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아는 미술, 시장이 아는 미술 ① 원하는 예술+재테크까지 | 두 마리 토끼 잡는 ‘아트컬렉터’의 세계
안재형 기자
입력 : 2020.02.26 17:46:33
수정 : 2020.03.02 13:47:18
지난해 11월 한국 추상화의 거장 김환기의 푸른 점화 ‘우주(Universe 5-IV-71 #200)’가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131억8750만원에 낙찰됐다. 국내 미술품 경매가 최초로 100억원 시대가 열린 순간이다.
하지만 국내 미술시장에는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국가 경제력과 작품성에 비해 저평가됐던 국내 미술품이 재평가되고 있다는 낙관론과 김환기의 독주일 뿐이라는 비관론이 그것이다.
국내 미술시장은 불황에 세금문제가 더해지며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표한 ‘2019 미술시장 실태조사’를 보면 2018년 전체 작품 거래액은 5000억원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전년 대비 9.3%(4942억원)나 쪼그라들었다. 정부의 미술품 양도 차익 과세 강화 움직임에 경매사도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국내 경매사 8곳을 분석해보니, 2019년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낙찰 총액은 1565억원으로 전년 대비 629억원(-28.7%) 감소했다.
전 세계 미술시장 규모는 총 64조원으로 알려졌다. 그중 국내 미술시장의 규모는 약 4000억원대로 집계되고 있다. 일각에선 한국의 미술품 거래규모가 크지 않다는 건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아트페어의 경우 화랑이나 경매사와는 달리 성장곡선이 완만하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아트페어는 2017년 49개에서 2018년 54개로 5개가 늘었고, 거래 금액도 638억원에서 734억원으로 15% 증가했다. 그런 이유로 이젠 국내 미술시장을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어쩌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컬렉터가 되어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점에 <매경LUXMEN>이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한다. 1998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미술품 경매 회사 서울옥션과 함께하는 ‘당신이 아는 미술, 시장이 아는 미술’은 작품으로서의 관점과 재테크로서의 시각을 복합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첫 번째 지면에는 ‘아트컬렉터’의 세계와 그들이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을 조명했다.
성공한 컬렉터 그리고
컬렉터로 성공하기 위한 A to Z
성공한 아트컬렉터의 삶은 어떠할까?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몇몇 컬렉터들을 살펴보자.
글 정지영 서울옥션 스페셜리스트
▶가장 이상적인 부부 컬렉터
허버트 보겔&도로시 보겔
가장 이상적인 컬렉터 부부의 사례를 살펴보자. 미국의 보겔(Vogel) 부부 이야기이다. 우체국 직원이었던 허버트(Herbert)와 도서관 사서였던 도로시(Dorothy)는 1962년 결혼한 후 생활비는 도로시의 수입으로 작품은 허버트의 수입으로 구입했다. 당시는 추상 표현주의가 절정일 시기였기 때문에 그들의 예산으로는 미술계에 알려지지 않은 실험적인 작품들만 구입할 수 있었다. 부부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신진 작가들 중 마음에 드는 작가를 찾는 데 공을 들였다. 부부의 첫 컬렉션은 ‘존 체임벌린(John Chamberlain)’의 조각이었고, 그 후 ‘솔르윗(Sol LeWit)’ 등의 작가들, 다시 말해 그 당시 미니멀리즘, 개념주의로 불리는 작가들의 작품을 구입했다. 아마도 예술의 열정이 가득한 가난한 부부의 무모한 도전이었을 것이다. 허버트가 구입한 가장 비싼 작품은 피카소의 조각이었는데, 이건 도로시와의 약혼을 기념하기 위해 무리해서 구입했다고 한다. 이들은 자신들보다 더 어려운 예술가들을 직접 만나 작품을 살펴보고 구매했다. 그런 후에도 작가들과 교류했는데, 이렇게 20여 년간 꾸준히 작품을 사 모았고 먼 훗날 미술계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보겔 부부가 구입했던 작가들은 이미 스타작가 반열에 올라있다. 그들은 한번 구입한 작품은 절대 되팔지 않았다. 이들 부부도 어떤 작품을 얼마나 소장했는지 알지 못했고, 작품으로 꽉 찬 공간에 갇혀 지냈을 정도였다고 알려졌다. 더 놀라운 건 1991년에 평생 모아온 4700여 점을 부부의 신혼 여행지였던 워싱턴의 국립미술관에 기부했다는 사실이다. 억만장자 컬렉터의 기부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보겔 부부처럼 가난한 서민 컬렉터가 구입 당시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실험적인 작품들을 모아 기부했다는 건 정말 위대한 일이다.
