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부문은 자리를 잡았지만 비철강 부문은 아직 취약합니다. 두 번째 임기에 들어가면 비철강 부문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강화시키는 방안을 찾아 하나씩 수행해 나가겠습니다.”
연임이 확정된 후 첫 출근길에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다시 한 번 비철강 부문의 수익성과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다. 특히 최근 대규모 적자 늪에 빠진 포스코 건설을 언급하며 비철강 사업 개혁이 ‘2기 권오준호(號)’의 핵심 과제임을 분명히 했다.
포스코 이사회가 권오준 회장의 연임을 추천했다. 이사회는 지난 1월 25일 CEO후보추천위원회(이하 후추위)로부터 권 회장이 차기 CEO 후보로 적합하다는 자격심사 검토 결과를 보고 받고, 임기 3년의 회장 후보로 주주총회에 추천을 의결했다. 이로써 권 회장은 오는 3월 10일 주주총회와 이사회 결의를 거쳐 회장으로 재선임된다. 후추위 위원들은 권 회장이 취임한 이후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 수익성 개선에 성과가 컸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포스코는 권 회장 취임 직전인 2013년 2조2000억원이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말 2조6000억원으로 1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7.3%에서 10.8%로 늘어 두 자릿수를 회복했다. 지난해 말 기준 17.4%의 사상 최저 부채비율, 취임 이후 총 126건의 구조조정, 지난해 55%가량 상승한 주가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명우 포스코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 전원이 포스코의 중장기 성장 발전을 위하여 권 회장의 연임이 적절하다고 의견을 모았다”며 “내외부의 간섭 없이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검증 과정을 거친 만큼 권 회장이나 포스코로서도 지금까지 제기된 각종 의혹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후추위는 권 회장에게 비철강사업 분야의 개혁방안, 후계자 육성, 경영자 훈련 프로세스 활성화 방안 등을 차기 CEO 후보가 풀어야 할 과제로 제시했고, 권 회장은 차기 임기 중 이를 추진하기로 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초도 생산된 탄산리튬 최종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시무식에서 구조조정 완성과 미래 성장기반 강조
철강 업계에선 “2기 권오준호의 방향은 이미 올 시무식에서 밝혀졌다”고 말한다. 권 회장은 지난 1월 2일 포스코 포항 본사 대회의장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마부정제(馬不停蹄·달리는 말은 말굽을 멈추지 않는다)’의 마음으로 ‘POSCO the Great’를 완성하고 다음 50년의 도약을 준비하자”고 강조했다.
권 회장은 이날 시무식에서 “올해는 세계 최고의 철강 수익력을 공고히 하고 혁신포스코(IP) 2.0에서 계획한 구조조정을 완성함과 동시에 미래 성장기반을 다지는 한 해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임직원들에게 4가지 사안을 주문했다. 권 회장은 우선 “고유기술에 기반한 철강사업의 고도화로 경쟁사와 수익력 격차를 더욱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질적 경쟁시대로 들어선 철강사업의 트렌드에 발맞춰 테크니컬 솔루션(Technical Solution), 커머셜 솔루션(Commercial Solution)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휴먼 솔루션(Human Solution)에 기반한 WP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고망간(Mn)강, 기가급 강재를 조기에 상용화해 WP제품의 질도 높이자는 것이다. 둘째, “저수익 사업의 구조개선과 효율화를 추진해 그룹의 사업구조를 강건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꾸준히 진행해 온 사업 구조조정, 특히 저수익·비효율 사업의 구조조정을 끝내고 그룹사 간 강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신규 프로젝트 발굴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3분기 기준 16건의 계열사 구조조정을 마무리 지었다. 올해는 22개의 계열사 구조조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5건의 자산 매각도 진행할 예정이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부상함에 따라 이에 발맞춘 체질개선도 강조했다.
권 회장은 “철강에서는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그룹 사업에서는 스마트 에너지, 빌딩, 타운의 구축을 통해 새로운 사업역량과 브랜드 이미지를 창출하자”고 주문했다. 포스코는 이를 위해 액화천연가스 미드스트림(LNG Midstream)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포스코형 스마트그리드 사업의 기반을 다지는 한편, 리튬, 양극재용 고순도 니켈, 이차전지 양음극재 등을 육성키로 했다.
