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1일 자유한국당에서는 작은 이변이 발생했다. 4월 3일 치러지는 경남 통영·고성 재선거 당 후보 공천 경선에서 여론조사* 자유한국당 내 3위를 달리던 정점식 후보가 승리를 연출해냈기 때문이다.
(*결과는 전체 4위, 자유한국당 내 3위
창원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월15~17일까지 조사한 결과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 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 후보는 서필언 전 행정안전부 1차관, 김동진 전 통영시장 등과 경선 경쟁을 하고 있었는데, 사전 여론조사에서 밀리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런데 막상 경선 결과를 놓고 보니 정 후보가 막판 역전드라마를 멋지게 써낸 것이다. 사실 정 후보가 통영·고성 경선에서 경쟁 후보를 제친 것은 상당히 기적 같은 일이었다. 경선 전 여론조사에서 뒤졌던 정 후보지만, 그는 지역 선거에서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는 ‘출신’에서도 불리한 측면을 안고 있었다. 통영과 고성이 합쳐진 이 지역구는 인구 특성상(통영시 인구 13만여 명, 고성군 인구 5만여 명) 통영 출신 후보가 지역구 국회의원 공천으로 낙점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정 후보는 고성 출신이다. 이런 불리함을 딛고 정 후보가 이변을 연출한 것이다.
이를 두고 정 후보 자체가 다크호스였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 황교안 신임 한국당 대표와의 인연이 크게 한몫했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황교안 체제로 새롭게 짜인 한국당의 역학관계가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것이다. 국무총리를 지낸 황 대표는 정치권에서는 신인이지만 제1야당의 당 대표로 선출되는 기염을 토했고, 이후 당 지지율을 회복시키는 등 저력을 보이고 있다. 이에 지역 여론도 황 대표와 가까운 인사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것이다.
실제 정 후보는 황 대표 인맥의 대표주자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인연을 가지고 있다.
정 후보는 검찰 재직 시절 황 대표와 가까웠다. 둘 사이에는 공안검사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황 대표의 치적(?)으로 여겨지는 통진당 해산 작업에도 같이 일을 했다. 정 후보는 당시 법무부 ‘통합진보당 위헌정당 해산 심판 청구 TF’ 팀장을 맡았다.
황 대표도 굳이 정 후보와의 이 같은 관계를 부인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석에서 “자신의 오른팔”이라고 한다는 말이 들릴 정도로 더 챙긴다.
이처럼 황 대표가 챙기는 인물이 정치권에서 두각을 나타내자, 그의 인맥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이기도 한 황 대표이기에 그의 향후 행보에 따라 세간에 이름이 오르내릴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인맥들은 정점식 후보처럼 법조계 인맥이다. 특히 그의 모교인 성균관대 법조 인맥들이 관심이다. 황 총리는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했고, 법대 동문회장도 하는 등 모교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황 총리의 삶의 궤적에는 성대 법대 출신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정치권 입문 전 성대 법대 출신으로는 박근혜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정홍원 전 총리가 있다. 정 전 총리는 황 대표의 직속 선배다. 그는 성균관대 법대 야간과정을 졸업한 뒤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로 공직에 입문했다. 황 대표는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냈는데, 정 전 총리가 황 대표를 천거했다고 한다. 또 정 전 총리는 황 대표의 정계 진출도 적극 권유했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 초대 비서실장이었던 허태열 전 의원도 성대 법대 출신이다. 허 전 실장은 황 대표가 ‘청년에게 묻다’라는 출판기념회를 개최할 때부터 황 대표를 돕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역 의원으로는 여당 저격수로 활약하는 곽상도 의원이 황 대표의 성대 법대 후배다. 같은 검사 출신으로 황 대표가 법무부 장관을 할 때 곽 의원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내며 서로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곽 의원은 당내 정보통으로 분류된다. 황 대표, 곽 의원, 정점식 후보 세 사람은 모두 검사 시절 공안통이란 공통점이 있다. 다만 정 후보는 서울대를 나왔다.
