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흔들리고 있다. 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후 고공행진을 하던 지지율이 꺾이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추격을 허용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2021년 12월 14∼16일 3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이재명 후보는 36%의 지지를 받으며 35%를 얻은 윤석열 후보를 앞섰다. 한 달 전쯤인 지난 11월 16~18일 이 기관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윤 후보가 42%의 지지율로 이 후보(31%)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던 것을 감안하면 정반대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당시 대장동 이슈에 발목 잡힌 이 후보가 맥을 못 추면서 정권교체가 임박한 듯한 상황이 전개됐지만 대선을 80여 일도 채 못 남겨 둔 상황에서 이 후보는 반전의 스토리를 쓰고 있는 것이다.
매헌 윤봉길 의사 순국 89주기 추모식에서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의 추모사를 듣고 있다.
이 후보가 역전에 성공했다는 여론조사는 이뿐만이 아니다. SBS가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해 2021년 12월 14~15일 양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후보는 35.4%의 지지율을 얻으며 윤 후보(33.3%)를 제쳤다. 당선 가능성에서도 이 후보는 윤 후보를 앞섰다.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당선 가능성에 대해 물었는데 이 후보는 45.5%, 윤 후보는 43.8%를 각각 얻었다. 물론 윤 후보가 앞서는 여론조사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윤 후보 지지율의 하락 추세는 뚜렷이 나타난다. MBN과 매일경제가 여론조사업체 알앤써치와 함께 2021년 12월 14~15일 양일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는 42.3%를 얻으며 이 후보(38.4%)를 앞섰다. 하지만 두 사람 간 격차는 오차범위(±3.1%p) 내인 3.9%포인트에 불과했다. 약 한 달 전쯤인 2021년 11월 18일 조사에서는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는 14.4%포인트로 오차범위를 크게 넘어선 상태였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의 의뢰를 받아 2021년 12월 11~13일 사흘간 실시한 조사(전국 18세 이상 성인 1011명 대상)에서도 추이는 비슷했다. 윤 후보(41.8%)가 이 후보(40.6%)를 앞선 상태이긴 하지만 박빙 수준이었다. 하지만 앞선 한길리서치 조사(2021년 11월 26~27일)에서 윤 후보(43.8%)는 이 후보(35.7%)를 오차범위 밖인 8.1%포인트 차이로 앞섰었다. 불과 3주 만에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1.2%포인트 차이로 좁혀졌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내부 조사에서도 윤 후보가 이 후보에게 오차범위 내 역전을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윤 후보의 지지율이 이 후보에게 따라잡히자 국민의힘은 화들짝 놀라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다 잡은 토끼를 놓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준석 대표는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 추이와 관련해 “환장하겠다”라는 말로 답답함을 토로했다.
▶尹, 지지율 하락에 부인 문제까지… 악재 겹쳐
최근 여론조사 추이가 신경 쓰이는 것은 압도적으로 높았던 정권교체의 여론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한길리서치 조사에서 정권교체론을 원한다는 응답은 47.6%였는데 이는 직전 조사에서 나타난 53.0%에 비해 5.4%포인트나 하락한 수치다. 이에 반해 정권 재창출론은 36.3%에서 39.7%로 3.4%포인트 올랐다. 넥스트리서치 조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정권 교체를 원하는 여론(50.7%)이 정권 재창출(40.9%)을 바란다는 응답보다 많긴 했지만 추세는 하향 기류가 뚜렷하다. 2021년 11월27~28일 실시된 이 기관의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정권교체(51.8%)와 정권 재창출(37.6%)의 격차는 14.2%포인트였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9.8%포인트로 그 차이가 줄었다.
물론 절대적 수치는 여전히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 것이 맞다. 하지만 현 정부의 부동산 실정과 코로나 방역에 대한 정책 실패 논란, 또 이 후보의 대장동 의혹 등으로 여당을 향해 돌아섰던 민심이 또다시 묘한 기류를 보이며 변곡점에 놓여 있는 듯한 모습은 국민의힘과 윤 후보에게는 뼈아픈 대목이다. 정치권에서는 손쉽게 이길 수 있는 게임에서 “자책골을 계속 넣은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윤 후보는 당 대선 후보로 당선된 후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리는 과정에서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잡음을 내왔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영입하는 문제로 기 싸움을 벌였던 모양새부터, 이준석 대표의 패싱 논란까지 굳이 일으키지 않아도 될 문제로 시간을 낭비했다.
