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중심 경복궁 옆길은 가을볕이 오롯하다. 걸음을 멈추고 거리를 훑으면 곳곳이 갤러리다. 골목을 돌아나가면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색다른 산책로가 펼쳐진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K는 한동안 휴가를 떠나지 못했다. 어딘가 가고자 했지만 이 눈치 저 눈치에 떠밀려 쨍하던 여름 볕이 저만치 물러갔다. 회사가 광화문 인근 빌딩에 입주해 있어 출퇴근, 점심시간이면 온통 월급쟁이 물결에 숨이 막힌다는 K. 그런데 잠깐, 꼭 도심을 벗어나야 휴가던가?
도심의 골목은 늘 당신을 기다린다
서울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흔치않은 도시다.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푸른 산과 넓은 강이 어우러진 도시를 찾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물론 그럼에도 사는 이들은 늘 툴툴댄다. 길이 좁다. 차가 막힌다. 그늘이 없다. 사람이 많다 등등. 하지만 생각해보면 10년 전 혹 20년 전에도 이러한 불만은 여전하지 않았을까. 어쩌면 10년 후에도 똑같은 불평이 도심을 채울지 모른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란 말, 괜한 말이 아니다.
슬쩍 고개 돌려 시선을 멀리하면 30년 전 서울을 고스란히 간직한 골목이 정겹다. 특히 광화문 인근은 산책로가 지천이다. 북적이는 빌딩숲에서 한 블록만 걸어 나오면 은행나무 아래 늘어진 그늘이 가을을 맞는다. 이제는 명소가 돼버린 북촌 한옥마을이 새롭지 않다면 서촌 한옥마을이 지척이다.
경복궁 서쪽에 있어 서촌인 이곳은 조선시대 중인들의 터전이었고 근대엔 화가 이중섭, 시인 윤동주, 소설가 이상을 품었다. 어딘지 일본풍이 느껴지는 한옥은 1910년대 주택 계획에 의해 대량으로 지어진 개량 한옥이다.
이쯤 되면 도심을 벗어난 자연의 감흥이 부럽지 않다. 평일 점심시간 혹은 주말 늦은 아침에 살짝 맛볼 수 있는 서울의 과거와 오늘. 도심의 골목은 늘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이쯤 되면 도심을 벗어난 자연의 감흥이 부럽지 않다. 평일 점심시간 혹은 주말 늦은 아침에 살짝 맛볼 수 있는 서울의 과거와 오늘. 도심의 골목은 늘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이쯤 되면 도심을 벗어난 자연의 감흥이 부럽지 않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4번 출구로 나와 통의파출소 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고르게 깔린 블록이 예스럽다. 길 건너 경복궁 돌담길이 영추문(迎秋門)으로 이어지고, 발길은 대림미술관에 멈춰 선다. 서촌 산책은 갤러리 투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집 건너 하나가 대안공간일 만큼 전시된 작품이 다채롭다. 대부분 입장료 없이 관람이 가능하지만 대림미술관은 관람료(성인 5000원, 학생 3000원)를 내야한다. 로비를 지나 뒷문으로 나서면 작은 정원이 개방돼 있다. 살짝 앉아 두런두런 얘기 나누기 좋은 포인트다. 뒷길로 나서면 프로젝트 스페이스 쿤스트 독의 하얀 컨테이너 박스 안에 작품이 전시돼 있고, 가지런한 한옥 이곳저곳에 새로 입주할 갤러리의 공사가 한창이다.
전(前) 천연기념물 통의동 백송터는 직접 보지 않으면 믿기지 않을 만큼 주거지 한가운데 자리했다. 주변을 한정식 집이 에워싸고 있지만 밑동만 남은 백송의 기개는 여전하다. 196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후 1990년 태풍에 쓰러져 1993년에 천연기념물에서 해제됐다. 하지만 통의동은 여전히 백송터다. 주변 식당에도 백송이란 간판은 단골이다. 현재 백송터를 지키고 있는 이는 백송할머니 홍기옥씨. 백송의 씨를 주변에 심어 네 그루의 자손을 지켜낸 이다.
대로변으로 나오면 진화랑이 기다린다. 서촌에 처음 발을 디딘 갤러리다. 1972년 개관해 1977년 현재의 터로 이전했으니 38년 동안 서촌을 지킨 터줏대감이다. 진화랑 관계자는 “현재 서촌의 작가 커뮤니티가 북촌과 다른 서촌만의 문화를 준비 중”이라며 “옷가게와 카페가 범람하는 골목이 아니라 문화가 숨 쉬는 골목을 만들기 위해 표지판부터 새로 세우자는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진화랑을 돌아 대로변을 오르면 허름한 간판이 인상적인 보안여관이 눈에 띈다.
1930년대 문을 연 이 곳은 서정주, 김동리, 오장환, 김달진 등 문인들이 밤을 지새우며 술잔을 기울이던 곳이다. 지금은 생뚱맞게도 갤러리로 변신해 대안공간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낡고 허름한 세월의 더께를 그대로 보존한 공간, 그 안에 부려진 작품은 독특하고 매력적이다.
여기까지 느릿한 걸음을 옮기면 두어 시간이 훌쩍 달아난다. 물론 그 동안 멀뚱히 지나치던 갤러리를 꼼꼼히 둘러보는 용기가 필요하다. 출출하다면 건너 블록에 자리한 통인시장으로 가자. 현대시설로 재단장한 재래시장에는 먹을거리가 그득하다. 그 중 통인시장의 명물은 단연 기름 떡볶이. 원조할머니떡볶이집은 통인시장에서만 50년을 이어오고 있다. 물을 붓지 않고 무쇠 솥에 기름만 두른 후, 방앗간에서 직접 뽑은 쌀떡을 볶아낸다. 1인분에 3000원이다.
이쯤 되면 도심을 벗어난 자연의 감흥이 부럽지 않다. 평일 점심시간 혹은 주말 늦은 아침에 살짝 맛볼 수 있는 서울의 과거와 오늘. 도심의 골목은 늘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삼성블루 WB2000 두께21mm, 24mm 초광각 5배 광학줌 렌즈를 적용했다. 최대 1000만 화소의 1/24″ BSI(Back Side lllumination) CMOS 이미지 센서를 채용, 어두운 곳에서의 화질을 대폭 보강했다. Full HD(1080p/30fps) 동영상과 사진촬영이 가능하다. 특히 움직이는 물체가 있을 때 그 물체의 움직임까지 따라가며 촬영하는 파노라마 액션 방식을 세계 최초로 카메라에 구현했다.
[안재형 기자 ssalo@mk.co.kr / 여행가이드 박상준(<서울 이런 곳 와보셨나요? 100>, <오 멋진 서울> 저자) / 카메라 협찬 삼성블루 WB2000]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호(2010년 10월) 기사입니다]