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여러 방면에서 전임 회장과는 확실히 색깔이 달랐다. 집무실 풍경부터 인터뷰 내용까지 그만의 색깔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일례로 벽에 못 치는 것을 싫어한다는 그는 그림을 그냥 세워두고 있었다.
이 변협회장은 소위 진보적 색채를 가진 변호사다. 간통죄 폐지를 이끌어낸 헌법소원을 직접 냈고, 양심적 병역 거부 문제에도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당연히 이번에 헌법불합치 판정이 난 낙태죄 폐지에도 그는 찬성 입장이었다. 그는 “국가는 개인의 자기 결정권을 과하게 침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 사회가 이 같은 문제에 민감할 수는 있지만 개인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법은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입장을 진보적으로 보는 것은 우리가 익숙한 것을 깨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이것이 인권 보호의 기본적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도 처음엔 소수자였다고 했다.
이런 그가 최근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표현의 자유 문제다. 그는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과연 필요하냐는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 “허위 사실 공표는 당연히 처벌해야 하지만 표현의 자유에 대한 영역은 손해배상의 영역이지 처벌에 대한 영역은 아니다. 폐지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 변협회장은 “이를 위해서는 입법사항으로 가능하다”면서 “관련 심포지엄을 여는 등 앞으로 관련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는 사실 적시와 관련한 명예훼손죄의 위법성이 조각되려면 사실과 공익성, 두 가지가 필요한데 이 부분이 폐지되면 공익성이 없더라도 사실대로만 표현하면 처벌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왜 소수자 인권에 관심을 가지시나
▷다수결이 항상 옳으면 모르는데 다수가 무조건 옳지 않은 일도 생기고 그 당시 생각지도 못했던 함정들이 발견된다. 이것을 해결해주는 기능이 사법이다. 그리고 애초 사법의 근본적인 이유는 다수결에 의해서 피해를 보는 소수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변호사의 기본적 역할이기도 하다.
▶진보적 성향을 가지신 것으로 보인다
▷인권운동하는 사람을 진보적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진보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가 봤을 때 다수결이라는 익숙한 틀을 깨는 것이다. 이것이 인권 보호의 기본적인 출발이기도 하다.
▶최근 현 정부 들어 특정 성향의 법조인들이 너무 많이 중용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인사의 원칙과 관련해 가장 인상 깊게 들었던 것은 아는 사람을 쓰는 것이 원칙이라는 것이다. 난 이게 맞다고 본다. 모르는 사람 보다 아는 사람 중에서 능력이 되는 사람을 쓰는 게 안전하지 않겠는가. 다만 문제는 검증이다. 검증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 아는 사람이 검증을 허술하게 하면 문제가 생긴다. 이를 막을 장치가 필요하다. 아는 사람의 추천에 의해 인사했을 경우는 더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직접적으로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해법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검증 기준을 국회에서 만든 리스트로 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임명권자 기준에 따른 검증기준이 항상 문제가 되니, 이를 검증하는 국회에서 아예 리스트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인사검증을 해 후보 추천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지금보다 문제가 많이 줄어들지 않겠나. 이렇게 되면 국회가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억지로 트집을 잡을 순 없을 것이다.
▶맞는 말씀이지만 그렇게 해서 구성된 사법부의 편향성에 대한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다
▷법관들은 어떠한 경로로 임명되더라도 임명된 후에는 임명권자가 아니라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해야 한다. 법관의 정치적 독립성을 옹호하면서 로버츠 미국 연방 대법원장이 한 “우리는 오바마 판사도, 트럼프 판사도, 부시 판사나 클린턴 판사도 없다”라는 말의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또 법원 내 파벌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정리될 것으로 본다. 검찰의 공소장을 그대로 복사하던 독재시절의 판사들에 비하면 지금은 그때보다 나아진 것은 맞다.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정권의 목소리를 내고 그 과정 중에 다양한 성장통이 발생하고 있다고 본다. 다만 각각의 이념적 성향은 있을지 몰라도 양심과 법에 따라 심판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함은 잊지 말아야 한다.
▶최근 사법농단 의혹 전직 법관들의 변호사등록을 보류하셨는데, 이 또한 편향적으로 보일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번에 사법 농단과 관련된 의혹이 있는 두 분의 전직 법관들의 변호사등록은 일시 보류되었다가 최종적으로 허가됐다. 현행법상 법관재직 당시 형사소추나 징계처분을 받지 않으면 등록을 막는 것이 오히려 위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절대 한쪽에 편향되지 않고 신중하게 절차에 따라 처리했다.
