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 소주성과 혁신성장은 뗄 수 없고 보완적인 두 바퀴, 고슴도치 경제로 구조 전환해 글로벌 압박 넘어야
문수인 기자
입력 : 2020.06.30 17:06:45
“코로나19 사태로 사회 경제 구조가 팽창일변도에서 수축 국면으로 바뀌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선제적으로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국가 간의 차이를 결정할 것입니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내 경제통으로서 가장 먼저 챙기고 싶은 현안과 관련한 질문에 먼저 이렇게 답했다.
2018년 역사 이래로 지속돼 온 팽창의 시대가 끝났다는 세계 패러다임의 대전환 화두를 던진 책 <수축사회> 저자이기도 한 그는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를 둘러싼 기본 환경 자체가 변하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라면서 “과감한 개혁(Reform)으로 이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이 말한 개혁은 대공황 당시 뉴딜 정책의 핵심 골자인 3R 중 하나로 나머지 2개의 R는 구제(Relief), 회복(Recovery)을 말한다. 그는 이 개혁 작업을 위해 재정 적자를 더 내서라도 과감히 돈을 더 써야 된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는 코로나19 극복이란 선결과제뿐만 아니라 수축사회 속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고민이 녹아 있다. 그는 “지금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코로나19 충격을 벗어나기 위해 릴리프와 리버커리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상태인데, 이럴 때 우리가 더 리폼에 집중하면 나중에 돌아오는 것은 더 클 수가 있다”고 했다.
홍 의원이 생각하는 리폼의 방향성은 우선 4차 산업과 연관돼 있다. 수축사회를 가속화시킬, 우리가 사는 법을 바꾸고 있는 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4차 산업이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에서 강조하는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K방역 등 미래 먹거리와 관련된 흐름을 어떻게 정책적으로 뒷받침할 것인가에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고 있다. 교육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는 “시대에 뒤처진 교육 제도는 이제 손볼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했다.
홍 의원은 “리폼을 이야기할 때 현 정부가 강조하는 포용성장을 먼저 떠올릴 수 있지만 미래 먹거리를 만드는 혁신성장도 중요하다”면서 “사회가 발전하려면 반드시 두 가지가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수는 혁신성장을 강조하고 진보는 포용에 방점을 둔다는 시각은 잘못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릴리프와 리커버리와 관련된 정책들은 관료들이 제일 잘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저의 역할은 리폼에 있다고 본다”면서 “이를 통해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큰 흐름에서 가이드가 되고 싶은 생각이 향후 의정활동의 토대가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증권업계 1세대 애널리스트 출신이기도 한 홍 의원은 자본 시장 개혁에도 관심이 많다. 당도 이를 고려해 정무위원회로 상임위를 배정했다.
▶경제통으로서 가장 먼저 챙겨야 할 이슈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코로나19 극복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미국 대공황 때 나온 뉴딜 정책의 핵심 원칙인 3R(Relief, Recovery, Reform) 중 리폼에 관심이 많습니다. 저의 역할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하고요. 리폼을 통해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큰 흐름에 있어서 가이드가 되고 싶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신다면요.
▷릴리프와 리커버리는 생존에 방점을 둔 것이라면 리폼은 세상을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패러다임을 바꾸는 부분과 연관이 있다고 보는데, 지금 상황에서 엄두가 안 날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회 전반에 대해 리폼을 해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코로나19 탓에 경제가 좋지 않긴 하지만 그 이전에도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 자체가 나빴습니다. 원인은 저의 책 <수축사회>에서 이야기했듯이 우리를 둘러싼 구조와 환경이 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에 대해 선제적으로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국가 간의 차이를 결정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리폼이라고 하면 혁신성장에 초점을 맞춘다는 의미입니까?
▷포용성장과 혁신성장 두 가지 모두를 말합니다. 현 정부의 핵심성장인 소득주도성장과 4차 산업으로 대변되는 혁신적 성장이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죠. 이 둘은 어느 한쪽의 경중을 따질 수 없습니다. 2개의 바퀴로 함께 굴러가야 합니다. 중국만 보더라도 혁신에 방점을 두니 포용이 약해지고 이로 인해 문제가 지속되고 있지 않습니까? 사회가 제대로 발전하려면 포용과 혁신 두 가지가 동시에 이뤄져야 합니다. 보수는 혁신성장을 강조하고 진보는 포용을 강조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포용성장과 관련해 국가 부채에 대한 걱정이 끊이지 않습니다.
