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탈탄소·그린에너지 전환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탈피하기 위한 유럽연합(EU)의 ‘REPowerEU’, 미국의 산업구조 전환을 위한 인플레이션감 축법(이하 IRA)이 그 중심이다. REPowerEU는 2030년까지 러시아로부터 완전한 에너지 독립을 이루자는 목표를 가진 캠페인으로 어떤 정책보다 우선시된다. 특히 올 하반기 ‘Net-zero Industry Act’를 입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IRA와 정책 경쟁을 할 예정이다. 미국의 IRA는 향후 10년간 그린산업 전체를 대규모 보조금으로 육성하는 입법화된 정책이기 때문에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 중국 또한 14차 5개년 계획에서 재생에너지 목표 발전 비중을 상향한 바 있다. 이런 강대국들의 법안과 세부 지침들이 확정되면서 산업 별로 빠르면 올 하반기부터 활성화되는 여러 가지 신호들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초호황기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그린산업의 섹터별 전망을 알아봤다.
재생에너지산업은 올 하반기부터 유럽과 미국의 정책지원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독일 등 유럽의 풍력, 태양광에 대한 국가 입찰이 지난해부터 늘어나고 있다. 실제 설치량도 태양광은 지난해부터, 풍력은 올해부터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주요 국가들이 해상 풍력 목표량을 늘리거나 도입하면서 올해 신규로 입찰을 시작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8월 통과한 IRA 법안의 보조금에 대한 세부 가이드라인이 최근에 확정되고 있어 유럽보다는 정책효과가 느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최근 GE의 풍력 터빈 수주 확대, 초대형 전력망/재생에너지 사업의 확정, 전력망 접속 요청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급증 등 선행지표가 나타나고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지난해 대비 태양광 설치량은 84%, 풍력은 2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럽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목표 입법화 목전, 미국은 2032년까지 보조금 입법화 확정으로 재생에너지 확대 황금기에 진입할 것”이라 내다봤다.
또한 한 연구원은 “IRA로 인한 세액공제 혜택(AMPC)을 받는 업체들은 2024년부터 본격화할 업황 개선에 앞서 올 하반기로 갈수록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 풍력발전 신규 설치량은전고점을 경신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글로벌 풍력발전 신규 설치량은 2021년 101GW 대비 14% 감소한 86GW를 기록하며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코로나로 인한 공급망 병목 현상,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 고금리로 인한 프로젝트 지연, 러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요인에서 기인한 것이다.
삼성증권 리서치팀은 “2023년부터는 신규 설치량이 2021년의 전고점을 경신하며 다시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한다”며 “2022년 러-우전쟁으로 인한 화석연료 가격 급등과 에너지 공급망 문제를 겪은 주요국들은 에너지 자립 기조로 정책을 빠르게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풍력발전은 각국의 신재생에너지 정책 달성을 위한 발전원으로서 그 중요성이 더욱 대두될 전망이다. 2023년은 글로벌 풍력 누적 설치량이 1TW를 넘어서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세계풍력에너지위원회(Global Wind Energy Council)에 따르면 글로벌 풍력 누적 설치량은 2023년 중순에 1TW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되며, 2030년에는 2TW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풍력발전을 1TW 설치하기까지 40년 넘는 시간이 걸렸지만, 추가로 1TW를 설치하기까지는 채 10년도 걸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렇게 빠른 성장에도 불구하고 넷제로(Net-Zero) 달성을 위해서는 더 빠른 성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넷제로란 온실가스의 배출량과 흡수량을 같은 양으로 만들어 순(Net)배출을 0(Zero)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2021년 IEA는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발전원별 기준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2030년까지 설치돼야 하는 풍력발전 설치량인 3.1TW에는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IEA 등을 비롯한 주요 기관들도 현재 정부와 기업의 개별적인 조처가 충분하지 않으며, 국제적인 협력이 없다면 넷제로 달성이 수십 년 지연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적으로 풍력발전의 빠른 보급을 위헤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는 등의 정책이 도입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이와 같은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삼성증권 리서치팀은 “넷제로 달성에 대한 중간 점검 시점인 2030년이 다가올수록 풍력발전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여 현재의 기대치보다 더 가파른 성장을 보일 것”이라 전했다.
