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준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 “소주성 정책 실패로 韓, 일본식 장기불황 이미 진입” “고용보험 전면 도입 앞서 재원조달 방안 제시해야”
문수인 기자
입력 : 2020.06.02 09:54:59
수정 : 2020.06.03 09:31:46
약력
해동고,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코넬대 경제학박사
21대 국회의원
통계청장,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한국개발연구원 수석이코노미스트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이미 한국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경기 침체에 진입했고 앞으로 빠져나오지 못할 것으로 본다.”
유경준 미래통합당 의원(강남병)은 매경럭스멘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충격을 받은 한국 경제의 현 상황과 관련한 질문에 “코로나19로 인한 급격한 경제 충격을 빼더라도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답했다. 그는 “이 정부의 핵심 정책인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이 생산성을 향상시켰다면 별 문제가 없었겠지만 그런 증거가 없기 때문에 우리 경제의 후퇴는 불가피하다”며 “이는 문재인 정부의 명백한 실정이고, 지금은 코로나19 국면에 묻혀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유 의원은 이번 총선을 통해 등원하는 당내 초선 의원 중 경제 전문가로 손꼽힌다. 한국노동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에서 노동 분야를 중점적으로 연구했고, 박근혜 정부에서 통계청장을 역임했다. 통계청장 시절 현 정부 인사의 통계 왜곡을 참다못해 공개 반박하는 강단을 보이기도 했다.
현 정부의 대척점에 있어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 아니냐는 시선엔 “경제에 대한 기본 이해가 없고, 숫자를 맘대로 왜곡해 해석하는 것을 어떻게 그냥 두고 보느냐”고 했다. 적어도 자신의 주 전공과 관련해서는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그대로 두고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전 국민 고용보험을 확대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날선 목소리를 냈는데 여기에도 이 같은 그의 기질이 깔려 있다. 그는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라면서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의 핵심은 재원조달인데 이 부분에 대한 언급도 없이 이를 이야기하는 것은 포퓰리즘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유 의원은 “문 대통령은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서 보험료 인상 문제가 나오자 ‘국민들이 원치 않으면 하지 않겠다’고 한 적이 있다”면서 “고용보험 역시 재원 조달이 선결과제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이해와 설득을 구하는 것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코로나19 극복 방안으로 제시한 디지털에 방점을 둔 한국형 뉴딜 정책과 관련해서도 “뉴딜의 기본 바탕은 취약계층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것인데, IT 분야의 뉴딜 정책이 과연 우리 사회 취약계층의 일자리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그의 성향은 자신의 진영이라고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미국 정치학자인 월터 미베인 시카고대 교수의 4·15 총선 사전 투표 조작 의혹 제기와 관련한 반박 문제 제기가 대표적이다. 미베인 교수는 자신의 분석 모델로 4·15 총선 결과를 분석해 본 결과 선거 부정(Fraud)이 의심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일부 우파진영은 이를 근거로 총선 사전 투표 조작 의혹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 그런데 유 의원은 “미베인 교수의 분석은 한국의 선거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잘못된 해석을 했다”며 선거 부정을 의심하는 우파 진영과는 확연히 다른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그는 “부정선거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고 했다. 그는 다만 “중국산 사전투표기 도입, 선거 용지 바코드를 QR코드로 교체한 것, 부실한 투표 관리 등 선거과정에서 석연찮은 구석이 많았던 만큼 이를 선거관리위원회가 반드시 해소해야 하며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투표소 몇 곳의 결과를 직접 공개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이후 우리 경제는 어떻게 흘러갈까요.
▷우리는 이미 일본의 장기 경제 불황을 뜻하는 잃어버린 20년에 진입한 상태입니다. 문재인 정부 집권 2년차에 이미 시작됐다고 봅니다. 때문에 코로나19가 극복되더라도 우리 경제 회복은 요원할 것 같습니다.
▶이유를 말씀해주신다면요.
▷현 정부가 실시한 소득주도성장이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최저임금을 인상했지만 잠재성장률은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이 정책으로 생산성이 향상됐으면 큰 문제가 없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인류 발전은 기술발전에 따른 근로시간 단축, 이를 통한 생산성 향상으로 이뤄져 왔는데, 현 정부가 주도한 근로시간 단축은 오히려 역효과만 내고 있습니다.
▶탈출구는 없습니까.
