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처럼 증시의 앞날, 더 나아가 내가 산 주식의 미래 가격 흐름을 예측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올 하반기는 더 심하다. 지난해 거의 모든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경기침체가 아직 오지 않았다. 오히려 각국 주가는 역대급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면 계속 더 오를 것인가? 모르긴 몰라도 시점이 문제일 뿐 경기침체는 올 것이다. 장·단기 금리 차가 확연히 더 벌어졌고,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도 예고되고 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 개마고원이 계속된다고 하더라도 결국엔 동해바다를 맞이하게 되어 있다.
그러면 어떤 주식을 사야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오리무중 장세 속에서 내 재산을 지킬 수 있을까? 국내 금융기관 주식을 사는 게 답이 아닐지 생각해본다. 그중에서도 답은 시중은행, 즉 4대 금융지주와 기업은행이 꼽힌다. 변동성 장세에서는 역시 고배당 가치주가 최고다.
행주식은 배당률이 어마어마하다. 우리금융지주는 2022 회계연도에 대한 배당으로 주당 1130원을 결정했다. 수익률로는 무려 9.78%였다. 2021년에도 7%나 되는 짭짤한 배당수익을 안겨준 우리금융지주는 올해 주식을 갖고 있을 경우 약 10%의 배당수익을 안겨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기업은행 주식도 배당을 생각한다면 노려볼만하다. 기업은행은 올 초 지난해분 성과에 대해 주당 960원의 배당금을집행했다. 수익률로는 9.77%에 달했다. 이는 2021년 7.57%에 비해 더 높은 수치였다. 그 밖에 하나금융지주도 2020년 5.36%, 2021년 7.37%, 2022년 7.96%의 고배당을 결정했다. KB금융도 저금리가 한창이던 2020 회계연도에도 4.06%의 배당수익을 안겨줬고, 2021년 5.34%, 2022년 6.08%의 배당수익률을 보였다. 신한지주는 2020~2022년 기간 각각 4.68%, 5.32%, 5.86%의 배당수익률을 나타냈다.
이렇게 은행주식이 고배당을 지속하는 이유는 비교적 명확하다. 주주들의 과반은 외국인인 탓에 배당 압력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신한지주는 외국인 보유 비중이 59%이고, KB금융은 72.13%, 하나금융지주 68.4%, 우리금융지주 38.14%로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하면 외국인 비중이 모두 절반을 넘는다.
또 다른 이유는 높은 배당 성향을 꾸준히 요구하는 투자자들이다. 은행들의 배당 성향을 알 수 있는 지표 가운데 하나로 보통주자본비율(CET1)이꼽힌다. 총자본에서 보통주로 조달되는 자본의 비율을 말하는데,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중 하나이다. 원래는 위기 상황에서 금융사가 지닌 손실흡수능력을 보여주는 핵심지표다.
그런데 국내 은행들은 이 비율이 국제결제은행에서 요구하는 10.5%보다 높은 수준인 12~13% 이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행동주의펀드 등에서 13%를 기준으로 제시하면서 이 이상의 자본을 쌓지 말고 주주환원에 더 적극적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올 1분기 실적을 공개하면서 각각 12.1~13.67% 이상의 보통주자본을 쌓지 않고 나머지를 모두 주주환원에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금융주들이 고배당 수익을 안겨주는 또 다른 이유는 주식가격의 저평가다. 배당금에 비해 주가가 워낙 싸니 자연히 배당수익률이 올라가는 것이다. 나민욱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속되는 규제 리스크와 모멘텀 부재로 현재 주가는 역사적 밸류에이션 하단에 위치해 있다”면서 “현재 주가는 규제 우려를 상당히 반영하고 있다”고 했다.
남영탁 흥국증권 연구원은 “은행 업종의 수급은 부정적인 상황으로, 지난 2월 이후 외국인들의 순매수세가 좀처럼 들어오고 있지 않은 상태”라면서도 “다만, 양호한 2분기 실적발표와 더불어 시장 친화적인 주주환원 내용 발표가 있을 경우 개선될 여지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현재 은행 업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8배로 역사적 하단 부근인 만큼 비중을 늘려도 부담이 없는 구간이라고 판단된다”고 했다.
