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새누리당 대변인 | 국회에 입성한 부동산 전문가 김현아 의원 “좋은 집 쉽게 빌릴 수 있도록 법 바꿀 것”
윤재오 기자
입력 : 2016.11.09 15:50:26
“주택정책이 과거 국민들의 내집마련을 돕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 국민들이 살고 싶은 곳에서 좋은 집을 좋은 가격에 쉽게 빌릴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515호에서 만난 김현아 새누리당 의원(48)은 새내기 의원답게 당찬 정책적 소신을 밝혔다.
김현아 의원은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 주택 및 도시와 부동산관련 연구를 수행해온 대표적인 여성 부동산 전문가 출신이다. 초선이면서도 당대변인을 맡아 활약하고 있으며 국회 국토교통위 국정감사에서 전문가다운 날카로운 지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김 의원은 “그동안 전문가로서 정부 부동산 정책에 자문을 해왔지만 이제 직접 국회에서 부동산 관련 법안을 만들고 개정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인터뷰 내내 강한 의욕을 보였다.
그는 “세상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작은 일부터 찾아서 하겠다”며 “먼저 청년과 노인들의 주거문제를 개선하고 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첫 국정감사였는데 큰 활약을 했다는 평가입니다
제 전문분야가 도시와 주택정책이고 상임위도 국토교통위여서 현안 대부분이 잘 알고 있는 소관업무입니다. 평소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지적되지 않았던 것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습니다. 처음 지적했던 건 청년 주거문제입니다. 국정감사장에다 고시원 모형을 만들어 설치하려 했는데 여의치 않아 국회 의원회관 2층 복도에 설치했습니다. ‘감옥보다 못한 청년의 방’이란 이름으로 창문 없는 좁은 방에서 우리 청년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의원들과 보좌관들이 직접 체험하도록 해 큰 반응을 얻었습니다. 정부가 최저주거수준을 조사하고 있지만 고시원을 포함하지 않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정책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죠. 예전 고시원에는 ‘고시 합격’이라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고시원은 고시를 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소득이 없거나 적은 젊은이들이 주거비를 아끼기 위해 살고 있는 주거 공간입니다. 청년들은 머물러 있는 세대가 아닙니다.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징검다리 정책이 필요합니다.
서울시 국감에서는 노인문제를 집중 지적했습니다. 노인 주거문제는 국회에 들어오기 전부터 생각해 왔습니다. 많은 노인들이 소득이 없지만 자식들로부터 부양받을 수 있는 형편도 아닙니다.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층에 접어들어 가는데 대부분 집 한 채밖에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자산을 활용해서 노후생활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이 소외계층을 위한 정책을 펴고 있지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노인들이 많습니다.
▶부동산 전문가인데 국회의원으로 변신한 계기는
사실 참여정부 때도 인수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8·31부동산대책을 만들 때도 파견을 나와서 참여했었고요. MB정부 때도 인수위 자문위원이었습니다.
박근혜정부 들어와서는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활동하며 3년 동안 여러 분야에서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인연으로 선거에서 비례대표를 제안 받았고, 많은 고민을 한 후 국회에서 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저는 국회에 들어오면서 꼭 하지 말아야겠다는 것 몇 가지를 다짐했습니다. 축사로 가득 채우는 세미나나, 본말이 전도된 내용 없는 행사 등은 하지 않겠습니다. 수영장에서 수영복을 입듯, 국회에서 일을 하기 위해 정치라는 옷으로 바꿔 입은 것으로 생각하겠습니다. 정치를 통해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제출한 법안은 어떤 것인가요
처음 제출한 법안이 테라스법입니다. 가게 앞에 파라솔을 치고 장사를 하는 곳이 많습니다. 프랑스 파리의 상제리제 거리처럼 만들자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은 도로를 무상점거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옥외활동을 발전시키든, 규제를 하든 근거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테라스법을 발의했습니다.
두 번째로 낸 법안이 임대차 보호법개정안입니다. 법안이 만들어진 지 오래됐고 상황이 달라진 경우가 많습니다. 전세금이 너무 오르면서 세입자와 주인 간의 갈등이 심각합니다. 이사를 가려고 해도 다음 세입자가 없으면 집주인이 큰돈을 내어줄 수가 없어 분쟁이 생깁니다. 그래서 전세보증금 반환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도록 법안을 제출했습니다. 6억원 이하 주택은 의무화하고 6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은 선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계약금도 보험회사가 집주인을 대신해 내줄 수 있도록 해 분쟁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최근에는 하자 분쟁도 많은데 임대차보호법에 주택 상태를 서로 체크해서 나중에 근거자료로 삼도록 했습니다. 이처럼 어찌 보면 작지만 우리 삶에 꼭 필요한 것을 찾아 해법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요즘은 청년주거법을 준비 중입니다. 청년들의 최소주거면적을 보장해줄 수 있도록 하고, 보증금 없는 월세주택을 제공하자는 내용입니다. 보증금이 없는 대신 저축을 유도해 목돈을 마련해서 떠날 수 있도록 금융과 결합한 월세 카드 등 새로운 금융상품을 제안할 계획입니다.
