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국민은행장 (KB금융 회장) | KB국민은행의 리딩뱅크 탈환 선언...퍼스트 무버, 금융시장 새 판 주도하겠다
윤재오 기자
입력 : 2016.03.10 14:48:07
윤종규 KB국민은행장(KB금융지주 회장)이 리딩뱅크 탈환을 선언했다.
윤 행장은 지난 1월 23일 킨텍스에서 열린 KB국민은행 전국 부점장 전략회의에서 “고객에게 한발 더 다가서고 상품과 서비스를 차별화해 리딩뱅크 위상 회복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선언하고 위기를 기회로 바꿀 3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파트너십 그룹의 성공적 정착, 비대면 채널 경쟁력 강화,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체계 확립이 전국 부점장들에게 제시한 세가지 목표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01년 주택은행과 합병한 후 당기 순이익 기준으로 리딩뱅크에 올랐다. 막대한 자산과 고객수를 바탕으로 국내 은행 순위 맨 앞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다음해인 2009년 신한은행에 리딩뱅크 자리를 내어준 후 와신상담에도 불구하고 선두자리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윤 행장은 올초 신년사에서도 리딩뱅크 탈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는 “어려운 환경이지만 리딩금융그룹 No.1 KB를 향한 전진이 결코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며 “그룹의 역량을 결집시켜 성과뿐 아니라 경영 시스템과 금융 서비스 그리고 조직문화까지 모든 부문에서 1등을 만들어 나가자”며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지난 2014년 11월 취임한 윤종규 행장은 지난해까지 KB금융그룹의 지배구조를 안정시키고 조직을 추스르는 소방수 역할을 했다면 올해는 리딩뱅크 탈환에 본격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윤 행장은 그동안 손해보험사 인수 성공, 나라사랑 카드 사업자 선정 등 성과를 거뒀으며 앞으로 영업점 경쟁력 강화, 수익성 강화, 증권사 인수, 해외 진출 재시동 등 리딩뱅크 탈환 플랜을 하나씩 펼쳐나갈 계획이다.
▶핀테크산업 시장 선점해 경쟁력 강화
윤 행장은 “자금결제, 보안, 빅데이터와 같은 핀테크로 인해 금융의 영역이 넓어지고 변화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며 “시장을 선점하면 새로운 판의 주도권을 갖는 만큼 KB가 First Mover가 되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문했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도전을 통해 변화하는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4월 금융권 최초로 스마트폰뱅킹 고객수 1000만명을 돌파하고 최근 국내 최초로 인터넷뱅킹 고객수 2000만명도 넘어섰다.
윤 행장은 “이미 영업점보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서 더 많은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스마트 금융과 비대면 채널의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더 내달라고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고 말했다. 윤 회장이 비대면 채널의 경쟁력 강화를 올해 세가지 키워드 중 하나로 제시한 것도 핀테크를 선도하지 않고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은 최근 비대면 거래가 늘어가는 금융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핀테크 등 미래사업 부문에 초점을 맞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비대면 채널을 총괄할 별도조직으로 KB금융지주에 미래금융부를, 은행 내엔 미래채널 그룹을 각각 신설했다. 은행은 물론 금융그룹 계열의 역량을 총동원해 핀테크 등 스마트금융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KB핀테크허브센터가 핀테크 스타트업을 발굴하면 은행이 금융 지원을 맡고 KB인베스트먼트와 KB투자증권이 투자를 하고 있다. 핀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매칭펀드 방식으로도 이뤄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고객 편의성과 보안성을 높인 스마트 OTP를 금융권 처음으로 시행했으며 은행권 처음으로 KB모바일 청약을 개발했다.
KB국민은행은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카카오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취득함에 따라 인터넷전문은행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영업조직 개편과 투명한 인사
윤 행장은 올해 핵심키워드 중 첫째로 파트너십(Partnership)의 성공적 정착을 꼽았다. 파트너십은 그룹이 기존 지점 단위에서 유치하기 힘들었던 영업 기회를 지역본부 단위로 확장해 다른 금융회사와의 경쟁에서 비교우위를 갖기 위한 것이다.
148명의 지역 본부장들은 영업현장에서 권한과 책임을 강화해 직할점뿐 아니라 소속 영업점을 지원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인근 영업점이 공동영업 체계를 구축하고 협업을 통해 고객들에게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경쟁력을 높이게 된다.
윤 행장은 취임 직후부터 은행점포 혁신에 총력을 기울이는 등 영업현장의 경쟁력 강화에 주력해왔다. 은행·증권·보험을 아우르는 복합점포도 점진적으로 늘리고 있다.
윤 행장은 “고객의 다양한 금융니즈에 부합할 수 있도록 복합점포의 시너지를 확대하고 상품 개발역량을 강화하여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협업을 통해 고객 서비스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영업점 운영체계를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이와 함께 영업점 재배치부터 워크 다이어트(Work-diet), 창구 레이아웃 개선 등 영업점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영업창구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영업점 직원들이 고객 상담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단순 창구 고객의 대기시간을 줄이고 상품 판매, 대출 등 긴 상담이 필요한 고객에게 직원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워크 다이어트가 주목을 받고 있다.
