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빌보드 핫100 1위 선정된 BTS의 모든 것… 수십조 경제효과 ‘방탄이코노미’,병역특례 재조명
추동훈 기자
입력 : 2020.11.02 14:36:17
수정 : 2021.01.07 15:56:09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역대 한국 가수 중 가장 화려한 성적표를 거두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의 열기가 ‘다이너마이트’ 급으로 확산되고 있다.
BTS는 최근 발표한 신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한국인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핫100 차트 1위에 오르며 전 세계적 인기를 입증했다. 이로 인해 BTS의 병역특례 문제,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국내 증시 상장 이슈, 대리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한·중 갈등까지 문화뿐 아니라 사회, 경제 영역 전반에서 활발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7인조 아이돌 보이그룹 BTS는 2020년 현재 국내에서의 인기는 물론, 해외 음악 시장을 석권하며 K-POP을 대표하는 글로벌 스타 가수로 자리매김했다. 방탄소년단(防彈少年團)이란 이름은 총알을 막아낸다는 뜻의 방탄을 차용해 힘든 일을 겪고 억압받는 10대들을 위험으로부터 막아내겠다는 뜻을 품고 있다고 알려졌다. 작곡가 방시혁이 JYP엔터테인먼트에서 독립한 후 세운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2013년 BTS를 선보였다. ‘불타오르네’ ‘피 땀 눈물’ 등 연이어 히트곡을 선보인 BTS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 동남아시아, 유럽 등지에서 인지도를 쌓기 시작해 대세 글로벌 가수로의 기반을 다졌다. 바닥부터 차근차근 다져온 실력과 인기는 올해 미국의 최고 권위 음악차트인 빌보드 핫100에서 1위를 석권하며 화룡점정을 찍었다.
2020년 9월 BTS의 다이너마이트는 빌보드차트 진입 즉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2주 연속 정상을 유지했다. 종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갖고 있던 최고기록인 2위를 넘어 정상을 차지한 BTS는 이번 성과를 통해 21세기 최초이자 역대 2번째 핫100 차트 1위를 차지한 아시아인 아티스트가 됐다. 뿐만 아니라 핫100 차트에 1위로 데뷔한 역대 3번째 그룹이자, 비영어권, 한국 가수 최초로 핫100차트, 아티스트100 차트, 빌보드 200차트 모두 1위를 석권한 가수가 됐다. 이후 2위로 떨어지기도 했던 해당 곡은 5주째에 다시 1위를 탈환하는 등 7주 연속 2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BTS가 피처링에 참여한 ‘새비지 러브’로 지난주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 정상을 차지하면서 다이너마이트에 이어 두 곡 연속 핫100 차트 1위를 기록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BTS는 지난해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와 함께 본상 격인 ‘톱 듀오·그룹’ 상까지 받아 2관왕에 올랐고 그 기세를 몰아 미국 3대 음악상 가운데 하나인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도 수상을 해 3관왕에 오른 바 있다. 특히 글로벌 가수로 발돋움하는 데 막대한 영향을 미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및 유튜브에서의 인기도 폭발적이다.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는 세계 최초로 공개 하루도 안 돼 1억 뷰를 달성한 동영상 콘텐츠로 기록을 세웠다. 이후 공개 35일 만에 4억 뷰를 넘기며 K-POP 최초의 4억 뷰 영상을 탄생시켰다.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구독자만 4550만 명에 달한다.
▶BTS 美 빌보드 핫100 1위 3차례 선정 및 상위 유지
대중적 인기를 등에 업은 BTS의 경제창출 효과는 ‘방탄이코노미’라는 신조어가 탄생할 만큼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방탄소년단이 46억5000만달러(약 5조3000억원)의 국내총생산(GDP) 창출 효과를 낳는다는 분석을 내놨다. 포브스는 7인의 BTS가 삼성을 비롯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대기업들과 같은 경제 창출 효과를 낸다고 평했다. 앨범과 콘서트 티켓 판매량은 피지나 몰디브 등 소규모 경제국가의 연간 생산량보다도 많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 CNBC 역시 BTS는 향후 10년간 한국 경제에 37조원 이상의 가치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이들의 경제효과 분석 전망치가 쏟아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방탄소년단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 동안 56조원 규모의 경제 효과를 창출할 것이란 연구결과를 2019년 내놨다.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역시 2016년 매출 약 360억원, 영업이익 11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17년엔 매출 924억원, 영업이익 325억원으로 급성장해 3대 기획사(SM, YG, JYP)를 뛰어넘는 성과를 거뒀다. 가장 최근 공개된 2019년 매출은 5879억원, 영업이익 975억원으로 3년 만에 매출이 10배 이상 뛰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BTS 소속 빅히트엔터 상장 화제, 과대평가 논란도
BTS 인기와 정비례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증하면서 빅히트는 올해 5월 28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며 기업공개(IPO) 절차에 착수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방시혁 대표가 43.44%, 넷마블이 24.8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방탄소년단 역시 총 1.68%를 보유해 이번 상장으로 모두 수십~수백억의 돈방석에 앉게 됐다. 현재 대한민국 연예 기획사 중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기업은 빅히트가 유일하다. 특히 올해 IPO 최대주로 손꼽히며 주목을 받은 빅히트는 공모주 청약에서부터 화제를 몰고 다녔다. 증시 시장의 활황으로 올해 공모주 청약의 인기가 이어진 가운데 BTS를 품은 빅히트의 성적표에 관심이 쏠렸다.
