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9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9 서울모터쇼’ 프레스 데이 현장. 오전 9시에 한국 닛산의 브리핑이 시작되자 여기저기에서 카메라 플래시와 함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날 한국 닛산이 공개한 새로운 모델은 풀체인지된 6세대 모델 ‘올-뉴 알티마(All-New Altima)’. 올 여름 국내 출시를 앞둔 알티마와 함께 한국 닛산 부스에는 준중형 SUV ‘더 뉴 엑스트레일’과 전기차 최초로 전 세계 누적 판매량 40만 대를 돌파한 ‘신형 리프’가 전시됐다. 전시된 세단(알티마)과 SUV(엑스트레일), 전기차(리프)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각각 판매량 1위에 오른 모델이다. 이날 브리핑에서 허성중 한국닛산 대표는 “닛산은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업계에 충격을 주는 ‘게임 체인저’로 인정받아 왔다”며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 리프, 가변압축비 엔진을 탑재한 세단 알티마 등 혁신적인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시장에 투입해 시장 판도를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신차 출시가 더뎌 누리지 못했던 성장의 과실을 올해 제대로 실현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일성이다. 과연 게임 체인저 닛산의 비밀 병기는 무엇일까. 브리핑 후 닛산 부스에서 만난 허성중 대표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자동차비즈니스는 전기차”라며 닛산 웨이(Nissan Way)를 설명했다.
한국시장은 가장 중요한 테스트베드
▶올 1월부터 한국 닛산의 신차 출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 바쁜 한해가 예상되는데요.
▷글로벌 시장에서 1등하는 신차들만 국내시장에 출시하고 있습니다. 닛산 내부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차가 준중형SUV ‘엑스트레일’인데 올 1월에 출시됐어요. 지난 3월 18일에는 ‘신형 리프’가 출시됐습니다. 전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이자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이기도 하죠. 물론 6세대 ‘알티마’도 글로벌 베스트셀러 세단입니다.
▶‘올-뉴 알티마’에 대한 관심이 높던데, 판매 목표는.
▷구체적인 수치를 정하진 않았어요. 많이 판매하는 게 목표입니다.(웃음) 우선 올 여름에 국내 시장에 출시하기 위해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국내 출시 가격 등을 본사와 조율하고 있고, 내부적으로도 어떤 식으로 마케팅할지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1등 모델이 국내 시장 1등은 아닌 상황입니다. 닛산의 국내시장 위상도 그러한데요.
▷사실 글로벌 시장과 비교하면 국내에선 닛산의 위상이 열악한 게 사실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텐데, 그렇다고 시장성을 낮게 보는 건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굉장히 중요한 시장으로 인식하고 있어요. 전기차를 예로 들면 한국은 동남아시아, 일본과 연결된 시장권에 속해 있는데, 일본 다음으로 리프가 출시됐습니다. 닛산의 미래에 대입한다면 한국 시장이 진정한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이죠. 한국 고객의 다양한 니즈와 새로운 기술에 대한 관심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습니다.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그에 비해 국내 인프라가 더디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제조사 입장에선 답답할 만도 한데.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해외시장을 잘 모르시는 분들은 충전시설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하시는데, 사실 한국만한 곳이 없거든요. 정부보조금만 하더라도 전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인프라도 뒤처지지 않아요. 오히려 지금은 인프라가 충분한가보다 내연기관에서 전기모터로 이동하는 변혁의 시기에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요.
자동차 비즈니스를 이끌 차는 단연 전기차
▶미래차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데요. 가장 앞선 기술력을 평가하신다면.
▷그건 정말 어려운 질문인데요. 공학도가 아니라 ‘전기차다’ 혹은 ‘수소차다’ 이렇게 딱 짚어 말씀드릴 순 없습니다. 단 비즈니스맨의 입장에선 전기차가 미래의 변혁을 가져올 거라고 확신합니다. 내연기관 차량이 진일보하면서 새로운 가치들이 떠오르고 있는데, 궁극적으로 이러한 가치를 소비자가 인식해야 합니다. 그저 친환경, 신기술이란 명제에 소비자가 움직이진 않거든요. 예를 들어 리프의 경우 기본적으로 전기차가 가진 장점들, 유지비가 낮고 소모품이 필요 없다는 측면에서 선호도가 높아졌습니다. 내연기관일 땐 한 달 기름 값이 30만원이지만 리프로 바꾸시면 전기료가 3만원도 안 들거든요. 또 차가 배터리 충전소 역할도 합니다. 달리는 기능뿐 아니라 에너지를 제공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는 건데, 자연재해가 많은 일본은 재해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전기를 끊거든요. 리프는 완충 시 방 3개 가구에 3일간 전기를 공급할 수 있어요. 그 동안 내연기관 차량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가치 중 하나죠.
