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많이 포근해 졌다. 겨울 내 갈고 닦았던 실력들을 평가하기 위해 하나둘씩 필드로 발걸음을 옮긴다. 겨울 내 레슨도 받아보고 각종 미디어를 통해 선수들의 시원시원한 스윙을 눈 여겨 보며 나름대로 그들의 스윙을 모방해 보기도 한다. 선수들의 스윙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백스윙 때 왼팔이 곧게 펴지는 것이다. 스윙 아크(Arc)가 커서 멋있고 시원해 보인다.
TV에 나오는 선수들의 골프경력은 십 수 년 이상씩이다. 쉽게 말하자면 그 선수들은 초등학교 혹은 그 전부터 골프클럽을 흔들고 놀았다는 얘기다. 뼈마디가 보들보들, 유연성 그 자체다. 아무 생각 없이 백스윙을 하더라도 왼팔이 곧게 펴져 스윙 아크가 크게 간다. 하지만 왼팔을 곧게 뻗으려고 애쓰시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골프 경력이 얼마나 되며 골프를 시작한 나이가 언제였는지? 아! 십년만 젊었어도…. 물론 백스윙 때 왼팔을 곧게 펴서 스윙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면 굳이 말릴 이유가 없다. 그렇지만 체격조건과 나이를 무시한 채 굳이 왼팔을 곧게 뻗으려고 애쓴다면 이것은 스윙이 아니라 고통이다. 백스윙 때 억지로 왼팔을 뻗으려 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점 몇 가지를 알아보자.
첫째, Reverse Pivot
사진1과 같이 심하게 왼팔을 뻗으려 하다 보니 원활한 몸통회전보다는 백스윙 탑에서 몸의 중심이 틀어지는 경우가 생긴다. 이러다 보니 다운스윙 때 역시 몸이 돌지 못하고 밑에서 위로 걷어 올려 치게 된다(사진2). 당연히 뒤땅과 타핑(Topping)이 많이 나며 심지어 몸통회전을 신경쓰다 보면 Over The Top, 이른바 클럽헤드가 타깃 라인 바깥쪽에서 들어오며 덮어 치는 상황이 발생한다.
둘째, 허리각 유지
백스윙 탑에서의 허리각은 어드레스 자세 때의 허리각을 잘 유지해 줌으로써 다운스윙과 임팩트를 더욱 일관성 있게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굳이 왼팔을 곧게 뻗으려 애쓰다 보면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왼팔이 머리를 위로 밀어내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자연스레 상체가 일어서게 된다. 따라서 백스윙과 다운스윙 때 몸이 위아래로 들쑥날쑥 하는 것을 볼 수 있다.(사진4·5)
물론 백스윙 때 왼팔을 곧게 뻗어주는 것은 다운스윙 때 뻗어준 팔을 그대로 끌어내려 보다 쉬운 임팩트를 위해서다. 하지만 그 동작이 필요 이상이 되어 오히려 스윙에 역효과가 난다면 왼팔을 살짝 굽혀 백스윙을 좀 더 쉽고 편하게 할 수 있다. 이때 다운스윙 역시 훨씬 여유가 있어 힘 있는 임팩트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체격이 근육형인 이들, 가슴이 두껍거나 팔뚝이 굵은 이들, 나이가 많은 이들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볼만한 동작이다.
쉬운 예로 부드러운 스윙의 대명사 프레드 커플스의 스윙을 살펴보도록 하자.
탑에서 그의 왼팔은 조금 굽혀져 있다.(사진6) 하지만 임팩트 때 그의 왼팔은 어드레스 자세 때와 마찬가지로 힘차게 뻗어져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렇듯 정말 중요한 부분은 임팩트다. 나머지 부분들은 임팩트를 보다 정확하고 힘 있게 하기 위한 부수적인 동작뿐인 것이다.
백스윙은 첫째 편해야 한다. 내 체격과 성별, 나이에 맞게 최대한 편하게 가져가야 한다. 그렇다고 왼팔을 90도 꺾자는 것은 아니다. 정말 중요한 동작이 백스윙, 임팩, 피니시 중 어떤 것인지 잘 생각해 보고 소탐대실(小貪大失)하는 우(愚)를 범하지 말길….
[유달산 / Club S 소속 프로·PGA 멤버 yudalsangolf@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