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짓기는 고통의 시작?
일반적으로 집짓기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주변에서 집짓는 사람을 찾는다. 직접적으로 시공을 하는 사람부터 부동산이며 건축에 관계되는 일을 하는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된다. 건축 문외한이라면 이들에게 건축 전반을 다 맡기면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건축에 대해 길을 제시해줄 사람을 검증할 수 없다면 그 건축의 끝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집짓기를 할 때 분쟁이 생기게 되는 대다수의 상대는 시공사이다. 시공사라고 해서 반드시 분쟁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분쟁이 시공사와의 의사소통에서 시작해 공사 기간과 공사 금액, 그리고 공사 하자 등으로 표면화된다.
집을 짓기 위해 시공사를 찾아 공사하게 했으니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시공사에 따지는 것이 잘못은 아니다. 대부분의 건축 책들을 살펴봐도 공사 중 시공에 대해 직접적으로 알고 자신의 생각을 시공사에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일반 건축주가 건축 전반에 대해 알고 요구해야 분쟁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전문지식으로 무장되어 있는 시공사에게 누군가의 도움 없이 공사 방법을 제대로 지시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여기에 분쟁을 넘어 법정과정을 겪기라도 하면 집짓기로 인한 분쟁 해결은 더욱 요원해진다. 이런 이유로 시공사와 직접 다툼 해결에 나서는 것은 근본적인 방안이 아니다. 다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공에 앞서 철저하게 준비하는 게 비용과 시간을 모두 줄이는 첩경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공계약서’를 잘 만들어야 한다. 바로 이 계약서가 공사를 하는 보다 분명한 기준이자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시공하기 전 알아야 할 행복한 집짓기에 필요한 9가지를 알아보자.
➊ 원하는 주택 방향제시
집을 짓고자 하는 사람에게 집을 지을 부지는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어떻게 지을지 정한 바도 없이 땅부터 매입하는 경우가 있다. 땅을 매입한 후 자신이 원하는 주택을 아무리 이야기해도 이미 땅을 샀다면 대부분은 원하는 것이 되지만 일부 지역에선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곳도 있다.
주택의 지하에 즐겨 마시는 와인창고를 두고 싶어도 지하가 불허되는 곳에서는 설치할 수 없으며, 옥상정원을 가꾸고 싶은데 경사지붕으로만 가능하다면 원하는 옥상을 가질 수 없다. 주택을 지으면서 상가를 운영하고 싶은데 1종전용 주거지역이면 법에서 상가를 불허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집을 짓고 싶다면 돈이 있다고 땅을 우선하여 찾아다닐 게 아니라 건축전문가로 자신에게 도움을 줄 사람을 먼저 찾아야 할 것이다. 땅의 속성뿐만 아니라 사전에 건물까지 이해하고 있는 건축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더 큰 힘이 될 것이다.
➋ 알맞은 부지선정
땅을 사고자 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면 목적을 이룰 수 있는 땅을 사야 된다. 지금의 시대는 위치와 면적만 있으면 그 곳에 자신이 짓고 싶은 것을 지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아무리 자신이 보기에 적당한 면적에 적당한 위치인 땅이더라도 건물의 용도와 면적이 제한되어 있으므로 기본적인 사항이 표시되어 있는 토지이용계획확인원을 반드시 확인하고 전문가를 통해 원하는 건물이 가능한지 검토해야 된다. 최소한 부동산 거래 시 중개사무소나 해당 매도인에게 확답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오래전에 사서 묵혀놓고 있었던 땅의 대다수는 현재의 필요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원하는 건물을 지을 수 없는 땅들이 많다. 심지어 역세권에 가까운 곳에 근린생활시설이나 업무시설을 짓기 위해 사 놓았던 땅이 일조권의 영향을 받으면서 좁고 긴 땅이어서 주택이 아닌 근생조차 4층 이상을 지을 수도 없고 그나마 1층은 주차장으로 되어 허탈해 하는 일도 종종 있다.
➌ 여유 있는 자금계획
무리한 자금계획은 비정상적인 시공자를 선정하거나 과도한 공사비 조정을 하게 돼 건축물에 하자나 분쟁을 일으키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돈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있다. 예상했던 비용보다 지출이 많아지거나 준비된 비용으로는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조금씩 무리수를 쓰게 된다. 말로는 ‘시공사가 다 알아서 하겠죠’라고 하면서 시공사의 비용 중에 과도한 내용에 대해 공사가 진행되는 중에 시시비비를 가리고자 한다면 건축주 스스로 돈으로 인해 자기가 무너진 꼴이 된다.
반대로 무리하게 적은 금액으로 시공사와 계약하는 경우가 있다. 시공사 중에 초기에는 적은 비용으로 전체 공사를 계약하고 공사가 진행되면서 품질의 정도와 설계변경으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한다. 설계도면과 계약서가 시공사를 제어하지 못할 때 비전문가인 건축주를 궁지로 몰아서 공사비 증액을 하게 하면서 건축주는 자금난에 허덕이게 된다.
