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조용병 회장·위성호 은행장 체제 3월 출범 “비교 불허하는 월드클래스 리딩뱅크로 도약”
윤재오 기자
입력 : 2017.03.03 15:46:30
신한금융그룹이 3월 조용병 회장, 위성호 은행장 체제로 새로운 출발을 위한 닻을 올린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내정자
조용병 신한은행장이 지난 1월 회장추천위원회에서 한동우 회장의 뒤를 이을 차기 신한금융 회장으로 내정된 데 이어 지난 2월 7일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이 신한은행장으로 내정됐다. 국내 최대금융그룹인 신한금융의 새 경영진 진용이 확정된 것이다.
조용병 회장 내정자와 위성호 행장 내정자는 3월 정기주총 승인을 거쳐 각각 회장과 은행장으로 취임해 신한금융의 미래를 이끌어 나간다. 이들은 신한은행장과 신한카드 사장으로서 각각 경영성과와 능력을 인정받아 일찌감치 회장과 은행장의 적임자로 꼽혀왔다. 그리고 신한금융에서 30년 이상 손발을 맞춰 온 선후배인 만큼 팀워크를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최강의 진용이다. 조 회장 내정자와 위 은행장 내정자는 한 해 차이로 신한은행에 입행해 은행 요직을 두루 거쳤다.
위성호 신한은행장 내정자
한동우 회장은 위 사장이 은행장으로 내정된 직후 “회장 내정자가 리더십과 중립성향을 갖춘 만큼 행장은 철저히 능력 위주로 뽑은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만큼 신한금융 안팎에서는 이들이 함께 만들어 나갈 리딩뱅크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은 게 사실이다.
▶글로벌 진출확대와 디지털 금융으로 승부
조용병 신한은행장은 지난 2월 1일 경기도 용인소재 연수원에서 열린 ‘2017년 상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현재의 엄중한 경영환경에서는 리딩뱅크라는 이름에 도취되어 현실에 안주하는 순간 쇠락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면서 “개인과 조직의 역량, 시스템, 기업문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비교를 불허하는 탁월한 신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임원, 본부장, 전국 부서장 1100여 명이 참석한 경영전략회의에서 신한금융그룹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를 밑그림을 밝힌 셈이다.
조용병 회장의 현장경영
조 행장은 “한 사람의 꿈은 꿈에 불과하지만 모두가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칭기즈칸의 말을 인용하며 “미래를 함께하는 따뜻한 금융의 미션, 월드클래스 금융그룹의 비전, 그리고 천년 신한이라는 꿈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각오로 올 한 해 탁월함을 향한 새로운 도전을 힘차게 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그는 지난 1월 23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임직원 1만4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16년 종합업적평가대회에서도 “현장에서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변화와 혁신을 선도하는 직원들에게 승진뿐 아니라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혁신·공감·행복·동행의 신한을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조 행장은 회장 내정자로서 올해 신한의 최대 화두를 ‘성장’으로 꼽았다. 그는 “국내외 금융시장 환경이 불확실하다 보니 그룹을 어떻게 성장시킬까 생각하면 답답하다”며 “미래 먹거리를 찾는 것이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진출과 디지털 사업 강화라는 두 축으로 신한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핀테크 시장을 선점하고 그룹 핵심모바일 플랫폼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베트남과 미얀마 등 아시아 금융벨트 구축에 속도를 높이는 한편 투자은행(IB) 업무 강화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리딩 금융그룹으로 부상하겠다는 포부다.
▶안정적 성장과 비은행부문 강화
조용병 신한은행장이 차기 회장으로 낙점된 것은 신한금융의 안정적인 성장을 이끄는 데 적합한 인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조 행장은 지난 2015년 신한은행장으로 발탁된 후 강력한 리더십과 업무추진력으로 높은 경영성과를 일궈냈다.