지난 6월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초래된 바이오주에 대한 기대감으로 SK바이오팜의 IPO 당시 청약증거금 30조9900억원을 모은 데 이어 지난 9월 카카오게임즈가 58조5543억원이란 역대 최대규모 청약 증거금을 모으며 업계를 깜짝 놀라게 한 바 있다. 결국 지난 10월 6일 공모주 청약이 마무리됐고 청약증거금은 58조4236억원으로 SK바이오팜보다는 높았지만 카카오게임즈보단 근소하게 낮은 금액을 모으며 606.97대 1이란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략 1억원가량을 투자하면 2주를 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이후 10월 15일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공식적으로 코스피 시장에 상장되며 업계의 관심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 쏠렸다. 하지만 기대감이 너무 컸던 탓인지 이후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크게 요동치며 시장에 큰 혼란을 줬다.
상장 첫날 ‘따상(시초가가 공모가(13만5000원)의 2배로 결정된 후 성장 첫날 상한가)’으로 시작했지만 이내 하락세로 전환되며 큰 폭으로 주가가 빠졌기 때문이다. 상장 직후 35만1000원까지 올랐던 해당 주식은 이틀 만에 20만500원(10월 16일 종가 기준)으로 최고가 대비 무려 40% 이상 가격이 조정된 상황이다. 한때 12조원에 웃돌던 시가총액은 반토막난 6조원 수준이며 기관·외국인들이 쏟아낸 물량을 개인들이 오롯이 받아내며 개인투자자들이 혼란에 빠졌다. 이틀 새 개인이 사들인 주식만 4000억원 수준이다. 빅히트의 상장 첫날 거래량은 650만 주로 유통 가능한 주식 670만 주의 97% 수준이었다. 거래 이튿날에도 거래량이 폭발해 빅히트의 주식 약 440만 주가 거래됐다. 거래대금은 9517억원으로 삼성전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최고가에 빅히트 주식 수천만원을 매수한 개인투자자 A씨는 “BTS가 워낙 이슈라 남들따라 투자해봤는데 완전히 고점에 물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향후 어느 정도까지 회복될 수 있을지 몰라 고민이 커진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이사장 정지원)에서 열린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기념식에서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의장(왼쪽)과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상장기념패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묻지마식 따라투자가 줄을 이으며 주식 종목 토론 게시판에서는 때 아닌 논란도 일어나고 있다. 전세금이나 결혼자금을 빅히트 주식에 투자했다는 일부 개미 투자자들이 주식을 환불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제기하거나 주식 환불법에 대한 질의가 쏟아지며 화제를 모은 것.
이처럼 기대 이하의 성적에 대해 증권가에선 공모가 고평가 논란과 함께 특정 연예인 의존도가 높은 엔터주의 한계가 반영된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현재까지 빅히트에 대한 목표주가를 제시한 증권사들의 평균 목표주가는 25만8857원이다. 현재 기준으로는 소폭 높지만 현재 최고가였던 35만원에 비해선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BTS 의존도가 높은 빅히트 특성상 차별화된 콘텐츠와 다양한 소속 가수가 확보되지 않을 경우 주가 상승에도 제한이 될 것”이라며 “좀더 신중하게 투자를 해야 할 필요성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빅히트는 세븐틴, 뉴이스트 등의 아티스트를 보유한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면서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빅히트는 올해 5월과 6월 등 총 두 차례에 걸쳐 플레디스의 발행주식 85%를 취득한 바 있다. 지난 6월 18일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를 했는데 공정위가 최근 이를 기업결합 경쟁제한이 아니라고 발표하며 인수를 허가했다. 또 빅히트는 IPO 자금 사용 계획을 통해 향후 경쟁력 있는 국내외 주요 레이블을 인수하고, 당사 플랫폼 매출을 극대화하며 팬덤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데 쓸 것임을 밝히기도 해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때 아닌 한중 역사논란도 불거져
BTS 효과는 병역문제에서도 파급력을 보이고 있다. 입영을 앞둔 BTS에게 병역특례를 주어야 한다는 여론과 그에 반대하는 의견들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군 당국은 여론의 거센 압력 속에서도 BTS에게 병역특례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지만 정치권을 비롯한 대중문화예술계에서는 국위 선양한 BTS 등 예술인을 위한 특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군은 현재 BTS가 연예 활동을 더 이어갈 수 있도록 30세까지 현역 입영을 늦출 수 있도록 법령을 고치겠다는 대안을 제시한 상태다.
