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향이 뛰어나지만 생산량이 적어 전체 스카치위스키 시장의 5%를 차지하는 싱글 몰트 위스키. 최근 2~3년 사이 싱글 몰트 위스키의 성장세는 다른 주류에 비해 월등히 높다. 싱글 몰트 위스키(Single Malt Whisky)는 하나의 곡물, 주로 보리나 호밀을 이용해 한 곳의 주조장에서 만들어진 위스키를 의미한다. ‘싱글’이 바로 한 곳의 양조장을 의미하는 것. 싱글 몰트 위스키는 생산 국가에 따라 규칙이 다르지만 공통점은 반드시 참나무통에 숙성한다는 것. 주로 셰리(Sherry)나 포트 와인(Port)을 숙성시킬 때 썼던 참나무통을 사용해 3년 이상 숙성시킨다. 미국산 싱글 몰트 위스키는 독특하게 사용하지 않은 새 참나무통에 숙성시킨다. 단맛이 강한 셰리를 숙성시킨 참나무통을 사용하면 싱글 몰트는 단맛을 지니게 되고 특유의 향도 생긴다.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에서 주로 생산되던 싱글 몰트는 최근 미국과 프랑스, 호주, 뉴질랜드, 핀란드 등지에서 생산되기도 한다.
싱글 몰트 위스키의 주산지는 증류소가 자리한 스코틀랜드 지역을 중심으로 크게 4개의 지역으로 나눠진다. 가장 넓고, 가장 많은 증류소를 가지고 있는 스카치위스키의 본고장 하일랜드 지방, 독특한 풍미와 스모키 향의 위스키가 특징인 아일레이 지방, 반도형 해변을 끼고 있는 지리적 특징을 지닌 켐벨타운 마지막으로 위스키의 본고장인 글레스고와 에든버러가 속해 있는 저지대인 로우랜드가 그것이다. 지역에 따라 싱글 몰트의 맛도 달라지는데 로우랜드는 가볍고 아일레이는 자극적이며 하일랜드는 개성적인 맛과 풍부한 향이 느껴진다. 많은 싱글 몰트 이름에 글렌(Glen)이란 말이 들어가는데, 이는 위스키 증류소가 ‘계곡’에 위치한 것을 뜻한다. 1970년대 초 글렌피딕 증류소에서 최초로 싱글 몰트 위스키가 생산됐다.
있는 그대로의 향과 맛을 즐기자
싱글 몰트 위스키 전문가들은 실온(약 20도)에서 스트레이트로 마실 것을 추천한다. 얼음에 녹여 마실 경우 미세한 맛을 정확히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독한 위스키를 스트레이트로 여러 잔 마시면 미각이 둔해지기 때문에 보통 싱글 몰트 위스키에는 물을 조금 넣어 마신다. 까다로운 미각의 소유자라면 싱글 몰트를 한 모금 마신 뒤 물로 살짝 입을 헹궈주는 것이 좋다. 위스키는 흔히 바닥이 두껍고 평평한 텀블런 잔이나 원통형의 잔에 마시는데 향이 일품인 싱글 몰트 위스키는 향을 오래 붙잡아 놓기 위해 잔의 입구가 살짝 오므려진 잔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안주 선택에서도 특유의 향과 맛을 방해하지 않는 것을 고르는 것이 현명하다. 고소한 견과류나 향이 진하지 않은 치즈는 싱글 몰트 위스키의 풍미를 돋아줄 뿐만 아니라 알코올 도수가 높은 위스키로부터 위벽을 보호해준다.
<상실의 시대>와 <1Q84> 등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싱글 몰트 위스키는 저마다 인격이 있다”고 말했다. 아직 겨울의 차가움이 완연히 가시지 않은 요즘, 순결한 위스키의 따뜻한 인격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신경미 기자 lalala-km@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