마지막으로 유연하고 창의적인 기업문화도 거론했다. 권 회장은 “불안정하고(Volatile), 불확실하며(Uncertain), 복잡하고(Complex), 애매한(Ambiguous) VUCA 시대에선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민첩성과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분출될 수 있는 창의혁신 문화가 필수”라며 “스타트업(Start-up) 방식을 도입해 양방향 소통과 스마트 커뮤니케이션을 체질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지난해 영업이익 전년대비 18% 증가
지난해 포스코는 매출 53조835억원, 영업이익 2조8443억원을 기록했다. 국내외 상황이 녹록지 않고 그룹의 구조조정으로 법인 수가 줄어 전년대비 매출은 감소했지만, 포스코를 비롯한 해외철강 부문 실적이 개선돼 영업이익은 18% 증가했다. 특히 해외철강법인의 합산 영업이익이 눈에 띄게 늘었다. 2015년 4299억원 적자였던 해외철강법인 합산 영업이익이 지난해에는 2182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포스코 측은 “고부가가치 제품의 판매 증가와 원가절감이 주효했다”며 “중국 장가항포항불수강이 1074억원, 인도 포스코 마하라슈트라가 36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해외 주요 철강법인의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고 밝혔다.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2015년 962억원 순손실이었으나 2016년에는 1조482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포스코 별도로는 매출 24조3249억원, 영업이익 2조6353억원으로 매출은 전년대비 5%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17.7% 증가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최종 철강제품 가격 대비 원료가격 차가 1조2000억원가량 축소되는 불황에도 WP제품 판매와 수익성 개선 활동으로 1조원, 비용절감으로 4000억원 등의 내부 수익을 창출하며 1조4000억원을 확보했다. 이로써 2015년 대비 영업이익이 4000억원 이상 늘었다.
이에 따른 영업이익률은 10.8%. 2011년 이후 5년 만에 두 자릿수를 회복했다. WP제품 판매량은 전년대비 326만3000톤이 늘어난 1597만3000톤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판매를 달성했다. 지난해 포스코의 WP제품 판매 비중은 47.3%나 됐다. 재무구조도 개선됐다. 권 회장 취임 이후 지난 3년간 순차입금이 7조1000억원이나 줄었고 연결기준 부채비율도 74%로 낮아졌다.
특히 포스코 별도 부채비율은 17.4%로 창사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연결기준 차입금은 전년대비 2조5152억원 감소했다. 계열사와 자산 구조조정도 주목할 만하다. 2014년 이후 올해까지 구조조정 목표는 149건. 그 중 지난해까지 126건이 마무리됐고, 현금 확보와 차입금 축소 등 5조8000억원의 누적 재무개선 효과를 거뒀다.
포스코는 올해 매출액 목표를 연결기준 54조8000억원, 별도기준 25조6000억원으로 책정했다. 글로벌 철강공급 과잉, 수요산업 부진 등 시장 환경이 어렵지만 지난해보다 연결기준 1조원, 별도기준 6000억원 늘어난 3조5000억원, 2조6000억원의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올해는 세계 최고의 철강 수익력을 공고히 하고 ‘혁신포스코 2.0’에서 계획한 구조조정을 완성함과 동시에 미래 성장기반을 다지는 한 해가 되는 게 목표”라며 “특히 올해 WP제품 판매 비중을 52%까지, 솔루션연계 판매량도 450만 톤 이상 늘려 철강 본원 경쟁력 제고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라고 전했다.
광양 5고초에 화잉하고 있는 권오준 회장
▶ 국내 최초로 리튬 상업 생산 돌입한 포스코
지난 2월 7일 광양제철소에서 리튬 생산 공장 준공식을 가진 권 회장은 “배터리용 리튬은 물론 양극재용 고순도 니켈과 양음극재 개발 등 에너지소재 사업에서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으로 미래 신성장 사업을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포스코는 국내 최초로 리튬 상업 생산에 들어갔다. 철을 만드는 포스코가 7년간 개발한 독자 기술이다.특히 리튬은 포스코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권 회장이 직접 챙기기로 한 핵심 사업 부문이다. 노트북, 스마트폰, 전기차 등에 들어가는 리튬전지 원료인 리튬은 현재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포스코는 면적 8500㎡의 리튬 생산 공장 설립에 269억원을 투입했다. 이곳에서 연간 2500t의 탄산리튬이 생산된다. 노트북용 배터리 7000만 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최근 조직 개편·임원 인사에서 권 회장은 오인환 사장(COO)에게 철강 부문을 맡기고 자신은 비철강 부문 개혁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 등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리튬 생산 공장은 권 회장 2기 체제의 본격 가동을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유성 포스코 기술투자본부장(부사장)은 “전 세계 배터리용 탄산리튬 수요는 2015년 6만6000t으로 추정되며 향후 전기자동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확산 추세를 고려하면 2025년 18만t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광양 리튬공장을 시작으로 국내외에 연 4만t의 생산체제를 구축해 글로벌 리튬 생산 기지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의 WP제품 WP(월드프리미엄)제품이란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해 상용화했거나 세계 수준의 기술력과 경제성을 갖춘 제품으로, 고객 선호도와 영업이익률이 모두 높은 제품을 통틀어 일컫는다. 권오준 회장은 일반 제품에 비해 이익률이 10%가량 높고 덤핑 공세를 벌이는 여타 업계와 격차를 벌리는 데 WP제품만 한 게 없다고 보고 이들 제품 개발과 판매에 사활을 걸었다.
[안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