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했던 장마가 끝나고 밤낮 모르는 불볕더위에 몸과 마음이 지쳐간다. 이럴 때일수록 목을 타고 시원하게 내려가는 차가운 와인 한잔 어떨까? 차갑게 칠링한 와인이 더위에 지친 감각세포들을 깨워준다. 상큼하고 신선한 산도가 기분까지 상쾌하게 한다.
이렇게 차갑게 해서 마시는 와인은 레드 와인보다는 화이트 와인이다. 와인을 만든 품종의 특성이 다르고 또한 그 특성이 온도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각 와인은 저마다 음용하기 적당한 온도를 가지고 있다. 이상적인 온도는 맛과 향의 조화를 찾아가는 와인 즐기기에 있어 와인의 숨은 맛을 피어나게 하는 공식과 같다.
‘레드 와인은 실내 온도에 맞춰, 화이트 와인은 차갑게’라는 것이 상식처럼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요즘 같은 여름철에는 주의를 요하기도 한다. 실내 온도라는 것이 난방시설이 완전히 발달하기 전 유럽의 오래된 성내 온도를 기준으로 전해진 것이기 때문에 현재의 실내 온도보다 약간 서늘한 15~19도를 적당한 실내 온도로 본다. 그렇다면 와인 종류별 최상의 조건으로 그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온도는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자.
블루넌 실바너 아이스바인
5~7도의 스위트 와인
스위트한 와인은 모스까또 품종의 와인과 아이스 와인, 레이트 하비스트(늦수확) 와인 등이 있다. 이 와인 종류의 경우에는 5~7도에 맞추는 것이 좋다. 그 온도에서 꽉 찬 과일 향과 기분 좋게 느껴지는 산도를 적절히 느낄 수 있다. 온도가 맞을수록 단맛이 적절한 균형을 이뤄 입안을 상쾌하게 만든다.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브랜드 중 하나인 블루넌은 Sichel Sohne에 의해 1921년 설립됐다. 1995년 랑구스(Langguth) 사와 합병되면서 새롭게 태어난 블루넌은 더욱 모던하고 상큼한 와인으로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와인이 됐다. 블루넌은 ‘푸른 옷을 입은 수녀’라는 뜻이다. 오래 전 와인은 성스러운 장소인 수도원이나 교회에서만 만들 수 있었다. 그 역사와 전통을 상징하는 의미로 수녀 그림이 그려져 있다.
세계 최상품의 디저트 와인으로 꼽히는 독일의 아이스바인(Eiswein)은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 포도가 얼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를 수확해 만든다. 이때 수분이 얼어버리기 때문에 당분이 농축되면서 달콤한 미감의 와인이 탄생한다. 하지만 포도나무에서 떨어져 유실되는 경우가 많아 생산량이 적은 귀한 와인이다.
블루넌 실바너 아이스바인(Blue Nun Eiswein)은 아이스바인을 대표하는 독일 최고의 브랜드다. 푸른색 병에 골드 라벨이 조화를 이뤄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엷은 호박색의 컬러로 야생화와 꿀 향, 달콤한 오렌지 향, 잘 익은 복숭아 향, 시나몬 향, 호두 향, 구운 버터 향 등을 느낄 수 있으며 과일의 상큼한 여운이 지속적으로 남아 있다. 달콤한 맛과 균형을 지닌 최상급의 아이스 와인이라 할 수 있다.
7~9도의 샴페인
그렇다면 ‘축배를 위한 와인’ 샴페인을 즐기기 적합한 온도는 어떻게 될까? 샴페인 또는 스파클링 와인처럼 기포가 있는 와인은 차게 서브하는 것이 옳다. 온도가 높아질수록 쉽게 탄산이 기화돼 기포가 빨리 사라진다. 이때 기포가 커지면서 사라지는데 입안에서 느껴지는 기포의 크기와 느낌도 거칠어져 섬세하고 우아한 특유의 매력을 잃게 된다. 또한 실온에 보관했다 또 다시 칠링한 후 즐긴다 해도 그 매력을 완전히 느끼기에 부족하다. 그러니 온도 관리에 특별히 신경 써야 하는 와인 종류가 아닐 수 없다. 이 와인은 보통 7~9도에 즐기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지난 4월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식 와인으로도 사용됐던 폴로저는 감히 세계 최고의 샴페인이라는 호칭을 붙일 만하다. 종종 상파뉴 하우스의 명성은 넌 빈티지 상파뉴의 품질로 결정된다고들 말한다. 폴로저 샹파뉴 리저브(Pol Roger Champagne Reserve)는 스타일과 품질에서 매년 일관성을 유지하며 우수한 상파뉴를 생산해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통적으로 브륏 리저브에 사용되는 베이스 와인은 포도원, 품종, 수확 년도가 각기 다른 스틸 와인 30여 개 정도를 혼합해서 사용한다. 연한 골드 컬러로 첫 향기인 버섯 아로마가 코를 자극한다. 빈티지 샴페인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충분한 개성을 발휘한다. 단단한 바디가 균형감을 이루며 매끈한 재질감과 부드러운 버블을 입안에서 느끼기 충분하다. 폴로저는 1849년 설립됐으며 현재 프랑스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샴페인 하우스다.
