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LUXMEN·현대경제연구원 공동기획] 한국 | 부채 리스크와 미·중 기술 분쟁 높은 파고 넘어야
입력 : 2020.10.05 15:23:11
수정 : 2020.10.05 15:23:39
비교적 잘 선방했다고는 하지만 한바탕 난리를 치르고 난 이후의 삶이 정상 궤도로 돌아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비용도 든다. 하물며 결코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예측마저 나오는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한국 경제는 어떤 모습을 하게 될까. 일상적이었던 경제 활동을 다시 할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다. 불편을 감수하고 극복하는 새로운 틈새시장, 신산업이 엿보일 것 같기도 하다. 위기에 좌절하지 않고 기회로 승화시켜 더 밝은 미래에 더 빨리 도달하기 위해 내년도 경기 흐름과 예상되는 주요 이슈들을 생각해 보기로 한다.
▶내년 경기 흐름의 주요 결정 요인 역시 코로나19
먼저 2021년 국내외 경기 흐름의 주요 결정 요인도 코로나19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바이러스는 재확산과 진정세를 번갈아 나타내며 사람들의 활동을 제약할 것이다. 그러나 충격이 가해졌던 2020년보다는 경제 활동 제약이 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올 1년간 코로나19와 함께 생활하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슬기로운 코로나19 생활인지 몸으로 익혀왔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확산 초기, 우리를 패닉 상황으로 몰고 갔던 마스크 품귀 현상은 이제는 없을 것이다. 건물 출입 시 필요한 명부 작성은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더 이상의 확산을 최소한으로 할 것이다. 우리 스스로가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해 무뎌지기도 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된다고 해서 그로 인해 불안 심리가 경제 활동을 제약하는 상황은 올 연 초에 비해 덜 발생할 것이다. 확진자 수가 너무 많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그리고 어느 정도 봉쇄 상태를 유지하는 선에서 경제 활동이 이뤄질 것이다.
글로벌 경기 흐름은 올해에 비해서는 2021년에 반등할 것으로 많은 경제 전망 기관들이 바라보고 있다. 물론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심했던 선진국이 플러스 성장률까지 가는 과정에서 기저효과가 많이 작용하여 반등폭이 크다. 신흥국 전체적으로는 올해 선진국만큼 경제 충격이 크지는 않지만 2021년에는 선진국보다 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2020→2021년, 선진국 : -8.0 → 4.8%, 신흥국 : -3.0 → 5.9%). 최근 G7을 확대해 그 확대된 G7에 포함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의 대상이 되었던 한국은 방역의 성공에 힘입어 다른 G7 국가들보다는 2020년 성장률 하락폭이 낮은 반면, 골이 깊지 않은 이유로 2021년 플러스 성장률도 비교적 낮은, 다른 선진국보다는 비교적 평탄한 경기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국내 경기를 부문별로 나눠 보면 민간부문의 소비 활동은 예전의 밋밋한 변화보다는 다소 심한 등락을 반복할 것이다. 소비가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대면 활동, 접촉 활동 제약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으로 2020년 여름에는 소비 급락이 심하게 나타나지 않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될 때마다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될 것인가, 즉 소비 진작을 위한 정부 정책이 이후에도 계속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는 점이다.
투자 부문은 코로나19 충격에도 불구하고 미약하지만 개선 흐름이 포착되고 있다. 예상치 못한 특이사항이 발생하지 않는 한 2021년에는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부문은 보다 양호해지는 흐름이 나타날 것이다. 설비투자 부문에서는 선행지표라고 알려진 자본재 수입액이나 기계류 수주액 등이 올해 계속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건설투자 부문에서도 수주가 최근 크게 늘어 2021년 여름 이후에는 투자가 많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내수 경기를 볼 때 기업 섹터에서는 자금력이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고용을 유지하면서 코로나19 이후를 위해 투자 계획도 세우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자금력이 약한 기업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도 서비스업종에서는 대면 활동의 제약 발생을 몸소 부딪치면서 어려운 시기를 보낼 것으로 예상한다.
