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유튜브’ 대중화의 원년으로 기억될 것이다. 유튜브는 일상을 기록하는 개인 일기장에서부터 기업의 광고·마케팅 플랫폼으로, 정부와 공공기관의 정책홍보의 수단으로, 언론과 미디어의 대중과의 소통창구로 사회 곳곳 경제, 문화, 사회, 정치 등 모든 방면 깊숙이 침투해 완전히 자리 잡았다. 특히 전 세계를 마비시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발 언택트 시대의 시작과 더불어 소셜네트워크의 중심축으로 유튜브가 성장했다는 평가다.
2005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유튜브는 불과 15년 만에 전 세계를 대표하는 비디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이자 검색포털로 완전히 안착했다. 영상을 공유하는 서비스로 시작한 유튜브는 텍스트와 차별화되는 영상의 힘을 앞세워 없는 게 없는 포털로도 역할하고 있다. 특히 ‘How To’라고 불리는 검색에서는 타 포털을 압도하는 강력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창업 이듬해 구글에 인수된 유튜브는 현재 전 세계 20억 명 넘는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 일 평균 1억 개의 영상이 올라오며 하루 평균 10억 시간 이상의 사용량을 보인다. 분당 400시간의 새로운 영상이 업로드되고 있다.
또 유튜브 내 개인채널 수만 2430만 개이며 1인당 월평균 시청시간은 16시간에 달한다. 국내를 살펴보면 전체 인구 83%가 사용해 약 4000만 명이 유튜브를 사용한다고 조사됐다. 국내 구독자 10만 명 이상을 보유한 채널만 1275개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유튜브 시장의 경쟁력도 상당하다는 평가다.
늘어난 유튜브 영상 소비 덕에 광고 시장 역시 막대하게 커졌다. 올해 디지털광고 시장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규모의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한국온라인광고협회 분석에 따르면 2020년 디지털광고 시장이 온라인 기반 서비스의 이용자가 증가하면서 전년 대비 20%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협회 관계자는 “2020년 디지털광고 시장에서 가장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영역은 디지털 동영상 광고로, 특히 유튜브의 집중도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포함하는 MZ세대라는 기존 타깃을 넘어 50대 이상 시니어까지 이용자가 확대되고 있는 현재 추세가 분석의 주된 배경이다”라고 설명했다. 1020세대의 전유물이던 SNS가 유튜브 플랫폼 인기 덕에 5060세대까지도 확산되면서 광고시장 자체가 양적, 질적 성장을 이뤄냈다는 평가다.
지난 한 해 기록만 봐도 유튜브는 타 경쟁자를 압도한다. 지난해 국내 유튜브 애플리케이션(앱) 월간 순방문자 수 평균은 2672만8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네이버밴드(1589만1000명), 페이스북(933만7000명), 인스타그램(920만2000명), 네이버TV(226만4000명)가 뒤를 이었다. 국내 1위 포털업체인 네이버조차 유튜브의 인기 앞에선 작아지는 셈이다.
특히 신문·라디오·텔레비전의 기능을 완벽히 흡수하며 TV를 대체하는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 YTN, 연합뉴스TV와 같은 뉴스 채널은 24시간 뉴스방송을 실시간으로 유튜브에 생중계하며 인터넷만 된다면 TV 없이 언제 어디서나 채널을 시청할 수 있게 시스템을 구축했다. 방송사들 역시 기존 TV에 송출하는 콘텐츠와 별개로 유튜브 전용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독점 공개 전략을 택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JTBC 계열사 룰루랄라 스튜디오에서 올해 흥행시킨 와썹맨, 워크맨 등이 유튜브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유튜브의 인기에 힘입어 공중파 방송사들은 과거 인기를 모았던 인기 예능이나 가요 프로그램을 재편집해 유튜브 채널에 올려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기도 하다. 과거 방송에 출연한 가수들의 영상을 모아둔 일부 공중파 유튜브 채널은 ‘탑골공원’이라는 조어를 만들어내며 레트로 신드롬까지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대세 플랫폼 유튜브의 성공가도는 실적으로도 입증됐다. 유튜브를 보유한 구글은 올해 2월 유튜브의 사업매출을 별도 공개했다. 이중 유튜브 광고 매출만 무려 18조원에 달했다. 이는 전체 구글 매출의 10%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난해 유튜브 전체 매출은 150억5000만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4분기에만 47억2000만달러로 연간 매출의 3분의 1을 4분기에 달성했다. 2018년 유튜브 매출이 111억6000만달러, 2018년 4분기는 36억1000만달러였다. 연간으로 약 50억달러가 늘어난 셈이다. 구글은 유료 서비스인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자가 전 세계 2000만 명에 이른다는 통계도 공개했다.