윤 행장은 “현장 감각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를 모아 꾸준히 업무를 개선하면 영업점의 서비스 경쟁력은 더 효율적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업점 재편전략의 일환으로 은행 영업점 레이아웃도 변화를 줄 예정이다. 통상 은행지점은 비슷한 레이아웃으로 꾸며져 있는데 이를 영업점 특성에 맞춰 바꾼다는 계획이다. 영업점을 자산형, 가계형, 일반형, 기업형, 기업밀착형 총 다섯 개로 구분해 차별화된 특화서비스를 제공하고 그에 따라 점포 레이아웃도 달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청담, 종로, 분당 등 3곳에 시범점포를 운영하고 있으며 직원들과 고객들의 의견을 수렴해 이를 전 영업점에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은행조직에서도 본부를 기능별로 재편해 사업추진의 속도와 전문성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또 협업과 실행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주와 계열사 간 겸직을 확대하고 파견을 활성화할 방침이다.
윤 행장이 제시한 세 번째 키워드는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다. 투명한 인사운영으로 인사 청탁과 채널문화 논란을 잠재우고 항아리형 인력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미다.
직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고 성과와 역량에 맞는 인사와 보상이 따르도록 한다는 것이다.
윤 행장은 “제 몫을 하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KB내에도 성과와 역량에 따라 대우 받는 풍토가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 잘하는 직원이 칭찬받고 잘 되어야 조직에 건전한 경쟁을 불러일으키고 ‘하면 된다’는 동기부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변화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업무역량도 높이기 위해서는 ‘학습하는 문화’를 뿌리내리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경영진부터 솔선수범해 참여해주길 당부했다. 은행 내에 많은 학습조직이 활발히 움직이고 교육과 연수 참여도 많아지도록 해 조직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비은행 부문 강화로 금융그룹 시너지 창출
윤 행장은 리딩뱅크 탈환을 위해서는 KB금융그룹 내 각 계열사들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시너지 창출이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윤 행장은 “그룹 내 인력교류를 활발하게 해 계열사 간 칸막이를 낮추고 하나의 KB로 일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KB금융그룹은 지난해 KB손해보험(옛 LIG손해보험)을 인수해 금융서비스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남은 것은 취약한 증권 부문 강화를 위한 대형증권사 인수다. KB금융은 그동안 우리투자증권과 대우증권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고배를 마셨다. 이에 따라 KB금융이 이번 현대증권 인수전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KB금융이 현대증권을 인수하면 리딩금융 그룹으로 도약하는 확고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윤 행장은 KB금융지주 회장으로서 은행에 의존하고 있는 금융그룹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는 데 주력해왔다. 하지만 KB투자증권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자기자본 6257억원으로 업계 18위에 불과해 증권사 인수를 통한 금융그룹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KB가 리딩금융 그룹에 걸맞은 증권사를 갖추기 위해서라도 자본금 3조2000억원의 대형 증권사인 현대증권 인수가 꼭 필요한 셈이다.
▶글로벌 금융시장 진출 재시동 거나
KB국민은행이 글로벌 진출에 재시동을 걸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 17일 중국 상해 시에 중국 현지법인 국민은행 중국 유한공사의 5번째 영업점인 상해 지점을 개점했다. 이 점포는 윤 행장이 지난 2014년 11월 취임한 이후 국민은행의 첫 해외진출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2008년 카자흐스탄 현지은행(BCC)을 인수했다가 실패한 이후 해외진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상해 지점을 포함해도 글로벌 영업망이 11개국 19개 영업점에 그치고 있다. 이는 우리은행이 18개 국가에 200개의 점포, KEB하나은행이 24개국 133개 해외 점포와 비교하면 크게 부진한 실적이다.
따라서 이번 상해 지점 개설이 KB국민은행의 해외진출에 다시 본격 나서는 신호탄인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국민은행은 그동안 BCC를 포함한 기존 해외 네트워크에 대한 재정비를 추진해왔다. 글로벌 경영관리 체제 구축과 글로벌 인력 양성에 대한 개선책도 마련해왔다.
윤 행장은 이와 관련 최근 “글로벌 진출을 위한 전략은 청사진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이 새로운 수익원 발굴을 위해 해외 진출에도 적극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국민은행은 성장성이 높은 동남아 국가에 대한 신규 진출을 병행해 검토하고 있으며 진출 대상국에 대한 비즈니스 모델 발굴과 진출 이후 경영관리 체제 및 인력운영 계획을 마련하는 등 사전준비에 주력하고 있다.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등 메콩 강 주변의 동남아 국가와 중국을 중심으로 해외진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상해 분행 개점에 이어 인도 뭄바이 사무소의 지점 전환 인가를 신청했으며 미얀마 등 동남아 현지은행과의 협력관계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