▷혁신을 통한 창조적 파괴만이 답인데, 이 정부는 별 의지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 정부는 경제 시스템에 대한 기본 이해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결국 코로나19 국면의 장기화 여부에 따라 경제 침체가 얼마나 지속되느냐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이 -3~4% 정도인데, 한국도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나기 힘들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현 정부의 경제 실정은 코로나19 국면에 묻혀 있습니다. 코로나19가 끝나면 진실은 곧 드러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도 현 정부는 한국판 뉴딜 정책 등 나름대로 경제 살리기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만.
▷정부는 디지털 뉴딜을 내세웠는데, IT 분야는 위기가 없어도 정책적으로라도 계속 투자를 해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판 뉴딜 정책의 지향점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가장 힘들어 하는 이들은 사회 취약계층인데, 디지털 뉴딜이 이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대공황 시절의 뉴딜 정책을 통해 대규모 토목공사를 벌였던 것은 특별한 기술이 없는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도 뉴딜 정책을 벌인다면 공공 토목 분야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잘못된 정책을 펼치면 위기가 끝난 뒤에 대응이 되지 않습니다.
▶노동전문가이신데,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 근로자들을 둘러싼 환경이 크게 달라질 것 같습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산업이 급속히 발달하고 있는데, 이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기존 4차산업 흐름이 가속화되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이런 가운데 전통적인 개념의 고용관계로 설명하기 힘든 노동자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들을 어떻게 국가가 효율적으로 보호하느냐가 현재 노동 분야의 핵심과제인데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와 관련해 전 국민 고용보험 이슈를 꺼냈는데요.
▷솔직히 대통령의 언급을 듣고 당황스러웠습니다. 고용보험을 포함한 국민연금 등 우리 사회보험 체계는 주택으로 치면 2층을 지어야 되는 수준인데, 대통령은 10층 높이의 주택을 짓는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 국민 고용보험이란 말부터 문제가 있습니다. 고용보험은 취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인데 전 국민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더 핵심적인 문제는 재원조달입니다. 고용보험료를 사회보험료로 할 것인지 조세로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부터 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습니다. 결국 국민들 듣기 좋은 소리만 하고 있는 것이죠. 고용보험을 이야기하려면 같은 사회보험인 국민연금과 연계해서 생각을 해야 하고, 사회안전망 자체의 수준을 높이는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와 관련한 개선 방안이 있으신가요.
▷첫 출발로 고용서비스의 질부터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업 문제는 단순히 직장을 잃는 것에서부터 여러 파생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외국의 경우 심층 상담을 통해 실업자 개인별로 문제를 파악하고 해법을 찾습니다. 이를 위해 고용센터에 우수한 수준의 인력이 상주해 긴 시간 실업자와 심층 상담을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고용센터를 찾아 실업급여를 신청하기에만 급급하고, 제대로 된 상담이 이뤄지지 않습니다. 상담도 5분 남짓입니다. 상담 서비스의 질과 양 자체가 충분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러면 제대로 된 실업 및 고용 문제에 대한 대안을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결국 공공근로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되는 것이죠. 실업 대책으로 퍼주기 정책만 지속되는 배경이라고도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퍼주기 정책을 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코로나19 국면이 계속되면 어쩔 수 없지만 그렇더라도 인프라 구축 등 생산적인 곳에 재원이 가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위기를 이유로 퍼주기에만 골몰한다면 정말로 우리 경제는 베네수엘라 등의 국가처럼 망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생산적 분배를 강조하시는 것 같습니다.
▷분배 문제는 우리 사회의 화두입니다. 개발연대 시대에는 성장을 하면 고용의 증가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소득 분배가 커지는 선순환 구조가 작동돼 왔지만 외환위기 이후에는 이 메커니즘이 깨졌습니다. 기술 발전으로 성장을 해도 고용 증가가 나타나지 않는 현상 속에 기업과 부자들에게 분배가 집중되는 불균형 현상이 심화됐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이 현재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보수도 성장을 고민하면서 분배를 동시에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왔습니다.
보수의 분배는 현 정부처럼 퍼주기식의 소비지향이 아니라 사회 자본에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언급한 고용서비스 질 개선이 예가 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고속도로 등 유형의 사회 인프라에 투자를 해서 생산성을 끌어올렸다면 지금은 무형의 사회 자본에 투자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고용서비스의 질 개선 문제만 보더라도 사회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연금도 소득파악을 제대로 해 어떤 식으로 부담과 혜택을 가져갈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이런 것들이 생산적 분배라고 생각합니다.