➍ 원하는 것이 반영된 설계
흔히 좋은 설계는 건축사와 만나는 시간에 비례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건축사와의 한두 번의 만남으로 자신의 생각이 다 전달될 수 없으니 여러 번의 미팅으로 평면과 형태와 색상 등 다양한 자기 이미지를 드러내고 선택의 과정을 충분히 거쳐야 한다.
시공의 기준은 설계도면이다. 그래서 시공사가 현장에서의 선택사항을 많이 할 때는 가능한 도면에 자세한 사항이 배제되기를 원한다. 그려진 도면도 무리수를 둬서 변경하기를 원하기도 하니 요구사항이 단순한 도면에서는 시공사의 이익이 어느 정도인지 알기 힘들다. 그러나 시공의 기준으로서 설계도면을 삼으면 도면에서 지시된 대로 건물을 짓게 된다. 좀 더 설계도면에 공을 들여야 하는 이유다.
➎ 공사비의 기준이 되는 내역서
건축주와 시공자가 확인 가능한 근거가 되는 내역서로 공사비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 공사비는 ‘3.3㎡(평)당 공사비’라는 표현으로 일반화되어 있지만 늘 총액 공사비로 공사비의 많고 적음을 비교해야 한다. 보통 건축주와 시공사 간에 이해의 정도가 나뉘는 것이 평당 공사비 산정이다.
왜냐하면 정확하게 면적을 이해하지 못하기도 하지만 면적의 기준을 다양하게 적용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건물에 대해 표1에서처럼 다양한 면적 기준이 나오게 된다.
예를 들어 100평 대지에 200평의 다세대 주택을 신축하고자 할 때, 시공자가 제시하는 저렴한 평당가를 접할 때를 가정한 것이다. 건축 허가를 위해 건축물대장에 표기되는 면적인 전체 연면적 200평이라는 숫자와 서비스 면적인 발코니, 필로티, 그리고 다락을 포함한 285평이라는 숫자와 마주하게 될 수 있다. 건축에 비전문적인 일반인은 거의 200평 정도로 아는 경우가 많으나 공사비 계산은 실재를 원칙으로 하니 285평 정도를 개발 면적이라 보고 있다.
평당 330만원으로 소개받았다 하더라도 전체 공사비는 기본 면적으로 6.6억원이 아닌 다락을 포함한 9.4억원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200평 계산대로라면 다락공사를 포함해서 평당 470만원에 공사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처음 공사비를 6.6억원으로 예상하였으나 계약서를 받아들었을 때 9.4억원이라면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까? 또한 공사비를 겨우 협상해서 9억원 정도에 계약한다면 기뻐할 수 있을까?
이밖에도 내역서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공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건축주는 많지 않다. 시공사가 ‘00항목은 공사비 산정에서 제외됐다’고 말해도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고 있는 건축주는 많지 않다. 시공사와 계약할 때 총액 공사비와 내역서의 공사제외항목을 이해할 수 있다면 공사에 들어가기도 전에 다투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➏ 현장소장 사전미팅
계약은 시공자가 하지만 공사는 현장소장이 주도한다. 소규모 공사의 경우 현장소장의 역할이 더 커지기 때문에 현장소장을 잘 만나야 공사가 원활하다.
건축주가 설계는 건축사와 공사는 시공사와 계약을 하지만 실재 현장에는 건축사 대신 도면이 있고 시공사 대신 현장소장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도면을 잘 그리기 위해서 건축사와 오랫동안 만났다면 현장소장을 잘 만나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한다.
자신의 현장에 오는 현장소장이 어떤 사람인지를 만나보고 현장소장이 적합하지 못하다면 다른 사람이나, 다른 시공사와 계약을 바꾸게 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현장소장이 건축시공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지, 여러 현장이 아닌 한 현장에 전념할 수 있는지, 시공사와 현장소장과의 관계는 좋은지 등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소형주택의 경우 소위 ‘업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계약의 일선에 서는 경우들이 있다. 이들은 건축주의 계약을 유도한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는 시공사도 아니면서 현장소장도 아닌 업자는 사라지고 계약 때 없던 현장소장이 공사를 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물론 건축주와 업자가 이야기했던 내용이 잘 전달됐을 리 없기 때문에 건축주는 현장소장과 업자에게 하소연하고, 업자는 현장소장 탓을 하고, 현장소장은 공사가 끝나면 소리 없이 사라진다.
그래서 시공사와 긴밀한 관계가 아닌 현장소장은 나중에 찾아올 분쟁의 씨앗과도 같다. 도면과 내역서가 잘 준비됐다면 현장소장이 알아서 잘 공사하겠지만, 반대의 경우 건축주의 요구가 현장소장에게까지 전달되는 경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계약은 시공사와 하지만 공사는 현장소장과 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현장소장 선정을 시공사 선정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분쟁을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➐ 계획 공정표 작성
공사의 흐름과 약속된 공사기간은 공사를 진행하는 기초적인 약속이다. 건축주가 공사를 이해하는 제일 좋은 자료가 공정표이다. 현장에 가서 공사가 진행되는 것을 보고 있지만 막상 공사가 더디게 진행될 때 그 원인과 이유를 따져서 확인해보기 쉽지 않다. 하지만 공정표가 있다면 일정 정도는 건축주가 챙길 수 있으니 이를 통해 공사의 진행에 건축주가 같이 반응할 수 있을 것이다.