“컬렉션은 돈이 있다고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금전적인 여유보다 미술에 대한 열정이 중요하다”라는 남편 허버트의 말처럼 보겔 부부는 이 시대 가장 존경받는 컬렉터로 많이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그리고 워싱턴 국립미술관 입구 벽면의 기부자 리스트 중 가장 위에 부부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보겔 부부의 컬렉션은 구입 당시에는 월급을 넘어서지 않는 가격이었지만 현재는 그보다 수백, 수천 배 이상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프랑스 파리 옛 증권거래소 자리에 개관하는 ‘부르스 드 커머스(Bourse de Commerce)’ 미술관
▶전 세계 미술시장의 큰손
프랑수아 피노 케링그룹 회장
아트컬렉터를 논할 때 전 세계 미술시장을 움직이는 큰손 프랑수아 피노(Francois Pinault)를 빼놓을 수 없다. 목재 유통회사를 운영하다 유통업으로 성공한 피노는 현재 구찌, 입생로랑, 발렌시아가 등이 속해있는 케링(Kering)그룹의 회장이다. 그의 컬렉션은 피카소부터 앤디워홀, 이우환까지 다양하며 컬렉션의 가치는 약 1조600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적인 부호답게 1998년에는 아예 경매회사 크리스티를 인수했고, 85세의 고령임에도 여전히 작가를 직접 찾아다니며 미술계에서 최고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5000여 점의 작품을 소장한 피노는 이탈리아 베니스에 팔라초 그라시 미술관, 푼타 델라 도가나 미술관을 열었다. 피노의 고국인 프랑스 파리 옛 증권거래소 자리에도 그의 3번째 미술관이 세워진다. ‘부르스 드 커머스(Bourse de Commerce)’라는 이름으로 오는 6월 개관할 예정이며, 퐁피두센터와 루브르박물관과도 가까워 미술 애호가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프랑수아 피노 케링그룹 회장
▶1200억원에 바스키아의 작품을 소유한 마에자와 유사쿠
최근 미술시장에 주목받는 젊은 컬렉터가 출현했다. 그는 얼마 전 달나라에 같이 갈 연인을 구한다는 이색 공고문을 냈다 중단하는 해프닝을 벌인 1975년생 일본인 억만장자 마에자와 유사쿠(前澤 友作, Yusaku Maezawa)다. 그는 미국에서 희귀음반을 사와 온라인 사이트로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해 점차 패션으로 발전시켜 ‘조조타운’이란 온라인 패션 쇼핑몰로 4조원대 자산을 일궜다. 그런 그가 2017년 혜성처럼 등장해 뉴욕 소더비에서 ‘장 미쉘 바스키아(Jean Michel Basquiat)’의 그림을 추정가의 2배에 달하는 1억1050만달러(약 1248억원)에 낙찰 받아 화제가 됐다. 소더비가 경매 출품 전 슈퍼컬렉터 몇몇을 뉴욕에 초청해 프리뷰를 진행했는데 33년 만에 세상에 나온 바스키아의 작품을 보는 순간 구매결정을 했고, 금액에 상관없이 소유하겠단 마음을 가졌다고 한다. 전화응찰로 작품을 낙찰 받은 터라 모두들 구매자를 몹시 궁금해 했는데 마에자와는 ‘걸작을 손에 넣어 행복하다’라는 글과 함께 바스키아 작품 앞에서 찍은 인증샷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본인이 그림의 주인임을 밝혔다.
보통의 낙찰자들은 공개를 꺼리는데 마에자와는 “나는 아름다운 것들을 보여주길 원하며 또 그것들을 모든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며 자신의 컬렉션을 전 세계 미술관에 빌려줄 계획이라 밝혔다. 도널드 저드, 제프 쿤스, 자코메티, 알렉산더 칼더 등 화려한 컬렉션을 자랑하고 있으며 2012년에 현대미술진흥재단을 설립해 작가들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고향 지바에 현대미술관을 개관할 예정이다.
