도르‘ 호텔 안에는 무려 피카소와 마티스, 후안 미로의 실제 작품이 벽에 걸려 있다.
프랑스 남부에서 만날 수 있는 도시 중 레 보드 프로방스도 빼놓을 수 없다.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들’에 선정된 적이 있다.
프라도 미술관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 & 뉴욕 현대미술관(MoMA)
현지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여행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이지만 정작 챙겨서 가기는 만만치 않다. 이국땅에서까지 건물 속만 거니는 여행을 내켜하지 않는 이들도 의외로 많다. 그래서 랜선 여행의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것이 이 미술관이나 박물관 투어가 아닐까 한다. 여기서는 꼭 가봐야 할 미술관을 소개한다.
스페인의 프라도 미술관은 세계 3대 미술관 중 하나로 꼽힌다. 1785년 지어져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이곳에는 스페인 회화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이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는데, 실제 가서 꼼꼼히 보려면 하루도 부족하다. 디에고 벨라스케스, 프란시스코 고야, 엘 그레코 등 스페인 3대 거장의 작품을 모두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벨라스케스의 작품으로는 <바쿠스의 승리> <불카누스의 대장간> <난쟁이&광대 초상화> 등이, 고야의 작품으로는 <카를로스 4세 가족의 초상> <아들을 잡아먹는 사트루누스> 등이 전시돼 있다. 얼 그레코의 대표작 <가슴에 손을 얹은 기사의 초상>도 여기에 있다.
뉴욕 현대미술관 입구
세계 미술관을 이야기할 때 뉴욕의 모마(MoMA)도 빼놓을 수 없다. 현대 미술의 메카 격인 이곳을 찾기 위해 뉴욕에 들르는 이들도 상당하다. 매년 관람객만 300만 명이 넘는다. 이곳의 소장작품은 무려 15만 점이나 된다. 빈센트 반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앤디워홀의 <캠벨스프 캔과 마를린 먼로> 등을 만날 수 있고, 마크 로스크, 모네 등 다른 유명 화가들의 작품도 관람할 수 있다.
인파로 가득한 성 베드로 성당
▶로마 바티칸
세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바티칸이다. 가톨릭의 성지지만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건축물과 예술작품이 도처에 있다. 웅장한 외관과 화려한 내부는 보기만 해도 감동을 준다. 그래서 바티칸은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은 여행지로 누구나 손꼽는다.
바티칸 여행에서 꼭 빼놓지 말아야 할 곳은 성 베드로 대성당, 바티칸 박물관, 시스티나 성당, 라파엘로의 방 등이다. 성 베드로 대성당은 사도 베드로가 처형된 곳에 세워진 곳이다. 이 성당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미켈란젤로의 친필 서명이 조작된 <피에타>다. 또 성 베드로 성당의 전망대에서 보는 바티칸 전체의 모습도 일품이다.
미켈란젤로의 작품은 시스티나 성당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너무도 유명한 <천지창조>(성당 천장)와 <최후의 심판>(성당 벽)이 성당에 그려져 있다.
하지만 바티칸 곳곳의 문화유산을 눈으로만 이해하려 든다면 이는 여행의 즐거움을 반만 가져가는 것이다. 곳곳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가득해 이를 더하면 바티칸을 더 제대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