공정표 작성의 또 다른 이유는 현장소장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변동사항을 예상하고 작성된 공정표인지 조금만 대화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날씨는 반영되었는지, 마감재 선택을 할 시간은 언제가 적당한지, 주말을 일정에 넣었는지, 그리고 도면의 내용을 수렴한 것인지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➑ 재무상태가 확인된 시공자 선정
계약된 대로 진행해줄 튼튼한 시공자인지 확인해야 한다. 현장관리는 현장소장이 하지만 재무상태가 약한 시공사는 건축주에게서 받은 공사비를 현장소장에게 보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소위 ‘돌려막기’를 하기 때문이다. 여러 공사현장들이 있겠지만 현장들마다 공사비 지급이 늦어질 경우 협력업체 비용과 자재 비용을 가장 중요한 현장 한 곳으로 집약하게 된다. 그러면 다른 현장은 자금이 막혀 공사를 진행하지 못한다. 그렇게 중요도에서 밀린 현장은 공사기간이 늦어지게 된다.
대한건설협회(www.cak.or.kr) 홈페이지에 가면 시공사의 건설업 면허 소지 유무와 재무 상태나 실적, 영업이익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속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면 건축주가 한번쯤 자신과 같이 하는 시공사의 신뢰도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➒ 공사에 대한 일일보고
매일(또는 주기적으로) 현장의 상태와 투입인원, 당일 공정을 보고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공사현장을 방문하는 것은 시공사를 지켜보고 감시하는 것이 아닌 건축주가 스스로 즐기기 위한 것이다. 건축주는 행복한 꿈을 꾸고 혹시나 누락된 사항이 반영될 수 있는지 의논하는 것이다.
현장소장이 건물 준공 이후에도 계속해서 확인해주는 것이 아니라면 건축주인 자신이 도면으로 된 것보다 눈으로 직접 확인하며 건물 내부의 선들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공사 중인 시공사에게 공사에 대한 일일 보고를 지시하는 것은 또 다른 분쟁의 소지가 있으므로 반드시 계약 시 시공사에게 명문으로 확인받는 것이 좋다. 정식적으로 팩스나 인터넷 파일로 발송하거나 간단하게 SNS로 확인해 받아야 한다.
‘집 한 채 짓고 10년 늙는다’는 속담 아닌 속담이 있다. 건축과정을 직접 경험해본 사람들은 집 한 채 짓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것이 내 집을 짓는 것인데 즐겁지 못하다는 것은 집을 짓고자 결정하는 것에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온다. 부담을 해결하지 못하면 행복한 집짓기는 집짓는 과정 내내 자신을 괴롭히는 숨은 복병이 된다. 무슨 일이 어떻게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눈앞의 결정에 집착하게 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10년 늙지 않기 위해 건축주가 건축의 과정에서 9가지 정도는 확인해야 한다. 물론 분쟁에 대해 잘 대비를 했다고 훌륭한 집짓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멋지고 근사한 집을 행복하게 지으려면 여러 다른 지식들이 필요하다.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건축을 하기 위해 건축주는 스스로 정보를 모으고 공부하게 된다.
건축공사가 어렵다고 생각해서 깊이 알려고 하지 않거나 쉽다고 생각해서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지 않으면 중요한 순간을 놓쳐서 정작 필요할 때 제대로 일처리가 안 될 수 있다. 도와줄 전문가를 찾는 것에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건축의 전 과정에 대해 건축의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다면 시공자든, 시행자든, 컨설턴트든 아니면 경험 많은 개인이든 건축을 시작하는 건축주 본인에겐 더없이 중요한 대상이 될 것이다.
시공자를 철저하게 이용하려는 건축주도 시공자에 철저히 끌려가는 건축주도 알고 보면 건축주 자신이 비전문가이기 때문에 생기는 일들이다. 충분히 이해 가능한 언어를 담아 제대로 계약하면 시공자에게도, 건축주에게도 그리고 건축사에게도 건축공사는 하나의 건축행위로 표현되는 동일한 결과물이 될 것이다.
그러면 건축주에 의해 세워진 기준과 근거를 기본으로 건축공사가 하나씩 완성되는 것을 본다면 건축주 스스로에겐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해지는 즐겁고 행복한 집짓기가 될 것이다.
김법구 건축사 현재 라임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행복의 대명사인 ‘집짓기’때문에 오히려 襪년 늙기를 경험하는 일반인들을 위로하는 건축을 위해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라임나무를 모티브로 삼고 있다.
[김법구 라임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