조조타운 설립자이자 컬렉터, 마에자와 유사쿠
▶성장 가능성 높은 국내 미술시장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작품의 가격은 우리 돈으로 약 5000억원이나 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살바도르 문디’가 2017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낙찰된 후 이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이 작품은 1958년 미국 소더비 경매장에서 약 6만원에 낙찰됐었다. 그 후 2013년에는 러시아의 억만장자이자 AS모나코의 구단주인 드미트리 리볼로프레프가 약 1400억원에 구입했고, 4년 후 약 5000억원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이 구입했다. 가장 비싸게 팔린 국내작품은 김환기의 1971년 작품 ‘우주(Universe 5-IV-71 #200)’다. 지난해 11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약 132억원에 낙찰돼 국내 미술품 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5000억원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게 느껴지지만 국내 작가의 작품이 100억원을 넘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 세계 미술시장의 규모는 64조원. 그 중 국내 미술시장은 대략 4000억원대로 집계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속한 국가들의 미술시장 평균 규모가 GDP의 0.1% 수준인 데 반해 우리는 2000조원에 달하는 GDP 규모의 0.02%에 불과하다. 경제 규모로는 세계 12위권에 육박하는데 가장 비싸게 거래된 작품이 불과 몇 달 전에 100억원을 넘었다는 건 한국의 미술품 거래 규모가 크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앞으로 국내 미술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며 우리가 컬렉터가 되어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옥션 경매현장
▶아트컬렉터가 되기 위한 자세
그렇다면 아트컬렉터가 되기 위해선 어떤 자세를 갖춰야할까. 컬렉터란 물품의 수집자, 특히 미술품의 수집가나 수장자를 일컫는 단어다. 미술품 컬렉터 또는 아트컬렉터란 수식어가 거창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작품 또는 다양한 아이템들을 보며 감상을 넘어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미 컬렉터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요즘 아트테크, 아트펀드 등 다양한 단어들을 많이 접할 수 있는데, 작품을 재테크의 수단으로만 구입하기도 한다. 갤러리와 옥션회사에 10년 넘게 근무하면서 초보 컬렉터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중 하나가 “어떤 그림이 돈이 되나요?”였다. 물론 내가 구입한 작품이 세월이 흘러 값이 오르게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투자 목적으로만 그림을 구입하게 되면 그 작품을 온전히 즐기지도 못하고 작품 값이 떨어진 경우에는 처분하기도 쉽지 않아 불안한 마음만 들 것이다. 실제로 작품 값이 오르기만을 기다리는 안타까운 작품들도 많다. 이것은 올바른 컬렉터의 자세로 볼 수 없다.
그럼 어떤 그림을 사야할까. 오랜 시간 많은 작품들을 보다보면 나도 모르게 발길이 머무는 작품, 즉 사로잡히는 작품이 있을 것이다. 그 작품을 통해 깨달음과 감동이 느껴질 때는 구매해도 좋다. 사실 이런 감정을 느끼기까지 많은 작품들을 찾아다니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로잡힌 그림이 있다면 그 작가의 철학이 담긴 작품세계, 작업노트 등을 찾아본다. 그리고 작가가 어느 곳에서 전시를 했는지 현재 활발하게 활동을 하는 작가인지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젊은 작가들 중에는 작품 활동을 하다 그만두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전시이력을 살필 때 주요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전시를 했다면 미술계에서 인정을 받은 작가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갤러리, 아트페어에서의 구입을 1차 시장, 경매회사는 2차 시장이라 볼 수 있는데, 어느 정도는 시장에서 거래가 있는 작가군의 작품을 구매하는 게 좋다.
▶아트페어부터 옥션 프리뷰까지 다양한 전시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은 미술관, 갤러리, 대안공간, 옥션 프리뷰, 아트페어, 비엔날레, 졸업전시회, 작가 작업실 방문 등 다양하다. 유명작가의 개인전부터 미술대학 졸업전시회까지 시간이 허락한다면 많이 보는 게 우선이다. 오랜 시간 그림을 감상하다 보면 본인의 취향을 알 수 있으며 미술시장의 트렌드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에 쫓겨 많은 곳을 갈 수 없다면 아트페어는 꼭 관심을 갖고 챙겨보길 바란다. 아트페어는 한 장소에 갤러리들이 저마다 보유한 작품들을 판매한다.