▶최근 “꼭 집을 살 필요가 있나” 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집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택정책도 전환기를 맞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집을 사기 쉽도록 하는 정책 지원이 필요했다면 이제는 어디서든지 좋은 집을 쉽게 빌릴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유경제와 같은 맥락입니다. 주거의 개념이 한곳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생애주기에 따라 이동합니다. 에어비앤비처럼 주거공간을 남과 공유할 수도 있습니다.
트렌드가 그렇게 바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책 전환에 걸림돌도 적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집을 개인소유로 한 채씩 갖도록 하는 정책을 해왔기 때문에 뭐부터 어떻게 고쳐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임대차보호법부터 먼저 손을 댄 것입니다.
세입자 보호를 위해 2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도록 했는데 임대가 확산되면 그것은 또 하나의 족쇄가 될 수 있습니다. 원하는 만큼 계약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정책을 펴야 합니다. 그리고 임대가 보편화되면 유지관리가 더 중요해집니다. 주택관리를 하는 업체와 산업을 육성해야 합니다. 노인들이 자기 집을 월세주택으로 전환해 월세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고령자에 대해 임대소득세를 감면해주는 제도도 필요합니다.
최근 지진 때문에 안전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우리나라도 지진 등 자연재해를 견딜 수 있도록 건축물의 안전을 강화해야 합니다. 저는 이참에 노후 인프라를 개선하고, 센서를 부착해 진동 등을 빅데이터화해서 안전관리를 한층 더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기 측면에서는 내년에 당장 경제성장동력이 부족한데 ICT기반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건물·도로·철도·교량 등 모든 건축물에 센서를 부착해서 진동을 데이터화하고, 노후화가 심각한 상하수도를 교체하면서 카메라 센서를 부착한다면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더 안전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IT강국입니다. 성장동력도 거기서 찾는 게 맞습니다.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IT 투자를 진행한다면 몇십 년 동안 성장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ICT 기반 인프라투자는 건설뿐 아니라 여러 산업의 일자리도 만듭니다.
▶최근 재건축시장이 뜨거운데 부동산시장을 어떻게 보십니까
돈이 너무 많이 풀려 있습니다. 강남재건축시장은 한마디로 유동성 게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금리가 낮고 강남지역에 대한 개발 재료도 많습니다. 진폭이 큰 시장인 만큼 갑자기 가라앉을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분양권 전매시장에는 정부가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보좌관들이 ‘떴다방’ 등 분양권 전매시장에 직접 다녀왔습니다. 전매제한에 묶여있는 곳도 법이 무용지물이라고 할 만큼 공공하게 전매가 되고 있습니다. 저는 차라리 분양권 거래소를 만들어 정상적인 거래를 유도하도록 양성화시키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파트 과잉문제는 계속 지적되어 왔는데 내년부터 그 영향이 나타날 것이고 2~3년 후에는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한강 변 고층개발에 대한 층수 억제는 개인 건강이나 안전 측면에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개발이익이 과도하게 발생한다면 공공용지 기부채납 등으로 개발이익을 사회와 공유할 수 있도록 하면 됩니다. 부동산이슈는 자칫 이념이 섞여서 대결구도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배 아파서 못하게 하는 규제가 많다는 얘기입니다. 그런 규제를 풀어야 합니다. 개발할 곳은 개발하고 이익을 지역 사회와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개인 재테크는 어떻게 하시나요
청담동에 있는 집 한 채가 거의 전부입니다. 사실 개인 재테크에 투자할 시간과 여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재테크보다는 가족들이 건강하게 잘 사는 데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가족들이 먹고 싶은 것과 배우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재테크보다 더 많이 남는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의정활동 계획은
당대변인을 하면서 시각이 많이 넓어졌습니다. 예전에는 경제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이제 사회·국방 등 모든 분야를 관심 있게 보고 있습니다.
의정활동은 작은 일부터 찾아서 해보고 싶습니다. 저의 신조가 ‘작은 구멍을 뚫자’는 것입니다. 댐이 무너질 때도 작은 구멍에서 시작됩니다.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위한 구멍을 뚫겠다는 얘기입니다. 소시민들의 작은 변화가 세상 바꿀 수 있습니다. 제가 다니는 곳곳에 작은 구멍을 뚫어 놓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변화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통일이 되면 제가 배운 전문지식을 북한의 주택 도시계획에 쓸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