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원 한양대 경영학부교수(59)는 대한경영학회 33대 회장을 맡아 올해 다양한 학술행사를 개최하는 데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한국생산성학회와 한국경영교육학회 회장을 지낸 이 회장은 한국적 실천경영학인 ‘K경영학’의 주창자이자 전도사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기업의 경영모델인 K경영학을 세계에 전파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는 이 회장을 만나 기업이 추진해야 할 ‘K경영학 2.0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화학 등 기업의 글로벌화에 따라 K경영학에 대해 세계적인 관심이 높은데요, 이 회장님을 중심으로 국내 경영학계가 K경영학의 글로벌 확산을 역점사항으로 추진하는 배경은 무엇인가요?
▷K팝, K푸드 등 한국적인 문화가 해외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세계 음반, 공연시장을 석권한 BTS(방탄소년단)의 맹활약과 한국 영화와 영화인의 아카데미상 수상으로 한류 문화 위상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기업의 사업 성공 비결을 외국에서 배우고 싶어 하는데요. 그런데 마땅한 방법과 경로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대한경영학회는 K경영의 글로벌 전파를 올해 역점 사업활동으로 삼았습니다. 한국은 산업화에 성공해 원조 받던 나라가 원조하는 나라로 탈바꿈한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국가입니다. 기업의 성공모델과 케이스를 해외에 전파하는 것은 경영학계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또한 대학과 기업이 산학협력을 통해 기업의 해외진출과 글로벌화 전략을 마련하는 데 힘을 모으는 것도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이창원 대한경영학회장·한양대 교수
▶대한경영학회는 6월 25일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번 학술대회의 주요 성과는 어떤 것을 꼽을 수 있습니까?
▷국내 경영학계의 여러 학술단체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 모여서 온오프라인을 병행한 공동 심포지엄을 열었습니다. 주제는 코로나19 이후 국제화, 경영혁신, 지속가능성으로 기업의 대응전략을 모색한 자리였습니다. 한국 기업의 성공 DNA와 최강 비즈니스 모델, 차별화된 전략과 사례를 발굴해 학계가 공유하고 국내 기업에 널리 알리며 개도국 등 다른 나라에 전파하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됩니다. 코로나19 여파로 많은 학자들이 모이기는 힘들었으나 행사 현장과 연결해 온라인으로 60여 편의 학술 논문 발표와 강연,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K경영학이 서구 경영학과 다른 특징을 갖는다면 어떤 것이 있습니까?
▷한국적인 성공 DNA를 발현하고 꽃피운 동인이 K경영학의 핵심입니다.
먼저 K경영학으로 성공한 기업은 인재를 소중히 여깁니다. 인재 제일주의로 사람에 투자하고 미래를 이끌고 나갈 인재를 발굴합니다. 둘째, 장인정신 DNA입니다. 모방보다 창의적인 기술력으로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만이 성공했습니다. 셋째, 탁월한 위기대응 능력입니다. IMF 위기를 국민적인 금 모으기 운동으로 이겨냈듯이 격변기 국난극복을 위한 역량 결집이 한국 기업의 경영에도 녹아있습니다. 네 번째는 불굴의 도전정신과 개척정신입니다. 끈기와 인내, 그리고 희생정신으로 한국의 기업인은 척박한 환경을 딛고 기적적인 성과를 일구어냈습니다. 마지막으로 유교적 가치관입니다. 예의와 배려, 상생의 정신이 기업 간 협력과 선의의 경쟁 환경을 만드는 기반입니다.
▶오는 8월 말에는 국내에서 세계 62개국 경영과학 학회가 참여하는 세계 경영과학학회 총연맹(IFORS) 회의가 열린다죠? 한국 교수로서 최초로 IFORS 총괄 부회장을 맡아 국제적인 행사 준비에 바쁘실 텐데요?
▷오는 8월 23일부터 5일간 서울에서 IFORS가 개최됩니다. IFORS는 세계 62개 회원국을 대표하는 1국가 1학회를 회원으로 둔 ‘경영과학 분야의 유엔’으로 불립니다. 경영과학은 과학적 방법론을 이용해 기업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학제간 연구 분야입니다. 세계적으로 행동과학, 컴퓨터공학, 산업공학, 생산관리, 수리경영학, 계량경영학(OR), 경영정보시스템, 환경공학 등 경영과학을 구성하는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교수와 연구자들이 객관적인 증거와 데이터에 기반해 기업이 당면한 문제에 대한 최적의 해법을 도출하는 연구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융합적 학문 활동은 초개인화 맞춤 전략 등 4차 산업혁명과 연결해 기업의 혁신을 지원하는 이론적인 토대를 제시합니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 한국 기업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욱 성장, 발전하기 위한 ‘K경영학 2.0’을 설명해 주신다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에서 4만달러로 도약하려면 기업의 변신 노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첫째, 기업은 글로벌 경영과 관리 역량을 더욱 배양해야 합니다.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해외 신시장을 개척하며 신제품을 개발하면서 글로벌 전략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기업이 위기일수록 산학협력을 통한 끊임없는 기술혁신에 나서야 합니다. 그래야만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습니다. 셋째, 내부고객 만족 등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개방적 협업, 고객 신뢰 확보로 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지속가능성을 배양해야 합니다. 넷째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최적화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사업구조를 기민하고 역동적으로 바꿔나가야 합니다. 새로운 시대가 전개됩니다. 지금은 미래에 대응한 선행 투자에 과감히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때입니다.
▶기업이 어려울수록 산학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는데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입니까?
▷미국 실리콘밸리는 스탠퍼드대학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발전해왔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가장 똑똑하고 열정적인 청년들이 창업을 합니다. 힘들고 모험적인 사업을 헤쳐나가는 것에 사회가 인정해주고 박수를 쳐주고 있지요. 기업이 사정이 어렵다고 산학협력 활동을 줄여서는 곤란합니다. 국가적으로 가장 짧은 시간에 효과적이면서 효율적인 산업혁신 방법은 산학협력입니다. 대학과 손잡고 인재 양성과 공동 연구, 과감한 투자에 임해야 기업이 당면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 위기를 돌파해나갈 수 있습니다.
▶이 회장님께서는 청년들의 해외 취업과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시고 계시죠? 이에 대해 예를 들어 설명해주시길 바랍니다.
▷팬데믹이 점차 터널의 끝을 향해 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인류가 코로나19를 극복하면 새로운 세상이 전개됩니다. 이럴 때일수록 청년들이 세상을 바꾸겠다는 용기와 도전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3월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산하 국제통상전략연구원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습니다. 세계 68개국에 143개 지회를 둔 월드옥타 네트워크를 활용해 세계 시장이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고 글로벌 취업, 창업을 지원하는 사업을 전개하기로 한 것입니다. 현지에서 필요한 다양한 지식을 함양하는 교육의 체험장으로서 대학이 인재 플랫폼 역할을 하겠습니다. 기업이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인력보다는 기초체력과 응용력이 강한 인재가 바람직한 모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