물론 당내 신진 세력인 윤 후보가 안착하는 과정에서 불거질 수밖에 없었던 문제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국민들 눈에는 높은 지지율에 취해 쓸데없는 파워게임을 벌였다는 눈총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런 모습에 지지층도 실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최근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수도권과 영남권에서 지지율이 크게 빠진 것 같다”면서 “이는 지지층도 윤 후보에게 실망하는 기류가 역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윤 후보의 주 지지층은 60대 이상, 영남권 유권자들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배우자 김건희 씨를 둘러싼
각종 논란과 관련해 사과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정권교체 여론이 흔들린다는 것은 중도층이 떠나가고 있다는 뜻”이라면서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은 이런 추세가 반영돼 있기 때문에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가족 리스크’란 악재가 터지면서 분위기를 더 흐리고 있다.
현재 논란이 되는 사안은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가 2007년 수원여자대학교 겸임교수 지원 당시 이력서에 기재했던 일부 사안에 대한 진위 여부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기획이사 경력의 경우 이력서에 기재한 시기가 협회 설립시기보다 앞서 허위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과 대한민국애니메이션대상에서 상을 탔다고 한 것도, 실제 수상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파장이 커지자, 김 씨가 일부 의혹에 대해 사실을 인정하고 윤 후보가 공개 사과를 했지만 의혹은 쉽게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한국게임산업협회 근무 이력을 뒷받침할 재직증명서에 찍힌 직인이 협회의 실제 직인과 다르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은 상황 전개에 따라서 문제가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이 직인 위조 문제는 윤 후보의 정치 입문의 계기가 된 조국 전 장관 사태를 상징하는 사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당시 다수의 청년층은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씨의 표창장 위조 혐의에 대해 공정 이슈를 제기하며 분노했다.
윤 후보도 정치권에 등장한 이후 끊임없이 ‘공정’을 외쳤다. 그런데 그의 부인의 이력서에 ‘허위’ ‘위조’ 이슈가 제기된 것 자체가 윤 후보에게는 뼈아픈 대목이다. 여권에서는 수원여자대학뿐만 아니라 서일대·한림성심대·국민대 등에서도 겸임교원·시간강사 지원 시 허위 이력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정경심 씨는 징역 4년형의 실형을 받고 수감 중이다.
윤 후보는 이와 관련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경력 기재가 정확하지 않고 논란이 야기된 그 자체만으로도 제가 강조해온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다”며 “국민의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그는 또 부인을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법과 원칙엔 예외가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위조 여부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직인 위조 문제를 제기한 김의겸 열린민주당이 친조국 인사라는 점에서 지나친 정치공세라는 시각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사회대전환위원회 출범식이 끝난 뒤 아들이 불법 도박을 했다는 의혹 보도와 관련해 사과를 하고 있다.
▶李 역시 가족 문제 불거져 곤혹
하지만 이 후보와 여권도 최근 지지율 흐름 반전을 두고 마냥 안심할 게재가 아니다. 윤 후보의 부인 문제만큼 아픈 가족 리스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 후보의 장남이 불법 도박을 했다는 것인데, 사실 자체는 이 후보가 직접 인정하면서 확인된 상태다. 문제는 불법 도박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이어서 수사 상황에 따라 이 후보에 더 치명적 타격을 안길 수도 있는 사안이란 점이다. 이미 사건이 배당된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 이 후보의 장남에 대한 의혹은 이게 끝이 아니다. 성매매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이 후보의 장남이 마사지업소 방문 후기를 자신이 활동하던 인터넷 포커 사이트에 올리면서 문제제기가 됐는데, 이것 또한 현재 추가로 고발된 상태다.