▶사법농단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사법농단의 근본적인 원인은 법원의 지나친 우월주의에 따른 독선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법원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지만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하여 분쟁을 해결할 권한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일반 국민과 다른 국가기관보다 우월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오만에 빠져 있었다. 국가권력을 입법, 사법, 행정으로 분리하고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만든 것처럼, 사법권도 그렇게 작동되도록 하여야 한다.
▶현직 판사들의 전관에 대한 논란은 결코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인가?
▷법조계의 전관예우가 많이 없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분명히 아직도 있다고 생각한다. 판사도 사람인지라 같이 근무한 옛 동료의 부탁을 거절하기 힘든 부분이 있을 것이다. 또한 자신도 나중에 변호사로 개업했을 때 이런 대접을 받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법관이 법관으로서 자신이 근무하는 사법부 전체의 신뢰를 회복하고, 자신이 내린 판결에 대해 신뢰를 얻고 싶다면 과감히 전관예우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전관예우의 고리는 누구보다도 판사와 검사 스스로 끊어야 한다. 핸드폰으로 변론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거부하고, 외부에서 변호사를 따로 만나는 것을 완전히 회피하거나 개인적인 관계 때문에 만나더라도 상세하게 만난 이유를 법원 내부에 신고하면 된다.
▶전관의 부탁을 무시할 수 없는 구조를 없애는 것이 우선인 것 같다
▷판결문을 전부 공개하면 된다. 하급심 판결이 전부 공개되면 특정한 판사가 같은 내용의 사건에 대하여 어떤 피고인에게는 실형을 선고하고, 어떤 피고인에게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는지가 파악된다. 같은 내용의 사건에 대하여 다른 결론의 판결을 하면서 판결문에서 납득할 만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면, 어떤 변호사가 선임되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만일 전관이나 친분이 있는 변호사를 선임한 사건에 대하여 다른 경우보다 유리한 판결이 내려졌다면 판결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만하다. 이처럼 판결문의 전면 공개는 전관예우의 폐해를 실효성 있게 막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법조 인사들의 윤리적 의식에 대한 문제제기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 임명된 이미선 헌법재판관도 자신과 남편의 과다한 주식 보유 논란으로 임명과정에서 홍역을 겪었다
▷주식거래라는 점에서 이번 이미선 헌법재판관과 관련된 논란을 전에 있었던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경우와 같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신데 사실 내용적으로 좀 다르다. 이유정 전 후보자의 경우는 본인이 주식거래를 한 것은 맞지만 내부정보를 이용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이번 이미선 후보자의 경우는 본인이 아닌 남편이 주식거래를 하였다고 하는 것으로서 차이가 있다. 재산을 증식함에 있어서 규모를 얼마나 하는지, 형성방식을 부동산을 통해서 할 것인지, 주식을 통해서 할 것인지는 개인의 선택이다. 다만 그 과정에 위법이 있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 위법에 본인이 개입하였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이미선 후보자의 경우 배우자가 주식거래를 하였고 본인은 몰랐다는 것인데 상식적으로 쉽게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런 경우도 있을 수 있으므로 확실한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배우자의 주식거래에 대하여 책임을 지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연좌제가 되어 위헌으로 볼 여지까지 있다.