보통 3일에서 5일간 열리는데 일일이 갤러리를 찾아다니는 수고를 덜 수 있고, 한 번에 많은 작품을 비교해 볼 수 있어 작품 트렌드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주요 아트페어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아트바젤(ART BASEL)’ ‘프리즈(Frieze)’ 등이 있다. 그리고 옥션 프리뷰가 있을 때마다 찾아가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경매는 한 컬렉터가 오랫동안 소장해왔던 좋은 작품을 감상하고 소장할 수 있는 기회다. 한번 작품이 출품돼 낙찰되면 그 작품은 또 언제 시장에 나올지 모르고 평생 그 작품을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귀한 작품이 경매에 출품됐다는 소식이 들리면 꼭 관람하길 바란다. 서울옥션의 경우 메이저 경매는 분기별로 4회 정도 열리고, 홍콩 경매는 연 3회, 온라인 경매는 월 1회 정도 열린다. ‘제로베이스’ ‘아트나우’ 등 젊고 유망한 작가들을 발굴해 경매 프리뷰와 함께 기획전시도 열리고 있어 젊은 작가부터 블루칩 작가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국내에는 ‘서울옥션’ ‘K옥션’ 등이 있고 해외에는 ‘크리스티(Christie’s)’ ‘소더비(Sotheby’s)’ ‘필립스(Phillips)’ 등이 있다. 주요 경매회사, 갤러리에서는 전시 소식을 메일로 발송하고 있으니, 이메일과 SNS을 통해 전시소식을 받고 경매도록과 미술잡지를 구독해 꾸준한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관심이 가는 작품이 생겼다면 작가를 직접 만나보는 것을 추천한다. 보통 개인전 첫날 오프닝파티에는 작가가 참석하기 때문에 직접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아티스트 토크, 작가 작업실 투어 등의 프로그램도 참여하도록 하자. 작가가 미술관이나 기업의 후원을 받아 레지던시에 입주해 작품 활동을 후원 받는 경우도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고양레지던시, 두산뉴욕레지던시, 금호창작스튜디오, 가나문화재단레지던시 등이 있고 오픈스튜디오라는 프로그램도 있는데 일정기간 작가들이 입주해 있는 레지던시 전체를 오픈해 관람객들이 작업실을 직접 방문, 작가도 만나고 작품세계에 대해서도 듣는 시간이다.
소장하고 싶은 작품의 가격이 궁금하다면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정확하진 않아도 작품 가격을 추정할 수 있다. 국내 사이트는 ‘한국미술시장정보시스템(k-artmarket.kr)’ ‘서울옥션(seoulauctio.com)’ ‘K옥션(k-auction.com)’ 등이 있고 ‘아트프라이스(artprice.com)’ ‘아트넷(artnet.com)’에서는 전 세계 미술품 가격 정보와 낙찰된 금액, 각종 미술시장 소식, 전시리뷰 등이 제공된다. 단 경매로 낙찰된 금액과 갤러리의 가격에는 차이가 있으니 갤러리에 전시된 작품가격이 궁금할 땐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로 문의해야 한다.
컬렉션을 시작할 때 어떤 작품을 사야할까 막막하다면 본인만의 기준을 만들어보자. 테마가 있는 컬렉션처럼 한 작가의 작품을 시대별로 구입한다던지 드로잉, 사진, 판화 등 장르를 구분해 사는 것도 방법이다.
디자이너의 가구, 조명을 수집하는 것도 좋고 먼저 컬러를 정해놓고 맘에 드는 그림을 찾는 것도 첫 컬렉션 선택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법이다. 단, 실패 없는 컬렉션은 그 작가의 대표작을 구매하는 것이다. 보통 작가가 개인전을 할 때 가장 메인 벽에 걸리는 또는 홍보물에 인쇄되어진 작품은 그 전시의 대표작일 확률이 높고 종종 작가들이 판매하려하지 않고 보관하고 싶어 하는 작품들도 있는데 수작일 가능성이 높다.
미술은 우리의 생활과 맞닿아있고 미술시장 트렌드 또한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전시회에 가서 작품을 감상하는 일상은 자신의 취향을 알고 작가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첫 번째 발걸음이다. 우리 생활과 밀접한 디자인 작품부터 시작해 다양한 작품들을 가릴 수 있는 안목이 생기길 기대해 본다.
