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있는 해면 유력 후보들의 선영에는 풍수 답사를 하려는 이가 줄을 잇는다. 예로부터 ‘왕은 하늘이 내린다’라는 속설을 미리(?)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답사를 끝낸 호사가들은 풍수의 힘을 받을 수 있는 선영인지 아닌지 저마다의 품평을 한다. 그런데 여기에 정답은 없다. 그럴 듯한 해석만 있을 뿐이다.
이에 매경럭스멘은 국내 풍수학의 대가인 김두규 우석대 교수를 만나 이번 대선 경쟁서 1, 2위를 다투며 격돌하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선영 풍수에 대해 궁금증을 풀어봤다. 물론 김 교수의 풍수 해석도 보는 이에 따라 이견이 있을 순 있다. 하지만 큰 정치 이벤트가 벌어지면 꼭 만나고 싶은 인물 중 한 사람이 김 교수인 것을 감안하면 들어볼 만한 대목은 있어 보인다. 마침 그는 2021년 11월 <권력과 풍수>란 책도 조용히 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지도자들과 관련된 권력 풍수 이야기를 담았다.
김 교수는 풍수적인 관점에서만 보자면 이번 선거는 “이 후보와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대결”이라는 의외의 해석을 내놨다. 두 사람의 선영은 박빙일 정도로 좋지만, 윤 후보 선영의 풍수 기세는 이 후보에 비해 못 미친다는 것이다.
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김 교수에 따르면 경북 봉화에 있는 이 후보의 선영은 삼광취회격(三光聚會格)으로 해와 달과 별의 세 가지 기운이 모인 곳이다. 이 후보의 고조부가 자리 잡은 곳으로 알려진 이곳은 고조부뿐만 아니라 증조부, 이 후보의 부모가 안장돼 있다. 불꽃 모양의 웅장한 청량산을 바라보고 앉은 선영은 풍수를 모르는 이가 봐도 감탄을 자아낼 정도다.
대전 공원묘역에 있는 윤 후보의 선영은 삼수부동격(三獸不動格)으로 풀이할 수 있는데, 현무· 청룡·백호의 세 기운이 고루 균형을 이루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가 한 가지 있다. 주산(龍)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모이지 않고 빠져나가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왕의 기운을 담고 있다고 보기에는 부족한 곳”이라고 평한다.
하지만 김 교수는 “풍수에서 좌우를 보필하는 청룡과 백호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청룡과 백호는 주변에서 도움을 받는 기운을 의미하는데, 이 측면에서는 윤 후보의 선영이 이 후보보다 좋아 보인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주위의 기운이 좋으면 부족한 것을 메울 수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이 김종인 위원장의 선영이다.
김 교수는 “서울 수유리에 있는 할아버지 가인 김병로 선생의 묘의 입지가 기가 막히다“면서 ”맹호도강(猛虎渡江), 호랑이가 강을 건너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호랑이 입에 해당되는 곳에 있는 김 위원장의 조부가 안장돼 있다.
그는 “‘주위’에는 후보 부인들도 해당이 될 수 있다”면서 “다만 후보에 비해 관심이 덜할 뿐”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 후보를 도우고 있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선영은 어떨까. 세종시 공원묘역에 자리 잡은 이 고문의 선영은 운중반월형(雲中半月形: 구름속의 반달형)으로, “윤 후보 선영처럼 무난한 곳”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대선 판세를 보면 더불어민주당은 이 후보의 개인기로 선거를 이끌어 가는 것 같고, 윤 후보는 주변이 더 활발히 움직이지 않습니까? 풍수를 미신으로 치부하기도 하지만 공부를 깊이 할수록 인간사에 영향을 미치는 흔적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경북 봉화 선영 모습.
▶디지털 사회에서도 풍수는 여전히 유효한 것 같습니다.
▷음양술 가운데 때(時)를 가지고 운명을 예측하는 것이 사주이고, 터(생가·선영)를 가지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풍수입니다. 디지털 시대라고 할지라도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때와 터의 의미는 소멸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물론 전적으로 믿을 순 없지만 그 의미는 분명 있다고 봅니다.
▶쓰신 글들을 보면 선영 못지않게 생가도 중요하게 여기시는 것 같은데요.
