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도가 세계 경제의 화두로 떠오른 것을 두고 ‘코끼리가 몰려온다’고 말한다. 인도인이 숭배하는 신 ‘가네샤’는 코끼리 머리를 가졌다. 코끼리는 인도의 축제 행렬 맨 앞에서 진두지휘하며 나타나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거침없이 세계를 질주하는 인도의 코끼리. 다리만 만질 것이 아니라 전체를 보아야 할 때다.
인도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12억 명의 인구를 가졌다. 경제 규모는 세계 12위지만 구매력 기준으로는 세계 4위다. 2001년 브릭스(BRICs)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골드만삭스는 인도가 2027년경 일본을 제치고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의 경제강국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 입장에서는 올해 브릭스 국가 중에서 최초로 포괄적 FTA인 CEPA(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 상품 교역, 서비스 교역, 투자, 경제협력 등 경제관계 전반을 포괄하는 내용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로 실질적으로 FTA와 동일한 성격을 갖는다)를 체결한 데다 국외펀드 중 최고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는 인도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최근 외부 자금의 도움 없이 한국의 쌍용자동차를 인수해서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선언한 마힌드라&마힌드라도 인도의 자동차 기업이다.
인도가 이렇게 빠르게 성장한 건 오래된 일이 아니다. 194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정치적으로는 엄격한 민주주의체제임에도 경제는 사회주의적 계획경제체제하에서 오랜 기간 악명 높은 ‘힌두 성장률’인 3% 내외의 성장에 머물렀다. 이른바 네루식 계획경제에서의 첫 번째 탈출은 1991년 7월 외환위기를 계기로 시장경제의 원리를 바탕으로 한 본격적인 개혁·개방정책을 추진하면서부터다. 국내 산업의 경쟁력과 시장의 효율성이 확대됨과 동시에 소비를 촉진하는 정부 정책은 GDP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
2003년부터 서비스 산업 붐, 중국의 맞수 부상
2003년부터 IT를 필두로 한 서비스 산업 붐을 탄 인도 경제는 중국의 두 자릿수 성장률을 바짝 추격하는 유일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인도 경제는 최근 10년간 연평균 6% 이상, 최근 4년간 연평균 8%의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1929년 대공항에 비견됐던 지난 2008~2009년 경제위기 때 저력을 발휘했다. 교역 대상국의 경기 침체로 수출 부진을 겪으면서 2008년 성장이 소폭 둔화됐지만 지난해 1분기를 기점으로 가파른 ‘V’자형 회복세를 보였다. 올해 들어서는 1분기 8.6%, 2분기 8.8% 성장을 달성하면서 위기 이전의 고성장 궤도에 재진입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인도 경제가 위기 속에서도 이처럼 빠르게 성장한 데에는 감세, 보조금 지급 등 정부의 신속한 경기부양책과 함께 기업과 국민들의 투자와 소비 수요가 주효했다. 인도는 GDP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0% 정도로 낮은 내수 위주의 시장으로 국외 경기의 부침이 빠른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도 경제에 12억 명 인구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UN인구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인도는 올해 15세 미만 인구가 30%에 달해 미래의 노동력과 구매력 면에서 아주 매력적인 시장이다. 경제활동인구의 비중은 2010년 전 인구의 65%에서 2030년경 68%로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중국의 중산층이 미국, 유럽의 중산층을 제치고 세계 경제를 이끄는 주요한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하루에 2~20달러를 소비하며 인도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중산층 인구는 약 2억7430만 명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그 수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나아가 향후 20년 동안 인도의 중산층 수가 10억 명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신흥중산층을 중심으로 한 민간소비, 즉 내수의 확대는 인도 경제 고성장의 가장 큰 원동력이다.
만성적인 상품수지 적자국…수입 계속 늘 듯
이같이 급증하는 구매 욕구를 충족시킬만한 제조업 기반이 부족한 인도는 만성적인 상품수지 적자국이다. 내수 증가와 루피화 강세 등으로 향후 수입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IT 서비스를 필두로 한 서비스수지, 경상이전수지 흑자가 상품수지 적자를 보전해 경상수지 적자폭은 GDP의 2~3% 정도에 머물 전망이다. 단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를 위한 추가적인 정책금리 인상과 남유럽발 금융 불안 등으로 인도 자금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다소 높아질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향후 인도 경제는 정부의 친시장적 경제정책으로 투자가 늘어나고 몬순의 영향으로 농업생산이 회복되면서 전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8%대의 고성장이 지속될 전망이다.
하반기 8%대 고성장 기대
특히 집권당인 UPA가 2009년 총선에서 압승한 이후 국영기업 민영화, 소매·유통업 및 군수 산업 부문에 대한 FDI 개방 확대, 광대역 무선 주파수 경매 등 외국인 자본 유입을 촉진하는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어 하반기부터 투자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7월 초부터 시작된 몬순도 양호해 GDP 중에서 17%, 총 인구 중 60% 이상이 종사하는 농업 부문에서 5.9% 성장이 예상됨에 따라 하반기에는 물가 상승 압력이 줄어들어 재정정책에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IMF, OECD 등 주요 전망기관들은 대부분 2010년과 2011년 인도 경제의 성장률이 8%를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인도 경제가 고성장 궤도에 재진입하고 시장개방 및 민영화 정책 등이 가속화 되는 등 경제협력 환경이 빠른 속도로 개선되면서 인도 시장을 둘러싼 경쟁 심화가 예상된다. 일본, EU 등은 올해 중에 인도와의 FTA 타결을 목표로 협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글로벌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질수록 구미 기업들의 대인도 진출 속도도 가속화할 것이다.
한국은 인도와 CEPA를 체결해 한 발 앞선 경쟁에 나선 것은 사실이지만 여기에 안주해서는 선두그룹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