조 행장이 이끄는 동안 신한은행은 최근 2년간 매년 10% 안팎의 자산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기간 내 매년 당기순이익을 약 1조5000억원 가까이 올리며 순익 1위 은행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조만간 발표될 연간 누적 순이익 예상치는 이미 5년 내 최대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2016년에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4조1663억원, 1조511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6.3%, 20.7% 성장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비율이 0.79%로 건전성 지표도 금융권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조용병 차기 회장의 과제 중 하나는 비은행 부문 강화다. 신한금융 전체 순이익 가운데 비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15년 42%에서 지난 2016년 35% 안팎으로 줄었다. 비은행 계열사 중 가장 큰 신한카드를 제외하면 비은행 부문 순이익이 2015년보다 오히려 650억원가량 감소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순이익이 46%나 줄었고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39%, 신한캐피탈은 26%가량 감소했다. 반면 경쟁금융그룹인 KB금융의 경우 인수·합병을 통해 비은행 부문의 몸집을 불리고 있다. 신한금융의 강력한 무기가 은행과 비은행 부문의 안정적인 수익구조였는데 이 같은 강점이 희석되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조 회장 내정자는 부진에 빠져있는 증권과 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글로벌 시장 진출에서 성과를 거둔 점도 회장 선임에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조 회장 내정자가 신한은행장으로 부임한 2015년 초만 해도 신한은행은 16개국 70개의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했다. 그러던 것이 올해 2월 기준 20개국 150개로 증가했다. 신한은행의 당기순이익 내 해외 비중은 2014년 8.7%에서 조 행장이 맡은 당해 10.5%로 늘어났다.
조 신한은행장은 직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기로 유명하다. 조 회장 내정자의 별명은 ‘엉클(uncle)조’다. 그의 소탈한 성격 때문에 직원들이 붙여준 애칭이다. 그만큼 행원들과 격의 없이 부대끼며 소통해왔다. 실제로 따분할 수 있는 아침 조회시간을 직원들과 직접 만나 자유롭게 교류하는 자리로 만들었다.
그는 지난 2월 6일 경기도 기흥 신한은행 연수원을 방문해 신입행원을 격려하고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조 행장은 행원으로 입행해 은행장이 되기까지 30여 년의 소회를 허심탄회하게 전달하고 신입 행원들에게 대한 조언을 머리글자 ‘BEST’로 묶어 전했다. ‘기본(Basic)’부터 차근차근 다지고 높은 ‘윤리(Ethics) 의식’으로 언제나 정도를 걷고, ‘사소한 일(Small)에도 정성’을 다하는 가운데 열정과 패기로 과감히 ‘도전(Try)’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각자의 꿈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씩 노력한다면 마음속에 품고 있는 소망을 반드시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앱카드 시연하는 위성호 행장
▶디지털금융 검증받은 준비된 은행장
위성호 차기 신한은행장은 지난해 8월 신한카드 사장 연임에 성공하며 존재감을 과시한 데 이어 조 차기 회장의 뒤를 이을 신한은행장으로 내정됐다. 그는 신한은행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데다 신한금융부사장으로서도 탁월한 조율능력을 발휘했고, 신한카드의 업계 1위 수성에도 기여해 일찌감치 은행장후보 0순위로 꼽혀왔다.
위 내정자는 신한카드 사장을 지내며 가맹점 수수료율과 대출금리 인하 등 잇단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715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카드업계 선두자리를 유지했다. 위 내정자의 디지털 경영이 성과를 거둔 것이라는 게 신한금융 안팎의 평가다.