▷정확하게 ‘얼마의 비율로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이야기하진 못하지만 한 사람의 삶이 녹아 있는 생가 터도 선영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아직 자아가 형성되지 않는 시기에는 성인보다 좋은 생가 기운을 더 잘 받을 수 있습니다.
이 후보의 경북 안동 생가에 가보면 정말 골짜기입니다. 산세도 험하고요. 11월 초에 갔었는데 불어오는 골바람을 맞으니 한겨울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이 후보의 파이터적인 기질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이 후보가 강한 면모를 지니는 것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환경을 이겨내지 못하면 거기에 눌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이 후보의 경북 봉화 선영은 어떻습니까.
▷풍수를 모르는 사람이 봐도 좋은 곳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경북 봉화에 있는 이 후보의 선영은 주산이라고 부르는 용이 후덕하게 내려오고, 청룡과 백호가 좌우를 감싸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세 좋은 안산인 청량산이 앞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청량산은 퇴계 이황이 후학을 기르고자 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을 두고 김종회 전 의원은 삼광취회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해와 별과 달의 기운이 모인 곳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길지임에는 분명하나 한 가지 단점이 있습니다. 청량산의 기세가 너무 강하다는 점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를 이겨내면 좋은 기운을 받지만 그렇지 못하면 풍수의 덕보다 해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후보의 집안에 불운한 가정사가 좀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풍수에서는 청량산을 안산으로 보는데, 이는 손님으로 보기도 합니다. 지금 이 후보에게 손님은 누구겠습니까. 바로 국민들입니다. 국민들의 기세가 강하다는 것은 그를 열렬히 지지한다는 뜻도 되고, 반대로 국민들과 불협화음을 낼 수 있다는 뜻도 됩니다. 집권을 하게 되더라도 이 점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윤 후보의 선영은 어떻습니까.
▷세종시 장군면 대전공원에 있는 선영은 이 후보에 비해 길지로서의 점수를 많이 줄 수 없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왕기가 있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주산인 무학봉에서 내려오는 용맥이 윤 후보의 선영에서 머물지 못하고 흘러가버리는 형국입니다. 머물러야 기운을 받아 쓸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게 돼버린 것이죠. 이런 풍수의 경우 ‘크게 흥하기도 하지만 크게 망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좋고 나쁨이 부지불식간에 일어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주의 깊게 볼 부분이 있습니다. 선영을 둘러싸고 있는 현무, 청룡, 백호가 상당히 좋다는 것입니다. 이들의 높이, 거리가 선영과 균형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 세 가지가 좋으면 주변이 넉넉합니다. 자신의 부족한 기운을 보완할 ‘주변’이 좋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저는 이것이 변수가 될 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김종인 위원장의 풍수를 자세히 살펴봐야 합니다.
세종시 장군면의 대전공원묘역에 자리 잡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선영(왼쪽) 모습.
▶김 위원장의 선영 풍수가 좋습니까.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가인 김병로 선생은 명안(明眼)으로 자칭할 만큼 풍수에 능했습니다. 가인 자신이 잠들어 있는 곳도 명당으로 꼽힙니다. 맹호도강격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무덤이 있는 곳이 호랑이의 입안에 해당되는 혈자리입니다. 저희가 봐도 기가 막히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보통 풍수행위의 발복은 4대 안에 이뤄진다고 보는데, 이런 점에서 윤 후보에게 김 위원장은 상당한 좋은 기운을 줄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불협화음을 내다가 결국 두 사람이 손을 잡은 이유도 풍수적 관점에서 보자면 윤 후보 선영의 넉넉한 청룡과 백호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위원장의 전북 순창과 전남 담양의 선영들 또한 길지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후보를 보면 주변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느낌은 잘 들지 않습니다.
▷맞습니다. 이 후보 선영이 길지이기는 하나 청룡과 백호의 기운이 그리 강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후덕한 모습이 아닌데, 주변의 조력을 별로 받지 못한다고 풀이할 수 있습니다. 돌아가는 모습만 봐도 민주당 진영에서는 이 후보만 돋보이지 않습니까.
▶‘주변’에는 후보 부인의 선영 풍수도 포함되나요.
▷관심이 덜해서 그렇지 저는 영향이 있다고 봅니다. 후보 부인만큼 가까운 주변도 없지 않나요. 윤 후보의 경우 자식도 없으니 부인이 좋은 기운이 있다면 받을 순 있겠죠.