▶통계전문가로서 현 정부의 통계 자료가 왜곡되고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정권이 바뀐다면 언젠가는 파헤쳐야 할 정도로 심각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발표했던 비정규직 관련 통계입니다. 2019년 8월 기준 비정규직 숫자는 전년도에 비해 87만 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정부는 비정규직 통계조사 방식의 오류라며 이를 인정치 않았습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현 정부의 대표 정책 중 하나인데, 그 숫자가 감소하기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니 정부로서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정부는 설문조사 잘못을 이유로 통계가 잘못됐다고 했지만, 설문조사 문항에 따라 답이 일부 바뀔 수 있어도 전체 흐름을 바꿀 정도는 아닙니다. 87만 명은 대부분 비정규직이 맞습니다. 이를 반박하기 위해 한국경제포럼에 관련 논문까지 냈습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 다른 사례는 없으신가요.
▷장하성 현 주중대사의 통계 왜곡을 직접 반박한 적도 있습니다.
정권 초기 장하성 현 주중대사는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되기 전 각 경제주체의 지난 26년 총소득 증가율을 분석한 자료를 낸 적이 있는데, 요지는 소득 상위 계층이 부를 독차지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관련 내용은 기사화까지 됐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살펴보니 통계 자료를 자의적으로 왜곡되게 해석해 현 정권의 입맛에 맞는 자료를 낸 것이었습니다. 장 대사는 작성범위와 개념 등이 다른 통계에서 나온 수치와 직접 비교했는데, 이는 통계 분석에서 부적절한 방법이었습니다. 통계청장의 자리에 있을 때였지만 두고 볼 수 없어서 보도자료를 내 공개 반박을 했습니다. 직접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장 대사는 저를 부르지 않고 밑에 사람들만 계속 소환했습니다.(웃음)
▶최근엔 월터 미베인 미시간대 교수의 사전 투표 조작과 관련된 보고서에 문제제기를 하셨는데요.
▷이 역시 통계전문가로서 문제가 있다고 봤습니다. 진영 논리에 따르지 않아 댓글 공격을 당하긴 했지만 잘못된 통계 분석으로 사회가 혼란해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미베인 교수의 분석의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미베인 교수가 자체 개발해 이번에 사용한 e포렌식(eforensics) 분석 모형은 학술적으로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미베인 교수가 한국의 투표 제도, 특히 사전투표제에 대한 이해를 잘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점입니다.
투표자수 예상이 되지 않는 사전투표의 특성상 사전투표율이 나올 수 없는데 이를 도출해 통계 분석에 대입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선거부정(Fraud)으로 의심되는 사전 투표의 수가 100만 표나 넘는다는 것인데, 이는 틀렸다기보다 잘못된 분석작업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부정선거는 없었다는 말씀인가요.
▷검증을 해야겠지만 부정선거의 확률이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미베인 모델에 대한 검증 결과로 인해 전체 선거에서 부정이 없었다고 말하는 근거는 되지 않습니다. 실제 이번 선거와 관련해 제기된 석연찮은 개별 의혹들은 너무도 많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사무국장에 여권 인사가 임명됐고, 바코드로 되어있는 사전투표 식별기를 뜬금없이 QR코드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산 검표기를 사용했습니다. 이런 것들에 대해 현재 뚜렷한 해명이 나온 것은 없습니다. 선거 부정 의혹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투표소 몇 곳에 대해 공개 검증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통합당을 향한 민심은 차가운데요.
▷민심은 항상 옳다고 봅니다. 제가 선거과정에서 느낀 점은 당이 물리적 통합만 했지 화학적 통합은 전혀 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통합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여전히 우리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역구 의원으로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현 정부가 한국판 뉴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저는 강남발 뉴딜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강남을 계층 갈등의 소재로만 삼지 말고 일자리 창출의 수단으로 삼으란 말입니다. 강남과 뉴딜정책이 잘 연결되진 않겠지만 지역에서는 현대차그룹의 GBC 사업, 영동대로 일대 개발 등 대규모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이를 활용해 기본적 뉴딜의 개념인 토목공사와 관련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봅니다. 동시에 일률적 층고제한 등 건축과 관련된 규제를 없앤다면 강남을 도시 경쟁력을 더 키워 세계적인 명품도시로 만들고 국익증대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봅니다. 강남스타일로 일컬어지는 강남 문화는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상품이기도 합니다.
▶KDI학파를 종종 언급하십니다만.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있을 때 당시 같이 근무하던 이들과의 공감대가 컸습니다. 지금 연구원 분위기와는 달리 동료애가 강한 집단이었다고 생각되는데, 대부분 실용주의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습니다. 유승민 미래통합당 의원,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 이혜훈 미래통합당 의원,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조동철·신인석 전 금통위원 등이 그때 KDI에 같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