구글 유튜브가 시작한 쇼핑 익스텐션
▶재택근무 일상화하며 유튜브 활용도 급증
기업문화도 완전히 뒤바뀌었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되고 언택트 업무가 보편화되면서 이를 유튜브로 보완하는 형태다. 사내교육 프로그램은 대부분 유튜브로 촬영되며, 기업홍보 및 마케팅 역시 유튜브 채널을 이용한 방식이 보급됐다. 기업들은 일반 유튜버 못지않게 톡톡 튀는 영상을 업로드하고 구독자수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아예 직원 유튜버를 육성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신한은행은 직원 유투버 10명과 SNS 서포터즈 30명으로 구성된 신한 인플루언서를 선발해 전문 교육기관의 커리큘럼에 참여하고 개인 유튜버로 활동시키고 있다. CJ제일제당 역시 감각적인 음식 영상이나 레시피를 소개하는 영상 등을 통해 집쿡 문화를 주도해나가고 있다.
코로나19로 급성장한 이커머스 시장 역시 유튜브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유튜브는 직접 전자상거래 기능을 연계하는 ‘쇼핑 익스텐션’을 개발해 유튜브 영상 안에서 쇼핑까지 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유튜브 측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전 세계 브랜드가 온라인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이에 맞춰 유튜브도 새로운 마케팅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었다”고 쇼핑 익스텐션 개발 배경을 전했다.
코트라가 11월 7일 유튜브 KOTRA TV 채널을 통해 ‘2020 아세안 한류박람회’ 개막식을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또한 후끈 달아오른 부동산 시장을 비롯한 재테크 영역에서도 유튜브는 고군분투 중이다. 새로 분양에 나서는 아파트 홍보관이나 모델하우스는 온라인 탐방으로 바뀌었는데 이 역시 유튜브를 통해서 이뤄진다. 각종 분양 정보와 부동산 대책 분석, 증권 정보 및 투자전략이 유튜브 한 곳만 쳐다봐도 쏟아지는 상황이다. 직장인 김용수 씨는 “과거 재테크 공부를 책을 통해 했다면 이제는 유튜브에서 강의를 듣고 모르는 것을 찾아보는 식으로 한다”며 “직접 만나보고 싶은 유명 연사의 강연이나 좋은 이야기들도 유튜브를 통한다면 안방에서도 바로 들을 수 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재테크뿐 아니라 각종 공교육 및 사교육 시장 역시 언택트 시대를 맞아 유튜브로 옮겨 붙고 있다.
문화·공연 등 예술분야에서도 유튜브를 통한 새로운 시도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미 대부분 오프라인 공연이나 영화 등의 문화 콘텐츠들은 빠르게 유튜브 플랫폼으로 얹히고 있다. 코로나19로 더더욱 어려워진 여가생활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즐기게 됨으로써 보다 많은 대중들이 이러한 접근 장벽을 뛰어넘을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칸, 베를린, 토론토, 베니스 등 주요 국제영화제가 무료 디지털국제영화제를 공동으로 개최하는 등 영화업계에서도 유튜브를 활용한 대책마련에 고심 중이다. 한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일반적인 영화 , 연극뿐 아니라 발레, 오페라, 심포니 공연 등 대규모 고급문화예술 공연도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거나 공유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만족감을 표하고 있다”며 “이제 문화예술에서의 경계나 접근성 문제가 사라지게 되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민감한 시사, 정치 이슈 역시 유튜브에서 적극적으로 소비되고 있다. 한국리서치의 연초 정기조사에 따르면 정치·사회 이슈를 유튜브를 통해 습득한다는 대답은 25%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유튜브 시청자의 유튜브에 대한 신뢰도가 77%로 신문기사에 대한 신뢰도와 동일한 수준으로 이는 사실상 유튜브를 통한 시사이슈 습득을 미디어를 통한 습득과 유사하게 생각한다는 반증이다. 또 60대 이상 및 보수층의 경우 기존 레거시 미디어가 특정진영을 대변한다는 생각에 유튜브를 더 신뢰한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또 기존 매체보다 유튜브가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67%의 유튜브 시청자들이 그렇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11월 12일 오전 접속장애가 발생한 유튜브 페이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 독점 논란
유튜브가 전성시대를 맞은 만큼 과제도 늘어나고 있다. 생태계 독점 논란이 대표적이다. 사실상 경쟁자가 없는 유일무이한 동영상 콘텐츠 플랫폼이다 보니 견제자조차 없는 상태다.