▶윤 후보 선영은 공원묘역에 있는데, 이런 대중적인 곳에서도 길지가 나올 수 있나요.
▷사실 공원묘역 자체가 다수를 안장하는 개념이어서 길지와 결부시키기에는 다소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공원묘역을 만드는 과정에서 땅이 훼손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동작동 국립묘지에 있는 창빈 안씨 묘역이 대표적입니다. 국립묘지 내에 있는 창빈 안씨의 묏자리는 길지 중의 길지로 손꼽힙니다. 국립묘지에는 역대 대통령들도 많이 묻혔는데, 모두 좋은 자리로 여겨지는 곳들입니다. 하지만 그 기운을 후손들이 받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좋지 않은 일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것 같은데요.
▶윤 후보의 생가 터는 어떻습니까.
▷무학으로 불렸던 연희동 일대는 조선 초기 하륜에 의해서 도읍지로 거론될 정도로 좋은 곳입니다. 윤 후보의 생가 터가 길지라고는 하지 못하지만, 일대 전체가 좋은 땅이어서 그 기운을 어린 시절 윤 후보는 받았을 것으로 봅니다. 윤 후보의 일생을 보면 사법고시 9수를 빼고는 대부분 평탄했습니다. 이 후보가 골짜기의 바람을 맞고 컸을 때, 윤 후보는 좋은 환경에서 자란 특성이 현재 대결 구도에서 투영이 되는 것 같지 않습니까.
▶말씀을 들어보면 풍수상으로는 거의 백중지세 같습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개인으로만 놓고 보면 이 후보의 선영이 길지의 기운이 윤 후보의 선영에 비해 강합니다. 하지만 현대 선거는 집단이 싸우는 형국입니다. 그런 점에서 김 위원장과 손을 잡은 윤 후보의 풍수도 만만치 않다고 봅니다.
최근 여론조사도 보니 박빙으로 가던데, 꼭 풍수의 영향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관전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결국 풍수행위란 것이 후손들이 잘됐으면 하는 바람을 투영한 것인데,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선영의 경우 풍수를 의식한 흔적이 뚜렷하기 때문에 그 결과가 정말 궁금합니다.
▶사주에도 능하신데 2022년을 전망을 해주신다면요.
▷2022년은 임인년(壬寅年)으로, 임(壬)은 색상으로는 검정색을 말합니다. 호랑이 해이니 검은 호랑이 해라고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임은 오행상 물(水)에 해당됩니다. 2022년을 물가의 호랑이로도 해석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검은 호랑이를 본 적이 있으신가요? 그리고 호랑이가 산속이 아닌 물가에 있다? 뭔가 어색하지 않으십니까? 그래서 저는 2022년 우리 사회가 좀 혼란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화롭지 않은 한 해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경제적인 면에서는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임인년은 식신(食神)의 해에 해당되는데, 식신은 풍요로움을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국가 경제는 물론, 개인들의 호주머니 사정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남녀가 사랑을 하기에도 좋은 해입니다.
▶어떤 산업들이 임인년과 잘 맞을까요.
▷문화적 국운이 좋습니다.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K-POP, K-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 확산이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입(口), 재주, 아이디어로 승부를 거는 사업들도 좋습니다. 동업을 할 때 돈을 투자하는 것보다 재능을 투자함이 이롭습니다. 젊은이들이 스타트업에 뛰어들기에도 좋은 해라고 보입니다.
▶임인년과 합이 좋은 띠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말띠, 개띠, 토끼, 용띠 등이 임인년과 잘 맞습니다. 쥐띠는 별 인연이 없고요. 뱀, 원숭이, 닭띠 등은 2022년에 별로 좋지 않은 기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고요.
▶끝으로 풍수를 통해 국운을 살피는 작업을 계속 하시는 이유가 있으시다면요.
▷“국가의 운이 왕의 운을 이기며, 왕의 운이 백성의 운을 이긴다(國命勝王命, 王命勝人命)”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나라의 운이 좋아야 좋은 지도자를 만나고, 좋은 지도자를 만나야 국민의 삶이 편합니다. 제가 풍수로 국운과 지도자(대통령)의 향방을 살피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