▷코로나19 이전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의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OECD 기준 3~4%였는데, 지금은 연간 기준 10% 정도 늘었습니다. 현재 우리는 5% 정도여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봅니다. 지금은 과거 잣대로 문제를 가늠할 수는 없습니다. 평소 같으면 금융 시장의 국가 평가 기준만 봐도 GDP 대비 재정적자 누계치가 70%면 경계, 90% 위험, 100%를 넘으면 재검토해야 된다는 것이 일반적 잣대인데, 지금은 OECD 평균이 110% 가까이 됩니다. 한 국가의 위험도를 판단하는 기준조차도 의미가 없는 상황이 돼 버린 것이죠. 물론 국민의 돈을 함부로 쓰면 안 되지만 지금은 돈을 더 과감히 써야 합니다. 특히 리폼 부분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적자를 더 내서라도 리폼 분야에 과감히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지금은 세계 모두가 위기인 상황입니다. 이처럼 전 인류가 위기에 빠진 적은 없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국가들이 릴리프와 리커버리에 돈을 쓰기에 급급하고 리폼에는 인색한 측면이 있습니다. 저는 지금이 국가 경쟁력 강화에 기회라고 봅니다. 리폼에 적극 돈을 쓰면 나중에 다 되돌려 받을 수 있습니다.
▶어떤 분야에서 리폼을 생각하십니까.
▷예를 들면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K방역 등이 있겠습니다. 또 교육문제도 있습니다. 한국은 교육을 통한 인재로 성장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4차 산업 시대에 맞는 교육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금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것인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자라나는 세대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자기들이 좋아하는 게임에 필요한 교육인 코딩을 강조하는데 싫어하겠습니까.
▶왜 교육에 대한 리폼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교육의 변화는 일자리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지금 한국의 대학 입학생 중 이공계 비율이 50%가 되지 않습니다. 정부에서 벤처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이공대 출신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잘 될 수가 없습니다. 새로운 혁신적 제품을 개발할 인력이 뒷받침 안 되는데 벤처 육성을 통한 창업을 외쳐봤자 헛구호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공계 인력 육성부터 제대로 해야 관련 정책도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공계 대학 등록금을 면제해준다든지 해서 좋은 인재들의 유입부터 꾀해야 합니다.
▶정치권 이슈인 기본소득 문제에 대한 생각은 어떠십니까. 이 또한 국가 재정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습니다.
▷아직 기본소득 논의의 핵심적 방향도 없는 상태에서 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진짜 원칙대로 기본소득을 주는 대신 기존 복지를 다 없애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인가, 아니면 보조금 형식으로 갈 것이냐 등에 대한 고민조차 없는 상태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산업의 발전으로 기계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유휴노동력이 너무 많습니다. 인구 구조도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 속에 사회가 안정되려면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봅니다. 이 사이에 빈부격차도 더 크게 벌어질 것으로 보고요. 기본 소득을 도입한다면 우리 사정에 맞는 형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코로나19도 심각하지만 미중 무역분쟁 등 글로벌 위기도 여전한 것 같습니다.
▷5년에서 10년 사이 우리에게 닥칠 큰 위기는 미중 사이에 끼어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미중 갈등의 핵심은 제로섬화된 국제관계에서 상대방의 부를 가져와야 되겠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미중의 내·외적 상황은 지금보다 더 악화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성장은 정체 상태고, 중국도 빈부격차 등으로 내부 사정이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홍콩 사태의 본질도 양극화입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한국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자국 이기주의로 자기편에 서라는 선택을 계속 강요당할 수 있는 것이죠.
▶해법은 있을까요.
▷어려운 문제인 것은 맞습니다. 일본처럼 한쪽을 일방적으로 택할 수도 없고요. 일본은 미중 사이에서 미국을 선택해 완전히 붙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원래 미국과 가까운 사이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관계가 더 밀접해졌습니다. 단적인 예가 일본이 미국의 국채를 계속 사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중국보다 더 많은 수준입니다. 미국은 과도한 돈 풀기 정책으로 현재 금리가 올라가면 경제가 위태로워지는 수준인데, 일본이 미 국채를 적극적으로 매입함으로써 금리 상승을 사실상 막아주고 있습니다. 미국은 엔화 약세를 용인하고 있고요. 저는 한국 경제구조가 지금보다 단단해져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 경제가 양적으론 커졌지만 내부적으로는 약한 측면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경제가 고슴도치형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가 남을 공격할 순 없지만 한국을 흔들었을 때 그들이 피해를 보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우리는 일본과의 경제 갈등 속에 이를 실현해낸 적이 있습니다. 일본이 지난해 반도체 소재·부품 수출을 금지하자 처음에는 우리 산업계 전체에 불안감이 컸지만 실질적 피해는 일본이 입었습니다. 주요 부품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일본의 타격이 더 컸던 것이죠.
▶부연설명을 해주신다면요.
