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XPR)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소송에서 거둔 승리는 가상자산 산업 전체에 중요한 승리입니다. 항소를 하더라도 SEC가 리플이 증권이 아니라는 판결을 뒤집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확신합니다.”
리플의 최고경영자(CEO) 브래드 갈링하우스는 6년 만에 한국을 방문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최근 소송 이야기부터 꺼냈다. 이 소송은 2020년부터 이어진 것으로 SEC가 리플의 증권성을 문제 삼으며 4년 넘게 이어졌다. 그러다, 지난 8월 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남부지방 법원은 리플에 1억2500만달러(약 1724억원)의 민사 벌금 납부를 명령했다. 이는 SEC가 요구했던 벌금 규모(20억달러)의 6% 수준이다. 리플의 승소로 해석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리플은 이 과정에서 ‘증권성’ 논란에휩싸이며 상승이 제한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법적으로 SEC가 리플의 증권성을 문제 삼으며 4년 넘게 이어졌다. 그러다, 지난 8월 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남부지방 법원은 리플에 1억2500만달러(약 1724억원)의 민사 벌금 납부를 명령했다. 이는 SEC가 요구했던 벌금 규모(20억달러)의 6% 수준이다. 리플의 승소로 해석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리플은 이 과정에서 ‘증권성’ 논란에휩싸이며 상승이 제한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법적으로 미국 내에서 증권성이 인정되는 자산은 SEC의 허가가 있어야 가능하다. 또한 증권성이 인정될 경우 현재 거래소를 통해 거래되는 행위에 제약이 생기는 것은 물론 향후 ETF 등을 통한 시장 참여도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갈링하우스는 이번 약식판결을 리플의 승소로 자체 판정을 내리며 그간 리플을 포함한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을 저해한 것은 미국 정부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규제 명료성 및 프레임워크가 부재했던 탓에 가상자산 시장 성장이 저해됐습니다. 특히 SEC와의 소송은 리플이 극복해야 했던 작은 장애물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버클리에서 경제학과 경영학 학위를 얻은 이후 여러 테크회사에서 고위직을 역임했다. 특히, 야후(Yahoo!)에서 수석 부사장으로 재직하며 큰 성과를 냈다. 2015년부터 리플(Ripple) CEO로 부임해 이후 회사의 성장과 글로벌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소송 결과에 관한 자평 이후에는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에 화살을 돌렸다. 그간 갈링하우스는 겐슬러 위원장과 서슬 퍼런 신경전을 벌여왔다.
“미국 법원은 지난해 약식 판결에서 리플 자체가 증권이 아니라고 판결했고, 올해는 겐슬러 위원장이 요구한 금액의 94%를 삭감하기까지 했습니다. SEC의 항소 여부는 알 수 없지만, 판결을 뒤집을 근거는 없다고 보고 있으며, 이는 리플뿐 아니라 가상자산 전체의 승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리플의 고객과 파트너의 95% 이상은 미국이 아닌 해외 지역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를 우려한 미국 내 기존 파트너사들이 계약을 끊는 것은 물론 신규 프로젝트 수주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갈링하우스 CEO는 이번 승리는 미국과 전 세계 가상자산 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겐슬러 위원장은 가상자산에 대해 지나치게 적대적인 태도를 취해왔습니다. 이는 명백히 기술적 진보를 막는 행위입니다. 나는 미국 대선 이후에도 겐슬러 위원장이 계속해서 SEC를 이끌 것이라고 보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미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어찌 보면 가장 민감할 수 있는 게리 겐슬러 위원장의 임기 문제를 건드는 발언이다. 갈링하우스는 미국 내에서는 규제 문제로 인해 가상자산 생태계가 크게 저해되었고 그 원인이 바로 SEC와 겐슬러 위원장에게 있어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특히 민주당 고위 당직자들조차 SEC의 적대적인 태도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에 당선되더라도, 겐슬러의 임기가 연장될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겐슬러가 계속해서 SEC를 이끌지 않을 것이라는 데 내 돈을 걸 수도 있습니다”