연체율 상승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는 있지만 과거와 다른 기초체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분기 말 기준 기업과 가계대출 부문의 연체율은 아직 1% 미만에서 유지되고 있는 데다, 하반기에 연체율이 상승한다고 하더라도 자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자산들을 매각하는 방식을 통해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 연구원은 “은행들의 연체율 증가로 건전성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과거 금융위기 및 저축은행 사태 때와는 다르게 관리 능력이 충분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포인트는 환율이다. 최근 은행 업종의 주가는 원화가 강할 때 은행 주가도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는 말이다. 이에 따르면 향후 우리나라의 대중국 무역적자가 해소된다면 제한적인 원화의 강세가 나타날 수 있고, 이는 은행주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미국 연준의 금리 추가 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증권가에서도 은행주에 대한 매수 의견 리포트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나 연구원은 “은행 업종에 대해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한다”면서 “하반기 배당 시즌이 다가오는 만큼 점진적으로 주주환원 매력이 부각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종목별로 살펴보자. 먼저 KB금융이다. KB금융의 12일 종가 기준 주가는 4만7250원이다. 그런데 KB금융은 CET1이 업종 내 가장 높은 수준인 13.67% 정도 된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 13%를 넘는 부분에 대해 적극적인 주주환원의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재원을 자사주 소각 또는 배당금으로 활용한다면 주식 보유만으로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른다.
신한지주는 12일 종가 기준 3만3150원이다. 특히 은행 업종 내 가장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실천하고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 1분기 1367억원에 이어 2분기에도 1500억원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진행했다. 남 연구원은 “신한지주의 CET1 상승과 주주친화 정책 강화 의지를 고려할 때 하반기에도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신한지주의 1분기 말 CET1 비율은 12.94%로 자본비율 관리 목표인 12%를 크게 웃돌고 있는 수치를 보였다”고 했다.
12일 종가 기준 3만8450원을 기록 중인 하나금융지주는 올 들어 주가가 8.56%나 빠졌다. 그런데 이게 오히려 하나금융지주에 눈길을 줘야 하는 이유다. 주가가 극심한 저평가 상태여서 주가순자산비율이 0.2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간 배당수익률도 9%대를 예상한다는 증권가의 리포트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지난해 주가가 9% 넘게 하락한 데 이어 올해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우리금융지주 주가도 마찬가지다. 너무 싼 게 문제이자 기회요인이다. 이쪽도 PBR이 낮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에는 0.29에 머물더니 올해도 0.27 정도가 예상된다. 그래서 배당수익률은 10%를 예상하고 있다. 금리가 올라서 이제 국채를 사도 4%는 남는 시대가 되었지만, 10%는 여전히 높은 수익률이다.
다만 걱정거리는 있다. 부동산 경기침체 가능성이 가장 큰 우려사항이다. 주지하듯 부동산 시장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올 2월 기준 국내 미분양 주택은 7만5438가구를 기록한 후 5월 6만8865가구로 증가세가 한풀 꺾인 상태에 있다. 그러나 건설사가 아파트 분양을 연기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발생한 착시현상으로 시장은 파악하고 있다. 실제 준공 후 미분양은 5월 말 기준 8892가구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과 기업은행이 부동산 PF에 노출된 액수는 어림잡아 약 40조원이다. 그러나 총자산 2800조원 대비 1.4%로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앞서 저축은행 사태 등에서의 교훈이 있었기 때문에 많은 부분 리스크를 줄였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평가다. 즉 시스템 위기로 갈 정도는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정부의 규제가 문제다. 충당금을 더 쌓게 될지도 모르고, 청년도약계좌처럼 정부가 팔을 비틀어 은행들을 정책에 동원하는 상황도 앞으로 계속될 수 있다. 실제 외국인들이 국내 금융지주에서 자본을 빼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 데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정부의 금리 통제와 같은 반시장적 규제가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 외국인들은 우리금융지주 주식을 최근 6개월 동안 1587억원어치나 팔아치웠다. 하나금융지주도 2500억원 넘게 팔았고, 신한지주 주식은 4167억원어치나 팔았다. KB금융 주식은 무려 463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모두 지난 6개월 사이에 있었던 일이다.
실제 청년도약계좌가 출시됐을 때 최고 6%의 금리를 준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은행들의 금리 역마진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기 때문이다. 당시 외국인들은 일주일 새 1720억원어치의 국내 은행주를 매도했다. 추가 포인트. 증권사 주식도 배당률 측면에서는 쏠쏠하다. BNK금융지주도 2020~2022년 기간 각각 5.63%, 6.66%, 9.61%의 짭짤한 배당을 투자자에게 안겨줬다. 또 대신증권 주식은 2020년 9.23%, 2021년 7.5%, 2022년 9.3%의 배당수익을 기록했다. NH투자증권도 2020년 6.19%, 2021년 8.4%, 2022년 7.98%로 높은 배당수익을 결의했다.
매일경제 증권부 최희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