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 만기 10년짜리 베트남펀드 만든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자녀에게 과외보다 투자습관 가르치세요”
윤재오 기자
입력 : 2016.10.11 16:52:44
“한국에 돌아와서 노후준비가 안 된 사람이 너무 많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데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의 사교육과 결혼에 돈을 다 써버리고 막상 자신들의 노후대비에는 손을 놓고 있습니다.”
최근 만기 10년짜리 폐쇄형 베트남펀드를 내놓아 화제를 모은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노후대비를 위해 어릴 때부터 부자가 되는 투자습관을 가르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월스트리트 스타펀드 매니저 출신인 존 리 대표는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취임 2년 만에 회사를 자산운용업계 선두권에 진입시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베트남펀드 운용을 위해 추석연휴 기간 동안 베트남 현지 출장을 다녀온 존 리 대표를 서울 종로구 북촌동 사무실에서 만나 투자철학을 들었다.
▶만기 10년짜리 베트남펀드를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대로 운용할 수 있는 펀드를 만들기 위해 폐쇄형으로 모집했습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폐쇄형 펀드는 아직 낯선 상품입니다. 국내에 판매되는 펀드는 대부분 개방형입니다. 베트남 펀드를 폐쇄형으로 만든 것은 돈이 들락날락 못하도록 해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것입니다. 대신 펀드를 거래소에 상장해 급한 돈이 필요한 사람이 주식으로 거래를 해 사고팔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베트남 국채는 이자율이 연 6~7%대니까 그것만 해도 국내와 수익률이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30% 정도는 채권 투자, 나머지는 주식에 투자할 예정입니다. 베트남은 배당성향도 좋습니다.
추석연휴를 이용해 4박5일 동안 베트남을 다녀왔습니다. 본격적으로 투자를 하기 전에 사람들을 만나서 준비하기 위한 것이죠.
제가 월스트리트에서 펀드매니저를 할 때 삼성전자 등 한국 주식에 투자해 오래 갖고 있으면서 돈을 벌었습니다. 삼성전자에 투자할 때가 1991년쯤이었는데 그때 삼성전자 주가가 1만원 안팎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지금 160만원이 됐죠. 베트남도 마찬가지입니다. 삼성전자 같은 상품을 발굴할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장기투자 철학이 중요합니다. 주식투자는 동업입니다. 내가 삼성전자를 산다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긴 하지만 그 회사의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삼성전자 주식을 산 것과 자동차를 산 사람의 차이는 10년, 20년 후에 크게 나타납니다. 자동차를 사는 대신 지하철 타고 나머지 돈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샀다면 노후준비는 잘된 것입니다.
▶얼마 전 주식교육을 역설하는 책을 내셨던데 어떤 책인가요.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녀가 어릴 때 자본교육을 안 시키고 공부만 열심히 하면 다 되는걸로 생각합니다. 미국에서는 부부가 맞벌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자녀들이 18세가 되면 더 이상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그렇게 살다보니 어릴 때부터 돈의 중요성을 잘 알고 노후준비가 왜 필요한지도 깨닫게 됩니다.
한국은 부모들이 노후 준비에 투자해야 할 돈을 수능시험을 위한 사교육에 쓰고 있습니다. 자녀들을 가장 경쟁력 없게 만드는 잘못된 곳에 돈을 쓰고 있는 것이죠.
한국은 급속하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노후준비는 안 돼 65세 이상 노인빈곤율이 50%에 이르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갈수록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유태인들은 가족들이 함께 저녁을 먹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저녁 같이 안 먹습니다. 과외선생님과 수능공부를 하면서 저녁 시간을 보냅니다. 영어단어만 외우는 한국 아이들은 저녁을 먹으면서 어제 뭐했고, 주식은 어디에 투자했는지에 대한 대화를 하면서 크는 아이들과 차이가 납니다.
어떤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아이들한테는 부자가 되는 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투자습관을 갖도록 하는 것입니다. 투자를 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어봐야 합니다. 투자클럽에 들어가는 것도 좋고, 엄마가 아이들하고 함께 투자하는 것도 좋은 교육입니다.
▶자녀 교육에 돈 쓰는 것은 좋은일이 아닌가요.
착각입니다. 공부 잘한다고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워런 버핏 같은 사람으로 키우려면 사교육비에 지출하는 대신 자신의 노후준비를 어떻게 하는지 보여주는 게 좋습니다.
유태인들은 장난감 파는 데서 주식도 팔고 있습니다. 진짜 주식증서입니다. 어릴 때부터 주식투자를 가르치며 돈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것이죠. 워런 버핏은 어릴 때 친구들이 캔디 사먹을 때 캔디가 나오는 기계를 반에다 설치했다고 합니다. 친구들이 캔디를 사먹을 때마다 자신의 주머니에 돈이 들어온다는 사실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 깨달은 것이죠.
저는 남들과 똑같이 사는 것이 싫어 대학을 중퇴하고 미국으로 갔습니다. 취직해서 평생 한 직장에 다니는 것이 싫었던 거죠. 큰누님이 미국에 사셨는데 여유가 있었지만 등록금을 내주지는 않았습니다. 처음엔 놀랐는데 그게 미국식입니다. 미국에서는 부모나 형제가 돈 많은 것이 자기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경제적 독립이 중요합니다.