Interview|아트컬렉터의 세계
전종우 리볼리 치과 대표원장 “새롭고 특이한 작품, 해외 신인작가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안재형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마음에 드는 작품을 발견해 구입한 게 첫 시작이었어요. 지금은 관련 강의도 듣고 직접 해외 갤러리에 문의도 하는 컬렉터가 됐습니다. 인터넷을 흔히 정보의 바다라고 하는데 제 컬렉션의 시작점이자 작품 선택의 기준이기도 합니다.”
경기도 분당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전종우 원장에게 미술은 색다른 취미이자 새로운 도전이다. 2018년 말부터 미술 컬렉터의 길로 들어선 그가 1년 남짓한 기간에 모은 작품은 총 15점. 전 원장이 한 달에 한 작품 이상 구입에 나서게 된 건 순전히 호기심에 기인한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 우연히 미술 옥션 사이트에 들어갔어요. 어떤 작품을 사고 파는지 목록을 살피다 보니 눈에 쏙 들어오는 작품이 있더군요. 이건 직접 가서 봐야겠다는 생각에 옥션이 진행되기 전에 열리는 프리뷰 전시회에 갔더니 꼭 사야겠더라고요. 안 사면 후회할 것 같은 마음에 응찰했는데, 지금까지 오게 됐습니다.”
우연 같은 필연이라 했던가. 당시 그가 2000만원대 후반에 구입한 일본 작가 아야코 로카쿠의 작품은 현재 옥션가가 두서너 배 뛰었다. 은행의 정기예금 이율이 연 1%대인 걸 고려하면 재테크도 이런 재테크가 없다. 도대체 뜰 것 같은 작품을 어떻게 알 수 있냐는 우문에 다시금 인터넷을 이용한다는 나름의 현문이 돌아왔다.
“주로 인스타그램에서 정보를 많이 얻고 있어요. 인스타에 작가들과 작품의 ‘팔로어’나 ‘좋아요’ 수를 보고 반응을 살피죠. 물론 그보다 중요한 건 내 마음에 드는지, 또 병원에 전시할 수 있는 그림인지 먼저 생각합니다.”
▶너무 싼 작품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전 원장은 수집한 그림과 아트토이를 모두 그의 병원에 전시한다. 병원 옆에 아예 보관실을 따로 마련하기도 했다. “작품을 혼자 보는 게 아니라 주민과 환자가 함께 감상하는, 일종의 문화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게 그의 또 다른 포부다.
“그렇다고는 해도 유명한 작가의 작품은 너무 비싸서 엄두도 못 내고 있습니다. 해외작가 중 몇몇 신인작가들을 주목하고 있는데, 현재 ‘Oh de Laval’과 ‘Yulia Iosilzon’, 두 작가의 그림을 사려고 직접 청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 원장이 해외의 신인작가를 주목하는 이유는 새로운 화풍에 대한 시도와 현 시대를 반영한 콘셉트 때문이다. 눈에 띄는 작가가 있으면 해외 갤러리에 문의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직접 자신이 소장한 작품과 왜 작품을 구매하려는지 이유 등을 담은 파일을 만들어 보내기도 하고, 사고자하는 작품이 이미 팔렸다면 작가에게 ‘나를 위해 그림을 그려줄 수 있는지’ 의뢰하기도 한다.
“재테크를 고려한다면 주식보다 어려운 작업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강의도 듣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정보를 얻기도 하고 지난해에는 홀로 홍콩에서 열린 아트바젤에 가보기도 했습니다. 규모 있는 해외 갤러리에 소속된 작가들을 주시하고 있는데, 큰 갤러리에 소속된 신인작가일수록 작품이 오를 확률이 높더군요. 물론 너무 싼 작품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 싸다는 건 이후에도 그럴 가능성이 높은 거죠. 주변 분들도 그렇고 재테크를 염두에 둔다면 1000만원대 작품을 많이 추천하더군요.”
전 원장은 현재 오는 5월에 부산에서 열리는 아트페어를 위해 따로 강연을 듣고 있다. 아트페어에서 좋은 작품을 선택하기 위해 특화된 소모임이다. 재차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을 물었더니 특히 3가지를 강조했다.
“첫째는 전에 없는 새로움이죠. 100% 완전히 새로운 건 없지만 특이한 화풍이나 방법이 중요합니다. 둘째는 현 시대를 반영하는 작품의도. 그리고 재테크를 고려한다면 너무 싼 그림보다 1000만원대 전후 작품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