유머를 섞어가며 겐슬러 위원장을 저격한 갈링하우스는 미국 대선 결과가 리플과 가상자산 업계의 미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기술은 당적을 초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명확한 규제를 통해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리플의 글로벌 확장은 가상자산 산업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날 한국의 가상자산 규제환경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갈링하우스 CEO는 시중은행과의 협력을 통해 가상자산 수탁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실 리플은 한국에서 과거 신한은행, 하나은행과의 협업을 통해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이에 대해 모니카 롱 리플 사장은 “리플의 제품이 진화하면서 방향성이 달라졌다”라며 “하지만 여전히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향후 협력의 기회가 생길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리플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리플은 글로벌 시가총액 톱 10 안에 드는 자산이며, 규제와 관련된 명확한 자산으로서 신뢰를 받고 있습니다. 향후 (현물) ETF 출시를 위한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있을 것입니다”
리플의 기술적 청사진도 이번 간담회에서 주요 화두였다. 데이비드 슈워츠 리플 최고기술책임자(CTO)는 “10년 이상 9000만 개 이상의 블록을 처리한 XRP 레저(Ledger)는 확장성과 신뢰성이 높은 플랫폼임을 증명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커뮤니티와 함께 이 플랫폼을 지속해서 발전시켜 나갈 계획입니다”라고 말했다.
리플은 XRP 레저의 기능을 개선하기 위해 자동화 시장 메이커(AMM)를 도입하고 있다. AMM은 유동성을 개선하고 거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이는 중앙화된 원장 프로젝트로서 주목받고 있다.
“우리는 리플(XRP) 레저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기술적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2025년까지 AMM과 오라클을 통해 시장에서의 기능을 더욱 확장할 계획입니다”.
한편 리플은 올해 안에 달러(USD) 기반 스테이블 코인을 출시할 예정이다. 달러 예금과 미국 국채에 100% 연동되는 방식으로 매월 증명 자료를 발행하여 스테이블 코인의 신뢰성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이 스테이블 코인은 테스트 단계에 있으며, 규제당국과 출시를 위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간담회 일문일답.
Q 이번 소송 결과에 대한 리플의 입장은 무엇이고, 암호화폐 업계에 시사하는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만약 SEC가 항소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브래드 갈링하우스 CEO: 리플의 승리는 전체 암호화폐 산업이 거둔 중요한 승리다. 불행히도 미국은 규제 프레임 워크가 전 세계 다른 국가보다 뒤처져 있다. 규제 때문에 암호화폐 시장의 성장을 저해한다. SEC가 제기한 소송은 4년간 지속됐다. 재판은 최근 종결됐지만, SEC가 항소할지는 알 수 없다. 재판은 2024년 8월 7일에 종결됐는데, SEC가 60일 이내에 항소해야 된다. 중요한 것은 XRP가 그 자체로 증권이 아니라는 핵심 판결을 뒤집을 근거가 없다. 이번 판결로 SEC의 암호화폐 전쟁이 종식 되기를 바란다. 미국 대선 이후에는 SEC의 리더십이 바뀔 가능성이 있으므로 향후 건설적인 교류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향후 광범위한 기회가 암호화폐 업계에 생길 것이라 본다.
Q 국내 은행에 블록체인 기술을 구현할 계획이 있는가?
모니카 롱 사장: 물론이다. 은행과의 협력은 초창기부터 리플 전략의 일부였다. 2023년에 메타코를 인수한 후 결제및 디지털 자산 수탁 부문에서 많은 성공을 거뒀다. 한국에서는 하나은행을 비롯해 일부 은행이 디지털 자산 수탁 사업에 관심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리플에게 엄청난 기회라 생각한다.
Q 리플 ETF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또, 미국이 아니라면 고려 중인 다른 국가가 있는지?