대학교는 제가 번 돈으로 다녔습니다. 온갖 경험을 다 해봤죠. 택시운전도 하고, 청소도 해봤습니다. 다행히 미국은 가난한 학생들을 위한 제도가 많아 대학 등록금은 면제받고 다녔습니다. 당시엔 영주권을 받기가 쉬워서 그런 혜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노후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일찍 시작하고, 꾸준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두 가지 원칙입니다. 그리고 낭비를 없애야 합니다. 저는 차가 없습니다. 한국을 보면 형편도 넉넉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돈을 들여 차를 사는 이유가 이해되지 않습니다. 돈이 많은 사람이 비싼 스포츠카를 사는 것은 나무랄 수가 없는 일이죠. 그런데 노후 준비가 안 된 사람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차를 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백세시대입니다. 돈이 없는 노후는 비참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같은 곳은 월급의 10%는 무조건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노후를 대비한 투자로 주식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습니다. 베트남 펀드를 만든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한국에는 투자문화가 너무 정착이 안 되어 있습니다. 은행에만 돈을 넣지 말고 주식에 투자해야 합니다.
▶대표님은 노후준비를 어떻게 하고 계시나요.
첫 직장의 연봉이 많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한 2만달러 정도 되는데 한 달 집세가 1100달러 정도입니다. 연봉에서 세금을 떼고 나면 1만7000달러 정도인데 월세를 제하고 나면 한 달 생활비가 500달러 정도밖에 남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노후 준비를 위해 연봉의 10%인 2000달러를 먼저 떼서 주식에 투자했습니다. 거의 30년이 지나 지금은 큰 돈이 되었습니다.
미국에는 근로자들의 노후 준비를 돕기 위해 401K란 제도가 있습니다. 미국의 근로자 퇴직소득보장법 401조 K항에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데 2000달러를 그 플랜에 넣으면 회사에서 2000달러를 적립해주기 때문에 퇴직 후를 위한 준비를 하기에 좋습니다. 그리고 메리츠 코리아펀드를 계속 넣고 있습니다. 저는 100% 주식(펀드포함)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미국 401K는 직접 주식을 살 수도 있어서 은행주를 많이 샀습니다.
▶부동산 투자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부동산은 입지에 따라 많이 다릅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인구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걸 생각해야 합니다. 저는 한국에 자동차도 없지만 집을 사지도 않았습니다. 물론 미국의 집은 아직 처분하지 않아 보유하고 있지만요.
만약 올해 태국에 놀러가고 내년에 유럽으로 가고 싶은데 만일 태국에 집이 있다면 매번 태국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공유경제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베트남에 갔을 때 아내가 우버를 불렀는데 오토바이가 왔습니다. 오토바이 택시인 우버 모터란 게 따로 있었는데 몰랐던 거죠. 세계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우버뿐 아니라 에어비앤비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여행자들은 우버나 에어비앤비를 믿고 공유경제를 향유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그런 곳에 투자가 일어나야 합니다. 아이디어에 투자를 하는 것이죠. 그런 아이디어는 수능시험 잘 보는 데서 나오지 않습니다. 엉뚱한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서 나옵니다.
▶다음에는 어떤 상품을 내놓을 계획인가요.
저는 아이디어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데 시장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이죠. 베트남펀드도 절반의 성공입니다. 아직도 폐쇄형 펀드가 뭔지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 상품은 베트남 펀드 말고 전 세계 채권에 투자하는 하이일드 채권펀드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 투자하는 펀드이기 때문에 협력해서 같이 만드려고 합니다. 펀드 운용은 절대적으로 페쇄형이 유리합니다.
▶존 리의 투자철학을 간단히 말씀해 주시죠.
장기투자를 합니다. 여유자금으로요. 시장을 보지 않고 회사만 봅니다. 그리고 기다립니다. 간단한 것 같지만 쉽지 않습니다. 단말기만 보고 있으면 안 됩니다. 가치투자자라고 불리고 있는데 저는 한 카테고리에 묶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돈을 벌 수 있다면 다 할 수 있습니다. 성장과 가치 모두 중요합니다.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하는데 한 카테고리에 집어 넣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나와야 합니다. 10년 후 세상은 지금과는 다를 겁니다. 운전자 없이 다니는 자동차를 생각이나 해봤습니까.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시가총액 상위 회사들이 대부분 예전에 없던 회사들입니다.
▶전문가로서 투자자들에게 조언을 해주시죠.
베트남 외에도 인도네시아, 중국도 유망합니다. 이란도 좋습니다. 유럽에도 관심을 둘 필요가 있습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합니다. 우리가 모르는 산업도 생기고 있습니다. 산업분야로는 헬스케어와 공유경제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헬스케어는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수명이 늘어나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늘고 있습니다. 기술발전으로 예전에는 엄두도 못 내던 수술이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오래 살고 기술도 발전하고 있습니다. 기술이 인터넷 다음으로 가장 많이 세상을 바꾸는 변수가 되고 있습니다. 헬스케어 산업에 주목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택시는 전 세계적으로 불편했는데 우버가 한방에 해결했습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어디에 가도 우버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공장을 짓고, 물건을 만드는 산업으로는 부가가치 생산이 어렵습니다. 공유경제와 같은 새로운 산업을 주목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