▶내수경제 가장 큰 이슈는 부채 리스크
2021년 내수 경제 부문에서 가장 큰 이슈는 부채 문제가 될 것이다. 부채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있어서는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사업을 확장하거나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할 경우 자금이 부족할 때 빚을 질 수 있다. 문제는 잘 갚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 위기 상황을 통과하며 빚을 많이 져 가계나 기업, 정부 모두 부채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
부채가 짧은 기간에 많이 증가하여 이로 인한 후유증은 곳곳에서 나타날 것으로 우려된다. 제일 큰 문제는 악화된 고용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서 부채 상환이 매우 어려워지는 점이다. 경제 위기 상황을 근근이 버텨갔던 저소득층 및 취약계층은 휴직 및 실직 상태에서 긴 시간을 버텨왔다. 더는 버티기 어려운 시점에 이미 도달한 가계나 기업이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이 가장 컸다고 보이는 올 2분기의 국내 기업 매출이 역대 최대로 감소한 점을 보면 올해 남은 기간 그리고 2021년에도 코로나19 재확산 강도에 따라 기업들에 미치는 악영향이 증폭될 것이다. 어쩌면 희망고문에 지쳐 도산이나 파산의 문을 두드리는 기업이 더 많이 나올 수도 있겠다. 올 상반기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의 파산 신청 건수는 552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이상 증가한 수치이지만, 올 하반기와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기업들의 파산 신청과 도산이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방금 전에 이야기했던 가계 부문의 고용에도 타격을 주는 스토리와 연결된다.
국가부채 문제는 가계부채나 기업부채만큼 내수 경기를 좌우하는 요인은 아니지만, 지금과 같은 증가세를 유지한다면 조만간 신용등급 하락의 역효과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 과거보다 빠른 증가세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고 국가 재정지출을 어느 부문에 투입할지에 대한 투명하고 명확한 기준보다는 그때그때 필요한 사항에 맞추어 지출 계획을 수립하는 방식이 고수된다면 재정 부담은 더 커질 것이다.
2018년 G20 당시 미·중 정상회담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과 미국의 경기 흐름 주목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 특성을 고려할 때 교역 이슈를 미리 예측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과 미국의 경기 흐름이 가장 중요한 국내 교역 결정 요인이 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어느 정도 개선세가 예상되는 양국가의 경기 흐름은 국내 수출 경기의 청신호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경기 흐름을 제외한 양국 간의 갈등이다.
관세 갈등으로 시작된 미·중 경제 갈등은 이제 교역 부문을 넘어 기술과 인권과 체제 등에까지 번지고 있다. 2021년에는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좀 더 심화될까 우려스럽다. 시진핑 정부 들어 중국은 경제는 물론 기술 및 군사력까지 세계 제일의 국가로 등극하는 것을 목표로 ‘일대일로’ ‘중국제조 2025’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었다. 중국은 연구개발 측면에서도 미국에 근접하는 투자를 하고 있어 미국의 대중국 경각심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러한 중국의 기술패권 확보 노력에 대응하여 미국은 중국에 대한 수출입 규제, 중국의 대미국 투자 규제 등 기술 부문을 둘러싸고 다각도의 제재를 시행하고 있다.
이런 미국의 대중국 기술 견제에 대해 중국은 미국 기업과의 거래 제한 정책 시행을 준비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과학기술 분야의 제도 정비 및 기술력 제고 등을 병행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식재산권 제도를 갖추고 사이버보안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트럼프보다 중국에 대해 반감을 덜 갖고 있는 민주당의 바이든 대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지금까지의 강경 노선이 좀 유화될까. 간단히 방향이 바뀔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의 반중국 정서는 이미 초당적인 분위기로 잡혀가고 있다. 또한 중국의 기술 개발 정책은 중국의 뿌리 깊은 세계 넘버원 국가 등극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이를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대중국 제재는 기술을 넘어 체제 문제, 인권 문제 등 전방위적인 범위로 확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충격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경제를 강타한 최대 위기이다. 물론 세계 경제도 타격을 크게 받았다. 다만, 방역 당국과 온 국민의 참여로 바이러스 확산을 효과적으로 막고 있다. 결과적으로 다른 국가에 비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까지는 상대적으로 덜한 수준이다. 전 세계적으로 어쩔 수 없이 겪게 된 충격을 상대적으로 잘 헤쳐가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코로나19 영향이 어느 정도 걷히고 나면 드러나게 될 이슈들이다. 코로나19로 잠시 덮고 있었던 골칫거리들이다. 언젠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 그 다음에는 반등을 하게 된다. 그 반등이 ‘진(眞)’한 반등인지, ‘허(虛)’한 반등인지는 경제 체질이 견실한지 허약한지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견실한 경제 체질을 갖추는 것은 어렵지만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 이를 통해 부채 리스크를 해소할 수도 있고 미·중 간의 기술패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 방법은 성장의 바퀴를 계속 돌려 거기서 부를 창출하는 것이다. 신산업을 발굴하고 미래 트렌드를 개척하는 것이다. 연구개발 투자의 방향성을 성공 가능성이 높은 쉬운 분야가 아니라 실패 확률이 있더라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고부가가치의 제품 개발을 위한 방향으로 설정해야 한다. 도전적 연구 문화가 정착되어 다양한 학문이 융합되는 분위기에서 솟아나온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실용화될 수 있는 제도적인 유연성을 구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