정부는 1993년 병역특례법을 폐지하고 병역법에 통합하면서 병역특례란 명칭을 공식적으로 폐기한 바 있다. 이후 군 복무를 대체한다는 뜻으로 대체복무라는 비공식 용어가 도입된 상태다.
현재 병역법 2조에서는 의무경찰, 사회복무요원, 예술체육요원, 공중보건의사, 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 대체복무요원(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상) 등 대체복무 분야에 대한 개별적 사례를 두고 있다.
BTS로 촉발된 예술체육요원 제도도 2013년 제정됐다. 예술체육요원 제도는 국위 선양과 문화 창달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 소지자를 군 복무 대신 예술체육요원으로 복무하게 하는 제도다.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되면 약 4주간 기초 군사훈련을 받은 후 자기 분야에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프로구단, 무용단, 교육기관 등 개인이 자신의 분야에서 어느 기관에 소속돼 활동하면 된다.
모종화 병무청장이 13일 국회 국방위원회 병무청 감사에서 “아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사안으로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있다”며 “(병역특례 같은) 대체복무는 더 확대돼서는 안 되고 축소되어야 한다”면서도 “가장 높은 수준의 추천 기준을 마련하고 또 입영을 연기할 수 있는 연령의 상한선을 정하는 방안을 갖고 국방부와 문화체육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대중문화예술 분야 우수자에 대해 문체부 장관의 추천으로 병역 연기를 허용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국민의 여론도 양분된 상황이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대중문화예술 우수자 관련 병역법 개정 찬반’을 조사한 결과 ‘찬성한다’는 58.8%였고 ‘반대한다’는 31.4%였다. 찬성한다는 의견이 높지만 반대한다는 여론 역시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다.
때 아닌 역사논쟁도 벌어지고 있다. BTS가 과거 한미 관계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미국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로부터 ‘밴플리트상’을 수상할 당시 말한 수상 소감이 논란이 됐다.
BTS는 수상 소감으로 “올해 행사는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의미가 남다르다”며 “우리는 양국이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와 수많은 희생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이 발언을 두고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 등 중국 언론들은 BTS 수상 소감을 비판하며 연일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내면서 한중 네티즌 간의 설전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중국 네티즌들은 BTS가 한국전쟁 당시 중국 군인들의 희생을 무시한다면서 국가존엄을 깎아내리는 발언이라고 반발했다. 심지어 일부 중국인들은 BTS에 직접적인 사과를 요구했고 BTS팬으로 추정되는 중국인이 무차별 폭행당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논란이 커지자 미국 정부가 진화에 나섰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BTS는 코리아소사이어티의 밴플리트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며 “음악은 세상을 하나로 만든다”고 언급했다. BTS 수상을 축하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도 이를 리트윗하며 지원에 나섰다. 한국 언론뿐 아니라 뉴욕타임스(NYT)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해외 언론 역시 이러한 중국의 민족주의적 행태에 대한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또 전 세계 SNS 이용자들 역시 트위터 등을 통해 중국의 일방적인 아집을 비판하며 중국 공산당을 독일 나치에 비유한 ‘차이나치(China+Nazi)’ 해시태그를 퍼뜨리기도 했다. 이에 중국 외교부 역시 자세를 낮추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BTS의 한국전쟁 관련 발언이 중국의 국가 존엄과 관련된다는 주장에 대해 “역사를 거울삼아 미래를 향하고 우호를 도모하는 것은 우리가 함께 추구해야 하며 함께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또 환구시보 등에서 BTS 관련 중국 네티즌들의 분노를 보도했던 기사를 삭제하는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한 대중문화예술업계 관계자는 “중국도 최근 BTS와 같은 아이돌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한국 가수들에 대한 견제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중국에서 공식 활동을 하지 않는데도 많은 인기를 누리는 BTS는 중국에서도 선망의 대상일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