▶그건 하나의 플랫폼화된 차량을 의미하는데요.
▷그렇죠. 그런데 아직까지 전기차의 가치가 극대화된 게 아니에요. 아이폰이 처음 등장하면서 스마트폰이 휴대폰 시장을 점령한 지 이제 갓 10년을 넘었는데, 생각해보면 전화의 질 때문에 스마트폰이 등장한 게 아니라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위해 등장한 거잖아요. 전기차도 자연스럽게 플랫폼이 되는 것이죠.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자동차 비즈니스는 전기차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건 닛산 웨이라는 명제와도 이어지는 겁니까.
▷‘닛산 웨이(Nissan Way)’는 좀 더 철학적인 얘기예요. 회사를 운영하는 중심이랄 수 있는데, 일종의 사훈 같은 개념입니다. ‘The Power Comes from Inside’, 힘은 내부에서 나온다는 말이죠. 보통 문제가 생기면 컨설팅 회사에 문의해 외부 도움을 받아 해결방법을 찾는데, 외부에서 보는 입장과 내부의 시각이 다를 수 있고, 오너십과도 충돌할 수 있거든요. 닛산의 생각은 문제는 이미 내부 사람들이 알고 있다는 겁니다. 내부에서 서로 얘기하고 토론하면서 문제를 제기하고 답을 찾으며 해결하는 것이죠. 그럼, 내부의 힘을 어떻게 모을 것이냐. 중심은 소비자이고 추진동력은 제품의 질입니다. 그게 닛산 웨이의 기본입니다.
▶국내 수입차 시장이 예전과 달리 예단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일본 브랜드의 약진이 눈에 띄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국내 수입차 시장이 1980년대 후반에 개방됐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독일브랜드가 강세인 것처럼 보이지만 업앤다운이 있었습니다. 처음엔 독일차, 이후엔 미국차, 2000년대 중반엔 일본차가 베스트셀러가 되곤 했어요. 최근 일본 브랜드가 성장하고 있지만 규모가 그리 크진 않습니다. 물론 브랜드의 가치가 변하듯 고객의 가치도 달라지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보진 않습니다.
올해 경영목표는 신뢰회복, 판매목표는 역대 최대
▶올 초 한국닛산의 경영목표를 ‘신뢰회복’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공교롭게도 대내외적으로 많은 일(한국닛산은 2017년에 환경부 과징금(연비조작), 최근 공정위에서 과징금(허위광고)을 부과 받았다.)들이 있었는데, 진정성을 갖고 고객들에게 한발 더 다가서는 것밖에 또 무슨 방법이 있겠습니까. 번지르르한 기획보다 감추는 것 없이 진심으로 다가서려고 합니다.
▶그런가하면 최근 르노와 닛산의 관계가 업계의 화두 중 하납니다.
▷지금처럼, 혹은 지금보다 더 공고히 해나가기 위해 노력 중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함께할 때 시너지가 더 높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017년 2월에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한국 닛산의 수장이 됐습니다. 장단점이 있을 것 같은데요.
▷요즘은 많은 수입사의 CEO가 한국분이신데, 사실 닛산 내부에선 그리 특이한 게 아닙니다. 닛산은 일본차 브랜드지만 일하는 분위기는 글로벌하거든요. 한국 닛산의 한국인 CEO로서 장점이라면 번역 작업이죠. 제가 10년간 닛산에서 일하다 한국 닛산의 CEO가 됐는데, 그 전 CEO들은 모두 외국분이셨어요. 그건 어쩌면 닛산을 10년 정도 경험하고 공부한 사람이 당시 한국에 없었다는 얘기죠. 그 동안 더 많이 공부해 온 외국인 CEO가 닛산은 이런 브랜드라고 설명했는데, 전 그런 설명을 한국식으로 할 수 있잖아요. 그게 번역이죠.(웃음)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도 하나의 현상에 대한 시장상황과 그 원인까지 어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 닛산은 설립 10주년을 맞았습니다. 앞으로의 10년을 위한 계획이라면.
▷변화가 많은 시기에는 현재의 위치보다 앞으로 어떻게 발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것이냐는 브랜드의 힘이 중요하겠죠. 닛산이란 브랜드를 제대로 알리고 앞으로 10년간 미래지향적인 자동차, 사회에 도움이 되는 브랜드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올해 목표요? 올해는 글로벌 1등 모델이 3개나 출시되는 해입니다. 역대 최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