실제 유튜브가 일상과 업무의 필수불가결한 동반자가 되면서 새로운 일들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11월 12일 유튜브가 전 세계적으로 2시간가량 접속 오류를 일으키면서 전 세계가 혼란에 빠진 것. 이날 오전 9시 50분쯤부터 오전 10시 30분쯤까지 유튜브에 접속하면 영상이 나와야 할 화면에 검은 화면이나 로딩 중을 표시하는 화면만 나타나는 현상이 지속됐다. 오전 10시쯤부터는 ‘서버에 문제가 발생했다’ ‘오류가 발생했다’는 안내 문구가 떴다.
유튜브 접속이 장시간 불가능한 사태가 발생한 것이 처음이라 사용자들은 소위 ‘멘붕’에 빠졌다. 특히 ‘유튜브 공화국’으로 불릴 정도로 많은 사용자를 보유하는 국내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의 83%가 유튜브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한 조사기관은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약 2시간에 불과한 접속 불통은 큰 혼란을 불러 일으켰다.
로이터는 이날 “유튜브에서 오류가 발생해 중단됐다”며 “사이트 중단 모니터링 사이트 다운디텍터(Downdetector)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약 28만6000명이 접속장애를 신고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날 유튜브는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유튜브에서 지금 동영상을 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당신만 그런 게 아니다”라며 “해당 이슈에 대해 파악하고 있으며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공지했다.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유튜브가 일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해준 사건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튜브가 전 세계 동영상 플랫폼을 사실상 독점하면서 유튜브에 문제가 생길 경우 대안 마련조차 어려운 상태”라며 “앞으로 더욱더 이러한 유튜브 플랫폼 귀속 현상이 가속화될 경우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무분별한 영상 업로드 경쟁 등으로 발생하는 뒷광고 논란 및 사생활 침해 이슈도 과제로 남았다. 인기 유튜버를 중심으로 콘텐츠 경쟁을 벌이다보니 협찬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숨기는 뒷광고 논란으로 업계는 시끌벅적했다. 유튜브가 이러한 뒷광고에 대한 제재 강화와 광고 표시 의무화 등을 통해 조치에 나섰지만 언제 또 어떤 형식의 불법이 자행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유포하고 이를 사실처럼 믿는 시청자로 인해 발생하는 사생활 침해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경쟁이 치열해지며 보다 자극적이고 보다 선정적인 내용으로 변질되면서 전체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토종 동영상 콘텐츠는 경쟁력 약화
국내로 한정할 경우 동영상 콘텐츠 시장의 경쟁력 약화 문제도 대두된다. 국내의 경우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서비스 분야의 대부분은 외국 기업이 점령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가 깔아놓은 초고속 통신 플랫폼이 외국 ICT 서비스 기업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지난 7월 ‘한국 ICT 산업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클라우드·플랫폼 시장 등 국내 ICT 서비스업 시장은 이미 글로벌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반면 한국의 ICT 기업당 매출액은 세계 평균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글로벌 통신강국인 우리나라는 5년 뒤 5G기술 비중이 67%로 전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그에 걸맞는 콘텐츠 개발은 난망한 상태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인터넷 평균 속도 1위, 광케이블 보급 1위, 전자정부평가 2위를 차지하며 ICT 인프라 보급과 접근성이 뛰어난 국가로 꼽혔다.
반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분야는 유튜브가 1위, 넷플릭스가 3위를 차지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2019년 기준 각각 1위와 3위였다. 전경련은 한국 ICT 기업의 규모가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경쟁국뿐 아니라 세계 평균에 비해서도 영세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산업 분야는 기업당 평균 매출액이 1190억원으로 세계 평균(5230억원)의 4분의 1, 미국(2조3000억원)의 20분의 1에 불과해 경쟁력 제고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세계최고 수준의 ICT 인프라를 보유한 한국이 글로벌 외국기업의 놀이터가 되지 않으려면 ICT 산업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업계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며 “플랫폼에 종속되고 익숙해지면 더욱 타 플랫폼으로 전환이 어렵다는 특성상 국내외에서도 이러한 유튜브 독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