이 후보는 아들의 여러 의혹에 대해 즉각 고개를 숙였다. 이 후보는 입장문을 통해 “아들의 잘못에 대하여 사죄의 말씀 드린다”라며 “아들이 일정 기간 유혹에 빠졌던 모양이다. 부모로서 자식을 가르침에 부족함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아들도 자신이 한 행동을 크게 반성하고 있다”면서 “온당히 책임지는 자세가 그 괴로움을 더는 길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으며 치료도 받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성매매와 관련해선 그는 “나도 확인해봤는데 성매매 사실은 없었다고 한다”며 “알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본인이 맹세코 아니라고 하니 부모 입장에선 믿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 후보가 이처럼 논란이 제기되자마자 재빠르게 아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아들 리스크가 불거진 시점이 안타깝다는 관측이 많다. 대장동 의혹으로 침체된 지지율을 이 후보는 사실상 자신의 개인기로 끌어올려 막 탄력이 붙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주 말을 바꾼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방문하는 현장과 맞춤형 공약, 발언 등을 쏟아냈다. 이 과정에서 당과 충돌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TK(대구 경북)를 방문해서 내놓은 고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 발언이다. 이 후보는 경북 칠곡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전두환도 공과가 병존한다”며 “삼저호황을 잘 활용해서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건 성과인 게 맞다”고 평가한 바 있다. 삼저란 당시 저금리·저유가·저달러 기조를 말한다. 이 발언에 대해 이 후보는 여야 모두에게 거센 비판을 받았는데 “진영 논리에 빠져 사실을 부정하면 안 된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하지만 이 후보가 광주 방문 시 5·18민주묘지에 있는 ‘전두환 비석’을 밟는 등 고 전 전 대통령에게 비판 일색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표를 의식한 행보”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 후보는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도 공시가격 제도 재검토, 다주택자 양소득세 중과 완화 입장 등을 보이며 현 정부와 차별화하는 데 거침이 없다. 현 정부 들어 추진된 공시가격 현실화는 보유세를 강화하려는 부동산 정책 기조의 핵심적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는 중도층의 부동산 불만을 겨냥해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 후보가 아들 리스크만 불거지지 않았다면 중도 외연 확장 기조로 골든크로스 분위기를 더 살려 나갈 수 있었을 것 같다”면서 “불거진 두 후보의 가족문제는 만만치 않은 이슈여서 계속 두 후보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선거대책회의 모습.
▶네거티브전에 실종된 정책 선거
이처럼 가족 리스크에 여야 후보가 모두 발목을 잡히면서 정책과 비전을 두고 대결하는 선거 양상은 찾아볼 수 없다. 매일같이 서로를 향한 비방만 있을 뿐이다. 물론 매 선거마다 네거티브전은 단골 선거 전략이지만 이번은 그 정도가 더 심해 보인다는 평이 많다. 또 과거에는 네거티브전이 치열하게 벌어지더라도 굵직한 정책을 놓고 벌이는 경쟁도 있었다. 17대 대선 때는 이명박 정부의 대운하 정책이 논쟁의 중심에 섰고, 18대 대선에서는 경제민주화 이슈가 정책 대결의 큰 줄기였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공정과 정의라는 구호만 난무할 뿐 그 안을 채울 정책 콘텐츠가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 대신 여성 접대부, 도박, 허위 이력, 성매매 등의 키워드만 난무할 뿐이다. 여기에 윤·이 두 후보들의 정책 기조가 표를 얻기 위해 유권자 맞춤형 일변도로 가는 전략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국가를 이끌 지도자가 거시적 방향성은 제시하지 못하고, 각론에만 너무 치중하고 있기 때문에 정책 선거 실종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두 후보들의 전략이 소위 MZ라는 세대에 너무 매몰돼 있다는 것도 큰 담론을 제시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로 거론되기도 한다.
한 야권 관계자는 “미래세대인 청년층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국민 전체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면서 “정치권이 MZ에 목을 매는 것은 표를 위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메타버스 등 디지털 신기술로 보여주기식 이벤트에만 급급해 하지 말고 국민들 노후 문제, 일자리 창출 등 세대를 아우르는 굵직한 이슈들에 대해서도 철학과 비전을 갖고 국민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성철 특임교수는 “대선 승패의 관건은 역시 중도층에 달려 있다”면서 “MZ세대도 중요하지만 중도층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는 방안을 찾아내는 쪽이 차기 정권에 한걸음 더 가까이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후보가 윤 후보를 앞지른 2021년 12월 셋째 주 갤럽조사의 중도층 표심을 보면 이 후보(37%)는 윤 후보(27%)를 10%포인트 앞섰다. 12월 첫째 주 두 사람의 중도층 지지가 33%로 같았던 것을 감안하면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에는 중도층 이탈이 한몫했음을 엿볼 수 있다. 중도층의 당 지지율에서도 민주당이 앞서 있는 상태다. 갤럽조사에서 중도층 30%가 민주당, 23%가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6%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