▷한일 경제 갈등 당시 저는 정치 논리로 기업이 너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저는 그런 측면보다는 세상의 판이 바뀌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이 좋은 기회이니 핵심부품을 국산화하려는 시도를 계속하라고 주문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경제는 싸고 잘 만든 부품을 가져와 조립만 하면 됐지만, 향후 언제든 공급 측면에서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으니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주요 부품일수록 마진을 줄이더라도 우리가 자체 생산능력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 산업을 강화하는 문제는 미중 패권 충돌 과정에서 우리 경제가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사실 4차 산업혁명 속에서 우리가 더 강화해야 될 부분이 바로 기존에 우리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하드웨어 부분이라고 봅니다. 소부장 분야가 그 예입니다. 우리는 소프트웨어로 강국이 될 수 없습니다. 빅데이터 산업이 미래 유망산업이라고 하지만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글로벌 차원에서 한국의 빅데이터들이 얼마나 유용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하드웨어 분야는 다릅니다. 충분히 우리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더 발전시켜 글로벌 최고 품질로 만들어야 합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적으로 자국 국경을 높이는 고립주의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요.
▷한 국가가 생산할 수 없는 것들이 있고, 우리의 경쟁력을 봤을 때 큰 악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 미중 갈등이 지속되고 있지만 미국의 주요 소비재들 중 50% 이상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다 만들지 못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고립주의 흐름으로 인해 무역이 과도하게 위축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브랜드 가치를 얼마나 유지하느냐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1등인 상품은 여전히 잘 팔리고 있습니다. 언택트 시대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제품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면 수입을 할 수밖에 없는 경제구조가 이미 고착화돼 있습니다. 테슬라만 봐도 전기차 시장에서 독보적인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점에서 앞서 언급한 하드웨어에 강점을 가진 우리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야 합니다.
▶그럼 앞으로 브랜드가 시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된다고 보십니까.
▷맞습니다. 앞으로 브랜드가 더 중요해집니다. 국내만 보더라도 우리는 3만달러 소비 시장에 진입해 있습니다. 소득이 높아지면 좋은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는 높아집니다. 과거 세대는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집은 없어도 좋은 차를 사고 나만의 먹거리를 찾아다니는 열풍이 일고 있는 것도 다 같은 맥락입니다. 지금 기업 M&A 시장에 나와 있는 것 중 놀부보쌈, 공차, 뚜레주르 먹거리와 관련된 것들이 꽤 있습니다. 왜 이런 것들이 매물로 나와 있겠습니까. 소비자들의 패턴이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사태지만 호텔을 가보면 자리가 없습니다. 좋은 브랜드는 글로벌 시장에서 마찬가지로 통합니다. 고급차의 대명사 벤츠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증권업계 1세대 애널리스트로 자본 시장 효율화에도 관심이 높을 것 같습니다.
▷잊을 만하면 비슷한 금융 시장의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 제대로 된 금융 투자 문화가 자리 잡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기관은 관성적으로 일을 하고 있고, 투자자들은 단기 이익에만 급급한 것이 현실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우리 금융 시장에는 후진적 투자 문화가 뿌리 깊이 박혀 있다고 할까요. 투자에 처음 뛰어드는 젊은이들조차 단기간에 고수익을 가져다주는 선물옵션부터 배우고 있습니다. 이러면 나중에 절대 가치투자로 돌아오지 못합니다. 이런 것부터 바꿔야 합니다. 제가 그동안 투자문화의 중요성에 대해 계속 이야기를 해 왔지만 아무도 실천하지 않습니다. 어디를 가든 기껏 설명을 해도 마지막 질문은 그래서 뭘 투자를 해야 되는지 찍어달라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더 큰 돈을 벌기 위해서라도 금융기관은 투자 문화 교육에 돈을 더 써야 하고 투자자들도 정석투자를 해야 합니다.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를 1호 법안으로 내셨습니다.
▷저는 세종이 잘 되는 것이 한국 사회의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 양극화의 핵심은 수도권 집중 현상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근본 처방을 내릴 수 없습니다. 세종이란 도시가 정착되고 발전한다면 저는 이것이 한국 국토균형 발전의 출발이라고 봅니다. 때문에 세종에 국회의사당이 만들어지는 것은 상징적 의미로라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세종의 완성은 행정도시를 벗어나 자족도시가 되는 것에 있다고 봅니다. 세종이란 도시 내 산업 기능을 키워 세종 안에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야 합니다. 현재 세종 구성원 비율 중 공무원이 차지하는 것은 20% 정도인데, 나머지 80%는 출근을 위해 대전, 공주, 청주 등으로 이동합니다. 그러다 보니 외곽도로 정체가 심합니다. 이런 문제는 세종에 일자리가 많아지면 해소될 수 있습니다. 바이오 모빌리티 산업 등을 도시 내 적극 활성화시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