‘젠틀맨의 샴페인’이라는 호칭처럼 유럽의 상류층과 로열패밀리의 사랑을 받아온 폴로저는 1·2차 세계 대전을 승리로 이끈 지도자 윈스턴 처칠이 사랑했던 샴페인으로 더욱 유명세를 떨쳤다. 현재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위한 공식 샴페인 공급처이기도 하다. 폴로저의 모든 샴페인에서 ‘Royal Warrant’라는 공식마크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왕실의 사랑을 받고 있다.
9~10도의 화이트 와인
화이트 와인은 차갑게 마시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온도가 차가울 때 균형 있는 산도와 풍부한 과일 향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온도는 9~11도 사이가 적당하며 마시기 전 칠링을 해 온도를 맞춰 즐긴다. 아이스 버킷을 사용해 10~20분 정도 얼음이 함께 섞인 물에 담가 놓으면 마시기 적당한 온도로 낮춰진다. 더 빨리 칠링하기 위해선 아이스 버킷 안의 병을 돌려주거나 위아래를 뒤집어 주면 도움이 된다.
몰리나 소비뇽 블랑(Molina Sauvignon Blanc)은 칠레인이 가장 사랑하는 탑5 와인 브랜드 중 하나이자 가장 오랜 전통을 지닌 칠레 리저브 와인이다. 신선하고 생기발랄한 화이트 와인으로 새롭게 떠오르는 엘키 밸리에서 자란 포도를 사용했다. 태평양의 강한 영향을 받는 이 지역은 포도가 서서히 익어 가는 데 이상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 풍부한 과일향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몰리나 소비뇽 블랑은 영화 <007 퀀텀 오브 솔라스> 영국 시사회에 등장할 정도로 지명도가 높다. 또 칠레 국가대표 화이트 와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영국에서 가장 중요한 와인 경연대회인 ‘디켄터 월드 와인 어워즈’에서 2008년 2009년 2회 연속으로 대상의 영광을 안아 우수성을 입증했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2008년 ‘코리아 와인챌린지’에서 화이트 와인 부문 대상을 거머쥔 와인이다. 이 와인은 식전주뿐만 아니라 생선류 또는 갑각류와 환상의 궁합을 이룬다. 차게 해서 마실 때 그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다.
15~19도의 레드 와인
와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레드 와인. 레드 와인은 샴페인이나 화이트 와인보다 시음 온도가 높다.
레드 와인은 차가운 온도에서 서빙 할 경우 입안에서 다양한 향이나 맛 대신 쓴맛만 강조되고 타닌은 떫게 느껴지기 때문에 보통 실온에서 즐기는 것이 가장 좋다. 품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넓게 보았을 때 15~19도가 적합하다. 오랜 숙성 기간을 거치면서 타닌과 알코올이 부드러워지며 복잡한 향기도 부드럽고 은은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태리의 미켈레 끼아를로(Michele Chiarlo)는 창립자의 이름이다. 가야, 안티노리, 비온디 상티와 같은 가족 소유의 프리미엄 와이너리 혹은 브랜드 단체인 그란디 마르키 소속이기도 하다. 포도원의 특별한 조경과 아트파크이자 이태리 와이너리의 상징적인 명소로 유명한 미켈레 끼아를로는 레이블에서도 예술적인 영감을 엿볼 수 있다. 무겁고 오크 향과 타닌이 강해 음용하기까지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는 피에몬테의 전통적인 스타일을 따르지 않고 좀 더 일찍 마실 수 있는 모던 스타일의 와인 생산자로 알려져 있다.