▶최근 로스쿨 합격률 문제가 다시 화두다. 합격률이 계속 하락하고, 변시 낭인도 생기고 있다
▷이 문제를 생각하면 정말 안타깝고 답답하다. 모든 문제의 원인은 너무 성급하게 로스쿨제도를 도입하였고, 로스쿨 도입의 전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로스쿨의 도입취지는 우리 사회 각계각층에서 국민들의 법률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다양한 전공과 경험이 있는 다수의 변호사를 배출함으로써 그동안 변호사 수가 부족해 유사직역에 의하여 임시방편적으로 법률문제를 해결해오던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유사직역에 대한 정리가 같이 진행되면서 로스쿨이 도입되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채 로스쿨 법만 급하게 통과되어 지금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유사직역만 정리된다면 현재의 변호사 배출 규모가 적정한지에 대하여 재논의가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현재 너무 많은 변호사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고, 변호사회로서는 당연히 변호사 수의 감축을 주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유사직역 정리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득권 지키기로 비춰질 수 있다
▷저는 이 문제를 우리 사회가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고 원칙을 세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동안 일제 강점기의 폐해를 청산하려고 부단히 노력하였지만, 아직도 그 잔재가 곳곳에 남아있다. 법조계 역시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하고 있는 영역이 있다. 일본은 고등고시라는 소수 엘리트 법조인 양성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고, 식민지였던 우리나라에도 이를 시행했다. 국가가 소수 엘리트를 선발한 후 모든 지원을 하면서 이들을 통하여 국가를 통치하는 전체주의 국가의 운영방식이다. 이 방식에서 법조인은 극소수일 수밖에 없어 국민의 법률수요를 충족하는 것이 어렵다. 따라서 변호사가 처리해야 할 각종 법률사무를 법조유사직역을 만들어서 임시방편으로 보완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 더 부연 설명을 해주시면
▷우리 사법제도는 2009년 로스쿨 제도의 도입으로 고시라는 소수 엘리트 법조인 양성 제도에서 로스쿨제도로 전환했다. 유사직역의 필요성이 없어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유사직역도 시간이 지나면서 숫자가 많아지다 보니 내부에서 밥그릇싸움이 치열해지게 됐다. 이들은 자신들이 하던 변호사 업무의 보완적인 역할을 넘어서 본래 자신들이 할 수 없었던 각종 소송대리를 할 권리를 달라고까지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법률전문가에 의하여 신체, 재산권을 보호받아야하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우리는 수술을 잘 한다고 의사가 아닌 사람에게 몸을 맡기지 않는다. 국가가 정한 자격을 가진 의사를 신뢰한다. 법률도 마찬가지다. 반드시 국가에서 정한 법률교육과 변호사시험이라는 자격취득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만일 유사직역에서 변호사의 고유영역인 소송대리를 하고자 한다면, 다른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 방식대로 로스쿨에 진학하여 체계적인 법률교육과 소송능력을 익히고 국가가 공인하는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면 된다. 이러한 어려운 과정을 생략한 채 단순히 해당 분야의 업무에 대하여 경험과 지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공짜로 소송이라는 변호사의 고유 업무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전 세계 어느 선진 국가에서도 그 사례를 찾기가 어려운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한다.
▶사시 통과자보다 로스쿨 졸업생들의 실력 수준이 별로라는 세간의 평이 있는데
▷원래 로스쿨의 제도는 완벽한 법조인 사법시험처럼 완벽한 법조인을 배출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3년 동안 법학의 기본적인 것을 가르쳐서 시장에 나와서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를 계속 연구하고 파고 들어 그 분야의 법률전문가를 만드는 시스템이다. 법률시장에 나오는 그 순간 이론과 실무를 완벽히 갖춘 법률가를 배출해내는 사법연수원 시스템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기존 사법시험의 가장 큰 문제는 시험만 붙으면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 주는 것이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이런 법률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곳은 없다. 로스쿨은 기본적으로 경쟁구도가 깔려 있다. 계속 실력을 쌓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로스쿨 출신들의 변호사 시험 응시 자격을 5년간 5회로 한정한 것에 대한 입장은?
▷변호사 시험에 기간과 횟수를 정해놓은 것은 사법시험처럼 변시낭인이 발생하는 폐해가 생길 수 있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그러나 출산이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시험을 치르지 못한 경우까지 무조건 응시횟수에 포함시킨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현재 국회에도 관련 입법이 논의되고 있는데, 어떤 식이든지 이 문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의견이 있으시다면?
▷국가보안법은 남북이 대치되고 있는 특수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존재해야 하는 법이라는 주장이 있다. 저는 연세대학교 법무대학원에서 북한법과 통일법을 강의하고 있어 이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는데,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우리랑 대치하고 있는 북한에는 국가보안법이 따로 없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의 국가보안법도 대부분의 규정이 사문화되어 있다. 그렇다면 굳이 이를 유지하기보다는 국가보안법은 폐지하고 국가의 안보에 관한 형법규정을 보완하는 형식으로 형법으로 편입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불필요한 특별법의 제정이 아니라 기존 법률 속에서 필요한 부분을 포용하여 규정하면 된다는 것이 평소 저의 지론이다,
▶판사임기제에 대해선
▷별로 긍정적이지 않다. 법관은 평생 법관제가 원칙인 것이 맞다. 그래야 판결에 일관성이 유지된다. 임기가 되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된다. 평생 법관제가 유지되면 정관예우도 줄어들 수 있다.