에릭 반 밀텐버그 수석부사장: 미국에서 비트코인 ETF에 대한 관심과 성공은 암호화폐에 대한 명확한 수요가 있음을 증명했다. 시간이 지나며 여러 디지털 자산 ETF가 등장할 것이고 리플도 그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리플은 시가총액 기준 상위 10대 자산에 포함된다. 한국에서도 가장 많이 거래되는 토큰이다. 이 자리에서 리플 ETF에 대한 언급은 어렵지만, 시간이 지나 수요가 생기면 자연스레 상품도 등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Q 소송이 마무리되고 가격에 대한 낙관적 예측이 나오고 있다. XRP의 중장기 가격 전망은 어떻게 보는가? 그리고 한국 내에서 XRP의 인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브래드 갈링하우스 CEO: 나도 데이비드 슈워츠 CTO와 같이 블록체인 업계에서 오랜 시간 일했는데 지금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낙관적이다. XRP 생태계는 확장성이 뛰어나고 빠르면서 비용은 낮다. 이런 장점 때문에 한국 외에 전 세계 개발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Q 이제 미국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브래드 갈링하우스CEO는 어느 당을 지지하는지 궁금하다. 이유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디지털 자산에 대해 서로 다른 공약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대선 이후 양당 후보 중 하나가 집권할 때 일어날 변화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브래드 갈링하우스 CEO: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기술은 당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공화당이 암호화폐에 더 우호적이라 생각하겠지만, 나는 주요 민주당 인사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블록체인이 미국 내 기업과 투자를 유치할 기회라 보는 당원이 많다.
누가 대선에서 승리해도 SEC 같은 주요 기관에는 새 리더십이 등장할 것이다. 그 과정 속에 암호화폐를 중심으로 미래 가치와 지속 성장, 참여 확대의 길이 열리리라 생각한다.
Q 리플이 한국 시장에서 1조원 이상 거래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 하지만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 규모는 명확하게 밝혀진 게 없는 것 같다.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면 알려달라.
에릭 반 밀텐버그 수석부사장: 펀딩규모에 대한 구체적인 금액은 밝히기 어렵다. 하지만 투자를 어떤 숫자로 제한하고 싶지 않다. 좋은 프로젝트가 있다면 리플은 과감하게 지원할 것이다. 제한을 가할 이유는 없다.
모니카 롱 사장: 리플이 스테이블 코인에 적용하고 싶은 것은 예측 가능성과 신뢰다. 리플이 2017년 보유한 XRP로 한 것은 시장에 혼란을 주지 않도록 에스크로 구조를 설정한 것이다. 리플은 XRP가 투명하게 쓰이는 것을 원한다. 리플 USD는 연내 공개를 목표로 비공개 테스트 중이다. 이미 작동 중이지만, 테스트 환경이므로 조심스레 접근할 생각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규제를 완벽하게 준수한다. 뉴욕 금융 서비스부와 함께 뉴욕주 신탁 면허를 이전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Q 브래드 갈링하우스 CEO는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 대선 판도를 보면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이 소폭 앞선다. 만약 민주당이 대선에 승리할 경우, 게리 갠슬러 위원장의 임기가 예정된 2026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비록 승소했지만, 미래 사업의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에 대한 입장을 듣고 싶다.
브래드 갈링하우스 CEO: 대부분의 민주당원이 게리 겐슬러 위원장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워싱턴 DC에서 양당의 주요 지도자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이야기를 들었다. 사람들이 SEC의 암호화폐 전쟁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SEC는 법에 근거해 말하지 않고 자의적인 표현을 썼다. 이번 소송을 담당한 판사도 SEC가 법적 근거 없는 디지털 자산 증권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언급했다. 나 자신도 해당 용어는 임의로 만들어진 것이라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게리 겐슬러 위원장을 비판했다. 그뿐만 아니라, 나는 미국 내 법률이 말하는 것과 반하는 언행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향해 계속 비판할 것이다. 그리고 카멀라 해리스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게리 겐슬러 위원장의 임기가 이어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내기에 돈을 걸 수도 있다.(웃음)
[박지훈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