미켈레 끼아를로 바르베라 다스띠 라꾸르뜨(Michele Chiarlo Barvera d’asti La Court)는 미켈레 끼아를로에서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대표 와인이다. 이태리 최초로 바르베라 품종을 싱글 빈야드에서 생산한 와인이다. 바르베라 품종은 피에몬테 지역에 가장 널리 식재되고 있는 레드 와인 포도 품종이다. 이 와인은 출시되면 빠른 시간 안에 신선하게 마시는 일반 바르베라와 달리 10~12년 보관이 가능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마그네슘이 많아 미네랄 느낌이 잘 살아있는 토양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다. 그 덕분에 실키하고 섬세한 캐릭터를 지닌 와인으로 탄생했다. 환하게 빛나는 선명한 퍼플 레드 컬러로 야생딸기와 초콜릿, 커피 등 복합적인 향이 특징이다. 뛰어난 밸런스가 돋보이는 동시에 섬세한 미감을 자랑하며 입안에서 지속되는 풍미가 대단히 좋다.
9~11도의 로제 와인
니더버그 파운데이션 로제
지난 6월 프랑스 보르도에서 있었던 세계 최대의 와인 및 주류 엑스포인 ‘2011 비넥스포’에서 가장 주목 받았던 것은 바로 로제 와인이었다. 이처럼 로제 와인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설탕 시럽을 탄 것 같이 달착지근한 와인으로만 인식되던 이 와인은 다양한 시도를 통해 좀 더 드라이해지고 신선한 풍미를 지닌 와인으로 변신했다. 그 결과 2차 대전 이후 일어났던 스위트 로제 와인 붐 이래 주춤했던 인기가 2008년 프랑스에서 화이트 와인의 소비를 넘어선 시점으로 꾸준하게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로제 와인은 화이트 와인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레드 와인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풀바디의 진한 타닌이 느껴지는 레드 와인을 진정한 와인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이들 사이에서 로제 와인은 달콤한 맛으로만 알려져 있는 편이다. 그러나 포도의 당분을 모두 발효해 드라이한 맛을 내기도 하고 발효를 중단해 스위트한 스타일로 만들기도 한다.
시원한 미감과 사랑스러운 풍미로 여름철에 특히 즐겨 찾게 되는 로제 와인은 입안에 깔끔하게 머무는 기분 좋은 산도를 즐길 수 있다. 보통 화이트 와인과 같이 9~11도의 온도로 마시는 것이 적합하다.
선이 아름다운 파인애플형 바틀 스타일로 남아공뿐만 아니라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니더버그 파운데이션 로제(Nederburg Foundation Rose)는 전통 품종인 피노타지를 100% 사용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남아공 현지에선 밸런타인데이 같은 특별한 날에 사랑하는 이에게 장미꽃과 함께 선물하는 와인으로 유명하다. 1957년 출시할 때부터 트렌드를 잘 반영한 ‘Off Dry’ 스타일로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아 왔다. 니더버그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와인 중 하나다. 옅은 오렌지 여운이 남은 장미 빛깔에 딸기 향이 지배적이며 깔끔하고 신선한 과실의 미감이 상쾌하다.
간치아의 플래티늄 시리즈는 이태리 No.1 스파클링 와인의 품격을 한층 더 높이기 위해 만든 간치아의 새로운 울트라 프리미엄 라인이다. 160여 년의 노하우를 모두 담아낸 와인으로 보다 섬세한 향미를 느낄 수 있다. 화이트와 레드 품종을 블렌딩해 오크통에서 발효를 했기에 향미의 풍부함은 물론 기포의 섬세함과 부드러움까지 느낄 수 있다. 전 세계 고급 샴페인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없는 퀄리티를 갖고 있다.
이 와인은 간치아의 전통적인 방법으로 양조되는데 오크통에서 발효시켰다는 점이 특별하다. 스파클링 와인에서 느끼기 힘든 부드러운 기포의 느낌과 은은한 오크나무 향, 일반 와인과 같은 알코올 도수와 바디감은 스파클링 와인의 격을 한층 더 높여준다. 황금빛 컬러를 띄며 신선한 산도가 구조감을 잘 잡아주고 있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꽃향기와 뒤에 느껴지는 배 향기가 개성을 제공한다. 특히 해산물과 잘 어울린다. 문의 금양인터내셔날 02-2109-9200
[유동기 / 금양인터내셔날 마케팅 차장 dkyoo@keum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