황 대표의 성대 법대 후배 라인에는 대구고검장을 지낸 윤갑근 변호사도 빼놓을 수 없다. 윤 변호사는 황 대표가 법무무 장관 시절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윤 변호사도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내 중진인 정우택 의원도 황 대표의 성대 법대 선배다. 하지만 황 대표 체제에서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은 한선교 의원이다. 역시 성대 출신인 한 의원은 황 대표가 단행한 첫 당내 인사에서 당 조직과 살림을 책임지는 사무총장직을 맡았다. 4선의 중진 의원이 사무총장직을 맡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때문에 성대 출신이란 공통 분모에 더욱 관심이 모이고 있다. 법대가 아닌 당내 성대 출신 인사로는 수석대변인인 윤영석 의원이 있다.
황 대표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고 알려진 이완구 전 총리도 성대 출신이다.
이처럼 황교안 체제 출범 이후 당내에서 성대 출신들의 약진이 두드러지자,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 들어 보였던 이들 학교의 전성시대가 다시 열리는 것 아니냐는 평도 있다. 한 당내 인사는 “황 총리가 몸담은 검찰 내에서 성대 출신끼리 끈끈함을 과시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라면서 “이런 분위기가 황교안 체제로 바뀐 당에서도 보여지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현 정부에서도 황 대표와 인연이 있는 성대 법대 출신도 눈에 띈다. 대법관인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이 대표적이다. 조 처장과 황 대표는 학창시절부터 꽤 친한 사이였다고 한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이 조 처장을 대법관에 임명했을 때 다소 의외라는 반응도 있었다. 조 처장의 정치적 색채가 황 대표와 가까운 것이 아니냐는 세간의 눈초리 때문이었다. 한편 한국당 밖 정치권 성대 출신 인사들로는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법대),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 등이 있다.
황 대표의 법조 인맥을 이야기할 때 경기고 출신(72회)들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이 학교 출신 법조 인사인 유남석 헌법재판소 소장, 양승국 법무법인 로고스 대표, 김성근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 등은 황 대표와 사시 동기이자 연수원 동기이다. 지난 2월 퇴임한 성낙송 전 사법연수원 원장 등도 황 대표와 같은 해 졸업했다.
법조 인맥이 아니더라도 황 대표의 경기고 인맥은 화려하다.
정치권에서는 고승덕 전 의원,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작고한 노회찬 전 의원 등이 같은 해 졸업생이다. 정치적 색채가 완전히 달랐던 노 전 의원과 황 대표의 일화는 유명하다. 학계에 포진해 있는 동문으로는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남궁영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백진현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이기훈 백제예술대학교 총장, 이상윤 연세대 법학과 교수 등이 있다.
언론계 인맥도 만만치 않다. 최금락 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 박노황 전 연합뉴스 대표이사, 서두원 전 SBS 보도본부 본부장 등이 황 대표와 같이 학교를 다녔다.
의료계 동문으로는 권오정 삼성서울병원 원장이 있다.
하지만 최근 황 대표의 핵심 인맥은 아무래도 국무총리 시절 쌓은 인맥이 아닐까 싶다. 이들은 황 대표를 측근에서 보좌하는 실무진 성격으로 봐도 무방하다. 당 대표 선거를 치르면서 큰 역할을 했다. 만일 황 대표가 대권 도전에 나설 경우 이들은 안팎에서 다양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기류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이번에 당 전략부총장에 임명된 추경호 의원이 대표적이다. 그는 황 대표가 국무총리 시절 국무조정실장을 지냈는데, 전략부총장은 당 공천에 관여할 수 있는 자리다. 그만큼 황 대표가 추 의원을 신임하고 있단 얘기다. 심오택 전 총리 비서실장, 이태용 전 총리실 민정실장, 오균 전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 등도 총리실 출신 황 대표의 핵심 인맥으로 꼽힌다. 이들은 이번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에서 실무 역할을 톡톡히 했다. 심 전 실장은 황 대표가 전당대회를 치를 때 캠프 총괄 지원 업무를 담당했고, 이 전 실장은 정무 역할과 메시지 역할을 맡았다. 오 전 차장은 정책 분야를 맡았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정점식 4·3 보궐선거 통영·고성지역 후보가 18일 오후 선거구 내에 있는 통영중앙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이밖에 박완수 의원과 황 대표의 인연도 새삼 관심이다. 황 대표가 창원지검장 시절 박 의원은 창원 시장을 지냈다.
재계에서는 황은연 전 포스코 사장이 황 대표의 성대 법대 인맥으로 포진해 있다. 권영수 ㈜LG대표이사 부회장은 황 대표의 경기고 한 해 선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