고객 수 700만 명, 지난해 취급액 5조6000억원에 달하는 신한카드 모바일 플랫폼 신한FAN(판)이 대표적이다. 빅데이터에 일찌감치 주목해 2014년 당시 국내 카드사 최초로 2200만 명에 달하는 고객 카드사용 내용을 분석한 빅데이터 센터를 구축했다. 글로벌 시장에도 적극 진출해 해외법인 1호인 카자흐스탄 신한파이낸스를 오픈한 데 이어 인도네시아 살랑그룹과 손잡고 자동차 할부리스 전문기업인 신한인도파이낸스를 설립했다. 지난해는 미얀마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신용카드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위 차기은행장의 과제는 리딩뱅크의 위상을 굳건히 하는 동시에 미래 먹거리를 찾는 일이다.신한은행은 지난 2010년 이후 은행업계 당기순이익 1위를 지켜온 리딩뱅크지만 최근 경쟁 은행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하는 만큼 여기에 참여하지 않은 신한은행으로서는 다른 방식으로 핀테크 시장을 주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신한금융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디지털과 글로벌은 신한금융의 미래가 달린 핵심분야”라며 “위 내정자는 신한카드 사장으로 일하면서 두 분야에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다는 점이 행장 선임 과정에서 결정적 요인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위 내정자는 은행장으로 내정된 직후 “간편결제 등 카드업계가 디지털금융의 최전선에 있었기 때문에 관련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며 “덕분에 신한카드 사장을 하면서 금융권에서 화두가 된 핀테크와 디지털 금융에 대해서 많은 공부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은행 경영방침에 대해 “글로벌이나 디지털, 리스크 관리가 경영의 축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해 신한은행장으로 취임하면 신한은행이 핀테크와 디지털금융을 선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쳤다. 위 내정자가 지난 1월 회장추천위원회 때 회장 후보에 올라 발표까지 했지만 중간에 “조 행장이 회장에 오르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며 중도 기권한 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위 내정자는 “신한금융그룹은 지주와 자회사 간의 역할분담이 확실하고 관리 시스템도 잘 구축되어 있다”며 조 차기 회장 내정자와 함께 신한금융을 조화롭게 잘 이끌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신입행원들과 대화하는 조용병 회장
▶현장과 소모임 통해 직원과의 소통강화
위 내정자는 지난 2월 중순부터 신한은행 각 사업본부 임원들과 상견례를 하고 본격적인 업무인수를 시작했다. 각 사업부문 그룹장은 실무진과 함께 지난해 경영실적과 현안, 향후 경영계획을 위성호 사장에게 보고하고 있다. 그는 신한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차기 행장으로 낙점된 이후 서면보고를 받으며 신한은행의 주요 현안을 챙겨왔고, 중순부터 각 그룹장들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 초 조직개편을 통해 신탁연금그룹과 영업추진 1, 2그룹이 신설돼 사업부문이 3개가 늘었다. 위 행장은 업무 보고를 받으면서 각 그룹장과 부장급 실무진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도 한동우 회장과 조용병 회장 내정자에게 동시에 보고를 하고 있다. 조 회장 내정자와 위 은행장 내정자는 힌동우 회장과 함께 지난 2월 중순 일본을 방문해 재일동포 주주들과 인사를 나눴다.
위성호 차기 신한은행장은 신한금융그룹 내에서 대표적인 전략통이면서 강한 업무 추진력을 자랑한다. 그를 곁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소탈한 성격으로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면서도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한다.
위 내정자는 다른 부서 다른 직급의 직원들을 하나로 묶어 SNS와 오프라인 모임을 활성화시켜 주목을 받았다. 위 내정자는 “윗사람들은 80% 이상이 소통이 잘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랫사람들은 40% 정도만 소통이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신한은행에서 부서 간 직급 간 벽을 허문 소모임을 했는데 회사 생활에 계속 도움이 됐던 경험을 바탕으로 유닛을 조직하고 활성화하게 됐다”고 말했다.
열린 마음으로 현장에서 답을 찾고 소통을 통한다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 신한카드 사장으로 일할 때 검은색 결재판이 직원들에게 긴장감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판단하고 결재판 색상을 하늘색으로 전면 교체할 만큼 세심한 측면도 있다.
대리·과장급 직원들과도 정기적인 간담회를 통해 소통하고, 대화를 통해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부서장들과도 한 달에 한 번씩 공식적인 자리에서 나누기 어려운 고민을 나누는 등 소통에 주력해 왔다.
그는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등 최신형 디지털 기기가 나오면 자주 교체해 사용하는 얼리어답터로 알려져 있다. 급변하는 금융 시장에서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기 위해 IT기기는 물론 최신 기술에 대한 정보력이 빠르다는 평가다.
위 내정자는 1958년생으로 서울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후 1985년 신한은행에 입행했다. 강남PB센터장, 신한금융지주 경영관리담당상무와 부사장, 신한은행 부사장, 신한카드 사장을 지냈다. 조용병 회장 내정자와는 입행과 대학 모두 1년 후배다.
위 차기 행장은 은행장 후보로 단독 추천됐지만 내정 과정에서 다소 진통을 겪기도 했다. 지난 2010년 발생한 신한금융그룹 최대의 내분사태가 거론되며 견제를 받은 것이다.
당시 위 차기 행장은 신한금융 부사장으로서 중립적 위치를 고수했지만 금융그룹 안팎에서 오해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차기 행장으로 내정되면서 과거의 잔재를 모두 털어낼 수 있는 계기를 맞게 됐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