풍력발전 관련주의 주가는 2020년 초반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주가가 하락했을 때 동반 하락한 이후로 2020년 11월 3일 예정인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되며 2020년 말까지 상승세를 지속한 바 있다. 글로벌 풍력발전 대표주를 담은 First Trust Global Wind Energy ETF(티커명: FAN)는 2020년 말 기준으로 2020년 저점 대비 127% 상승하며 S&P500지수의 성과를 넘어섰다. 특히 EQT, 엑손모빌(Exxon Mobil), 셰브론(Chevron) 등의 오일·가스 기업을 담은 SPDR S&P Oil&Gas Exploration& Production ETF(티커명: XOP)의 성과를 크게 앞섰다. 그러나 2021년에서 2022년까지 풍력발전 관련주 주가는 약세를 보였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금리 인상에 따른 프로젝트 지연 및 수익성 하락으로 인해 주가가 부진을 면치 못했다. 반면에 오일·가스 기업들의 주가는 약진했다. 코로나로 인한 공급망 병목 현상이 지속된 가운데 2022년 초 러-우 전쟁으로 인해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며 오일·가스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고금리 환경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소 완화된 인플레이션과 미국 IRA 법안, 유럽REPowerEU 계획 등 신재생에너지에 우호적인 정책들로 인해 풍력발전 관련주 주가는 소폭 상승했다. 그에 반해, 오일·가스 기업의 주가는 에너지 가격 하락분을 반영하며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는 “올 한 해 풍력발전 밸류체인 기업들의 수익성이 개선될 전망”이라며 “물가 안정과 사업환경 개선으로 디벨로퍼·터빈제조사·부품제조사 등의 실적이 턴어라운드할 것으로 예상되며 IRA 법안의 세부 조항인 첨단제조 세액공재가 2023년부터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전기차·배터리 산업은 ▲EU의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금지 입법 ▲IRA의 구매 보조금 입법화 ▲EPA의 연비규제 행정명령 확정으로 중장기 성장의 토대가 마련되었다. 다만 시장참여자의 경쟁이 심화함에 따라 개별 기업들의 성장은 정체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제적으로 전기차를 도입한 유럽과 미국의 전기차 판매를 합치면 2020년 168만대, 2021년 287만대로 전년 대비 90%, 71%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022년에는 354만대로 23% 성장에 그쳤다. 미국 판매가 탄탄한 데 비해 유럽의 주요 국가들의 침투율이 높아지면서 성장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
한병화 연구원은 “향후 같은 흐름으로 유럽·미국의 시장은 형성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합산 성장률은 2023~2025년 28~30%로 유지되다가, 2026년부터는 점진적으로 낮아져 2030년 17% 성장을 기록할 것” 이라 분석했다.
이러한 분석은 EU의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금지, 미국 바이든 정부의 2030년 전기차 침투율 50% 이상의 목표를 반영한 수치다.
내년으로 다가온 미 대선에 따라 전기차 판매 대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한 연구원의 분석이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연임되지 않을 경우) IRA 보조금은 입법화되어 유지되겠지만, 행정명령인 자동차 연비규제는 무력화될 것”이라며 “이 경우 미국 내 완성차업체들의 전기차출시 계획이 늦춰질 것”이라 설명했다. 실제 지난 트럼프 대통령 재임 이후 오바마가 도입한 연비규제를 무력화하면서 미국의 전기차 시장이 2019년, 2020년 역성장을 기록한 전례도 있다.
이러한 성장 속도의 변화는 국내 전기차·배터리 관련 기업들의 주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글로벌 전기차·배터리와 관련 소재 업체들은 미국 시장을 선점한 효과로 높은 주가 상승을 나타낸 바 있다.
한 연구원은 “미국 시장을 선점한 효과로 K배터리 관련주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과받는 것은 합리적”이라며 “하지만, 유럽 시장의 성장률 둔화와 중국 업체들의 침투율 확대, 중국 업체들이 유발하고 있는 공급 과잉은 K배터리 업체들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비교 업체들 대비 지나치게 높은 프리미엄을 받는 업체들과 이를 기준으로 한 연쇄 반응에 기댄 업체들의 과도한 주가 상승은 지속되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온다.
수소산업은 IRA, 인프라 부양안, REPowerEU에 담긴 다양한 수소산업 보조금 효과로 산업이 형성되는 초기에 진입했다. 올 하반기에는 EU의 그린수소에 대한 첫 입찰이 시작되고 미국도 전역에 건설되는 수소허브 사업자가 확정 발표될 예정이다.
한국딜로이트그룹이 탄소중립 실현과 포괄적인 청정수소 경제의 출현과 전망을 담은 ‘딜로이트 2023 글로벌 그린수소 전망(Deloitte’s 2023 global green hydrogen outlook)’ 리포트에 따르면 오는 2050년 그린수소 시장은 181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딜로이트는 시장 초기에 기존 산업에서 탄소배출 저감 목적으로 수소를 도입하고 있는 산업에서 대체 수요가 발생하고, 비료 생산 분야에서 수소 수요가 매우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후 본격적인 넷제로 전환 과정에서 탄소배출 저감의 유일한대안으로 수소의 역할과 실효성 입증을 통해 수소 수요와 생산이 증가 할 것으로 나타났다.
2050년까지 청정수소 수요는 고온가열 등 필수 공정이 수반되는 철강, 화학, 시멘트 등 산업에서 42%, 해운, 도로 등 교통 및 운송 부문에서 36%를 점유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청정수소의 가치사슬은 미성숙한 단계로 규모의 경제와 이산화탄소 가격 조정 등 친환경 공법을 활용한 수소 생산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때까지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청정수소가 간접적으로 에너지 유도체로 활용되어 제조되는 연료별 손익분기 도달 시점을 암모니아(NH3)는 2030년, 메탄올(CH3OH)은 2045년, 지속 가능 항공연료(SAF)는 2050년으로 상대적으로 여타 그린산업 분야에 비해 갈 길이 멀다.
한편 한국과 일본의 경우 2030년부터 2050년까지 수소 수요량의 90%를 수입에 의존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과 중국 및 인도도 수입에 의존해 에너지 전환을 추진할 것으로 분석했다.
최용호 한국딜로이트그룹 리더는 “탄소중립을 향한 글로벌 수소산업의 진전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한국이 글로벌 수소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적인 측면에서의 강력한 지원인데, EU는 이미 ‘핏 포 55(Fit-for-55)’에서 산업용 및 운송용 등에서의 수소의 의무수요 목표를 설정하고 있는 등 적극적으로 마중물 수소 수요를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한국 수소산업도 대규모 수소 수요 창출과 함께, 수소산업의 전반적인 스케일업(Scale-up)을 달성해 나가고, 수소 활용처의 다양화와 대형화를 위한 수소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