▶검경수사권 문제는 어떻게 해결될 것 같나
▷이 문제와 관련해 자꾸 밥그릇싸움으로 비춰지는데, 본질은 검찰이 수사권을 남용해서 견제하려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근데 경찰에게 일정 권한을 나눠주려니 또 너무 많은 권력이 쏠리는 것 같고 그래서 고민이 큰 것이다. 권력을 나눠주더라도 검찰과 경찰이 견제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미국 FBI와 경찰이 견제하듯이 말이다.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날지 모르겠지만 수사가 잘못되었을 때 견제할 수 있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너무 한쪽에 권한이 많이 쏠리면 안된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꼭 필요한가?
▷정말 개인적 견해로 우리는 있는 기구도 잘 활용 못하고 계속 늘리는 고민만 하는 것 같다. 특검에도 발탁돼 일을 해봤지만… 현재 있는 제도에서 규정된 업무만 제대로 잘 해도 웬만한 사건 처리는 다 할 수 있다고 본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구속과 보석에 관한 논란은 어떻게 보시나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을 한다. 여기에 대한 평가를 받을 자신이 있으면 그렇게 하면 된다. 사회적 합의와 판사 개인의 판단은 다를 수 있다. 다만 그에 대한 책임은 자기가 져야 한다. 개인적으로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구속 판결에는 동의 안한다. 대권 반열에 오른 현직 경남도지사가 어디로 도망을 가겠나. 연예인 마약사건 이런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홍준표 전 도지사는 과거에 왜 불구속이 됐나. 항소심 끝나고 재판 결과가 확정되면 그때 구속시켜도 된다. 미리 무리하게 구속시킬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보석결정에 대해 여야가 일관되지 못한 채 매번 서로 다른 평가를 하는 것도 문제다. 이를 보면서 사법부의 독립이 더욱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함을 변협회장으로서 더욱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국선변호를 수사단계까지 확대하는 것에 대하여 반대하는 입장으로 알고 있다. 피의자라도 변호를 받을 권리가 있지 않나?
▷완전 오해다. 수사단계부터 변호사의 도움을 받게 되면 국민의 방어권은 더욱 보호받을 수 있기에 그 취지에는 적극 찬성이다. 다만, 지금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형사공공변호인제도는 운영주체와 방식에 문제가 있어서 반대하는 것이다. 형사공공변호인제도는 국가기관인 법무부가 피의자에게 수사단계부터 변호인을 선임해 준다는 것인데, 수사단계에서는 피의자와 검사가 상대방이다. 따라서 검사로부터 독립되어야 피의자의 변론권이 제대로 보장받을 수 있는데, 현재 논의되고 있는 형사공공변호인제도는 수사를 하는 검사를 지휘감독하는 법무부가 피의자의 변호인을 선발해서 운영하는 제도로서, 오히려 피의자의 변론권이 위축될 수 있다. 더욱이 그 운영주체를 법무부 산하 법률구조공단에 맡긴다는 것인데 법률구조공단은 피해자 국선대리를 하고 있어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같은 기관에서 대리하는 것이 되어 더욱 문제가 많다. 수사 공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변협을 어떻게 바꾸고 싶나. 새 변협회장으로 가장 역점을 두는 변협 내 사업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우리 사회가 법치주의에 따라 운영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이를 위하여 변호사회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의 다양한 분야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협업하도록 하겠다.대한변협회장에 취임하기 직전 2년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역임하며 들었던 최고의 칭찬은 ‘이찬희 때 변호사들 간의 갈등이 없었다’는 것이다. 진보 성향의 민변이든, 보수 성향의 한변이든 좋은 의견을 내면 경청하고 실행해왔다. 그리고 우리 목소리를 낼 때 무게감을 느끼게 만들고 싶다. 성명서 같은 것을 남발하지 않겠다.
▶법률신문 논설위원은 언제부터 하셨나? 원래 신문에 관심이 많으신지
▷어릴 적부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은 무척 좋아했다. 고등학교 재학시절에는 문예부를 했었고, 법대동창회보 편집위원장을 10년 이상했다. 그리고 최장수 서울지방변호사회 회보편집위원장을 역임했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많이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법조인들이 가장 많이 보는 법률신문의 논설위원이 되어 사설과 기명칼럼을 5년 정도 쓰게 되었고, 현재까지 각종 언론사에 칼럼과 기고를 연재하고 있다. 바쁜 일정 때문에 단체장 중에서는 기고나 칼럼을 대필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저는 모든 글을 대필하지 않고 직접 작성하고 있다. 글은 필자의 마음을 비춰주는 거울이라고 생각하기에 아무리 바빠도 반드시 직접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