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미래-세계 경제의 운명을 바꿀 12가지 트렌드" 대니얼 앨트먼 지음 | 고영태 옮김 | 청림출판
중국과 유럽연합의 미래는 무엇인가. 지리적으로 이웃에 위치한 중국과 규모면에서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인 유럽연합. 우리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경제 주체들이다. 순항하는 듯했던 유럽연합은 몇몇 국가들의 재정위기 사태로 격랑 속에 빠져들고 있다. 중국은 아직까지 별 문제 없이 경제는 물론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해 가며 이웃 국가인 우리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들의 미래는 어떤 모습이며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이코노미스트'와 '뉴욕타임스' 기자 출신이자 현재 뉴욕대 스턴비즈니스스쿨 교수로 근무하고 있는 대니얼 앨트먼. 그가 우리의 궁금증에 대해 자신의 분명한 예측을 내놓았다. ‘비관론’이다. 변수가 무수히 많은 미래 전망이 100% 정확할 수야 없겠지만 분명 유용한 참고자료는 된다.
우선 중국의 미래다. 예전부터 중국에 대한 전망은 엇갈려 왔다. 우선 정치적인 측면에서 낙관론과 사회경제적인 발전에 따른 민족과 지역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지역 분열의 길을 걸을 것이란 비관론이 맞서고 있다. 경제의 미래도 엇갈린다. 물론 요즘은 낙관론이 대세인 듯 보인다. 수년전 골드만삭스는 2041년에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 예측했다. 요즘은 그 시기가 더 빨라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낙관론에 제동을 건다. “장기적인 세계 경제사의 흐름 속에서 지금 도래하고 있는 중국의 시대는 강력하지만 짧게 기록될 것”이라고 말한다.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잠시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이 될 진 모르지만 인구 증가율과 근로자들의 생산성이 더 높은 미국이 중국을 다시 따라잡을 것이고, 1위의 자리는 2~3년 만에 다시 미국의 차지가 될 거란 주장이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무한한 잠재력을 믿었던 투자자들과 기업가들은 크게 실망할 것이다. 생활수준의 하락에 따라 중국인들은 미국과 유럽의 경쟁국들만큼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지 못할 것이다. 중국 시장은 거대하지만 중요성은 다른 경쟁국들의 시장보다 떨어질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만연한 부패와 투명성의 결여로 주주와 채권자의 위험이 증가하고 막대한 이익을 지지 기반으로 삼았던 중국의 정치체제 역시 더 이상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중국 주식에 대한 열풍은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자취를 감출 것이다.” (48쪽)
저자는 그 근거로 ‘딥 팩터(deep factor)’란 개념을 제시한다. 딥 팩터는 한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내재돼 있어 단기간에 변하기 힘든 요인들을 말한다. 지정학적인 위치, 정치제도, 법률, 인구, 교육 수준 등이 그것이다. 이 요인들이 그 나라의 경제성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본의 좌절’처럼 중국도 급속한 노령화 진행 등 딥 팩터들을 볼 때 한계를 드러낼 것이란 얘기다.
다소 비관적인 전망이지만 그럼에도 저자는 중국이 머지않아 짧은 기간 동안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이 될 가능성이 많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중국을 더욱 주시하고 긴장을 놓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어둠 속에 갇힌 EU
유럽연합은 어떨까. 앨트먼은 경제공동체로서 유럽연합이 존속하기 어려울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가난한 동쪽과 부유한 서쪽으로 시작한 유럽연합은 그 이질적인 구성 때문에 동일한 통화정책을 시행하기가 힘든 게 현실이며 더구나 그들을 뒤덮은 재정적자의 그림자를 유로화 가치 하락 없이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주장이다.
“우리는 미래 어느 시점에서 지금을 경제공동체로서 유럽연합의 통일성과 중요성이 최고조에 이른 시기로 돌아볼지도 모른다.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유럽연합이 단일 경제연합체로 존속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고 결국 불가피하게 다시 분열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51쪽)
지금 전 세계에 어떤 커다란 변화가 일고 있고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해 보는 건 항상 흥분되고 긴장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